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호텔 - 지구에서 가장 큰 야옹이로 떠나는 짜릿한 모험 자꾸 손이 가는 그림책 3
후쿠베 아키히로 지음, 가와시마 나나에 그림, 고향옥 옮김 / 지성주니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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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린 시절 길고양이를 잠깐 키운 적이 있었다. 책에 등장한 고양이 호텔의 호텔 고양이처럼 노란색 줄무늬가 있는 고양이였다. 나비라는 이름까지 붙여주었다.(왜 고양이 이름은 하나같이 나비일까?) 근데, 길고양이(당시는 도둑고양이라고 불렀다.)여서 그런지, 멸치를 가져다주고 예뻐해 주려고 해도 고양이는 늘 "캬옹"소리를 내며 이를 드러내고 위협적인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밖으로 나가진 않는 아이러니. 그 이후로 고양이가 아닌 강아지를 키웠기에, 길고양이 나비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키웠던 고양이였다. 동생의 남자친구는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둘 다 길고양이였는데, 얼마 전에야 고양이들을 만나게 된 사연을 듣게 되었다. 결혼을 하고 여전히 동거 중인 두 고양이의 이름은 나비가 아닌 똥이와 쉬야다. (듣자마자 떠오른 그 원초적인 이름 맞다.) 그중 똥이는 호텔 고양이와 같은 모습이다. 두툼한 뱃살을 자랑하는 줄무늬고양이. 쉬야는 검은고양이 네로를 떠올리는 바로 그 검은색이다. 처음에는 쉬야가 너무 무서웠는데, 이제 나이들이 들었는지, 전보다 덜 위협적이고 익숙해진 건지 가끔은 만져줘도 가만히 있거나 가르릉 거리기도 한다.



고양이 호텔이라는 제목을 듣고, 고양이가 주인 혹은 호텔리어로 등장하는 책이라 생각했다. 근데, 어마어마하게 큰 고양이가 호텔인 것이다. (이 상상력 무엇?!) 고양이의 몸이 바로 투숙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룸이다. 총 9개의 방과 냥냥 플라네타리움, 스위트룸까지 총 11개의 룸을 가지고 있는 고양이 호텔. 도대체 어디를 룸으로 만들었는지 궁금하지 않나?


 각 방마다 위치도 다르고, 침대도 다르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각 방을 선택할 수 있다. 솔직히 호랑이와 사자도 고양잇과 동물이기에 고양이 특유의 날카로움과 예민함이 과연 호텔로 적합할까? 하는 지극히 어른의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은 데 비해, 두 아이는 너무 즐거워하면서 책을 읽었다. 특히 둘째는 "엄마! 나도 이 호텔 가보고 싶어!" 하면서 대놓고 러브콜을 보냈고, 큰 아이는 상상도 못한 고양이 몸 호텔에 키득키득 재미있다고 좋아했다. 어른인 내가 봐도 고양이 몸 이곳저곳을 호텔로 이용하는 걸 보면서 놀라웠는데 아이들은 자신들만의 상상력을 더 보태서 책을 읽는 것 같았다. 



물론 고양이의 상태에 따라 호텔을 이용할 수도 이용하지 못할 수도 있는 것 같고, 고양이의 성격상 손님을 가려 받을 것 같기도 하다. (진상 손님 NO!) 다양한 룸의 키 역시 고양이의 얼굴 모양을 가지고 있는데, 들어가는 입구도 있는 걸 보면 정말 호텔이 맞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고양이 호텔에 묵게 된다면 나는 몽실몽실 뱃살방이 좋을 것 같다. 포근하고 부들부들하고 넓은 방이 마음에 들고, 고양이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다른 어떤 방보다 안전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고양이 호텔에 머문다면 어느 방에서 하루를 보내고 싶을까? 상상력과 고양이에 대한 매력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따뜻한 호텔에 초대받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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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르트의 아기 - 세계적 심리학자 폴 블룸의 인간 본성 탐구 아포리아 8
폴 블룸 지음, 김수진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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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의 제목만큼이나 시작이 의미심장하다. 이미 알고 있는 철학자 데카르트가 전면에 등장하는데, 그가 가지고 다녔다는 자동인형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증을 자아낸다. 데카르트는 5살배기 딸 프란신이 사망한 후, 그 슬픔을 이겨내고자 기계인형을 만들었다고 한다. 결국 그 인형을 딸처럼 생각하고 어느 곳이나 가지고 다녔는데, 데카르트가 탄 배의 선장이 인형을 발견하고 공포에 질린 나머지 인형을 바다에 던져버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여기서 저자가 주목한 것은 데카르트가 인형을 들고 다녔다는 것보다, 선장이 인형을 보고 공포를 느껴 인형을 파괴해버렸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무엇이 그로 하여금 공포를 느끼게 한 것일까?


