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봉틀과 금붕어
나가이 미미 지음, 이정민 옮김 / 활자공업소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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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얼마 전 죽음을 주제로 요양보호사와 인터뷰를 한 책을 읽었다. 그리고 그의 체험판처럼 이 책을 만났다.  재봉틀과 금붕어라는 제목이 무슨 의미인 지 궁금했는데, 많이 아픈 뜻이었다.


 주인공은 야스다 가케이는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다. 가족 방문일을 제외하고는 요양보호사와 주간보호센터에서 가케이를 돌본다. 밋짱이라고 부르는 요양보호사의 도움으로 병원을 방문한 날. 자신을 부르는 간호사의 목소리에 벌떡 일어나려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이런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 상황이라니...! 


 밋짱의 도움으로 먼저 배꼽을 바라보며 안녕하세요 하며 인사를 하는 포즈를 해야 일어날 수 있다. 그렇게 힘들게 일어났는데, 걷는 것도 어기적 어기적. 기저귀를 차고 종종걸음을 걷는 모습에 스스로 속이 상할 정도다. 왜 이렇게 문이 먼 걸까? 


 검진 결과 특별히 나빠진 것은 없음에도 약이 바뀌었다. 무슨 성분인지 궁금했지만, 가케이의 물음에 의사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 안 들리는 건 노인들이나 활용 가능한 건데, 괘씸하기만 하다. 가케이를 대신해 밋짱이 대신 약에 대해 묻는다. 의사는 가케이에게 탄산 리튬 성분의 항조제를 처방했다. 몇 달 전 이 성분이 든 약을 먹고 큰일이 날 뻔했기 때문에 밋짱은 의사에게 이 약을 빼달라고 말한다. 상황 설명을 했음에도, 의사는 기분 나쁜 티를 내면서 지금 이야기 한 모든 것을 적어두겠다고 반 협박을 한다. 의사가 이 약을 처방한 이유는 너무 업되어 시끄럽게 떠드는 가케이를 좀 안정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란다. 여기에 대응하는 밋짱! 이 책에서 가장 사이다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밋짱은 가케이씨의 인생은 행복했나요?라는 질문을 건넨다. 그리고 치매를 앓는 가케이는 자신의 인생을 떠올려본다. 술에 취해 폭력을 내뱉는 아버지, 가케이를 낳고 사망한 어머니, 파친코 가게를 하다 자살한 오빠 긴짱. 윤락가 출신이자 가케이에게 폭력만 휘둘렀던  새엄마.  아픈 기억들만 떠오른다. 


 아버지는 자녀들을 돌보는 사람이 아니었다. 오죽하면 핏덩이 가케이를 돌보지 않고 긴짱에게 맡기다 보니 긴짱은 집에서 키우는 개 다이짱의 젖을 먹고 자랄 정도였으니 말이다. 다행히 옆집 할머니로부터 재봉을 배운 가케이는 그날부터 부지런히 일을 찾아 한다. 레이스 달린 여성 속옷을 잘 만들어 견본품이 될 정도로 칭찬을 받지만 돈은 벌지 못했다. 나쁜 사장이 다 독차지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살다가 오빠의 파친코 가게에서 빚을 진 남자와 갑작스럽게 결혼을 한다. 그에게는 이미 미노루라는 아들이 있었다. 미노루의 생모는 미노루를 버리고 집을 떠났고, 관공서에서 일하던 미노루의 아버지는 노름에 빠져 큰 빚을 지게 된다. 당시 파친코 가게를 운영하던 긴짱은 기계를 만져 손님들을 속이면서 많은 돈을 벌었다. 그렇게 한 결혼에서 가케이는 아들 겐이치로를 낳는다. 어느 날, 미노루만 남기고 남편이 사라진다. 졸지에 미노루와 겐이치로를 키워야 할 상황이 된다.


