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양이 포
이와세 조코 지음, 마쓰나리 마리코 그림, 이랑 옮김 / 다산어린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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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린 시절 길고양이를 잠깐 키운 적이 있었다. 당시는 길고양이를 도둑고양이라고 불렀는데, 책 속 포와 같은 줄무늬고양이였다. 묶어둔 것도 아닌데 집 밖으로 나가지는 않았지만, 멸치를 주고 나비라는 이름도 지어주었는데 늘 가까이만 가면 이를 드러내며 경계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 마당 있는 집에서 강아지를 키웠다. 책 속 포와 같은 상황이 내게도 펼쳐졌다. 우리 집 강아지 뽀삐는 큰아빠네 아파트에서 키웠는데, 작다고 했던 강아지가 점점 커지자 도저히 키울 수 없었던 뽀삐를 우리 집으로 보낸 거였다. 그날부터 뽀삐는 우리 식구가 되었다. 하지만 뽀삐가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갑자기 사라졌다. 아무리 찾아다녀도 뽀삐가 보이지 않았다. 길도 모르는 아이가 혹시나 사고가 난 건 아닌지 걱정이 많이 되었다. 근데, 알고 보니 길을 잃은 뽀삐를 골목의 윗집 오빠가 데려다가 키우고 있었다. 뽀삐가 사라진 지 한 달만인 내 생일 다시 만나게 된 뽀삐는 그렇게 재건축을 하기 전까지 우리 집에서 같이 살았다.



 담 위에 작은 고양이가 혼자 웅크리고 있는 걸 본 하루는 고양이가 안쓰러웠다. 혹시 비를 맞으면 감기가 들 텐데 하는 걱정도 되었다. 결국 고양이를 데리고 온 하루. 엄마에게 혼날까 봐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엄마는 혹시 누가 잃어버린 고양이 일 수 있으니 며칠을 보살펴주자고 이야기한다. 고양이에게 어떤 이름을 지어줄까 고민하던 하루는 고양이에게 여러 이름을 들려주었지만 유독 "포"라는 이름에 귀를 움직이며 반응을 하는 걸 보고 결국 포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동물 병원에 데리고 가서 검사도 해보고, 사료와 집까지 마련해 주는 하루와 가족들. 



얼마 전 반에 전학을 온 모리를 챙기는 하루. 하루의 집과 멀지 않은 세탁소 근처에 산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가족 이야기를 하다 얼마 전 고양이를 잃어버렸다는 말에 하루는 당황한다. 왠지 모리가 포의 주인일 것 같아서다. 그새 포와 정이 많이 들었기에 하루는 괴롭기만 하다. 자연스럽게 모리를 멀리하게 되는 하루. 하지만 마음속에 왠지 모를 부담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얼마 전 사랑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사랑을 소유하느냐, 존재 자체를 인정하느냐에 따라 사랑은 집착과 부담이 될 수도 있고 행복이 될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고양이 포와 같이 지내고 싶지만, 가슴 한 편에 친구의 고양이를 데리고 있다는 생각에 하루는 너무 괴롭기만 하다. 결국 하루의 결심은 사실 쉽지 않은 것이었다. 그럼에도 사랑은 구속이 아닌 사랑하는 존재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이라는 깊은 의미를 깨달은 것 같다. 그리고 고양이 포가 왜 유독 포라는 이름에 반응했는지에 대한 이유 또한 유쾌했다. 불쌍한 동물을 안타깝게 여기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하루. 그리고 친구의 아픔을 이해하고 자신의 것을 포기할 줄 아는 배려 깊은 마음 또한 깊은 감동을 주었다. 두 친구의 우정과 그 사이를 이어주는 포의 존재를 통해 여러 교훈을 맛보았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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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 의복 경연 대회
무모한 스튜디오 지음, 김동환 그림, 김진희 글 / 하빌리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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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성경의 노아의 홍수를 떠올리게 하는 일이 있은 후, 기적이 일어난다. 동물들의 털과 깃이 빛나기 시작하더니 인간의 팔다리와 같은 모습이 된 것이다. 결국 이들은 동물이 아닌 수인이 된 것이다. 그렇게 4천 년이 지난 후, 인간보다 늘어난 수인들의 시대가 온다. 인간처럼 팔 다리가 생긴 수인들은 옷을 만들어 입기 시작하고, 이들은 금수로 불리게 된다. 한편, 방주를 지어 동물들을 홍수로부터 구한 인간 N은 수인들과 막역한 친구가 되었고, N의 후손들이 계속 태어난다. N의 후손이자 양복점 토마스의 재단사인 W는 영국 런던의 리틀페어가의 유일한 N의 후손인 인간이었다. 그는 한번 본 수인의 몸을 완벽하게 기억하는 체상기억능력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빅 슬립이라 불리는 한기가 가득한 날이 지속되자 동물들은 겨울잠에 빠진다. 그렇게 옷을 만들어 입는 동물들이 잠에 빠지자, W는 생활고를 겪게 된다. 


