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말이 곧 당신의 수준이다 세계철학전집 7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지만, 그의 철학이 무엇인 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책을 펼쳐들었다. 시리즈를 계속 읽어오고 있기도 하지만, 표지 가득 담긴 제목이 돌직구같이 느껴져서 더 궁금했다. 이번에도 된통 혼나겠다 싶을 정도의 제목이었다. 이 제목을 접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말을 들으면 그 사람의 수준이 파악된다."였다.  이 말은 또 꼬리를 물고 내가 쓰는 단어나 말투가 긍정적이지 않다는 데에까지 미쳤다.  한편으로 비트겐슈타인이 철학자가 아니라 언어학자였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책을 읽어나가는 와중에 "언어"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2026년이 시작된 지 일주일 남짓이 지났다. 새해가 되면 새로운 다짐을 하며, 설레는 마음을 가졌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몇 년째 기대는 사라진 상황이다. 마치 매일매일의 연장선상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새해도 날짜만 바뀔 뿐 그저 뻔한 하루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다 보니 설렘이 사라지게 된 것 같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으면서, 왠지 모를 묘한 안도감과 위로를 받았다. 의외였다. 내가 이 책에서 받았던 위로는 바로 이것이었다.


분명, 우리가 인생을 열심히 살면 살수록 세상은 당신을 무너뜨리기라도 하듯 역경과 고난을 겪게 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좌절 속에서 그 이유를 기어코 찾으려 하거나, 

혹은 그것을 해결하지 못한 자신을 자책한다면 결국 손해 보는 것은 자신일 것이다.

그러니 때때로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은 자연의 법칙이라 생각하며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져라.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대학 1학년 교양수업의 과제 중 하나가 "나는 누구인가?"로 리포트를 내는 것이었다. 청소년기에도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던 주제를 마주하며 정말 고민 또 고민했던 것 같다. 물론 뭐라고 썼는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해답 없는 해답을 찾아내기 위해 참 치열하게 고민했었다. 여전히 그에 대한 해답은 찾지 못한 채, 어느덧 앞자리가 두 번이나 바뀌었다. 


 이만큼 나이를 먹으면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거란 기대와 무색하게 여전히 나는 참 많은 질문 앞에서 답을 찾지 못하며 매일을 살고 있다. 그런 나에게 비트겐슈타인은 그런 답이 나오지 않은 질문을 부여잡고 고민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어쩌면 이는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을 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보기에는 대단한 질문처럼 보이지만, 이 질문은 우리가 찾을 수 있는 그 이상의 문제기 때문에 누구도 그 답을 쉽게 낼 수 없다고 말한다. 내가 가진 어떤 단어로도 해답을 끌어낼 수 없는 문제 앞에서 왜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  


 물론 깊이 있는 사색과 고민이 필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찾지 못하는 해답에 매몰되어 진짜 중요한 지금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생각해 보라는 뜻이다.


 그러고 보면 그동안 참 답을 찾지 못하는 문제들 속에 파묻혀 마음 한 쪽을 잃어버리고 살았구나! 하는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덕분에 조금은 답답하고 막막했던 문제가 풀려나간 기분이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하라는 저자의 유명한 문장이 바로 이런 뜻이었구나! 하는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유럽 신화 1 : 토르와 묠니르 만화로 읽는 초등 인문학
김민희 지음, 라임스튜디오 그림 / 아울북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리스 로마신화에 흥미를 가지는 큰 아이에게 또 다른 신화를 소개해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신화 자체가 복잡한 이름과 다양한 사건 때문에 글 밥이 가득한 책으로 읽기에는 성인인 나도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들지만, 만화 형태의 책은 글 읽는 것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피하는 게 좋다는 말을 듣기도 해서 고민이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 역시 북유럽신화를 몇 년 전 원전 번역본으로 읽었지만, 내용은 솔직히 기억에 나지 않는다. 그나마 제일 유명한 토르(사실 이 또한 브래드 피트가 도끼를 들고나오는 장면 때문에 기억하는 것일 뿐) 정도가 다였는데, 아이와 함께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읽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이름부터 어렵고 복잡한 북유럽 신화를 한 장의 도표 형태로 정리되어 있는 포스터는 전체를 이해하기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책의 제목인 토르와 묠니르에서 묠니르가 토르와 같은 북유럽신화의 등장인물(신) 인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과연 나는 북유럽신화를 읽은 게 맞을까? 싶었다. 참고로 묠니르는 브로크와 에이트리 형제가 만든 토르 전용 망치의 이름이다. 토르 하면 떠오르는 그 무기의 이름이 바로 묠니르다.