 그 와중에 임신을 한 가케이. 가케이가 임신을 하자, 긴짱은 아이를 지우라고 닦달을 하지만 가케이는 아이를 지울 수 없었다. 그렇게 혼자 화장실에서 진통을 하며 딸을 낳은 가케이. 오빠인 긴짱은 아이에게 미치코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정말 아이를 살뜰히 돌봐준다. 미치코에게 제대로 된 삼촌이 되고 싶었던(실은 아빠처럼 미치코를 돌봤다.) 긴짱은 새사람이 되어 열심히 산다. 자신의 몸에 있던 문신까지 지우고 말이다. 긴짱의 아내였던 히로세 역시 미치코를 돌본다. 하지만 그런 미치코는 오래지 않아 사망하게 되고, 미치코의 사망은 가족 전체에게 끔찍한 기억을 선물하는데...


  마음과 달리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말을 이제서야 조금씩 이해를 하는 나이가 되긴 했지만, 여전히 노인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2년 전에 죽은 아들 겐이치로에 대해 늘 묻는 가케이는 그럼에도 과거의 아픈 기억에서 쉽게 놓이지 못한다. 이 책의 제목인 재봉틀과 금붕어는 가케이에게 가장 아픈 기억이 아니었을까 싶다. 치매 노인의 이야기라고 해서 이해하기 힘들까 봐 걱정했는데, 역자의 말처럼 눈물이 핑 도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불행하고 아팠던, 특히 가족들을 먼저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가케이의 삶은 단편적으로 보기에는 너무 고통스럽고 불행해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그 안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떠올린다. 이만하면 잘 살아온 인생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말이다. 


 아픈 몸과 마음에 내일 아침에는 눈을 뜨고 싶지 않다는 말을 내뱉는 것은 노인인 지금뿐 아니라 어린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가케이를 아끼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서로를 향한 상처를 보듬아 주고 용서하는 모습들이 꽤 오래 여운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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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인터뷰하다 - 삶의 끝을 응시하며 인생의 의미를 묻는 시간
박산호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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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려서부터 나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무서움이 컸다. 내가 처음 마주한 죽음은 초등학교 1학년 때다. 오토바이 교통사고를 당하신 외숙모가 돌아가셨고, 당시는 집에서 장례를 치렀다. 병풍을 치고 병풍 뒤에 비닐을 깔고 외숙모 시신을 안치했다.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이 나는 게, 큰 이모가 울면서 올케 얼굴을 보자고 병풍을 걷었을 때 눈을 뜨고 돌아가신 시신과 눈이 마주쳤다. 당황한 이모는 울면서 우리 올케가 눈도 못 감고 갔다며 눈을 감겨드렸다. 당시는 죽음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지만, 모두가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죽음은 슬픈 거라는 생각을 얼핏 했던 것 같다. 또한 언니들이 엄마를 부르면서 우는 모습을 보고, 외숙모가 다시 살아날 수는 없는 건가? 하는 생각도 했었다.


 트라우마로 자리 잡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죽음은 무섭고 두렵다. 성인이 되어 가게 되는 장례식장은 여전히 적응이 안 되고, 무슨 말로 위로를 해야 할지도 솔직히 모르겠다.  언제부터 였는지, 죽음에 관한 책들이 주변에서 자주 보인다. 웰다잉에 대한 생각들이 자리 잡으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그즈음부터 나 역시 죽음에 관한 책을 일부러 찾아 읽기 시작했다. 종교를 가지고 있기에, 사후 세계에 대한 나 나름에 생각이 확실하지만 그럼에도 죽음에서 삶으로 건너온 사람을 직접적으로 만난 적이 없기에 여전히 죽음은 우리에게 미지의 세계로 보인다. 한편으로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이 죽음이기에 나에게 언젠가 올 죽음을 조금 더 잘 준비 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


 책 안에는 죽음과 관련된 업을 하는 사람들의 인터뷰가 담겨있다. 그래도 그동안 죽음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접해서 그런지, 책 속에 인터뷰어 5명 중 3명은 구면이다. 요즘은 재가복지나 요양보호사에 대한 필요성이 크다. 그만큼 노인의 인구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책에는 번역가로 일하는 요양보호사 이은주 님의 인터뷰가 담겨있다. 요양보호사로 일하면서, 어머니와 조카 손주의 양육까지 하고 있는 그녀는 정말 대단했다. 


