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조각들
연여름 지음 / 오리지널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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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뭔가 하기는 해야겠는데 뭘 해야 좋을지 모를 때는 그게 유일한 방법이나 다름없잖아요.

원점이 내가 아는 단 하나의 방향이라면.

낯선 작가의 낯선 작품. 별 기대 없이 읽었다가 흠뻑 빠져들었다. 두 번째 발견한 SF 작가. 연여름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기억해두어야겠다.


 SF 소설류를 좋아하지 않았다. 미래와 과학 어딘가에 있는 차갑고 어렵고 요란스러운 미래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라는 것이 SF에 대한 첫 기억이었다. 그러다 천선란 작가의 작품을 만난 후, SF의 맛을 알게 되었다. 그 후로 SF 작품(특히 천선란 작가의 작품)은 피하지 않고 읽는다. 사실 책 어디에도 SF라는 글자를 만날 수 없었다. 소설이라는 생각 하나만 가지고 읽기 시작했는데, 재미있었다. 천 개의 파랑이 생각나는 따스함도 있었다. 알고 보니 밀리의 서재에서 만든 종이책이었다니...! 


 주인공 뤽셀레가 한 집의 청소부 면접을 보는 것으로 책은 시작한다. 이래저래 깐깐하게 보는 면접자는 집사이자 매니저 그리고 집 주인 소카의 이모인 위나다. 면접 내용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담배와 같은 느낌의 기호식품 베이퍼셀을 하는지와 동물을 키우는지다. 둘 다 안 했던 뤽셀레는 결국 청소부로 취업을 한다. 사실 뤽셀레는 이 집에서 오래 일할 생각이 없다. 딱 10개월만 일해서 돈을 벌면 된다.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 청소부 자리에서 생각보다 오래 일한 사람이 드물었다. 오히려 뤽셀레보다 전문적이고, 체력도 좋았던 사람들이 번번이 몇 달 만에 잘렸단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주인인 소카의 작품을 봤기 때문이란다. 그렇기에 청소부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소카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고용된 뤽셀레는 요리사인 바사,  설비담당인 에르완(완)과 인사를 나눈다. 바사는 10개월을 버티면 멋진 케이크를 만들어주겠다는 약속을 할 정도로 뤽셀레가 오래 일할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 까칠하기만 한 소카는 이 집의 주인이자 화가다. 그는 중증 폐 질환 및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기에, 대기질이 무척 중요하다. 그래서 뤽셀레의 면접에서 두 가지를 체크한 것이었다. 문제는 예술가로 살기 위해서는 인핸서(약하거나 망가진 부위를 인공 기능으로 대체하는 수술을 받은 사람) 수술을 받지 않은 오가닉이어야 한다. 그렇기에 폐 질환을 앓고 있는 소카는 예술가로 살기 위해 수술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반면에 과거 파일럿으로 일했던 뤽셀레는 사고로 인해 흑백증을 앓게 되지만 잠깐 나타났던 현상인지라 아내 로레인에게 그 사실을 숨겼다. 아내와 같이 여행을 떠났던 곳에서 플라이모 사고를 당한 뤽셀레는 그렇게 현장에서 아내를 잃고 직장마저 퇴직하게 된다. 결국 다시 파일럿으로 일하고 싶은 뤽셀레는 인핸서 수술비를 마련하러 소카의 집에서 청소부로 일하게 된 것이다. 


 조금씩 소카와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된 둘. 소카 역시 뤽셀레에게 마음을 연다. 사촌이자 위나의 딸인 마리안은 소카와 앙숙이다. 여행은커녕 외출도 자유롭지 않은 소카에게 자신이 다녀온 곳을 일부러 얘기하면서 약을 올리기도 한다. 그런 마리안이 방학이라 긴 시간을 소카의 집에서 보내기로 하는데, 혼자가 아니라 친구를 데리고 온다. 이든이라는 남자인데, 특이한 것은 소카처럼 산소 헬멧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거기다 이든은 적극적으로 소카에게 다가온다. 긍정적이고 밝은 모습에 소카는 이든에게 빠져들게 되고, 라타네드로 부터 의뢰받은 거액의 작품을 시작한다.


 하지만 이든과 마리안이 돌아갈 날이 얼마 안 남자, 모두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잠깐 휴가를 받은 뤽셀레는 돌아오는 길에 이든과 마리안이 길에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근데 예상치 못한 장면을 보게 되는데...


