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이 돋는다 - 사랑스러운 겁쟁이들을 위한 호러 예찬
배예람 지음 / 참새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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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소설 작가는 당연히 공포를 무서워하지 않겠지!라는 편견을 깨준 인물이 있다. 바로 이 책의 작가인 배예람이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같다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우리의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 공포소설, 공포영화, 귀신의 집 등 다양한 종류의 공포와 호러를 좋아하지만, 겁이 많아서 늘 숨죽이면서 본다는 이 책의 저자는 공포 애호가다. 그렇게 무서워하면서도 왜 공포물을 찾아보는 것일까? 이해가 안 될 수 있지만, 책을 읽으며 그녀의 마음이 조금은 공감이 갔다. 나도 저자와 비슷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공포를 싫어한다. 그래서 과거 전설의 고향이 나오면 귀신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동생에게 끝났는지를 묻기도 하고, 요즘도 메디컬 드라마 속 피 튀기는 수술 장면이 나오면 자리를 피하거나, 고개를 돌리기도 한다. 좋아는 하지만, 무서운 장면이 등장하면 빨리 감기로 넘긴다는 저자의 마음이 십분 이해되었다. 나 역시 그러기 때문이다. 공포를 즐기는 사람은 아니지만, 메디컬 드라마는 좋아한다. 전문적인 지식들과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고 결국은 환자를 살려내는 그 울컥하는 장면들에 가슴이 뛰기 때문이다. 저자 역시 공포물을 볼 때 나와 같은 마음이 들기 때문에 무서우면서도 공포물을 찾아보는 게 아닌가 싶다.

공포소설 작가의 공포물에 대한 에세이지만, 공포물을 통한 인문학적 소견까지도 등장한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부분은 바로 "아랑 설화"에 대한 부분이었다. 한 번도 이런 의미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저자의 글을 읽고 보니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아랑 설화의 내용은 우리가 잘 아는 장화홍련전과 일부분 비슷하다. 밀양의 태수로 부임한 아버지를 따라갔던 외동딸 아랑은 통인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죽게 된다. 하지만 사실과 달리 아버지에게는 딸이 남자와 눈이 맞아 야반도주를 했다고 전해진다. 결국 아버지는 태수직은 사임하고 병을 얻게 된다. 한편, 밀양에 태수로 오는 사람마다 하룻 밤을 넘기지 못하고 목숨을 잃는다. 간이 큰 신임 태수가 부임하고, 원혼이 된 아랑이 밤마다 나타나 태수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다가 놀라서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태수는 아랑의 이야기를 듣고 아랑을 성폭행 한 통인과 유모를 벌하게 되고, 아랑의 시신을 찾아 칼을 빼주려 하지만 이상하게 칼이 뽑히지 않는다. 태수는 아랑에게 아버지에게 실제 사실을 전해서 억울함을 풀어주겠다는 말을 하자 거짓말처럼 칼이 뽑히게 된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저자는 중요한 이야기를 한다. 덕분에 귀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귀신은 당대 사회가 억압하던 존재이며,

사회에서 배척당하고 소외된 약자를

의미한다는 사실은 나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생각해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귀신의 이미지는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소복을 입은 처녀귀신이었다. 아랑 설화의 아랑 역시 그랬다. 정조 개념을 중시하는 조선시대에서 성폭행당한 여성은 배척당하고 손가락질 당하는 존재다 보니 결국 희생이 될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이 아랑 설화는 현대에 와서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되어 소개되는데, 저자는 영화 아랑과 드라마 아랑사또전을 통해 아랑이라는 주인공의 새로운 시각을 통해 어떻게 변화되는지를 이야기한다. 단지 공포물을 즐기는 차원을 넘어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 눈을 가진다면 공포 애호가에서 공포 전문가로 바뀌는 것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신선했던 것 같다. 그 밖에도 하우스 공포물이나 공포 게임 등 다양한 장르 속 공포물에 대한 이야기를 토대로 또 다른 공포의 맛을 발견했던 시간이었다.


귀신은 당대 사회가 억압하던 존재이며,

사회에서 배척당하고 소외된 약자를

의미한다는 사실은 나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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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꿀벌의 예언 1~2 세트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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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뱅 드 비엔과 그가 쓴 예언서, 그리고 미래에 발생할 꿀벌의 실종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지 밝혀야

제3차 세계 대전을 중단시킬 수 있어.

