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름이 돋는다 - 사랑스러운 겁쟁이들을 위한 호러 예찬
배예람 지음 / 참새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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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소설 작가는 당연히 공포를 무서워하지 않겠지!라는 편견을 깨준 인물이 있다. 바로 이 책의 작가인 배예람이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같다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우리의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 공포소설, 공포영화, 귀신의 집 등 다양한 종류의 공포와 호러를 좋아하지만, 겁이 많아서 늘 숨죽이면서 본다는 이 책의 저자는 공포 애호가다. 그렇게 무서워하면서도 왜 공포물을 찾아보는 것일까? 이해가 안 될 수 있지만, 책을 읽으며 그녀의 마음이 조금은 공감이 갔다. 나도 저자와 비슷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공포를 싫어한다. 그래서 과거 전설의 고향이 나오면 귀신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동생에게 끝났는지를 묻기도 하고, 요즘도 메디컬 드라마 속 피 튀기는 수술 장면이 나오면 자리를 피하거나, 고개를 돌리기도 한다. 좋아는 하지만, 무서운 장면이 등장하면 빨리 감기로 넘긴다는 저자의 마음이 십분 이해되었다. 나 역시 그러기 때문이다. 공포를 즐기는 사람은 아니지만, 메디컬 드라마는 좋아한다. 전문적인 지식들과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고 결국은 환자를 살려내는 그 울컥하는 장면들에 가슴이 뛰기 때문이다. 저자 역시 공포물을 볼 때 나와 같은 마음이 들기 때문에 무서우면서도 공포물을 찾아보는 게 아닌가 싶다.

공포소설 작가의 공포물에 대한 에세이지만, 공포물을 통한 인문학적 소견까지도 등장한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부분은 바로 "아랑 설화"에 대한 부분이었다. 한 번도 이런 의미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저자의 글을 읽고 보니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아랑 설화의 내용은 우리가 잘 아는 장화홍련전과 일부분 비슷하다. 밀양의 태수로 부임한 아버지를 따라갔던 외동딸 아랑은 통인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죽게 된다. 하지만 사실과 달리 아버지에게는 딸이 남자와 눈이 맞아 야반도주를 했다고 전해진다. 결국 아버지는 태수직은 사임하고 병을 얻게 된다. 한편, 밀양에 태수로 오는 사람마다 하룻 밤을 넘기지 못하고 목숨을 잃는다. 간이 큰 신임 태수가 부임하고, 원혼이 된 아랑이 밤마다 나타나 태수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다가 놀라서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태수는 아랑의 이야기를 듣고 아랑을 성폭행 한 통인과 유모를 벌하게 되고, 아랑의 시신을 찾아 칼을 빼주려 하지만 이상하게 칼이 뽑히지 않는다. 태수는 아랑에게 아버지에게 실제 사실을 전해서 억울함을 풀어주겠다는 말을 하자 거짓말처럼 칼이 뽑히게 된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저자는 중요한 이야기를 한다. 덕분에 귀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귀신은 당대 사회가 억압하던 존재이며,

사회에서 배척당하고 소외된 약자를

의미한다는 사실은 나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생각해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귀신의 이미지는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소복을 입은 처녀귀신이었다. 아랑 설화의 아랑 역시 그랬다. 정조 개념을 중시하는 조선시대에서 성폭행당한 여성은 배척당하고 손가락질 당하는 존재다 보니 결국 희생이 될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이 아랑 설화는 현대에 와서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되어 소개되는데, 저자는 영화 아랑과 드라마 아랑사또전을 통해 아랑이라는 주인공의 새로운 시각을 통해 어떻게 변화되는지를 이야기한다. 단지 공포물을 즐기는 차원을 넘어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 눈을 가진다면 공포 애호가에서 공포 전문가로 바뀌는 것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신선했던 것 같다. 그 밖에도 하우스 공포물이나 공포 게임 등 다양한 장르 속 공포물에 대한 이야기를 토대로 또 다른 공포의 맛을 발견했던 시간이었다.


귀신은 당대 사회가 억압하던 존재이며,

사회에서 배척당하고 소외된 약자를

의미한다는 사실은 나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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