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 잔혹극 복간할 결심 1
루스 렌들 지음, 이동윤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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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스 파치먼이 커버데일 일가를 살해한 까닭은,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기 때문이다.

P.7

이 책의 첫 문장이다. 여러 권의 추리소설을 읽어왔지만, 상당수 소설들의 경우 범인을 꽁꽁 감추어둔다. 하지만 이 작품은 첫 문장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는 물론, 가해자가 사건을 벌인 이유도 알려준다. 첫 문장 앞에서 당황스러웠다. 아마 나와 같은 감정을 가진 독자들이 꽤 될 것 같다. 얼마나 자신감이 있길래, 저자는 추리소설의 룰이라 할 수 있는 정답을 깰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것은 저자에게는 가해자나 피해자보다 이들 사이에 왜 이런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지에 더 관심을 두고 작품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독자는 바로 그 부분을 찾아내야 한다.

40대의 유니스 파치먼은 커버데일가의 가정부로 취업을 하게 된다. 첫 만남에서 그녀는 커버데일가의 안주인인 재클린 루이즈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바로 한마디 "마님" 덕분이다. 그 한마디로 재클린은 유니스의 모든 것을 신뢰하게 된다. 그녀가 가지고 온 추천서도, 그녀가 사는 곳을 비롯하여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을 어느 하나 확인해 보지 않고 덥석 그녀를 받아들인다. 남편인 조지는 예민한 사람이었지만, 재혼한 지 몇 년 되지 않았던 터라 재클린이 원하는 것에 대해서 별다른 반대 없이 받아들인다. 딸인 폴라도 둘째 출산을 앞두고 있었고, 몸 상태가 좋지 않은 터라 유니스에게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그렇게 유니스는 커버데일가에 어려움 없이 입성할 수 있었다. 집안일을 능수능란하게 해내고, 청소와 다림질을 물론 타고난 부지런함을 지닌 유니스는 단번에 재클린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유니스에게는 뭔가 평범하지 않은 점이 있었다. 조지는 유니스의 특이함이 자꾸 눈에 거슬린다. 유니스가 풍기는 냉정한 기운은 폴라의 출산 소식이 전해졌을 때 도드라진다. 난산으로 힘들어하던 폴라가 제왕절개 수술을 하게 되었고, 다행히 아이도 폴라도 건강하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였다. 그 소식에 유니스는 그 어떤 반응도 없었다. 미소조차 짓지 않았다. 축하의 인사는커녕, 싸늘한 표정의 그녀를 보고 조지는 이상함을 느낀다.

사실 유니스는 글을 읽거나 쓸 줄 모르는 문맹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사람보다 물건에 더 애착을 보인다. 과거 그녀는 동네 사람들의 꼬투리를 잡아 협박을 하고 돈을 받은 경험이 여러 번 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언급하는 아버지(유니스는 성경 디모데의 어머니 유니게와 같은 이름이다.)에게 큰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어머니가 병으로 사망하고 아버지가 이어서 병으로 자리를 보전하게 되었을 때 또 유니스의 이름을 불러대는 아버지를 베개로 질식시켜 살해한다. 그런 유니스가 가장 두려운 것은 자신이 문맹이라는 사실을 들키는 것이다. 그런 유니스가 일을 하게 된 커버데일가는 책이 참 많았다. 가족들 모두 어디서나 책을 읽고, 책의 내용을 가지고 토론을 즐겨 하며 잠자리에도 책을 읽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유니스는 더 예민해진다.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그녀임에도, 쪽지로 남긴 일은 해내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재클린에게 유니스는 자신이 눈이 매우 나쁘다고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한다. 그런 유니스에게 안타까움을 느낀 재클린 부부는 유니스를 데리고 안경점을 찾아 안경을 맞춰준다.

한편, 동네 우체국장의 아내이자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조앤 스미스를 만나게 된 유니스. 둘은 조금씩 가까워진다. 늘 사람과 거리를 두는 유니스가 조앤과 가까워지는 데는, 남편 노먼이 조앤에게 폭력을 휘두르던 날 유니스가 조앤을 도왔기 때문이었다. 그런 조앤은 열성적인 종교인이지만, 동네 사람들의 뒷이야기들에 관심이 많다. 정도가 얼마나 심한 지, 남의 편지를 뜯어볼 정도다. 조지 부부 역시 자신의 집으로 온 우편물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조앤이 자신의 집 우편물을 뜯어보고 막말을 하고 다닌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지 않다. 자신이 집을 비웠을 때, 조앤이 유니스를 만나러 집에 들렀다는 사실을 알고 화가 난 재클린은 남편 조지에게 이야기를 하고, 조지는 유니스의 방을 찾아 조앤에게 집 밖으로 나가라는 말을 전한다. 그리고 유니스에게 조앤을 만나지 말라는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건넨다.