이 일의 열쇠는 당연히 과거에 있어.

살뱅의 삶에서 예언서와 관련된 시기로 가보고 싶다고 소원을 빌어야겠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을 마주했다. 한동안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가 등장했는데, 개미 이후로 오랜만에 곤충으로의 회기(?)다. 등장인물의 이름이 낯이 익다 싶었는데, 역시나! 기억의 주인공이었던 르네였다. 그 사이 우리의 주인공도 인생의 진전이 있었다. 우연히 참여하게 된 최면 공연에서 공연전문최면사 오팔 에체고옌과 연인 사이가 된 것이다. 역사교사까지 그만두고 르네 톨레다노는 오팔 에체교옌과 판도라라 불리는 배를 구입해 본격적으로 최면 공연을 해나간다. 그리고 그날, 오팔이 감기에 걸려 공연을 이끌어 나갈 수 없게 됨으로 르네가 대신 공연을 이어나간다. 공연을 마무리하려던 찰나, 한 여성이 미래로의 최면을 요구한다. 르네는 썩 내키지 않았지만, 그녀의 요구대로 최면을 진행한다. 하지만 미래의 상황은 끔찍했다. 40도가 넘는 날씨에다 넘쳐나는 인구 때문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최면으로 본 미래에 크게 놀란 베스파 로슈푸코는 그 길로 공연장을 뛰어나가다 사고를 당한다. 이 일로 르네와 오팔은 막대한 벌금과 함께 배까지 빼앗기고 공연은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다. 르네는 과거 역사교사였던지라 자신의 모교의 교수 알렉상드르 랑주뱅을 찾아간다. 그 사이 알렉상드르는 소르본대학 학장이 되어 있었다. 그로부터 시간강사 자리를 얻게 된 르네는 베스파가 본 미래 때문에 자신의 미래로 갔다가 그 최면이 미래를 바꾸었고, 제3차 대전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거기다 꿀벌이 사라졌다는 것...

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순간 인간에게 남은 시간은 4년뿐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사라진 꿀벌에 대한 예언서가 있다는 말에 르네는 책을 찾기 시작하지만, 그에 대한 비평의 글 하나 외에는 찾을 수 없었다. 단지, 꿀벌의 예언의 저자가 1099년 기사였던 살뱅 드 비엔이라는 것 외에는 말이다. 겨우 찾아낸 책은 유명 작가가 돈벌이를 위해 쓴 책으로 실제 책과는 달랐고, 그 저자 역시 이미 세상을 떠났던 터라 답답하기만 하다. 결국 르네는 과거로 퇴행 최면을 시도한다. 그리고 과거에서 살뱅 드 비엔을 마주한다. 바로 르네의 전생이었던 것이다.

한편, 중세 시대를 전공한 알렉상드르 학장은 자신의 연구를 더 발전시키기 위한 방법을 고민 중이다. 르네가 자신의 전생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자 관심이 생긴 알렉상드르는 결국 르네에게 부탁해 퇴행 최면을 하게 되고, 그 역시 르네의 전생인 살뱅 드 비엔과 함께 기사단에 속해있던 가스파르 위멜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예언서의 행방은 묘연했다. 그 와중에 르네는 오팔로부터 이별을 통보받게 된다. 조금 더 진전된 과거를 경험하기 위해 알렉상드르의 집에 있던 중, 학장의 딸인 멜리사 랑주뱅이 애인 브뤼노 무스티에에게 데이트 폭행을 당하고 집에 돌아온 사실을 듣게 된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알렉상드르가 자신의 전생의 기억이 있던 장소인 이스라엘로의 급 여행을 제안하고 르네와 멜리사는 이스라엘행 비행기에 올라타게 된다. 사건이 벌어진 장소에서, 전생과의 만남을 통해 꿀벌의 예언이 현생의 르네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이번에도 베르나르 베르베르만의 색채가 소설 속에 도드라지게 드러난다. 실제 역사와 가상의 역사가 함께 담겨있는데(가령 기사단이 해체된 이유는 프랑스의 필리프 4세가 자신의 빚을 청산하기 위해서였는데, 이 사건을 토대로 꿀벌의 예언이 사라진 이유가 연관된다.) 알고 읽으며 더 흥미롭다. 또 하나의 볼거리라면, 멜리사 부녀가 어원에 상당히 집착하는 것으로 그려지는데 그들의 집착이 근거가 있다는 사실이다. 르네는 르네상스사 전공인데, 그의 이름을 토대로 그가 전공을 정할 수밖에 없는 숙명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꿀벌, 등검은말벌 등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그리고 현생에 연관되어 있는 사람들이 전생에도 비슷한 관계로 묶인다는 사실. 현생의 인물들의 전생 연결고리를 확인되는 장면들은 흥미를 돋운다. 괜스레 그 내용을 읽으며(전생에 부부였거나, 악연은 현생에도 이어진다 등) "다시 태어나도 현재의 배우자와 결혼을 하겠습니까?"라는 질문에 작가는 무조건 Yes를 외치겠구나 싶었다.

