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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행 육아 - 어느 강남 엄마의 사교육과 헤어질 결심
김민정 지음 / 월요일의꿈 / 2023년 6월
평점 :
우리는 과연 교육의 중심에 아이를 놓고 있는 걸까.
아이들의 생각을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바라보고 들어 본 적이 있긴 한가.
아이 내면의 자발적 동기를 존중하고 스스로 자기 삶을 개척할 자립적인 인격체로 보고 있는가.
우리 부모님은 다행스럽게도 내가 원할 때만 학원에 보내주셨다. 그래서 학원에 대한 반감은 없지만, 어차피 학교에 들어가면 자의든 타이든 사교육을 하기 마련이기에 최대한 학원을 늦게 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내년에 학교에 입학하는 큰 아이는 지금까지 학원을 다녀본 적이 없다. 학부모 상담 시간에 담임선생님이 학교 들어가기 전에 예체능을 해야 되는데, 알파는 학원을 안 다니는 것에 대한 걱정을 하셨다. 사실 내가 학원을 보내고 싶었던 이유는 유독 친구들과 친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는 아이인지라 몸으로 부대끼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면 어린이집에서 생활할 때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 때문이었는데, 어차피 지금 다니는 어린이집의 친구들과는 학교가 다르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도움도 긴 시간을 요하는 것이 아니긴 했다. 주변을 둘러보면 하나같이 6살 때부터 각종 예체능(수영, 태권도, 발레, 피아노, 미술 등) 학원을 한두 개는 소화하고 거기에 학습지까지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조금씩 고민이 되기도 했다. 혹시나 이래저래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뒤처지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다행이라면 우리 부부는 둘 다 책을 워낙 좋아했던 터라, 알파가 6개월 될 무렵부터 유모차를 밀고 도서관을 자주 드나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알파는 책을 좋아했고, 한글 공부를 위한 태블릿 등의 학습지를 하지 않았음에도 숫자와 한글을 스스로 깨쳤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글 밥이 많지 않은 책은 스스로 읽게 되었다. 하지만 영어는 복병이었다. 한글에 비해 알아듣지 못하는 낯선 언어에 대한 거부감이 심하다.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영어와 친해지게 해주고 싶었는데 화를 내고 짜증을 내다보니 고민이 많았는데, 역행 육아 속에서 내가 고민하는 영어 공부에 대한 답을 발견하게 되었다.
저자는 아나운서 출신으로 18개월 차이 나는 연년생 남매를 둔 엄마다. 강남에 살다 보니 자연스레 교육에 대한 부분에 관심 아닌 관심을 더 갖게 되었는데, 모두가 하는 방식이 아닌 아이들이 원하는 자신만의 교육철학을 통해 아이들을 양육했다고 한다. 낮잠을 잘 안 자는 큰아이는 오전에만 어린이집을 갔는데, 어린이집 보다 집에서 노는 것을 더 좋아했기에 과감히 어린이집을 퇴소하고 가정양육을 하기 시작한다. 나도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지만, 사실 가정양육은 정말 힘들다. 내 아이임에도 아이들을 돌보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다. 워킹맘이다 보니 주말이나 공휴일에 아이들과 하루 종일 함께 있다 보면 정말 육아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마구 든다. 그런 상황을 매일같이 반복한다는 건 정말 웬만한 의지가 아니라면 쉽지 않을 것이다. 저자 역시 쉽지 않은 시간 속에서 아이들에게 감정의 필터 없이 직선적으로 표현하는 자신의 모습에 죄책감이 많이 들었고, 그를 위해 찾은 것이 육아서 공부였다고 한다. 육아서와 교육 서적을 통해 조금씩 자신만의 방향을 잡은 저자는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함께 하며 강요하지 않았다고 한다.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만 해도 다양한 놀이 기구를 타고 놀이터 주변의 생물들을 관찰하기도 하고 관심이 생긴 생물들에 대한 책을 함께 읽어보기도 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장난감을 사기보다는 직접 만들며 재미를 느끼기도 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궁금했던 것은 바로 영어교육인데, 우리 알파가 보인 반응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한다. 우선 매체로부터 단절을 시키다 보면, 어느 순간 영어만화라도 틀어달라는 요구를 하게 된단다. 그때부터 시작이다. 아이가 관심이 있고 좋아하는 캐릭터가 나오는 만화나 책을 반복해서 읽으며 영어에 대한 흥미를 돋우고, 활동과 연관이 있는 영어 노래를 배경음악처럼 틀어줘서 아이가 노래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저자는 사교육보다는 엄마표 육아를 강조한다. 물론 아이의 관심사에 맞는 엄마표 육아 말이다. 그와 함께 책 육아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등장한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성장하는 방법은 아이의 속도에 조바심을 내지 않는 것이다. 아이만의 속도에 맞춰 가다 보면 어느 순간 함께 하는 육아를 할 수 있다고 말이다.
아이의 모든 순간을 기적처럼 바라보고 기다려 주는 것.
그 누구도 아닌 부모인 우리만이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