 늘 자기만에 세상에 빠져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고 살았던 소카와 그런 소카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고용인들. 예기치 못한 만남을 통해 소카는 조금씩 세상 밖으로 나오는 계기가 되지만, 그 또한 소카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뤽셀레의 눈을 통해 예술가 소카의 삶과 모습이 밖으로 드러난다. 또한 그와 함께 뤽셀레의 과거의 상처도 드러나기 시작한다. 다른 듯하지만 상처를 가지고 사는 소카와 뤽셀레의 모습을 통해 진한 여운을 마주할 수 있었다.


 짜인 틀 속에서의 예술가로 사는 삶과 예술을 포기하고 평범한 일상을 살고 싶은 소카의 모습을 통해 여러 생각을 해보게 된다. 마지막까지 진한 감동을 주는 빛의 조각들. 덕분에 큰 소득이 있었다면, 연여름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다는 것과 두 번째 SF 작을 만났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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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기분파 위험물기능사 필기 - 추가모의고사 + CBT 실전모의고사 + <특별부록: 최신경향 핵심120제> 2026 기분파 시리즈
에듀웨이 R&D 연구소 지음 / 에듀웨이(주)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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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느 분야보다 해당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분야 중 하나가 위험물 기능사가 아닐까 싶다. 위험물을 제조하고 저장하는 취급소에 대한 점검 및 관리와 감독을 넘어서 재해 발생 시 응급조치와 안전 관리까지 겸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위험물 제조업 뿐 아니라 도료 제조, 고무 제조, 염료제조, 화장품 제조 등 다양한 분야 종사자들의 승진을 위해서 꼭 있어야 하는 자격증이라 볼 수 있다. 또한 소방설비나 보일러 환경 분야 등으로 전직을 하기 위해서도 해당 자격증은 큰 도움이 된다.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해당 시험에 대한 출제 기준표를 꼭 확인해 보도록 하자!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시행하는 위험물 기능사 필기시험은 전 과목 혼합으로 총 60문제가 출제되고, 시험시간은 1시간이다. 100점 만점에 60점 이상을 취득하면 합격한다.


  총 6개의 단원으로 구분하여 출제되는 위험물 기능사 필기시험 중 그동안의 출제 비율을 토대로 분석할 때, 가장 많이 출제된 곳은 2장 위험물의 종류와 성질로 총 34%가 출제되었다. 1장 화재 및 소화는 33%가 출제되었고, 그 외에 3~6단원을 혼합하여 33%가 출제되었다.  1,2장을 중심으로 꼼꼼하게 공부를 한다면, 합격권에 가까이 갈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공부를 시작해 보자.




앞에서 설명한 6장으로 나누어 각 이론의 개념과 이해를 돕는 요점정리가 되어 있는데, 각 챕터의 도입부에는 해당 이론에서 자주 출제되는 부분에 대해 언급하고 있으니 꼭 참고해서 공부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 특히 자주 출제되어 암기가 필요한 곳은 해당 단원의 기출문제를 통해 꼼꼼하게 체크하면서 공부해야 한다.

 

챕터의 말미에는 기출문제가 나오는데, 여러 회에 걸쳐 출제되는 문제는 꼭! 놓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출제가 많이 되는 2챕터에는 위험물의 이름이 많이 등장하는데, 꼼꼼하게 외워야 맞출 수 있는 문제들이 다수이기에 꼭 확실하게 암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요점정리와 기출문제를 통해 필기시험의 맛을 보았다면, CBT 실전 모의고사를 통해 실전 시험을 대비해 보자!




총 4회에 걸쳐 모의고사가 준비되어 있으니, 모의고사를 풀면서 부족한 부분은 꼭 체크하고 공부하도록 하자. 8장에는 3년간의 공개 기출문제가 수록되어 있다. 이는 기출문제를 분석하여 시험을 대비하는 기분파 수험서의 특장점이 아닌가 싶다. 다양한 기출문제를 통해 자주 출제되는 문제의 유형을 꼭 확인하고 내 것으로 만드는 연습을 해야 한다. 