 상원 의원인 섀클턴 경의 아들이자, A-패션 아카데미를 설립하여 런던 패션의 대명사가 된 밀리오가 런던 최초의 대규모 의복 경연 대회를 개최하기로 한 소식이 신문을 통해 전해진다. W에게도 그에 대한 초대장이 날아온다. 이번 대회에는 재단사와 햇메이커, 슈메이커가 팀을 이루어 경연을 하게 된다. W는 더 슬리키스트의 모자 가게 주인 고양이 올리버 크라운과 워커웨이의 수제 신발가게의 슈메이커 곰 제이콥을 찾아간다. 이들의 팀 명은 W의 양장점 명인 토퍼스로 정해진다. 드디어 대회일은 4월 15일이 된다. 하지만 수인 사회에도 반대파는 있게 마련이다. 인간과 같이 옷을 입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무리, 인간이 만든 옷을 입는 것을 반대하는 리그레서들의 항의 집회가 열린다. 



경연에 참여한 팀은 총 4개 팀이었다. 이 중 인간이 참여한 팀은 토퍼스의 W가 유일했다. 각계의 유명한 심사위원들로 구성된 경연 대회는 총 4개의 파트로 나누어 심사가 이루어졌다. 운동복, 아동복, 빈티지 파티 그리고 비밀의 주제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유난히 W에 대한 반대파들이 행동을 하지만 토퍼스 팀은 주제에 맞게 열심히 경연에 참여한다. 첫 번째 주제인 운동복은 까다로운 변호사인 하마 네이선 포타모스가 토퍼스 팀의 모델이 된다. 경연 주제는 모델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서  모델에게 잘 어울리는 스포츠를 매칭해 의상을 제작하는 것이었다. 당장 첫날부터 피부가 예민하다는 이유로 압박을 하는 네이선. 하지만 토퍼스 팀은 특유의 능력으로 1라운드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한다. 



이어지는 2라운드 아동복에서도 최고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점수를 얻은 토퍼스팀의 3라운드 주제는 빈티지 파티였다. 그들의 모델은 치타이자 코랄즈 1기 창립멤버로 윈슬로우 가문의 치타 코너 윈슬로우였다. 신사 가티 보였던 윈슬로우는 햇메이커인 올리버와 슈메이커 제이콥은 반겼지만, 인간인 W에 대해서는 노골적인 적대감을 보인다. 가뜩이나 대회의 시작부터 여러 어려움을 겪은 W는 눈치만 볼 뿐이다. 사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윈슬로우에게는 남에게 말하지 못한 아픔이 있었다. 한쪽 다리가 다른 다리보다 짧은 것이다. 대대로 육상 선수를 배출한 가문임에도 윈슬로우는 그 무리에 끼지 못했다. 그런 윈슬로우가 토퍼스 팀에 요구한 것은 하이힐이었다. 제대로 걷지 못하는 윈슬로우에게 하이힐은 바로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아이템이었다. 과연 토퍼스팀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책 안에 사회에서는 인간이 소수자가 된다. 오히려 수인들의 세상에서 인간이 설자리는 없다. 어찌 보면 인간은 수인들에게 생명의 은인 같은 존재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만의 세상은 인간들을 적대적으로 대하는 무리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들의 적대적인 시선 속에서 W와 토퍼스 팀은 자신들의 역할을 해내기 위해 노력한다. 과연 경연 대회의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결과도 중요하지만, 늘 최선을 다했던 이들이기에 그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귀감이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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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 와이프 스토리콜렉터 123
마이클 로보텀 지음, 최필원 옮김 / 북로드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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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빚 좋은 개살구라고 표현해야 할까? 겉으로 보기에는 대단한 집안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니 아픈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물론 어느 누구도 속 깊은 사연을 들어보면 힘들지 않은 집이 없다 하지만 말이다. 심리학과 교수인 조 올로클린(조지프)은 15년 전 발병한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 매일매일 운동과 약물로 굳어져가는 몸을 좀 늦추기 위해 노력 중인 그는 16개월 전 아내를 수술 합병증으로 먼저 보냈다. 대학교 2학년인 큰 딸 찰리는 옥스퍼드에서 행동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고, 작은 딸 에마는 12살로 노스 브리지 하우스라는 사립학교를 다니고 있다. 평범하기 그지없던 날, 한 통의 전화는 조지프의 삶을 꽤 오래 흔들어놓는다. 패딩턴 세인트 메리스 병원에서 온 한 통의 전화 말이다. 아버지인 윌리엄 올로클린이 머리에 중상을 입고 수술을 받았는데 현재 혼수상태에 놓여있다고 한다. 찰리는 멀리 있기에 당장 에마를 맡길 곳이 없었다. 이웃에게 급하게 에마를 맡기고 병원으로 향한다. 문제는 병원이 런던에 있다는 사실이다. 아버지는 런던에 살고 있지 않은데 말이다. 수련의로부터 어머니가 병실을 지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조지프는 급하게 병원으로 향한다. 