 어느 신화나 사건을 만들어내는 사고뭉치(?)가 등장하는데, 그리스 로마신화의 제우스가 있다면 북유럽신화에서는 로키가 그 역할을 차지한다. 이번에도 개족보(?)같은 이상한 족보가 등장한다. 아스가르드의 왕이자 모든 신과 인간의 아버지인 최고신 오딘과 그의 아들인 토르, 그리고 오딘과 의형제를 맺은 로키가 1권을 이끄는 주인공들이다. 


 1권의 주도적인 사건은 로키가 몰래 토르의 아내이자 풍요와 곡물의 신인 시프의 탐스러운 머리카락을 밀어버리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이 일로 화가 머리끝까지 난 시프와 토르는 로키에게 시프의 마음을 돌릴 방법을 찾아오라고 한다.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드워프드를 끌어들이는 로키는 결국 지하세계 입구인 스바르트알파헤임에 도착하게 된다. 


 현란하게 남을 속이는 말을 잘하는 로키의 능력으로 로키는 이발디의 두 아들에게 신들을 위한 물건을 만들어 이름을 날리라고 이야기를 한다. 결국 이들 형제는 시프의 가발과 오딘을 위한 창 궁니르, 프레이를 위한 배 스키드블라드니르를 만든다. 그리고 궁니르와 스키드블라드니르에는 특별한 비법이 숨어있었다.


 한편, 브로크가 만든 칼을 훔쳐 갔던 로키는(이 칼로 시프의 머리를 잘랐다.), 이번에는 브로크 형제를 도발(?) 한다. 브로크 형제가 이발디의 아들들을 이긴다면 자신의 목을 내놓겠다는 말에 브로크 형제는 신들을 위한 물건을 만들기 시작한다. 로키의 현란한 방해가 있긴 했지만, 프레이를 위한 황금돼지 굴린부르스티와 오딘을 위한 금팔찌 드라우프니르, 그리고 토르를 위한 망치 묠니르를 완성한다.




시작은 시프를 위한 금발 가발이었지만, 로키의 입담 덕분에 신들을 위한 선물까지 만들어서 의기양양하게 돌아오는 로키와 이발디의 아들들, 브로크와 에이트리 형제. 과연 신들은 어떤 형제의 손을 들어줬을까?


  사건과 함께 북유럽신화의 최고 신인 오딘에 의해 북유럽 신화의 기원이 설명된다. 척박한 북유럽의 환경(추운 날씨와 얼음으로 뒤덮여있는 환경)을 통해 자신의 상황에 걸맞은 신화를 창조해낸 이야기는 참 흥미로웠다. 자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그곳에서 삶을 이어가는 북유럽인들의 모습이 신화 곳곳에서 드러나 있었는데, 그에 대한 해설이 별도의 장을 통해 담겨있기에 조금 더 깊이 있는 신화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목요일(Thursday)가 Thor's Day(토르의 날)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어원이 북유럽 신화의 신의 이름에서 나왔는데, 토르뿐 아니라 오딘의 날(Wodin's day) 역시 w가 묵음 처리되면서 현재의 수요일(Wednesday)가 되었다고 한다. 신화를 통해 단어의 어원과 뜻도 마주할 수 있어서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어지는 북유럽신화 다음 편에서 로키는 또 어떤 사고를 칠지, 그에 맞서는 다른 신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지 무척 궁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성과 감성 디어 제인 오스틴 에디션
제인 오스틴 지음, 김선형 옮김 / 엘리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만과 편견』, 『에마』에 이어 세 번째 만나는 제인 오스틴의 작품이다. 세 권의 공통점이라면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놀랍게도 이번에 읽게 된 『이성과 감성』이 가장 먼저 쓰인 데뷔작이라는 것!  앞에 읽었던 작품과 독립적으로 읽고 싶지만, 자꾸 두 작품이 떠오르는 면면이 있기도 하다.


