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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 의복 경연 대회
무모한 스튜디오 지음, 김동환 그림, 김진희 글 / 하빌리스 / 2025년 7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성경의 노아의 홍수를 떠올리게 하는 일이 있은 후, 기적이 일어난다. 동물들의 털과 깃이 빛나기 시작하더니 인간의 팔다리와 같은 모습이 된 것이다. 결국 이들은 동물이 아닌 수인이 된 것이다. 그렇게 4천 년이 지난 후, 인간보다 늘어난 수인들의 시대가 온다. 인간처럼 팔 다리가 생긴 수인들은 옷을 만들어 입기 시작하고, 이들은 금수로 불리게 된다. 한편, 방주를 지어 동물들을 홍수로부터 구한 인간 N은 수인들과 막역한 친구가 되었고, N의 후손들이 계속 태어난다. N의 후손이자 양복점 토마스의 재단사인 W는 영국 런던의 리틀페어가의 유일한 N의 후손인 인간이었다. 그는 한번 본 수인의 몸을 완벽하게 기억하는 체상기억능력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빅 슬립이라 불리는 한기가 가득한 날이 지속되자 동물들은 겨울잠에 빠진다. 그렇게 옷을 만들어 입는 동물들이 잠에 빠지자, W는 생활고를 겪게 된다.
상원 의원인 섀클턴 경의 아들이자, A-패션 아카데미를 설립하여 런던 패션의 대명사가 된 밀리오가 런던 최초의 대규모 의복 경연 대회를 개최하기로 한 소식이 신문을 통해 전해진다. W에게도 그에 대한 초대장이 날아온다. 이번 대회에는 재단사와 햇메이커, 슈메이커가 팀을 이루어 경연을 하게 된다. W는 더 슬리키스트의 모자 가게 주인 고양이 올리버 크라운과 워커웨이의 수제 신발가게의 슈메이커 곰 제이콥을 찾아간다. 이들의 팀 명은 W의 양장점 명인 토퍼스로 정해진다. 드디어 대회일은 4월 15일이 된다. 하지만 수인 사회에도 반대파는 있게 마련이다. 인간과 같이 옷을 입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무리, 인간이 만든 옷을 입는 것을 반대하는 리그레서들의 항의 집회가 열린다.

경연에 참여한 팀은 총 4개 팀이었다. 이 중 인간이 참여한 팀은 토퍼스의 W가 유일했다. 각계의 유명한 심사위원들로 구성된 경연 대회는 총 4개의 파트로 나누어 심사가 이루어졌다. 운동복, 아동복, 빈티지 파티 그리고 비밀의 주제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유난히 W에 대한 반대파들이 행동을 하지만 토퍼스 팀은 주제에 맞게 열심히 경연에 참여한다. 첫 번째 주제인 운동복은 까다로운 변호사인 하마 네이선 포타모스가 토퍼스 팀의 모델이 된다. 경연 주제는 모델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서 모델에게 잘 어울리는 스포츠를 매칭해 의상을 제작하는 것이었다. 당장 첫날부터 피부가 예민하다는 이유로 압박을 하는 네이선. 하지만 토퍼스 팀은 특유의 능력으로 1라운드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한다.

이어지는 2라운드 아동복에서도 최고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점수를 얻은 토퍼스팀의 3라운드 주제는 빈티지 파티였다. 그들의 모델은 치타이자 코랄즈 1기 창립멤버로 윈슬로우 가문의 치타 코너 윈슬로우였다. 신사 가티 보였던 윈슬로우는 햇메이커인 올리버와 슈메이커 제이콥은 반겼지만, 인간인 W에 대해서는 노골적인 적대감을 보인다. 가뜩이나 대회의 시작부터 여러 어려움을 겪은 W는 눈치만 볼 뿐이다. 사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윈슬로우에게는 남에게 말하지 못한 아픔이 있었다. 한쪽 다리가 다른 다리보다 짧은 것이다. 대대로 육상 선수를 배출한 가문임에도 윈슬로우는 그 무리에 끼지 못했다. 그런 윈슬로우가 토퍼스 팀에 요구한 것은 하이힐이었다. 제대로 걷지 못하는 윈슬로우에게 하이힐은 바로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아이템이었다. 과연 토퍼스팀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책 안에 사회에서는 인간이 소수자가 된다. 오히려 수인들의 세상에서 인간이 설자리는 없다. 어찌 보면 인간은 수인들에게 생명의 은인 같은 존재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만의 세상은 인간들을 적대적으로 대하는 무리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들의 적대적인 시선 속에서 W와 토퍼스 팀은 자신들의 역할을 해내기 위해 노력한다. 과연 경연 대회의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결과도 중요하지만, 늘 최선을 다했던 이들이기에 그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귀감이 되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