 데카르트의 아기 인형에서부터 시작된 이 궁금증은 인간 아기에게로 옮겨간다. 저자는 아기를 관찰해 아기들이 태어날 때부터 선과 악을 판단할 수 있는 존재인지에 대한 가설을 검증하고자 한다. 데카르트가 주장했듯이 사람은 물질과 정신. 몸이라는 생리적 기계와 자아,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즉 인간을 이원론으로 설명한 것이다. 저자 역시 그런 데카르트의 이론을 토대로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의 행동에 초점을 맞춘다. 만약 아이가 본능적으로 선과 악에 대한 구분을 할 수 있을까? 아무런 판단 기준에 대한 교육이 되지 않았을 시기를 중심으로 그를 규명해나간다면 인간이 지닌 양심과 마음, 도덕에 대한 기준, 종교 등에 대해서도 좀 더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바로 저자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마음과 몸의 이원론을 통해 인간성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연구를 한 것 같다.  이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혐오, 공감, 영과 사후세계, 과학 등의 단계에 이르는 마음과 생각의 영역까지 연구하며 서술한다. 심리학이라 하지만, 생각보다 그 영역이 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정말 도덕적 판단을 가진 채 태어난다면, 도덕에 대한 판단 기준에 관한 교육은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거일까?에 대해 책을 읽으며 생각해 보게 되었고 한편 소위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라고 부르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접근하는 게 맞는 걸까? 하는 생각도 문득 떠오르기도 했다. (다행히 책에서 이 부분을 다루고 있었다.) 나 역시 어느 면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이원론에 대해 긍정하는 축에 속한다. 하지만 그에 대해 심증만 가지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좀 더 생각의 틀을 확장시켰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흥미로운 주제였어서 기회가 된다면 관련된 책을 더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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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네이스 3 아이네이스 3
베르길리우스 지음, 김남우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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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왜 주저하는가?

이제 전마와 전차를 부를 때다.

지체란 일체 치우라. 

적진을 흔들어 점령하라.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 3권은 전쟁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개인적으로 서평을 쓸 때 저자에 대한 소개를 잘 안 하는 편인데, 이 책은 배경지식이 상당히 필요한 책이었다. 저자도, 저자가 쓴 책이 내용도 모두 낯설었기 때문이다. 우선 저자인 베르길리우스는 기원전 70년 전 이탈리아에서 활동한 시인이다. 그가 쓴 아이네이스는 로마의 시조라 할 수 있는 아이네아스의 이야기를 서사시 형태로 다루고 있는 시집이라 볼 수 있다. 아이네아스의 어머니는 그 유명한 아프로디테(책 속에는 베누스로 나온다.)다. 그의 출신성분 자체가 신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로마 자체가 사람이 아닌 신의 아들에 의해 세워졌다는 신화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시 자체만 해도 어려운데, 고대 로마의 시작을 읊은 시인지라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 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운율이기에, 번역자 역시 그런 시적 표현들에 좀 더 신경을 쓰며 번역을 했기에 운율에 맞춰 등장인물의 이름이나 지역명을 축약해서 표현했기에 솔직히 더 이해하기 어려웠다. 당장 주인공인 아이네아스조차 책 안에는 에네앗으로 호명되고, 전사인 아카테스도 아카텟으로 부른다. 우선 이런 1차적인 이름을 이해하는 것도 어려운데, 운율에 맞춰 번역을 하다 보니 전체적으로 입이나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읽어나가다 보면 조금씩 해당 내용(특히 전쟁의 이야기)들이 눈에 들어온다. 3권은 그중 투르누스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군대와 전쟁을 벌이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느려지는 노년도 영혼의 힘을 꺽지도, 기력을 빼앗지도 못한다.

우리는 백발에도 투구를 눌러쓰며 늘 새로운 전리품을 실어 와 약탈로 살아가길 즐긴다.

붓꽃과 빛나는 소라로 염색한 너희의 복장, 가슴 속 나태, 너흰 가무를 탐닉하길 즐긴다.