무엇보다 하찮아 보이는 꿀벌과 같은(얼마 전 읽은 이어령 교수의 책에서 지렁이에 대한 중요성을 이야기했던 게 떠올랐다.) 생물들이 얼마나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지에 대해 또 한 번 깨닫게 되었다. 그와 함께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닌 현재 우리 역시 정말 꿀벌이 사라지고 있는 문제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역시 경종을 울리기 위해 이 작품을 쓴 것이 아닐까? 아인슈타인의 이야기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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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행 육아 - 어느 강남 엄마의 사교육과 헤어질 결심
김민정 지음 / 월요일의꿈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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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과연 교육의 중심에 아이를 놓고 있는 걸까.

아이들의 생각을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바라보고 들어 본 적이 있긴 한가.

아이 내면의 자발적 동기를 존중하고 스스로 자기 삶을 개척할 자립적인 인격체로 보고 있는가.

우리 부모님은 다행스럽게도 내가 원할 때만 학원에 보내주셨다. 그래서 학원에 대한 반감은 없지만, 어차피 학교에 들어가면 자의든 타이든 사교육을 하기 마련이기에 최대한 학원을 늦게 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내년에 학교에 입학하는 큰 아이는 지금까지 학원을 다녀본 적이 없다. 학부모 상담 시간에 담임선생님이 학교 들어가기 전에 예체능을 해야 되는데, 알파는 학원을 안 다니는 것에 대한 걱정을 하셨다. 사실 내가 학원을 보내고 싶었던 이유는 유독 친구들과 친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는 아이인지라 몸으로 부대끼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면 어린이집에서 생활할 때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 때문이었는데, 어차피 지금 다니는 어린이집의 친구들과는 학교가 다르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도움도 긴 시간을 요하는 것이 아니긴 했다. 주변을 둘러보면 하나같이 6살 때부터 각종 예체능(수영, 태권도, 발레, 피아노, 미술 등) 학원을 한두 개는 소화하고 거기에 학습지까지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조금씩 고민이 되기도 했다. 혹시나 이래저래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뒤처지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다행이라면 우리 부부는 둘 다 책을 워낙 좋아했던 터라, 알파가 6개월 될 무렵부터 유모차를 밀고 도서관을 자주 드나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알파는 책을 좋아했고, 한글 공부를 위한 태블릿 등의 학습지를 하지 않았음에도 숫자와 한글을 스스로 깨쳤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글 밥이 많지 않은 책은 스스로 읽게 되었다. 하지만 영어는 복병이었다. 한글에 비해 알아듣지 못하는 낯선 언어에 대한 거부감이 심하다.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영어와 친해지게 해주고 싶었는데 화를 내고 짜증을 내다보니 고민이 많았는데, 역행 육아 속에서 내가 고민하는 영어 공부에 대한 답을 발견하게 되었다.