 책 속에는 두 주인공이 등장한다. 이성적인 언니 엘리너 대시우드와 감성적인 동생 메리앤 대시우드가 바로 제목에 등장한 두 축을 담당한다.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내 모습과 비교가 되었는데, 엘리너와 메리앤처럼 나도 여동생이 있다. 거기에 나 역시 두 딸을 키우고 있다. 


 친정엄마는 어린 시절 우리 자매를 보고, 한 배에서 나왔는데 어떻게 이렇게 다른지 모르겠다는 말씀을 종종 하셨다. (근데 이 말은 요즘 내가 우리 두 아이를 보면서 남편과 주고받고 있다.) 성향만 가지고 본다면 나는 이성적(ISTJ다)인 편인 데 비해, 동생은 감성적(동생은 FP다)인 편이다. 우리 두 아이를 봐도, 큰 아이는 내 성향을 많이 닮은데 비해, 작은 아이는 하루에도 열두 번 울고 웃는다. 대부분의 집의 자매들이 이렇게 성향이 정반대로 보이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 집을 보자면 이성과 감성 속 두 자매의 모습과 엇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아버지 헨리 대시우드가 사망한 후, 집안의 대부분의 재산은 아들 존 대시우드에게 넘어간다. 부유했던 어머니의 재산을 이미 받았던 존은 결국 놀랜드 영지까지 상속받게 된다. 헨리는 재혼한 부인과 세 딸에게 남긴 재산이라곤 1인당 천 파운드 밖에는 되지 않았다. 헨리가 사망한 후, 존의 아내인 패니는 바로 새어머니의 집으로 쳐들어온다. 사실 시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영지와 저택 역시 자신들의 것이라고는 하지만 막막한 네 여자를 그렇게 쫓아낼 정도로 패니는 악독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존은 새어머니와 세 여동생을 돌봐주겠다는 약속을 했기에 3천 파운드를 추가로 지원하고자 하지만 욕심 많은 아내 패니는 그런 존을 막는다. 너무 큰돈인데다가, 쓸 곳도 없을 거라는 논리에다 자신의 아들이 훗날 힘들어지면 어쩔 거냐는 이유를 대면서 남편을 구워삶는데 성공한다. 


 그렇게 집에서 쫓겨나 친척인 존 미들턴 경이 마련해 준 집으로 거처를 옮기게 된 대시우드 부인과 세 딸. 패니의 남동생인 에드워드 페라스와 서로 마음을 나누게 되고, 그 사실을 대시우드 부인도 알게 된다. 하지만 떠나야 했기에 그녀는 그런 자신의 상황을 비관하지 않는다. 


코티지에서 반 마일 떨어진 바턴 파크의 집에 살게 된 엘리너 가족을 마중나온 존의 친구 브랜던 대령은 첫눈에 메리앤에게 반하게 된다. 하지만 나이도 많고, 이미 한 번 결혼한 적이 있는 브랜던 대령은 그런 자신의 마음을 대놓고 메리앤에게 말할 수 없었다. 





존 미들턴 경의 장모인 제닝스 부인은 주변의 결혼을 성사시키는 일에 상당히 적극적인 사람이었다. 브랜던 대령을 메리앤과 연결시키고자 하지만, 메리앤은 자신의 엄마보다 5살 적은 아버지뻘의 남자와의 연애를 할 생각이 전혀 없다. 그 와중에 비가 억수같이 오던 날, 다리를 다친 메리앤을 우연히 구해준 존 윌러비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메리앤. 결혼을 약속한 사이가 아님에도 이 둘은 서로에게 푹 빠져 애정행각을 벌인다. 그런 동생이 걱정되는 엘리너가 메리앤을 말리지만, 메리앤은 그런 언니가 답답하기만 하다. (사실 이들이 벌이는 애정행각은 지금의 눈으로 볼 때는 겨우 썸 타는 정도 밖에는 안 보이는데, 당시의 사회적 통념상(?) 메리앤은 물론 엘리너의 혼삿길까지 막을 정도로 결코 적절한 행동은 아니었다.) 