친구인 조앤과 가까이 지낼 수 없는 상황, 문맹이라는 사실이 알려질까 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대다가, 커버데일가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서 자신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데까지 이르자 유니스는 결국 폭발하게 되는데...

글을 배울 수 없는 상황에 처했던 유니스는 문맹에 대한 피해의식이 깊어진다. 그녀의 사이코패스적인 성향도 거기에 불을 붙였다. 유일하게 마음을 나눴던 조앤의 성향도 유니스의 행동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단지 문맹이었기 때문에 유니스가 살인을 저지른 것은 아니다. 문맹이라는 단어 안에 더 깊은 편견과 상처, 피해의식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는지를 마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책에는 문자가 예로 등장했을 뿐, 우리 삶에도 비슷한 형태의 피해의식과 상처와 반목이 있지 않을까? 그를 적절하게 풀어내지 못하고 쌓이게 되면(물론 유니스의 경우는 극단적인 예가 되겠지만), 그 또한 설명할 수 없는 결과를 도출해낼지도 모르겠다.


유니스 파치먼이 커버데일 일가를 살해한 까닭은,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기 때문이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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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네 종말 탈출기
김은정 지음 / 북레시피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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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없으면 모두 할머니를 까먹지 않을까?"

"아니, 까먹을 수가 없어. 보지 않아도 마음속에 깊이 새겨져 있는 건

절대 잊을 수 없으니까......"

P.52

한참 종말과 휴거가 거론되던 때가 있었다. 세기가 바뀌는 1999년과 모 선교회로 나라가 들썩였던 때였다. 물론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종말은 오지 않았다. 단, 기후 위기의 문제가 꾸준히 대두될 뿐이다. 이 가족이 살고 있는 시대에도 12월 21일 종말로 사회가 시끄럽다. 그리고 최씨 가족은 가족이라 하지만, 남보다 못한 사이로 한 건물 안에 살고 있을 뿐이다.

책의 화자는 8살이 된 최한라라는 아이다. 솔직하고, 똑똑한 한라의 친구 영민은 자기 할아버지의 말을 빌려 한라의 가족에게 별명을 붙여준다. "콩가루"라고...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는 한라는 그저 콩가루를 좋은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자신의 가족을 그린 그림에 제목을 콩가루라고 지었으니 말이다.

최씨라고 불리는 외할아버지(외할머니의 사촌인 이모할머니 덕분에 한라는 최씨의 본명이 최가눔인줄 안다.), 이혼녀인 엄마 고은, 한때 삼촌이었지만 지금은 하마를 닮은 히메이자 이모 고완, 혼자 다락방에서 생활하면서 밖과 격리 중이지만 한라의 물음에 언제나 척척박사처럼 대답을 해주는 막냇삼촌 척척 고준, 외할머니의 막냇동생이라 지하실에서 살고 있는 뚜러정 정두섭 그리고 한라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가족이 맞지만, 서로 같은 집에 살지만 말을 섞거나 같이 모이지 않는다. 그저 생활공간만 같을 뿐이지, 남과 다름없으니 말이다. 그런 이들이 한곳에 모이게 된 계기가 있었다. 바로 오래전부터 가족의 일을 얘기해 주는 이모할머니의 방문 때문이었다. 이 이모할머니는 신내림을 받았는데, 그래서 집안의 대소사를 한 번씩 이야기해 줬다. 그중 하나가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병과 사망에 관한 것이었고, 고완의 성별에 관한 것이었다. 물론 둘 다 가족에게는 좋은 내용은 아니었다는 게 최씨를 비롯한 가족들이 이모할머니를 썩 좋아하지 않는 이유였다.

사실 최씨는 빈 땅에 주차장을 지어놓고 주차료를 받아서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 그 땅을 좋은 값에 팔게 된다. 그리고 그 땅에는 한 선교회가 들어와 배 모양의 건물을 짓는다. 그리고 동네 뒷산을 아라랏산이라고 부른다. 덕분에 동네는 사이비 출연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해진다. (사이비가 뭔 지 모르는 한라는 과거 뽀로로 모자가 아닌 뽀르르 모자를 샀던 경험에 비추어 사이비를 뽀르르로 부른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이모할머니가 집을 방문한 것이다. 이모할머니는 꿈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보였다고 한다. 그리고 가족들을 구하기 위해서 똘똘 뭉쳐서 12월 21일 전에 몸을 피해야 하는데, 그곳이 바로 최씨가 판 땅의 지하란다. 가뜩이나 남보다 더 한 상황의 가족들에게 이 이야기는 영양가 있는 말이 되었을까?