 자신이 돌보는 할아버지는 제우스로, 할머니는 뮤즈로 칭하는 그녀에게 저자는 어떻게 이렇게 힘들고 고단한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뮤즈와 제우스를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기 위해 분주하게 일하는 그녀는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이 일을 한다고 했다. 언젠가 자신도 뮤즈와 제우스처럼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기에 지금의 일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바라보게 된단다. 


 뿐만 아니라 또 기억에 나는 내용 중에는 "3시간 이상 밀실에서 아이와 단둘이 있으면 어머니는 아이에게 흉기가 된다."라는 말이다. 독박 돌봄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려주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부모님을 요양원에 보내고 죄책감을 가지는 자녀들에게 이은주 님은 절대 죄책감을 가지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그뿐만 아니라 장시간 돌봄은 결코 좋은 돌봄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책 안에는 종교인인 홍성남 신부님과의 인터뷰도 담겨있다. 솔직히... 종교적인 면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글들이나 인터뷰가 좀 있어 보였다. 물론 이 말은 타 종교나 무종교를 가진 독자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부담스럽지 않게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기억에 남는 내용이 있었다. 내가 죽고 부활했을 때 나를 반겨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의 질문에 떠오르는 사람이 있는가? 조금 다른 표현이지만, 나 역시 아주 어렸을 때 내가 죽는다면 몇이나 슬퍼하고 내 장례식에 올까?를 한참 고민하면서 우울해했던 적이 있었다. (당시도 그렇지만 지금도 나를 위해 슬퍼할 사람이 많을 것 같진 않다.) 이 말은 그동안 내가 어떻게 살았는가, 주변에 선을 끼치며 살았는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말이 될 것이다. 


 만약 나를 반겨줄 사람이 적다면, 나는 어떻게 주변에 처신을 해야 할까를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주변 사람들에게 그리워하는 사람이 된다면, 그래도 내가 잘 산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나이가 어리다고, 돈이 많다고, 큰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죽음이 비껴가는 것도 아니다. 인간은 유한한 삶을 가지기에 생이 더 빛날 수 있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 삶을 조금 더 윤기나게 만들기 위해 오늘도 마지막을 떠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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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 몽실북스 청소년 문학
천지윤 지음 / 몽실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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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묘하게 불편한 말이 있었다. 띠지에 새겨진  한 줄이었다.  


"생명에도 순서가 있다고, 순서가! 인간의 생명이 가장 중요해! 다른 건 모두 그다음이라고!"


 과거였다면 당연하다고 느꼈을 이 말이, 책을 읽는 내내 찝찝하게 다가왔다. 정말 그럴까? 정말 인간의 생명이 최우선 순위일까? 그건 누가 정한 걸까? 이 말이 계속 생각났다. 이게 이 책 안에 담긴 메시지라면 읽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책을 덮기 전에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말이다.


  참 아이러니한 것이, 우리는 여전히 인간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산다. 그렇기에 동물의 장기를 이식하거나 복제하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여러 백신들을 개발하는 데 동물에게 투약을 하는 임상실험도 있었다. 사람에게 투약하기 전에 먼저 실험 쥐나 동물들을 통해 효능이나 부작용을 확인하기도 한다. 


 한편 우리는 AI 없이는 살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오늘만 해도 나는 챗 GPT로 업무의 부족 부분을 채웠고, 키오스크로 점심을 주문하고 결재했으며, 오늘 온 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아 반품과 함께 남편이 담아둔 신발장을 결재했다. 그 모든 것이 AI 속에서 이루어진다. 