 두 자매의 성향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사건이 여럿 있지만 그중 하나가 윌러비가 메리앤에게 선물하기로 한 말에 대한 것이었다. 


 말을 선물받게 된다면... 

1. 하인이 필요하다.(당시 통념상 여성 혼자 말을 탈 수 없었다고 한다.) 

2. 하인이 같이 탈 말 또한 필요하다. 

3. 말을 보살필 마구간과 여물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대시우드 가의 형편상 그런데 쓸만한 돈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성적으로 판단한 언니 엘리너의 말에 메리앤은 윌러비의 선물을 받고 싶었기에 그런 언니의 반응이 답답하기만 하다. 다행히, 어머니에 대한 애정(?)을 핑계로 말 사건은 넘어가게 되긴 했지만 엘리너와 메리앤이 이렇게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던 부분이다.  





하지만 윌러비가 갑자기 런던으로 떠나게 된다. 이유는 스미스 부인이 자신을 런던으로 보냈기 때문이란다.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함께 언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말까지 남기고 갑자기 사라진 윌러비와의 이별은 메리앤에게는 큰 상처가 된다. 하루 종일 울고 다니는 메리앤. 이번에는 에드워드가 등장한다. 오랜만에 재회한 에드워드 앞에서 엘리너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에드워드의 반응만을 살핀다. 근데 이 남자 뭐지? 자꾸 밀당을 하는 것 같다. 


 런던으로 엘리너 가족을 초대하는 제닝스 부인의 둘째 딸 파머 부부의 말을 들은 메리앤은 "런던"이라는 말에 가족들을 설득한다. 그곳에는 자신의 연인인 윌러비가 분명히 있을 테니 말이다. 그렇게 재회한 윌러비는 오히려 메리앤과 엘리너를 모른 척한다. 그리고 밝혀지는 윌러비의 이야기에 메리앤은 큰 상처를 받고 사경을 헤맬 지경이 되고 마는데...


 두 자매의 사랑 이야기가 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자매가 어떻게 접근하고 반응하는지를 비교하면서 읽는 것도 참 흥미롭다. 이별 앞에서의 반응, 사랑 앞에서의 반응이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책 안에는 처음부터 감성보다 이성을 좋은 것이라고 표현한다. 메리앤과 대시우드 부인에 비해 엘리너를 높이 사는 부분이 처음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물론 감정을 죽이고 냉철하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엘리너의 모습이 긍정적으로 묘사되긴 하지만, 자신의 감정의 솔직한 메리앤의 모습 또한 내 눈에는 예쁘게 보였다. 오히려 엘리너는 감성이 메말라 보이기도 했다. 이성적 판단이 중요하긴 하지만, 세상은 이성만 가지고는 살 수 없는 것 아닌가! 물론 장녀기에 누구보다 냉철한 판단력을 지녀야 하는 상황들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나도 장녀다!)


  처음 만나는 번역가의 작품이었는데, 각주를 통해 당시의 통념이나 상황들, 배경지식을 꼼꼼하게 설명해 줘서 정말 이해가 쉬웠다. (마치 해설을 읽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이미 읽었던 오만과 편견도 김선형 번역가의 번역으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기회가 된다면 오만과 편견도 다시 읽어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논어×중용 필사책
공자.자사 지음, 최종엽 편저 / 유노북스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에도 소위 유행이 있다. 작년 말부터 올 초까지는 일력이 한참 유행을 했었다. 꾸준히 무언가를 하는데 오랜 시간을 들이기 보다 3분 내외의 시간 동안 꾸준히 매일 하나의 일력을 통해 해당 주제를 공부하다 보면 무엇이든 한 분야의 365개의 지식을 늘일 수 있는 방법이다 보니 꽤 만족스러웠다. 아이들의 학습과 관련된 일력(사자성어, 한자, 속담 등의 문해력 키우기)을 비롯하여 성인들을 위한 교훈과 위로의 말, 그림과 곁들여진 시 등을 만날 수 있었다.