 물론 로마의 건국신화이자 신의 아들 아이네아스가 주인공으로 전면에 등장하기에 결과를 정해져있지만, 여러 신화의 주인공 처럼 아이네아스 역시 로마를 세우는 기틀을 마련하는데 큰 고비가 참 많았고, 그 고비마다 어려움을 겪어내며 끝내는 승리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당연히 전쟁의 장면에서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과의 전쟁은 한 고비를 넘을 때마다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아이네이스는 베르길리우스가 11년간 쓴 서사시로, 갑작스러운 열병으로 미완성 상태로 마무리가 된 작품이다. 그렇기에 중간 중간 각주를 통해 이어지지 않는 부분을 알려준다. 아무래도 같은 내용이라도 좀더 편하게 쓸 수 있는 부분을 먼저 완성하다보니 중간중간 마무리하지 못한 빈 틈이 보이는 것 같다. 베르길리우스 만큼이나 이책의 역자 역시 13년 만에 아이네이스 3권의 번역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고 한다.


 쉽지 않은 고대의 이야기를, 그것도 시로 된 내용을 최대한 운율을 살려서 번역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텐데, 그 수고 덕분에 우리가 고대의 영웅인 아이네아스의 이야기를 마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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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범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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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랜만에 마주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소설이다. 사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형사 고다이 쓰토무는 백조와 박쥐의 주인공이다. 아쉽지만 이번에도 역주행을 해야 할 것 같다. 다행인 건, 주인공은 같지만 접점은 없는 것 같다. 어떤 걸 먼저 읽어도 상관없지 않을까 싶다.


  10월 15일 새벽 2시가 넘은 시각에 119로 신고가 접수된다. 이웃집에서 발견하고 신고를 한 것이었다. 소방서가 출동해 3시간 넘게 걸려 겨우 불을 끈 후, 집 안에서 두 구의 시체가 발견된다. 이 집은 도도 야스유키 도의원과 전직 배우였던 에리코 부부의 자택이었다. 남편인 도도의 시신은 소파에서, 아내인 에리코의 시신은 욕실에 목매달려 있었다. 도도는 정치인 집안 출신으로 본인도 구의원을 15년, 도의원으로 5기째 당선된 유명한 정치인이었다. 아내인 에리코 역시 결혼 전 후타바 에리코라는 이름으로 배우 생활을 했고, 결혼과 함께 배우 생활을 접긴 했지만, 과거에 꽤 이름이 났던 인물이었다. 자살로 마무리가 될 줄 알았던 사건은 뜻밖의 교살의 흔적을 발견되었고, 조사 결과 둘 자 질식사로 밝혀진다. 이에 따라 동반자살이 아닌 살인사건으로 전환이 되었다. 사건의 담당 형사는 수사 1과의 고다이 쓰토무와 생활안전과 야마오 경부보가 배정된다. 우선 사건의 피해자와 가장 가까운 사이인 딸 가오리와 사위 에나미를 찾아간 두 사람은 가오리가 임신 중이라는 사실을 듣게 된다. 가오리로 부터 에리코의 친한 친구인 혼조 마사미가 에리코에 대한 이야기는 자신보다 더 잘 알 거라는 말을 전해 들은 고다이는 도도 부부의 장례식에 맞춰 혼조가 귀국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장례식 다음 날 혼조를 만나 에리코의 이야기를 듣던 중, 도토 백화점에서 셀러로 일하는 이마니시 미사키가 찾아온다. 오히려 자신보다 이마니시가 에리코 가까이서 도움을 많이 주었다는 사실을 듣고, 에리코가 혹시 요청했던 것이 있는지를 묻는 고다이. 이마니시는 얼마 전 도도 의원의 태블릿 전용 가방을 요청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사건 현장에서 발견되지 않았던 태블릿에 대한 조사가 시작된다.


 한편, 도도 의원의 사무실로 협박 편지가 날아온다. 3억 엔을 준비하지 않으면 도도와 에리코 부부의 무도한 행위를 언론에 제보하겠다는 협박편지였다. 하지만 회의 결과 해당 편지에 응하지 말자는 걸로 의견이 모아진다. 그러부터 얼마 안 되어서 이번에는 딸인 가오리의 메일로 협박편지가 하나 더 오게 된다. 가오리의 뱃속에 있는 태아의 10주 초음파 사진과 함께 3천 엔을 준비하라는 메일이었다. 메일을 전달받은 수사팀은 자료를 온전히 넘겨주지 않으면 응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달라고 가오리에게 이야기한다.