 D 데이가 얼마 남지 않았다면, 오답노트와 함께 마지막 장에 나오는 최신 경향 핵심 120제를 풀어보자. 적어도 120제는 꼭 기억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분파 수험서의 경우 카페를 통해 추가 모의고사 및 해설을 제공하고 있으니 그 또한 활용하면 합격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다. 아무쪼록 2026년에는 기분파 위험물 기능사 필기 수험서를 통해 합격의 영광을 꼭 누려보자!! 수험생들의 합격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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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통의 편지로 읽는 세계사 - 가장 사적인 기록으로 훔쳐보는 역사 속 격동의 순간들
콜린 솔터 지음, 이상미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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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요즘은 문자나 카카오톡 혹은 메일을 주로 사용하다 보니, 편지에 대한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많이 줄어든 것 같다. 내 내 기억에도 편지를 썼던 기억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 시골에 사시는 조부모님께 썼던 편지와 군대 간 오빠들에게 썼던 위문편지 정도다. 손으로 무언가를 쓰는 일 조차 과거에 비해 적어지다 보니 필기구에 대한 필요성도 확실히 줄어든 것 같다.


  책 안에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던 100통의 편지가 등장한다. 말이 100통이지 이 많은 편지를 모아서 책으로 출간했다는 것 자체가 놀랍기만 하다. 기원전 346년의 편지부터 비교적 최근인 2019년의 편지까지 세계사 속에서 굵직한 사건이 되었던 편지들이 소개되기 때문에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세계사의 지식 역시 늘어날 것이다.  




개인적으로 얼마 전, 천재적인 음악가 모차르트가 남긴 편지들을 모은 책을 읽었다. 모차르트의 편지는 대부분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과 주고받은 편지들이 많았는데, 이번 책 안에도 모차르트의 편지가 등장한다. 바로 아내인 콘스탄체에게 쓴 편지였는데, 지난번에 봤던 책에는 이 편지가 없었다. 편지 안에서  아버지인 모차르트가 등장한다. 자신의 아들인 카를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아들이 다니는 학교의 교육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여행을 떠나있는 아내에게 한 달간 카를을 데리고 여행을 가는 건 어떨지를 묻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 기억에 남는 내용 중 하나는 바로 첫 우표에 관한 이야기였다. 1840년  5월 1일의 편지였는데, 영국의 중앙 우체국은 1660년에 설립되었지만, 1784년에 우편망이 구축되어 장거리 우편물이 배달되기 시작했고, 1830년에 최초의 우편 역차가 도입되었다. 그로부터 10년 후 우표가 등장했는데, 처음에는 우편요금을 수신인에게 물리다 보니 이를 악용해서 요금을 안내는 사람들이 생겼다고 한다. 결국 몇 번의 변화를 거쳐, 1페니의 요금으로 우편요금이 낮춰졌다. 위조를 방지하기 위해 검은색으로 인쇄된 라벨 '페니 블랙'이 도입되었는데, 바로 이 라벨이 세계 최초의 공공 우편용 접착식 우표가 되었다. 신기한 것은, 영국의 우표에는 국가 이름이 없다고 한다. 대신 모든 영국 우표에는 통치 중인 군주의 초상화가 새겨져있다고 하니, 현재의 우표에는 찰스 3세의 얼굴이 새겨져 있겠다 싶다.


 우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학교에서 겨울마다 구입했던 크리스마스실이 우표처럼 생기다 보니 우표 대신 크리스마스실을 붙여서 할아버지께 편지를 보냈었다. 근데 할아버지가 잘 받으셨다고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크리스마스실은 우표 대용으로 사용하면 안 되는 것이었는데, 어린 손녀가 할아버지께 보내는 편지라서 우체국에서 반송을 안 하고 배송을 해 주신 것 같다. 