 2025년 하반기부터 유달리 자주 보이는 책이 있었는데, 바로 필사 책이다. 관심이 없었는데, 자주 보이다 보니 슬쩍 나도 숟가락은 얹고 싶었다. 기왕이면 교훈이 될만한, 좀 오래 남을만한 문장을 필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난히 2025년은 내게 힘겨운 해였던 것 같다. 소중한 사람들과의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서 마음이 자주 가라앉았고, 조금 회복될 만하면 일어나는 사건들에 마음을 다잡기가 힘들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올해처럼 지워버리고 싶은 해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였다. 2025년의 막바지에 다다른 요즘 떠오르는 생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버텼구나!'였다. 


 그리고 새로운 2026년을 맞이하면서 새로운 루틴과 마음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필사를 하고 싶었다. 책 안에는 논어의 50문장과 중용의 50문장이 담겨있다. 


 사실 매일매일 쓸 수 있도록 365개의 문장이 있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그러지 않아서 고마웠다. 만약 365개의 문장이 있었다면, 매일매일 꾸준히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부담스럽고 힘들었을 것 같다. 합해도 100페이지 정도의 글을 필사하는 것이니, 3~4일의 한 페이지씩, 일주일에 두 번만 쓴다고 생각해도 한 권의 책을 완성할 수 있겠다 싶다. 

 한편으로는, 2026년은 좀 더 편안하게 한 해를 꾸려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잘 겹쳐진다는 생각도 들었다. 좋은 문장을 더 오래 기억에 남기는 방법은 읽는 것보다 직접 써보는 것이다. 길지 않은 문장과 그 뜻을 눈으로 읽으며 손으로 써본다면 하루를 논어 혹은 중용으로 꽉 채울 수 있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 안에 꾸준히 필사를 통해 2026년의 말미에 내 글씨로 가득한 논어와 중용 필사 노트를 보면 뿌듯함이 또 남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생긴다.


 꼭 차례대로 아니어도, 읽다가 마음에 담기는 글을 필사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읽다 보니, 학창 시절 열심히 외웠던 문장들도 더러 보였다. 아무것도 모르고 외우기만 했던 문장의 깊이가 필사를 하면서 다르게 와닿는다. 문장은 그대로인데, 읽는 내가 달라졌구나! 하는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필사를 위해 제본 자체가 180도로 펼쳐지는 사철 제본으로 되어있어서 한결 쓰기가 편했다. 중간중간 편역자의 에세이 글이 더해지니 더 깊이 와닿았다. 오랜만에 쓰는 글씨가 낯설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써보니 마음이 차분해지는 기분도 들었다. 마음이 고요할 때도 좋지만, 복잡할 때 필사를 해보는 것도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도우 지음 / 수박설탕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 번째 만나는 이도우 작가의 책이다. 이도우 라는 이름을 보면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이도우 작가를 무척 좋아하는 이웃이다. 덕분에 이도우 작가를 알게 되었고, 이웃과 교환한 책 중 두 권을 이렇게 읽게 되었다. (마지막 책은 잠옷을 입으렴이다.) 이도우 라는 이름만 듣고 그가 남자라고 지레짐작했는데, 몇 년 전 여 작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반전만큼이나 큰 충격이었다. 나혼자만ㅎㅎ)

책의 제목이 궁금했는데, 의외에 상황에서 터져 나온 말이어서 이 또한 오래 기억에 남을 듯싶다.

미술학원 강사로 일하던 목해원은 번아웃에 빠져 학원을 그만두고 이모가 정착해서 살고 있는 혜천으로 내려온다. 작가였던 이모 심명여는 혜천에서 호두 하우스라는 펜션을 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내려오는 마을에 생긴 작은 서점이 신기했던 해원. 그곳의 주인은 혜원의 동창이자 해원을 짝사랑하고 있었던 임은섭이었다.

늘 며칠 정도 머물다가 서울로 돌아갔기에, 이번에도 그런 줄 알았지만 해원은 마음이 편해질 때까지 이곳에 있다가고 싶다는 말을 전한다. 그렇게 해원의 혜천 생활이 시작된다. 마을을 둘러보다 서점을 들르는 해원은 그렇게 은섭과 조우한다. 반갑고 어색하게 인사하는 은섭과 달리 해원은 사실 은섭에 대한 기억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은섭의 달라진 점은 금방 깨닫는 해원. 은섭이 몇 년 동안 사라졌다 나타났던 것까지 기억할 정도다.

