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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도우 지음 / 수박설탕 / 2023년 11월
평점 :

세 번째 만나는 이도우 작가의 책이다. 이도우 라는 이름을 보면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이도우 작가를 무척 좋아하는 이웃이다. 덕분에 이도우 작가를 알게 되었고, 이웃과 교환한 책 중 두 권을 이렇게 읽게 되었다. (마지막 책은 잠옷을 입으렴이다.) 이도우 라는 이름만 듣고 그가 남자라고 지레짐작했는데, 몇 년 전 여 작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반전만큼이나 큰 충격이었다. 나혼자만ㅎㅎ)
책의 제목이 궁금했는데, 의외에 상황에서 터져 나온 말이어서 이 또한 오래 기억에 남을 듯싶다.
미술학원 강사로 일하던 목해원은 번아웃에 빠져 학원을 그만두고 이모가 정착해서 살고 있는 혜천으로 내려온다. 작가였던 이모 심명여는 혜천에서 호두 하우스라는 펜션을 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내려오는 마을에 생긴 작은 서점이 신기했던 해원. 그곳의 주인은 혜원의 동창이자 해원을 짝사랑하고 있었던 임은섭이었다.
늘 며칠 정도 머물다가 서울로 돌아갔기에, 이번에도 그런 줄 알았지만 해원은 마음이 편해질 때까지 이곳에 있다가고 싶다는 말을 전한다. 그렇게 해원의 혜천 생활이 시작된다. 마을을 둘러보다 서점을 들르는 해원은 그렇게 은섭과 조우한다. 반갑고 어색하게 인사하는 은섭과 달리 해원은 사실 은섭에 대한 기억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은섭의 달라진 점은 금방 깨닫는 해원. 은섭이 몇 년 동안 사라졌다 나타났던 것까지 기억할 정도다.
이모작(?)을 하는 큰아버지 덕분에 서점을 매일 열 수 없는 은섭은 큰아버지의 논에 생긴 스케이트장의 알바를 구한다. 서점 알바를 구하는 것으로 착각한 해원은 자신이 그 알바를 하겠다고 말한다. 이미 해원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던 은섭은 예상치 못한 자리지만 흔쾌히 승낙한다. 그렇게 해원은 서점의 매니저가 된다.
이모가 이상하다. 호두 하우스는 펜션의 기능을 잃고 방치되다시피 한 상황이다. 여러 가지 핑계로 손님을 받지 않는 명여를 대신해 해원은 이곳저곳을 손보려 하지만, 명여의 반대에 부딪치게 된다. 그리고 시내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사러 나갔다 우연히 마주한 동창 장우를 통해 동창회 소식을 듣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는 반갑지 않은 인물들도 참석한다는 사실이 유쾌하지만은 않다. 절친이었지만, 믿고 말했던 해원의 가정사를 다른 친구들에게 이야기한 보영을 마주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
책방 일을 같이 하면서 친해진 은섭과 같이 동창회에 참석하게 된 해원. 그리고 장우의 짓궂은 농담을 통해 밝혀진 은섭의 짝사랑녀가 해원이라는 사실에 해원 역시 당황하게 된다. 그렇게 조금씩 은섭의 마음을 알게 된 해원은 그런 은섭의 마음이 싫지만은 않다.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은섭과 해원. 둘은 그렇게 연인이 된다.
은섭의 서점을 활성화시키고자 하는 해원과 독서모임 회원들은 같이 행사를 준비한다. 서점에서 책을 2권 이상 구매하는 고객에게 얼마 전 수도 파열로 호러 하우스가 된 호두 하우스 숙박권과 큰 아버지의 스케이트장 이용권을 무료로 준다는 홍보 덕분에 서점은 북적북적하게 된다. 그 일은 결국 혜천시 공무원인 장우가 혜천을 홍보하는 일의 일환이 된다.
과거 두 권의 책을 냈던 심명여 작가와 호두 하우스를 통해 지역의 작가들을 양성하자는 야심찬 프로젝트였다. 명여의 반응이 적극적이지 않자, 은섭은 자신과 명여의 작품 배틀이라는 강수를 둔다. 은섭과 명여의 작품이 공개되는 날. 작품을 들고 오지 않은 명여는 그날 밤 은섭에게 장문의 메일을 보낸다. 메일은 사실 은섭이 아닌 조카 해원에게 전하는 내용이다. 이 메일로 인해 과거의 이야기가 다시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앞에서 말한 제목은 보영을 다시 만나게 되는 해원이 보영에게 한 말이었다. 워낙 추위가 혹독한 혜천이긴 하지만, 시간을 내달라는 보영에게 날씨가 좋아지면 만나자는 말을 건네는 해원. 그리고 그 말을 후에 전해 들은 명여는 해원에게 그 말은 만나지 말자는 뜻과 같다며 화를 낸다. 아마 이 일이 명여로 하여금 수십 년 동안 숨기고 있던 아픈 이야기를 다시금 고백하게 되는 계가가 된 것이다.
오랜만에 마주하는(그것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몽글몽글한 사랑 이야기도 좋았지만, 끔찍했던 아픔을 비교적 담담하게 연인에게 털어놓는 해원과 은섭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김춘수 시인의 꽃이 떠올랐다. 해원의 기억 속에 없던 은섭. 은섭의 모든 기억 속에 남아있던 해원. 비로소 은섭을 다시 만나고, 그가 자신의 삶의 의미 있는 사람이 되고 나서야 해원은 자신의 기억 속 이곳저곳에 자리 잡고 있었던 은섭의 존재를 깨닫게 된다.
제목부터 날씨가 등장했는데, 혜천의 날씨가 작품 이야기의 꽤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것 같다. (그리고 혜천 날씨의 반 밖에 안되지만... 크리스마스의 한파라니... ㅠ 덕분에 올 성탄절은 집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