마리 퀴리가 결혼 전 마리아였을 때, 자신의 조수이자 제자인 마리아에게 훗날의 남편이 되는 피에르 퀴리가 보냈던 편지, 타이타닉호에서 발견된 편지, 아돌프 히틀러가 보낸 편지, 넬슨 만델라의 편지와 음반사가 비틀스의 매니저에게 보낸 오디션 탈락 및 음반 제작 거절의 편지, 그리고 스웨덴 여학생이자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이라는 1인 시위로 유명한 환경가 그레타 툰베리가 인도의 총리 나렌드라 모디에게 쓴 편지까지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많은 영향력을 미친 편지들이 소개된다. 실제 편지의 모습뿐 아니라, 해당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상황들을 풀어서 설명해 주고 있기에 세계사의 일들을 모르더라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마치 비밀 편지를 읽어본 것 같은 기분이 가득하다. 덕분에 흥미롭게 세계사의 각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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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 좋은지 몰라서 다 가 보기로 했다 - 버드모이의 2500일, 100개국 세계여행
버드모이 지음 / 포르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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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코로나를 지내며 한참 랜선 여행이 유행이었다. 이제는 어디든 갈 수 있는 상황이 되었지만, 여전히 쉽지 않다. 유튜브를 잘 보지 않지만, 가끔 보는 여행 프로그램에 패널로 여행 유튜브들이 많이 출연을 한다. 그들의 여행기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여행이 직업이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솔직히 '집 떠나면 고생인데, 낯선 곳을 다니며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드는 한편,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돈까지 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다른 두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여행 유튜버라고 한다. 20대 중반 퇴사를 한 후, 한 달 정도 베트남으로 여행을 떠난 게 계기가 되어 조금 더 넓은 곳, 다양한 곳으로 여행을 계속 이어가게 되었다고 한다. 그의 수중에 있는 돈은 2천만 원이 전부였는데, 막상 여행을 다니다 보니 이 돈이면 1년 정도를 계속 여행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고 그날부터 세계여행을 꿈을 이루게 되었다. 




과거에 비해 여행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을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여행은 닥쳐봐야 아는 법이다. 특히 젊은 여성 혼자 배낭을 짊어지고 세계 이곳저곳을 여행한다는 사실이 여전히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여성 배낭여행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한비야 작가의 책을 읽었는데, 그래서 더 영향이 큰 것 같다.) 


 책을 읽으며 생각보다 내가 궁금했던 여러 문제들이 해결되었다. 우선 여행가도 매너리즘에 빠질까? 하는 생각이었다. 늘 새로운 곳을 다니고, 다양한 사람들과 문화를 경험하니 늘 새롭고 재미있지 않을까라는 내 생각과 달리 여행도 적응이라는 게 있나 보다. 많은 것이 다르지만, 그럼에도 몇 달 동안 똑같은 일상(이동하고, 먹고, 자고, 누군가를 만나는 일련의 행동)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치고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다고 한다. 우리도 그러지 않나?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일상을 살다 보면 지루해지고 재미도 없어지는 생활 말이다. 그럴 때 여행자들은 어떻게 할까? 


 저자는 집으로 돌아오는 결정을 하기 보다,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곳에서 한 달여를 지내며 평범한 일상 속에서 쉼을 얻는다고 한다. 그렇게 조지아를 찾아서 한 달여를 쉬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은 후 여행을 지속했다는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그 조차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양한 곳을 통해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 속에서 나 또한 여러 감정이 뒤섞였다. 소매치기를 당할 뻔하고, 기차나 버스에서조차 맘 편히 쉴 수 없는 상황들, 국경을 넘을 때마다 다른 온도차, 고산병에 시달리는 이야기들을 마주하면서 같이 마음을 졸이기도 했다. 하지만 K 팝의 위상을 피부로 체감하며 한국 사람이라는 사실에 기분 좋게 맞아주고, 전 여행지에서 만나 친구가 사람들을 우연히 다시 만나고, 누구도 볼 수 없는 멋진 풍경을 마주했을 때의 기쁨은 내 마음까지 환하게 만들어 주었다. 


 겉으로 보았을 때와 그 안으로 들어가 같이 생활했을 때 알게 되는 것은 참 많이 다른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은 직접 경험해 본 사람만이 깨닫게 되는 것인가 보다. 


  해외와 국내. 세계 곳곳의 다양한 여행을 글과 사진으로 마주하면서 부러운 마음이 커졌다. 당장 몇 주라도 떠나고 싶지만, 딸린 식구와 직장 때문에 차마 실행에 옮기지 못함이 아쉽기만 하다. (물론 나는 겁도 많고, TJ라 절대 즉흥 여행은 할 수 없다.)


 물론 저자 역시 여행 후 직장을 찾아야 하는데, 경력단절의 기간이 길어지는 것에 따른 부담감과 언어적인 문제들에 대한 실제적인 고민을 하기도 한다. 물론 언어는 부딪치면서 배우는 것(역시 무엇이든 하고자 하는 용기가 중요한 거 같다.)으로 해결하고, 이제는 유튜버로 살고 있기에 전보다 직장에 대한 고민이 덜하긴 하지만 말이다.