이모작(?)을 하는 큰아버지 덕분에 서점을 매일 열 수 없는 은섭은 큰아버지의 논에 생긴 스케이트장의 알바를 구한다. 서점 알바를 구하는 것으로 착각한 해원은 자신이 그 알바를 하겠다고 말한다. 이미 해원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던 은섭은 예상치 못한 자리지만 흔쾌히 승낙한다. 그렇게 해원은 서점의 매니저가 된다.

이모가 이상하다. 호두 하우스는 펜션의 기능을 잃고 방치되다시피 한 상황이다. 여러 가지 핑계로 손님을 받지 않는 명여를 대신해 해원은 이곳저곳을 손보려 하지만, 명여의 반대에 부딪치게 된다. 그리고 시내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사러 나갔다 우연히 마주한 동창 장우를 통해 동창회 소식을 듣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는 반갑지 않은 인물들도 참석한다는 사실이 유쾌하지만은 않다. 절친이었지만, 믿고 말했던 해원의 가정사를 다른 친구들에게 이야기한 보영을 마주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

책방 일을 같이 하면서 친해진 은섭과 같이 동창회에 참석하게 된 해원. 그리고 장우의 짓궂은 농담을 통해 밝혀진 은섭의 짝사랑녀가 해원이라는 사실에 해원 역시 당황하게 된다. 그렇게 조금씩 은섭의 마음을 알게 된 해원은 그런 은섭의 마음이 싫지만은 않다.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은섭과 해원. 둘은 그렇게 연인이 된다.

은섭의 서점을 활성화시키고자 하는 해원과 독서모임 회원들은 같이 행사를 준비한다. 서점에서 책을 2권 이상 구매하는 고객에게 얼마 전 수도 파열로 호러 하우스가 된 호두 하우스 숙박권과 큰 아버지의 스케이트장 이용권을 무료로 준다는 홍보 덕분에 서점은 북적북적하게 된다. 그 일은 결국 혜천시 공무원인 장우가 혜천을 홍보하는 일의 일환이 된다.

과거 두 권의 책을 냈던 심명여 작가와 호두 하우스를 통해 지역의 작가들을 양성하자는 야심찬 프로젝트였다. 명여의 반응이 적극적이지 않자, 은섭은 자신과 명여의 작품 배틀이라는 강수를 둔다. 은섭과 명여의 작품이 공개되는 날. 작품을 들고 오지 않은 명여는 그날 밤 은섭에게 장문의 메일을 보낸다. 메일은 사실 은섭이 아닌 조카 해원에게 전하는 내용이다. 이 메일로 인해 과거의 이야기가 다시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앞에서 말한 제목은 보영을 다시 만나게 되는 해원이 보영에게 한 말이었다. 워낙 추위가 혹독한 혜천이긴 하지만, 시간을 내달라는 보영에게 날씨가 좋아지면 만나자는 말을 건네는 해원. 그리고 그 말을 후에 전해 들은 명여는 해원에게 그 말은 만나지 말자는 뜻과 같다며 화를 낸다. 아마 이 일이 명여로 하여금 수십 년 동안 숨기고 있던 아픈 이야기를 다시금 고백하게 되는 계가가 된 것이다.

오랜만에 마주하는(그것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몽글몽글한 사랑 이야기도 좋았지만, 끔찍했던 아픔을 비교적 담담하게 연인에게 털어놓는 해원과 은섭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김춘수 시인의 꽃이 떠올랐다. 해원의 기억 속에 없던 은섭. 은섭의 모든 기억 속에 남아있던 해원. 비로소 은섭을 다시 만나고, 그가 자신의 삶의 의미 있는 사람이 되고 나서야 해원은 자신의 기억 속 이곳저곳에 자리 잡고 있었던 은섭의 존재를 깨닫게 된다.

제목부터 날씨가 등장했는데, 혜천의 날씨가 작품 이야기의 꽤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것 같다. (그리고 혜천 날씨의 반 밖에 안되지만... 크리스마스의 한파라니... ㅠ 덕분에 올 성탄절은 집콕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