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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켜야 할 한국사 - 서경덕과 전문가들이 들려주는 살아있는 역사 이야기
서경덕과 분야별 전문가 지음 / 허들링북스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내 이야기는 꼭 알려져야 합니다. 사실 너무나 고통스럽기에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우리는 반드시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이러한 일들이 다시 자행되지 않도록, 다른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진실은 반드시 알려져야 합니다.
이 책의 저자인 서경덕 교수가 꾸준히 한국알리미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활동으로 인한 테러의 위협이나 악플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 역시 들은 기억이 있다. 잠깐 활동을 할 수는 있지만, 진정성을 가지고 꾸준히 활동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이 책에 등장하는 우리의 역사 이야기는 그의 활동보고이자 한편으로 우리가 꾸준히 잊지 말아야 할 우리의 살아있는 역사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10개의 주제 중 8개를 마주하면서 부글부글 화가 끌어 올랐다. 아마 제목만 들어도 울분을 표할 독자들이 상당할 거라 생각된다. 그리고 이 중 상당수는 우리와 근접한 거리에 있는 일본과 중국과의 문제다. 왜 우리는 매번 당해야만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책을 읽으며 계속 들었다.
독도, 강제 동원, 동해, 김치, 동북공정과 일본군 위안부, 임시정부...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 앞에서 한편으로 든 생각은 우리의 꾸준한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는 사실이었다.
15년 전, 중국을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공시족이었던 나는, 함께 공부를 하는 지인들과 여럿이 중국의 단둥을 통해 연길과 이도백하, 백두산 등을 다녀올 수 있었다. 얼마 전까지 수험서를 통해 공부했던 역사의 무대 위에서 책으로만 봤던 장면들을 실제로 마주하면서 참 감격스러웠다. 하지만 중국이 동북공정을 진행하고 있었던 사실 또한 알고 있었기에 우리의 역사를 대놓고 왜곡하는 그들의 행태가 참 경악스러웠다. 동북공정이란 고조선, 부여, 고구려, 발행 등 중국 동북 지역(현 만주 지역)을 주된 활동 무대로 삼았던 국가들의 역사를 중국사로 간주하고 그에 대한 역사왜곡을 진행한 중국의 연구 프로젝트다. 당시 내가 들렀던 곳에는 장군총(장수왕의 무덤)과 광개토대왕릉비가 있었다. 당시 우리와 동행한 가이드는 조선족이었는데, 백두산정계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토문강에 대해 중국 역사의 편에서 그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함께 공시를 준비했던 나와 지인들뿐 아니라 우리 무리에는 중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시던 전직 교사도 계셨다. 그분이 구체적인 역사자료 등을 통해 설명하자, 가이드는 입을 다물긴 했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주장을 굽히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책에 언급된 동북공정에 대한 내용을 읽으며, 다시금 역사의 의미를 되새겨보았다. 우리가 주장하는 우리의 역사와 민족의 개념에 대해 나 역시 참 지엽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 고구려나 발해의 구성인은 말갈족이나 거란족 등의 유민도 있었는데 그런 면에서 중국의 해당 역사에 대한 연구를 하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실제 역사를 왜곡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연구결과로 맞서야 한다는 생각 또한 해보게 되었다.
그 밖에도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참 가슴이 아팠던 부분이다. 어쩌면 일본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돌아가실 때를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한편 '할머니들이 돌아가시면 끝이구나!'하는 생각이 내 안에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이렇게 질문한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돌아가시면 끝인가?" 그에 대해 저자는 단순히 우리나라의 피해를 당한 위안부 할머니들을 넘어서서, 여전히 전쟁 속에서 자행되는 여성들에 대한 인권침해에 대해 제대로 된 인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더 깊이 있게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앞으로의 미래에는 동일한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한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 말이다. 사실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백에는 참 큰 용기가 필요했다. 자신의 끔찍한 기억을 세상에 펼쳐내는 것 자체가 얼마나 괴로우셨을까? 그럼에도 할머니들은 앞으로의 피해자들을 막기 위해, 오히려 피해자가 숨어살고 가해자는 떳떳하게 사는 세상에 대해 진정한 사과를 요구하셨다.
책 안에는 물론 한류나 한글과 같은 우리의 대단한 문화들에 대한 부분도 있지만, 아프고 슬프고 화가 나는 내용들이 더 많았다.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우리의 꾸준한 관심이 결국 진정한 우리의 역사를 되찾을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