 이번에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도전하는 삶의 아름다움을. 그리고 그 열매는 실행한 사람만이 느끼게 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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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선물 최고의 선물
파울로 코엘료 지음, 김이랑 그림, 최정수 옮김 / 북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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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을 만났을 때, 가장 읽고 싶었던 이유는 바로 저자가 파울로 코엘료이기 때문이었다. 그의 책을 많이 읽은 건 아니지만, 오래전 그의 책이 한참 열풍인 시절에 청소년기를 보낸 탓에 아직도 파울로 코엘료에 대한 좋은 기억이 남아있다. 리버 보이와 연금술사, 내가 빛나는 순간 그리고 최고의 선물. 4번째 만나는 그의 책이다. 연금술사는 성인이 되어 한 번 더 읽어봤는데, 어린 시절의 감성과 다른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나이가 들었듯이, 저자도 나이가 들었을 텐데 5년 만에 다시 마주하는 그의 책 가득히 담긴 예쁜 꽃을 보면서 적잖이 기대가 되었다.


 요즘은 워낙 불닭볶음면이나 마라탕처럼 자극적인 소재와 내용을 가지고 있는 책들이 많은 터라, 슴슴한 집 된장 같은 맛의 파울로 코엘료의 책을 심심하게 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마라탕을 매일 같이 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 면에서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은 따스하고 포근하다.


 이 책은 한 선교사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청중들은 연륜이 많고 유명한 설교자의 설교를 기대했지만, 그 설교자는 너무 힘들고 지쳐서 설교를 할 힘이 없었다. 그를 대신해 젊은 선교사가 나왔다. 그의 모습을 보고 청중들은 실망을 감출 수 없다. 그 젊은 선교사는 헨리 드러먼드였다. 그는 성경의 고린도전서 13장을 펼치고 성경을 읽기 시작한다. (사실 기독교인에게 고린도전서 13장은 사랑장으로 유명하다.)  






책 안에는 헨리 드러먼드의 설교가 가득 담겨있다. 이쯤 되면 이 책의 저자가 파울로 코엘료인지, 헨리 드러먼드인지 헷갈리기도 하다. 정리하자면, 이 책은 헨리 드러먼드의 책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것』을 읽고 영감을 얻은 파울로 코엘료가 쓴 에세이다. 그의 책을 읽은 저자가 자신의 생각과 형태로 다시 표현해낸 책이라고 보면 좋겠다.


 종교적 색채가 담겨있어서, 타 종교를 가진 사람이라면 조금은 부담스러울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 책은 성경을 풀어낸 강해서가 아닌, 사랑의 의미를 성경에 비추어 좀 더 다른 모습으로 설명해 준 책이다. 사랑을 4계절의 정원을 통해 표현해낸다. 그리고 같이 곁들여지는 정원의 꽃들은 저마다의 꽃말을 지니고 있다. 그 꽃말과 더불어 책의 내용을 읽어나가다 보면 바울이 고린도전서를 통해 말한 사랑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마주할 수 있다.


 사실 나는 모태신앙으로 자랐기에, 성경에 대해 꽤 지식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성경을 둘러싼 많은 말씀들을 꿰뚫는 단어를 찾자면 사랑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유대인들이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하는 율법과 십계명에도 그 사랑의 모습이 깊이 드러나있다. 십계명의 어느 말씀을 보더라도, 사랑에서 벗어나는 말씀이 없다는 사실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랑은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 사랑은 자선보다 크고, 사랑은 믿음보다 크다. 사랑의 아홉 가지 요소(열매)들은 여름의 정원에서 만나볼 수 있는데, 성경의 단어들을 좀 더 이해하기 편하게 풀어서 설명해 준다. 사랑은 오래 참고 온유하다. 사랑은 시기하거나 자랑하고 교만하지 않다. 사랑은 무례히 행하지 않고 자기의 이익을 구하지 않는다. 사랑은 성내지 않고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않으며 불의를 기뻐하지 않고 진리와 기뻐한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의미는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바란다.


 우리는 사랑을 참 쉽게 입에 올린다. 하지만 사랑은 쉽지 않다. 사랑이 담긴 행위는 절대 가볍지 않다. 책을 읽으며 내가 사랑이라고 생각하며 했던 행동들 중 일부는 위선이고, 거짓이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책 안에 담긴 사랑은 훨씬 이타적이고, 훨씬 깊이가 있다. 모든 행동에 사랑이 깃들여젔을 때 그 사랑의 깊이는 더욱 깊어진다. 사랑이 있을 때 영원을 논할 수 있다. 사랑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며, 부족한 사랑을 채우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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