인공두뇌 시큐어를 개발한 과학자 조이 박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다. 자신에게 남은 날 수가 7일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본 조이 박사는 남편이자 동료인 강해솔과 아들 마루, 딸 리아를 남겨둔 채 종적을 감춘다. 아내 조이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사라진 상황에 해솔은 패닉 상태에 빠진다. 그리고 우연히 발견한 아내의 실험실에서 무참히 부서진 인공두뇌 시큐어를 발견한 해솔은 시큐어를 다시 원상 복귀 시킨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시큐어는 조이가 살아있다는 결과를 내고, 그날 이후로 해솔은 시큐어를 신뢰한다. 시큐어는 얼마 후 심각한 감염질환이 퍼질 거라는 의견을 내고, 시큐어의 판단에 해솔은 마스크를 개발한다. 함께 연구하는 가온은 많은 돈이 드는 해솔의 연구를 반대하지만, 얼마 후 시큐어의 판단대로 감염질환이 창궐한다. 개발을 해둔 마스크를 실용화하여 감염질환이 점차 줄어가지만 이번에는 눈을 통해 감염이 되는 바이러스가 생겨난다. 


 하지만 가온이 만든 고글은 시큐어의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다. 다시금 고글을 개발하지만, 검증 시스템의 갑작스러운 고장으로 완벽한 검증을 하지 못한 채 고글이 상용화된다. 다행히 고글의 효과 덕분에 평화가 오나 싶었지만, 더 심각한 질병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그런 와중에 조이 박사의 시신이 발견되고, 새로운 질병에서 발견된 바이러스가 생전 조이 박사가 앓았던 질병과 유사함을 깨달은 시큐어는 이에 대한 백신을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점점 변이와 함께 해당 질병으로 사망률이 치솟고, 결국 가온은 변환 주사를 사람들에게 놓기로 독단적으로 결정을 한다. 그렇게 호모 사피엔스에서 변환 주사를 맞고 피부가 고무로 변하는 호모 프로프리우스 종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칩거에 들어간 해솔을 대신해 질병대책 위원회를 맡은 가온은 점점 더 시큐어에 의존하게 되고 결국 시큐어의 의견에 따라 자신의 뇌에 시큐어를 심고 마는데...



 AI가 더 뛰어난 능력을 지니면서 인류는 AI에 의해 인류가 지배를 받는 상황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조이 박사가 시큐어를 파괴한 이유도 같았다. 농담처럼 뱉어낸 시큐어의 말을 듣고 위험성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한편, 위에 내가 불편함을 느꼈던 문장 역시 조이 박사가 강아지를 구하고 교통사고를 유발했던 시큐어를 향해 내뱉은 말이었다. 이 말은 들은 시큐어는 이상반응을 일으킨다. 처음 시큐어가 강아지를 구했을 때, 사람들은 시큐어를 칭찬하기 바빴다. 시큐어는 바뀌지 않고 여전히 강아지를 구하고, 인간도 구했지만 사람들은 강아지를 구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에 대한 책임을 시큐어에게 요구했다. 


 시큐어가 버린 일은 정당하지 않지만, 인감에게도 그 책임이 있다. 소중한 사람들을 잃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중요한 사실! 과거에 비해 이 한 줄이 불편하게 느껴진 것은 생태감수성이 좀 더 생겼기 때문인 걸까? 덕분에 고민할 것이 많아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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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여행자를 위한 도슨트 북 - 모든 걸작에는 다 계획이 있다
카미유 주노 지음, 이세진 옮김 / 윌북아트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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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려워하던 미술을 극복(?) 하고 친해지기 위해 매년 1권 이상의 미술책을 읽기 시작한 지 몇 년이 지났다. 다행히 꾸준함의 효과인지 과거에 비해 미술이 마냥 낯설고 무섭지는 않다. 하지만 화가나 그림과는 익숙해졌지만, 익숙한 작품들에 대해 안면을 튼 정도지 정말 미술을 관람하고, 작품을 보고 무엇을 느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쉽지 않다. 