우리의 형사 고다이는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을 계속 발견하게 된다. 우선 에리코에 대해 기억이 안 난다는 파트너 야마오가 은연중에 흘리는 말들이 찝찝하기만 하다. 그뿐만 아니라 범인이 자신이 도도 의원의 태블릿을 가지고 있다고 메일을 보냈는데, 비밀번호는 어떻게 알았고 가오리 부부와 혼조 외에는 쓰지 않는 NIPT(태아 DNA 선별검사)라는 용어를 정확하게 알고 메일을 보냈다는 사실이다. 결국 야마오와 에리코 그리고 도도 사이의 접점을 발견하게 되는 고다이 형사. 에리코와 야마오가 동창이었고, 도도는 그들의 선생님이자 야마오가 속해있던 산악부의 담당 교사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건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사실 중간중간 저자가 뿌린 사건의 트릭들이 자꾸 눈에 밟혔는데, 그 트릭들은 결국 사건의 진실로 향해가는 열쇠가 된다. 그리고 그 트릭들을 토대로 범인이라 예상했던 인물이 너무 쉽게 추리되어서 당혹스러웠다. (물론 이번에도 허를 찔렸고, 저자가 숨겨둔 반전이 있으니 기대하시라!!) 사건과 너무 가까이 있던 한 인물과 그를 둘러싼 과거 그리고 밝혀지지 않았던 관계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풀어가는 맛이 있었다. 이제 백조와 박쥐를 읽으러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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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석산의 서양 철학사 - 더 크고 온전한 지혜를 향한 철학의 모든 길
탁석산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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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철학에 관심이 많지만, 막상 읽다 보면 쉽게 이해되지 않는 내용들을 부딪칠 때가 많다. 그럼에도 읽고 또 읽는 이유는,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여러 번 반복해서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이해될 타이밍이 있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사실 서양철학사를 한 권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럼에도 띠지에 적힌 "소설 읽듯 편하게 읽으며 여러분의 철학을 시작해 보세요."라는 문구가 용기를 주었다. 


 지금으로부터 2,600년 전 탈레스로부터 시작하여, 우리와 동시대를 살았던 20세기 후반의 철학자 콰인에 이르기까지 2,600년을 아우르는 서양의 철학자들을 만날 수 있다. 꽤 많은 철학자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책 안에 전반부에는 처음 보는 철학자들이 꽤 많이 보였다. 


이 많은 철학자들과 사상을 책 한 권으로 다룬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각 철학자들에 할애되는 페이지가 많지 않다.(특정 몇몇을 제외하고는) 이 책은 서양철학사를 거시적으로 다루고 있다. 즉, 구체적인 설명보다는 인물과 철학 사조에 대한 개괄적이고 핵심적이거나 특별한 내용에 집중하여 서술하고 있기 때문에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아서 좋았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인물 중 하나는 데모크리토스인데, 기원전 400년대에 활약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다. 근데, 그가 원자론의 창시자 혹은 대표로 꼽힌다고 한다. 원자라는 개념은 근래 들어 나온 과학 개념이라 생각했는데,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가 원자론을 주장했다는 것이 무척 흥미로웠다. 테미크리토스는 원자가 모여서 세계를 이루며, 원자의 이합집산이 세계의 기본 과정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소피스트에 대한 부분도 기억에 남는다. 기원전 5세기에 이미 아테네에는 전문교사가 있었고, 아테네에서는 출세를 하기 위해서는 논쟁을 잘 해야 했다. 당연히 논쟁술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소피스트 들은 아무래도 언어에 관한 연구자였기 때문에 논쟁에 대해서도 두각을 나타내었다. 그들에 대한 평가가 과거에는 상당히 부정적이었는데(소피스트의 궤변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19세기 이후에는 소피스트에 대한 평가가 많이 달라졌다. 소피스트들의 관심사가 사회로 옮겨 철학의 모습이 바뀌는 데 도움을 주었고, 그런 모습은 소크라테스의 철학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책 안에는 철학자 뿐 아니라 철학과 관련이 있는 학파나 성장에 영향을 주고받은 내용들도 같이 다루고 있는데, 흥미로운 게 대학과 번역의 등장이었다. 처음의 대학은 수도원과 수사들로부터 시작되었다. 처음의 대학은 종교의 전례에 대한 교육은 받았지만, 교양교육은 거의 없었으나 주교제가 확립되면서 가톨릭 학교가 등장하면서 논리학과 자연학에 대한 배움으로 이어졌다. 교육에 대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점차 성당 밖에 자신의 학원을 차려서 돈을 받고 학원을 가르치게 되었고 이들이 자신들만의 경제 이득과 법률보호, 사회 지위를 위해 조합을 만들었던 게 14세기 대학의 시작이 되었다. 물론 처음에는 철학이 대학의 독립과목이 아니었지만, 교양과정에 속한 논리학과 문법, 수사학 등이 추가되면서 논리학에서 철학이 다뤄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대학이 생기면서 철학 역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물론 깊이 있는 철학의 탐조는 아니어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살피는 정도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나 또한 읽었던 내용이 오래 기억에 남진 않았다. 한편으로는 서양철학사의 계보를 통해 큰 틀을 잡을 수 있었고, 어렵지 않게 설명해 주기에 서양철학 입문서로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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