저자는 아나운서 출신으로 18개월 차이 나는 연년생 남매를 둔 엄마다. 강남에 살다 보니 자연스레 교육에 대한 부분에 관심 아닌 관심을 더 갖게 되었는데, 모두가 하는 방식이 아닌 아이들이 원하는 자신만의 교육철학을 통해 아이들을 양육했다고 한다. 낮잠을 잘 안 자는 큰아이는 오전에만 어린이집을 갔는데, 어린이집 보다 집에서 노는 것을 더 좋아했기에 과감히 어린이집을 퇴소하고 가정양육을 하기 시작한다. 나도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지만, 사실 가정양육은 정말 힘들다. 내 아이임에도 아이들을 돌보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다. 워킹맘이다 보니 주말이나 공휴일에 아이들과 하루 종일 함께 있다 보면 정말 육아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마구 든다. 그런 상황을 매일같이 반복한다는 건 정말 웬만한 의지가 아니라면 쉽지 않을 것이다. 저자 역시 쉽지 않은 시간 속에서 아이들에게 감정의 필터 없이 직선적으로 표현하는 자신의 모습에 죄책감이 많이 들었고, 그를 위해 찾은 것이 육아서 공부였다고 한다. 육아서와 교육 서적을 통해 조금씩 자신만의 방향을 잡은 저자는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함께 하며 강요하지 않았다고 한다.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만 해도 다양한 놀이 기구를 타고 놀이터 주변의 생물들을 관찰하기도 하고 관심이 생긴 생물들에 대한 책을 함께 읽어보기도 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장난감을 사기보다는 직접 만들며 재미를 느끼기도 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궁금했던 것은 바로 영어교육인데, 우리 알파가 보인 반응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한다. 우선 매체로부터 단절을 시키다 보면, 어느 순간 영어만화라도 틀어달라는 요구를 하게 된단다. 그때부터 시작이다. 아이가 관심이 있고 좋아하는 캐릭터가 나오는 만화나 책을 반복해서 읽으며 영어에 대한 흥미를 돋우고, 활동과 연관이 있는 영어 노래를 배경음악처럼 틀어줘서 아이가 노래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저자는 사교육보다는 엄마표 육아를 강조한다. 물론 아이의 관심사에 맞는 엄마표 육아 말이다. 그와 함께 책 육아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등장한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성장하는 방법은 아이의 속도에 조바심을 내지 않는 것이다. 아이만의 속도에 맞춰 가다 보면 어느 순간 함께 하는 육아를 할 수 있다고 말이다.

아이의 모든 순간을 기적처럼 바라보고 기다려 주는 것.

그 누구도 아닌 부모인 우리만이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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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 아파트 77호
김건구 지음, 허자영 그림 / 소담주니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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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 아파트 77호에는 과연 누가 살고 있을까? 과연 땅속 아파트도 우리가 사는 아파트처럼 호수가 있는 걸까? 예쁜 그림체와 다양한 생물들을 만날 수 있으면서 교훈까지 얻을 수 있는 책을 만났다.

곤충을 무서워하는 첫째는 어린이집에서 개미와 매미 등을 관찰한 후 부쩍 곤충에 관심이 많아졌다. 그러면서도 아직 파리와 같이 날아다니는 곤충들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아이와 비슷한 또래가 등장하는 동화책이어서 그런지 함께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행복아파트 101동 101호에 사는 동글이는 어느 날, 누군가의 방문을 받았다. 땅을 파고 나온 여왕개미였다. 땅속 아파트 58호에 살고 있는 여왕개미는 동글이에게 땅속 마을의 침입자인 괴물을 쫓아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지를 물었다. 그렇게 여왕개미와 함께 땅속 아파트에 들어간 동글이는 다양한 생물들을 마주하게 된다. 다리가 많아서 발 마사지를 받는데도 힘이 든다는 지네를 비롯해서 화장실이라고 하지만 배설물을 쌓아두고 요긴하게 사용하는 지렁이, 겨울잠을 자기 위해 단기간 집을 얻은 곰과 7년 동안 머물며 옷을 갈아입고 드디어 1년 후엔 땅 밖으로 이사를 간다는 매미까지... 다양한 곤충과 동물들이 자신의 집에서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었다. 마치 미로 찾기처럼 구성된 방을 하나 둘 거치다 보면 자연스레 생물들과 함께 같은 행동을 하고 시간을 보내며 친구가 되는 동글이를 만날 수 있다.

 

 

여왕개미의 집을 지나 드디어 도착한 곳에는 크기부터도 놀라울 정도로 검은 뭔가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병정개미를 비롯하여 힘이 센 곰이나 두더지가 와도, 땅속 아파트에 거주하는 모든 생물들이 와도 꿈쩍도 안 하는 이 괴물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거기다 냄새까지 지독하기에 땅속 아파트 주민들은 너무 고통스럽다. 깜깜해서 무엇인 지 알아볼 수 없던 동글이는 불을 비춰달라고 요청한다. 과연 몸체를 드러낸 괴물을 무엇이었을까? 