 몇 년 전, 한 TV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었다. 당시 패널로 참여한 사람은 미술 도슨트였다.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는데, 도슨트가 출연하여 좀 더 구체적인 배경지식 등을 설명해 주는 자리였다. 미술관을 실제로 가보기보다는 책으로 접하는 단계였는데, 그날 그 프로그램을 통해 도슨트의 역할을 정말 뼈저리게 깨달았다. 도슨트의 설명을 듣고 나니, 한결 그림이 생동감 있게 와닿았고 이해도 잘 되었다.


 그날 이후로 어디를 가든, 도슨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받고 있다. 박물관이나 고궁을 견학할 때도 해설자의 설명을 들으며 유물이나 작품을 마주하면 와닿는 느낌이 확실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동안 참 많은 미술 관련 책들을 만났다. 덕분에 몇몇 화가들의 그림은 눈에 익을 정도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 편에는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근데, 이 책은 그런 내 가려운 부위를 너무 시원하게 긁어주는 느낌이다. 





저자는 회화사의 시작은 1,200년대 조토 디본도네로 부터로 본다. 그렇게 이어진 회화사는 현대의 뱅크시까지 이어진다. 800년간의 회화사를 이 책 한 권으로 설명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텐데, 이 책에서는 최대한 많은 화가를 접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대신, 각 화가의 그림이 많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 작품을 마치 도슨트의 설명을 듣듯이 하나하나 그림 속에 중요한 부분을 콕 집어 설명해 준다. 


 우선 책의 첫 장에는 미술관의 구조를 설명한다. 우리가 마주하는 미술관들은 소장품에 따라 다르게 구성되지만, 평균적으로 미술관들이 으레 따르는 전통적인 구성이 있단다. 그러고 보니, 미술관 뿐 아니라 박물관의 경우도 해당 시대 별로 유물들이 전시되는데 미술관 역시 그렇단다. 보통은 회화의 분류를 보자면 시대순이나 국가별, 주제별로 구성되어 있기 마련인데 그중 많이 사용되는 분류는 시대순이라고 하니 미술관을 갈 때 참고해 보면 좋겠다.   




 우선 이 책은 소장용으로도 참 좋다. 우선 하드커버 케이스와 함께 각 작품을 풀 칼라로 보여준다. 많은 화가들을 담고 있기에 두께도 만만치 않지만 그렇기에 도슨트 북으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익숙한 화가들이 많았는데, 그중 페르메이르의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 사실 페르메이르 하면 떠오르는 작품은 바로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다. 이 책에는 우유 따르는 여인이라는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데, 우선 오른쪽에는 해당 작품이 한 페이지 가득 담겨있다. 왼쪽에는 화가에 대한 간단한 일대기와 함께, 화가의 생애가 간단히 서술되어 있다. 이 책의 백미라 할 수 있는 그림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설명하는 내용을 번호를 통해 알려준다. 


 아마 이 책이 없었다면 그냥 지나칠 내용들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기에 설명을 읽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내 팔과 다리에도 여름철 노동의 흔적이 몇 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새겨져(?) 있어서 그런지 그림 속 여인과 동질감을 느낀다. 또한 너무 짱짱한(?) 파란색 앞치마의 색감이 너무 예쁜데, 이 파란색은 청금석 안료로 내었다고 한다. 문제는 이 안료가 무척 고가라는 데 있다. 이런 색상을 사용했다는 사실은 부유한 후원자가 있었다는 것인데 페르메이르의 후원자인 반 루이벤이 후원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조금 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또 확대해서 설명해 주기 때문에 하나하나 꼼꼼하게 작품을 감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회화사에서 꼭 기억해야 할 배경지식들의 경우 별도의 페이지를 통해 설명해 준다. 가령 중국의 미술, 신화 해독하기, 전문가처럼 작품 읽기 등 화가들의 작품 중간중간 설명과 함께 한 페이지로 아쉬움 작품들의 경우 양면을 활용하거나 실제 미술관에서 사람들이 감상하고 있는 모습들을 통해 좀 더 생동감 있는 미술관 관람의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 중 하나는 얼마 전에 읽었던 책의 문구였다. 화가는 이미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작품을 통해 여전히 우리 곁에서 숨 쉬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도슨트의 설명 덕분에 좀 더 깊이 있는 감상을 할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 미술에 대해 어렵게 느끼는 독자라면 꼭 일 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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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고요 - 자연의 지혜와 경이로움을 담은 그림 에세이
보 헌터 지음, 캐스린 헌터 그림, 김가원 옮김 / 책장속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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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서로 도우며 살아갈 것을 맹세해요.