머리에 붕대를 감고 누워있는 아버지 곁에 한 여성이 있다. 40대 중반 정도로 밖에 안 보이는 그녀는 올리비아 블랙모어라는 이름의 여성으로 아버지의 (또 다른) 아내라고 했다. 조지프는 당황스러웠다. 어머니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아버지가 중혼의 불륜을 저질렀다니...! 사실 아버지는 의학계 거물로 외과 의학과 공중보건 분야의 권위자이자 관련 분야에서 여러 업적을 남길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거기다 팔순에 접어든 아버지가 자신보다 30살은 어린 여자와 꽤 오랜 기간을 부부로 지냈다는 사실이 도저히 수긍이 가지 않았다. 결국 중환자실에서 올리비아와 입씨름을 벌이다 둘 다 쫓겨나게 되는데, 잘 보니 올리비아의 치마에 피가 가득 묻어있었다. 결국 출동한 경찰에 연행되는 올리비아.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큰 누나 루시와 작은누나 퍼트리샤 그리고 남수단에 있는 막냇동생 레베카에게는 메시지를 남긴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전화를 해 아버지가 부상을 당했다는 사실을 전한다. 아버지가 계단에서 넘어졌다고 하지만, 상처의 붕대를 교체할 때 보니 오래된 멍 자국이 보였다. 계단에서 굴러도 두개골이 으스러질 정도의 부상은 아닐 텐데, 조지프는 모든 것이 이상하기만 하다.



 풀려난 올리비아를 만나러 간 조지프는 올리비아가 설명하는 아버지가 낯설기만 하다. 아버지라 하지만, 자녀들과 한 번도 공놀이나 게임, 수다와 인생 조언 등 평범한 아버지가 자녀들과 보내는 시간을 한 번도 보내본 적 없는 아버지. 아버지와의 대화는 늘 자녀들을 향한 비난과 꾸지람으로 시작해서 그렇게 끝이 났다. 피에 대한 공포로 결국 집안 대대로 이어져오는 의사를 접고 심리학자가 된 아들을 늘 못마땅해했던 아버지가 올리비아의 말과 사진 속에서는 너무 다른 모습을 띄고 있었다. 결국 어머니에게 올리비아의 존재를 이야기하는데, 어머니는 아버지와 올리비아의 관계를 이미 알고 있었다. 어머니조차 알고 있는 이 관계는 도대체 무엇일까?


 아버지의 사건을 조사하는 경찰들은 왠지 모르게 조지프 가족에게 협조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올리비아의 편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아버지의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하는 조지프. 우선 가장 의심스러운 올리비아의 주변을 확인하다가 그녀가 주니어 테니스 선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의 친구의 아버지인 코치와 결혼을 했었고, 사고로 남편은 즉사하고 자신은 다리에 큰 부상을 입었는데, 아버지가 그녀를 고쳐주었다는 이야기는 그녀가 진술한 것과 맞아 보였다. 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상황 속에서 그동안 모르고 있던 아버지의 모습을 하나 둘 발견하게 되는 조지프는 모든 것이 혼란스럽기만 한데...