 

 

 

이 괴물을 처치하기 위해 다시 땅 위로 올라온 동글이는 자신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한다. 그렇게 동글이와 가족들 그리고 이웃들은 땅속 아파트 주민들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괴물을 처치한다. 그리고 얼마 후, 다시 동글이를 방문한 여왕개미. 동글이에게 땅속 친구들이 힘을 모아 만든 선물을 전달한다.

책을 읽는 내내 곤충과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의 습성에 대해 재미있게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편, 인간의 생각 없는 행동과 탐욕이 타인을 비롯한 다른 동물들에게 어떻게 피해를 주는지, 그리고 그 피해는 다시 인간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마주할 수 있었다. 요즘 생태계와 지구에 관한 책을 많이 접할 수 있는데, 아이뿐 아니라 함께 읽는 성인들 또한 관심을 갖고 지구를 지키기 위한 활동에 애를 써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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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스완
우치다 에이지 지음, 현승희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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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지금까지 희망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생각하려 하지도 않았다. 바람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되고 싶은 한 여자와 발레가 꿈인 한 소녀의 꿈이 책을 통해 펼쳐진다. 영롱한 색채가 가득한 표지 속에 흰색 깃털 하나가 날아다닌다. 이 깃털은 두 주인공 다케다 나기사와 사쿠라다 이치카 사이의 매개체가 된다.

성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다케다 겐지는 자신의 이름을 다케다 나기사로 바꾸고 가족을 떠나 도쿄 신주쿠의 트렌스젠더 바 뉴하프클럽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 수술은 수술비도 비싸기에, 태국에서 주로 수술을 한다고 한다. 수술비와 여비만 해도 대략 500만엔이 들기에, 악착같이 돈을 모으는 나기사. 비슷한 때 클럽에 들어온 아키나와 마음을 나누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한편, 본가의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온다. 사촌인 사오리의 딸인 이치카를 잠깐 맡아달라는 전화였다. 이치카는 10대의 사오리가 사고를 쳐서 낳게 된 아이인데, 꽤 오래 딸을 방치하고 가정폭력을 휘둘렀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었다. 지금 상황에서 이치카를 맡아 키울 사람이 없다 보니 나기사에게까지 연락이 온 것이다. 생활비를 지원받기로 하고 나기사에게 온 이치카.(나기사의 엄마는 나기사가 성전환수술을 준비 중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책을 읽으며 이해가 안 갔던 게, 아무리 친척이라지만 10대 소녀를 30대의 혼자 사는 삼촌에게 맡긴다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둘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갑자기 떠안게 된 조카 이치카에게 괜스레 화풀이를 하는 나기사. 나기사의 그런 날선 반응에도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이치카. 우연히 나기사의 방에서 깃털이 달린 공연모를 발견하게 된 이치카는 다시금 옛 꿈이 몽글몽글 솟아난다. 과거 히로시마에 살 때 공원에서 발레를 가르쳐 주던 길렘 선생님에게 발레의 기본을 배웠던 이치카는 우연히 발레학원을 마주하게 된다. 하루를 체험을 할 수 있다는 말에 들른 학원에서 학원장 미카를 만나게 되고, 부유한 집 딸 린과 친구가 되어 발레리나의 꿈을 키우게 된다. 발레를 할 때 가장 행복한 소녀 이치카. 타고난 소질과 신체 덕분에 월등히 앞서가는 이치카의 이야기를 듣게 된 나기사는 이치카를 지켜주고 싶어진다. 그와 함께 평생 될 수 없는 엄마의 꿈을 꾸며 이치카의 엄마가 되어주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커진다. 그러던 중, 이치카의 발레 콩쿨을 앞두고 갑자기 엄마 사오리가 찾아와 이치카를 데리고 가려 하는데...

 

 

 

 

재능은 있지만 가정 형편 상 발레리나의 꿈을 꿀 수 없는 소녀와 남성의 몸을 가졌기에 엄마가 될 수 없는 한 여자의 이야기 속에 발레라는 매개체가 둘을 자연스레 연결해 준다. 피가 섞였지만, 피보다 진한 그들만의 공감이 짧은 시간이지만 그들을 하나로 만들어준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올 6월에 영화가 개봉했다고 한다. 우리에게 초난강으로 알려져 있는 익숙한 배우 쿠사나기 츠요시가 나기사 역할을 맡았다고 하니, 소설 속 나기사를 어떻게 연기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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