세상의 모든 생명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 보살피며 살아갑니다.

자연의 몸짓에 크고 작은 것이 따로 있을까요?

모든 것은 그저 서로 이어져 있을 뿐이죠.

가만히 들여다보면 알 수 있어요.

어느 것 하나도 평범하거나 일상적이지 않으며, 모든 것이 특별하고 목적에 따라 움직이고 있음을.


 그래도 나는 자연에 대해 꽤 많은 지식이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지금까지 도시를 떠나본 적은 없지만, 직접 눈으로 보지는 못했어도 관련 책들을 꾸준히 읽었기에 웬만큼 지식이 있다는 착각 속에 살아왔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하게 되었다.


 이런 내 생각은 어떤 면에서 인간이 모든 동식물보다 월등하다는 의식 또한 자리 잡고 있어서였던 것 같다. 과연 인간은 가장 위대한 존재일까? 자연의 모든 것을 훼손하고, 폄하할 정도로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고개를 숙이게 되었다. 자연의 많은 동식물들의 삶의 지혜와 함께 이들의 모습들 속에 드러나는 놀라운 생존의 모습과 나 혼자 살기 위한 삶이 아닌 주변의 다른 동식물과의 공존을 이룩하는 모습이 참 놀랍고 한편으로 부끄럽기도 했다. 


각 장마다 펼쳐지는 자연의 모습은 실로 경이롭다. 아무 의미 없어 보였던 동식물들의 모습과 그들의 이야기를 눈으로 마주하면서 이런 강인한 능력과 변화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수백 마리의 모기를 잡아먹는 잠자리, 세계적인 가수 비틀즈와 같은 이름을 가진 딱정벌레들은 곤충 전체의 40%나 차지하고 있으며 현재 밝혀진 종류만도 38만 종이나 된단다. 아름답게 생겼지만 무시한 독성을 지닌 동물을 구분하는 방법, 꽃뿐 아니라 뿌리를 통해 인간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만들게 와 양아욱 뿌리, 치커리와 같은 식물들, 다 다르게 노래하는 새들과 다양한 동물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이 책은 단지 자연의 모습을 옮겨두기만 한 책은 아니다. 자연 속에 다양한 동식물부터 암석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자연이라 부르는 모든 곳을 하나하나 훑어보며 또 읽으면서 깨닫고 느끼게 된 부분을 스스로 기억할 수 있도록 구성되기도 했다. 어른이 읽어도 좋지만, 글 밥이 많지 않고 다양한 색채와 그림이 담겨있기에 아이들이 읽어도 좋을 것 같다.


 낯설지만 그 안에 담긴 자연의 모습들을 하나 둘 마주하며, 나를 둘러싼 자연의 모습 속에서 따스함과 감사를 느끼게 된다. 기왕이면 산책을 하면서 이 책을 읽어도 좋겠다. 일 년에 한 번씩 휴양림으로 휴가를 떠나는데, 이 책을 꼭 챙겨가고 싶다. 기왕이면 자연 속에서 실제 자연을 마주한 책을 읽으며 내 눈과 마음에 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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