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꿀벌의 예언 1~2 세트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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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뱅 드 비엔과 그가 쓴 예언서, 그리고 미래에 발생할 꿀벌의 실종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지 밝혀야

제3차 세계 대전을 중단시킬 수 있어.

이 일의 열쇠는 당연히 과거에 있어.

살뱅의 삶에서 예언서와 관련된 시기로 가보고 싶다고 소원을 빌어야겠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을 마주했다. 한동안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시리즈가 등장했는데, 개미 이후로 오랜만에 곤충으로의 회기(?)다. 등장인물의 이름이 낯이 익다 싶었는데, 역시나! 기억의 주인공이었던 르네였다. 그 사이 우리의 주인공도 인생의 진전이 있었다. 우연히 참여하게 된 최면 공연에서 공연전문최면사 오팔 에체고옌과 연인 사이가 된 것이다. 역사교사까지 그만두고 르네 톨레다노는 오팔 에체교옌과 판도라라 불리는 배를 구입해 본격적으로 최면 공연을 해나간다. 그리고 그날, 오팔이 감기에 걸려 공연을 이끌어 나갈 수 없게 됨으로 르네가 대신 공연을 이어나간다. 공연을 마무리하려던 찰나, 한 여성이 미래로의 최면을 요구한다. 르네는 썩 내키지 않았지만, 그녀의 요구대로 최면을 진행한다. 하지만 미래의 상황은 끔찍했다. 40도가 넘는 날씨에다 넘쳐나는 인구 때문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최면으로 본 미래에 크게 놀란 베스파 로슈푸코는 그 길로 공연장을 뛰어나가다 사고를 당한다. 이 일로 르네와 오팔은 막대한 벌금과 함께 배까지 빼앗기고 공연은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다. 르네는 과거 역사교사였던지라 자신의 모교의 교수 알렉상드르 랑주뱅을 찾아간다. 그 사이 알렉상드르는 소르본대학 학장이 되어 있었다. 그로부터 시간강사 자리를 얻게 된 르네는 베스파가 본 미래 때문에 자신의 미래로 갔다가 그 최면이 미래를 바꾸었고, 제3차 대전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거기다 꿀벌이 사라졌다는 것...

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순간 인간에게 남은 시간은 4년뿐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사라진 꿀벌에 대한 예언서가 있다는 말에 르네는 책을 찾기 시작하지만, 그에 대한 비평의 글 하나 외에는 찾을 수 없었다. 단지, 꿀벌의 예언의 저자가 1099년 기사였던 살뱅 드 비엔이라는 것 외에는 말이다. 겨우 찾아낸 책은 유명 작가가 돈벌이를 위해 쓴 책으로 실제 책과는 달랐고, 그 저자 역시 이미 세상을 떠났던 터라 답답하기만 하다. 결국 르네는 과거로 퇴행 최면을 시도한다. 그리고 과거에서 살뱅 드 비엔을 마주한다. 바로 르네의 전생이었던 것이다.

한편, 중세 시대를 전공한 알렉상드르 학장은 자신의 연구를 더 발전시키기 위한 방법을 고민 중이다. 르네가 자신의 전생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자 관심이 생긴 알렉상드르는 결국 르네에게 부탁해 퇴행 최면을 하게 되고, 그 역시 르네의 전생인 살뱅 드 비엔과 함께 기사단에 속해있던 가스파르 위멜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예언서의 행방은 묘연했다. 그 와중에 르네는 오팔로부터 이별을 통보받게 된다. 조금 더 진전된 과거를 경험하기 위해 알렉상드르의 집에 있던 중, 학장의 딸인 멜리사 랑주뱅이 애인 브뤼노 무스티에에게 데이트 폭행을 당하고 집에 돌아온 사실을 듣게 된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알렉상드르가 자신의 전생의 기억이 있던 장소인 이스라엘로의 급 여행을 제안하고 르네와 멜리사는 이스라엘행 비행기에 올라타게 된다. 사건이 벌어진 장소에서, 전생과의 만남을 통해 꿀벌의 예언이 현생의 르네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이번에도 베르나르 베르베르만의 색채가 소설 속에 도드라지게 드러난다. 실제 역사와 가상의 역사가 함께 담겨있는데(가령 기사단이 해체된 이유는 프랑스의 필리프 4세가 자신의 빚을 청산하기 위해서였는데, 이 사건을 토대로 꿀벌의 예언이 사라진 이유가 연관된다.) 알고 읽으며 더 흥미롭다. 또 하나의 볼거리라면, 멜리사 부녀가 어원에 상당히 집착하는 것으로 그려지는데 그들의 집착이 근거가 있다는 사실이다. 르네는 르네상스사 전공인데, 그의 이름을 토대로 그가 전공을 정할 수밖에 없는 숙명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꿀벌, 등검은말벌 등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그리고 현생에 연관되어 있는 사람들이 전생에도 비슷한 관계로 묶인다는 사실. 현생의 인물들의 전생 연결고리를 확인되는 장면들은 흥미를 돋운다. 괜스레 그 내용을 읽으며(전생에 부부였거나, 악연은 현생에도 이어진다 등) "다시 태어나도 현재의 배우자와 결혼을 하겠습니까?"라는 질문에 작가는 무조건 Yes를 외치겠구나 싶었다.

무엇보다 하찮아 보이는 꿀벌과 같은(얼마 전 읽은 이어령 교수의 책에서 지렁이에 대한 중요성을 이야기했던 게 떠올랐다.) 생물들이 얼마나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지에 대해 또 한 번 깨닫게 되었다. 그와 함께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닌 현재 우리 역시 정말 꿀벌이 사라지고 있는 문제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역시 경종을 울리기 위해 이 작품을 쓴 것이 아닐까? 아인슈타인의 이야기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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