 가족이란 무엇일까? 가장 가까운 사이이면서도 가장 많은 상처를 주고받는 사이가 가족 아닐까? 아버지의 사건을 통해 자신에게 남아있던 아버지와의 과거를 곱씹는 조지프의 모습과 함께 자신의 자녀들에게도 아버지로의 역할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모든 것이 드러나지만, 여전히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깨어지지 않는다. 어쩌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보냈던 긴 애증의 시간들이 결국은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게 만든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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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서양철학사
강성률 지음, 반석 그림 / 평단(평단문화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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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연거푸 서양철학사를 만나게 되었다. 전 작이 성인을 위한 서양철학사의 개론이었다면, 이번에 읽게 된 책은 청소년을 위한 서양철학사다. 둘 다 독자의 차이가 있지만, 청소년을 위한이라는 말이 붙어있지만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이 읽어도 유용하고 흥미롭다. 우선 주 독자층을 "청소년"으로 잡았기 때문에, 이 책에 등장하는 단어들은 이해가 쉽다. 그뿐만 아니라 단어 설명이 책 안에 같이 담겨있기에 별도의 다른 책이 필요 없고, 다양한 배경지식이 같이 설명되기 때문에 한층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사실 철학 하면 어렵다는 이미지가 짙다. 성인들 입장에서 과거에 철학을 하면 밥벌이가 힘들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철학은 실생활과 동떨어진 학문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물론 과거에 철학자들은 여유 있는 연구를 할 만한 재정적 뒷받침이 없는 경우 별도의 직업을 가졌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형체가 없는 지식을 연구하는 데는 그에 대한 애로점이 많았을 것 같다. 그럼에도 고대부터 중세와 근세와 현대에 이르기까지 철학은 꾸준히 발전해 왔고, 지금도 발전 중이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뿐 아니라 철학의 시작점으로 보는 탈레스와 고대 철학자들이 차례차례 등장한다. 흥미로운 것은 그들의 이야기가 중간중간 가미되어 있어서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가령 악처로 유명한 소크라테스의 아내 크산티페와의 이야기를 통해 크산티페는 소크라테스에게는 악처였지만, 그녀 덕분에 소크라테스가 철학에 더욱 몰두할 수 있었다는 아이러니한 점이 등장하기도 하고, 자살을 택하지 않는 많은 철학자들과 달리 스토아 학자 제논과 클레안테스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죽음에 대한 내용 중에는 얼마 전 만났던 세네카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제자였던 네로에 의해 독살당함)도 등장한다. 그 밖에도 몸이 약해 늘 침대에 누워있던 데카르트는 침대에서 사색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면서 철학에 몰두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런 배경지식과 흥미로운 철학자들의 이야기들이 곁들여지니 한결 재미있게 서양철학사를 마주할 수 있었다. 전체적인 서양철학사의 연표를 그리는 데도 유용하지만, 각 철학 사상의 앞뒤의 사상과 어떤 관계 속에서 등장했는지를 이해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비슷한 사상보다는 앞에 등장한 철학자의 사상의 반론을 제기하는 식으로 철학사가 발전했다는 사실은 미술사에서도 만났었는데, 대부분의 발전은 그런가 보다 싶기도 하다. 


 책의 시작에 저자가 전한 철학에 대한 내용을 읽으며 좀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과거에 비해 우리는 많은 발전을 거듭한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과연 우리가 과거의 소크라테스나 스피노자 보다 과연 지혜롭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지식은 늘었다 볼 수 있지만, 삶을 바라보는 지혜 또한 늘었다고 볼 수 있을까? 사람이 사는 것은 다 비슷하고, 생각하는 것도 비슷하지만 지혜롭다는 것은 다른 문제인 것 같다. 바로 거기서부터 철학은 발전했고 여전히 발전하고 있다. 중간중간 피식 웃음이 나는 삽화 덕분에 환기가 된 것 같고, 서양철학사의 중요한 뼈대를 어렵지 않게 완성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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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사랑이 없다면, 그 무엇이 의미 있으랴 - 에리히 프롬편 세계철학전집 4
에리히 프롬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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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래서 프롬은 '존재의 방식' 이야말로 진정한 자유에 이르는 길이며, 

사랑도 바로 그 자리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유를 통해 삶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존재를 통해 삶을 살아내고,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

그런 그의 사상은 오늘날까지 '우리가 무엇을 가졌는가? 가 아니라 '

어떤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남기고 있다. 

 오래전에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라는 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사실 읽고 싶지 않았는데, 선물로 받았던 책인지라 아무 기대 없이 책을 펼쳤다가 꽤 흥미롭게 읽었다. 당시는 20대 초반에 어린 나이인지라, 사랑에 대해 한참 관심이 많았기도 했고 궁금하기도 했던지라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그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연애와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다시 만나는 에리히 프롬의 저서들은 과연 어떻게 다가왔을까?






 물론 책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 내게 다가온 것은 삶을 바라보는 시각과 그에서 파생된 사랑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떤지에 따라 삶과 사랑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한편으로 요즘 뉴스에서 자주 나오는 데이트 폭력과 그로 인한 상해와 사망사건들이 프롬이 말하는 집착과 소유의 문제로부터 오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랑을 소유하고자 하면, 거기서부터 사랑의 자유가 사라지고 상대에 대한 강압과 억압만 남게 된다. 그 유명한 소유나 존재냐의 이야기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이는 사랑뿐만 아니라 삶의 여러 영역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내 것이라는 생각이 생기기 시작하면 거기서부터 왜곡된 시각이 생긴다. 삶도, 지식도, 사랑도, 가족도 내가 소유하느냐 존재하느냐에 따라 결국 파생되는 생각의 고리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과거에 비해 아이들에 대한 간섭이 많아지는 것 역시 내가 아이들의 존재를 인정하기 보다 아이들의 부모로 그들을 소유하고자 하는대서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이 책 덕분에 내 모든 시각을 점검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소유는 관계를 묶고, 존재는 관계를 연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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