책 중간중간 가족사가 등장한다. 볼에 상처가 있어서 사진 한 장 남기지 않은 외할머니를 그리워하는 이야기, 원빈을 닮았다던 한라의 친부 이야기, 아무리 잘해도 아들인 동생에게 치여서 이쁨 받지 못했던 엄마 고은의 이야기, 법학과를 가고 싶었지만 가부장적인 최씨 덕분에 식품영양학과에 들어간 엄마 이야기,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성에 대해 고민을 거듭했던 히메 이야기 등 실제 이야기와 한라의 눈으로 보이는 가족의 이야기 속에서 웃음과 눈물의 그 어딘가를 헤매고 다닌다. 제목만큼이나 흥미로웠다. 왜 이들이 하나로 뭉칠 수 없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풀어지면서, 이들 가족 안에 아픔까지 마주할 수 있었다. 사건이 마무리되고 이들은 똘똘 뭉치는 콩가루가 될 수 있을까?


"사진이 없으면 모두 할머니를 까먹지 않을까?"

"아니, 까먹을 수가 없어. 보지 않아도 마음속에 깊이 새겨져 있는 건

절대 잊을 수 없으니까......"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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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세상의 완벽한 남자
C. J. 코널리 지음, 심연희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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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집은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직업은 그녀의 직업이 아니었다.

자신의 남편은 그녀의 남편이 아니었다.

자신의 죽은 오빠는 살아있었다.

P.205

타임슬립을 넘어 다른 차원에 내가 또 존재한다면 어떨까? 제목 그대로 또 다른 세상의 내 삶과 지금 내 삶이 어떤 사고로 인해 뒤바뀌게 된다. 나라는 존재는 그대로인데, 나를 둘러싼 중요한 사람들이 바뀌었다. 그리고 그들은 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 문제는, 뒤바뀐 세상의 내가 누리는 상황들이 그동안 꿈꿔왔던 완벽한 삶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쓸까?

부동산 관련 라디오 방송인 토크 뉴욕의 오픈 하우스의 진행자로 일하는 조시 캐번디시는 오늘 36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방송 직전 핸드폰이 울리고, 겨우 방송 사고를 모면하고 내려온 조시. 오빠 데이비드의 생일 축하 문자였다. 데이비드는 지금 여행 중이지만, 동생을 끔찍이 사랑하기에 생일 문자를 보낸 것이다. 현재 브루클린의 작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조시는 같은 합창단에서 활동하는 피터를 짝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피터는 동거하고 있는 여친 미셸이 있다. 그런 어느 날, 피터가 조시에게 연락을 한다. 미셸과 계속 싸우고 있고, 조만간 헤어지려고 한다는 말에 마음이 설레지만 환승 연애나 양다리 남친은 사절이라며 자신의 마음을 꿋꿋하게 전하는 조시에게, 조시의 생일에 함께 저녁을 먹자고 약속을 한다. 약속 시간에 맞춰 자전거를 타고 길을 나선 조시는 건널목에서 사고를 당한다. 몇 년 전에도 같은 자리에서 사고가 났었는데...라는 생각을 하고 필름이 끊긴다. 정신을 차린 조시는 병원에 있다. 근데, 뭔가 낯설다. 친구 수지가 한쪽 손을 잡고 있는데, 반대쪽 손을 잡고 있는 남자는 누구일까? 낯설 디 낯선 이 남자가 조시의 남편 롭(로버트)이란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둘은 결혼한 지 2년이 넘었다니 더 당황스럽다. 사고로 머리를 다쳐 기억을 잃은 게 아닐까 싶지만, 롭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기억에 있으니 놀랄 노릇이다. 연락을 받고 온 엄마와 동생 로라는 보이지만, 왜 데이비드는 안 보이는 걸까?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면 전화라도 올 텐데 말이다. 다행히 외상이 심하지 않아서 퇴원을 하고 집으로 향하는데, 고급 펜트하우스 18층이 자신의 집이란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집도, 남편이라는 롭도 낯설기만 하다. 그 와중에 롭은 돈도 많고, 외모도 상당히 준수하고, 조시를 너무 사랑하는 남자다. 이렇게 완벽한 남자가 남편이라니...! 근데 데이비드 소식을 듣고 조시는 패닉 상태에 빠진다. 2년 전 하와이에서 열린 조시의 결혼식에 참여했던 데이비드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단다. 사랑하는 오빠가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은 조시에게 큰 충격이었다.

한편, 같은 곳에서 사고를 당하고 깨어난 조시는 오래전 가지고 있던 가방과 구형 핸드폰을 보고 당황한다. 남편 롭과 약속이 있었는데, 자신의 소식을 모르는 롭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핸드폰에서 롭의 번호를 찾지만 보이지 않는다. 자신은 분명 할스타인 앤드 파우스트사에서 일하고 있었고, 맨해튼에 있는 펜트하우스에 살고 있었는데, 지금의 조시는 이름만 같을 뿐 직업도 다르고 결혼도 하지 않았단다. 그리고 남편인 롭은 다른 재벌 상속녀와 연애를 하고 있다니...! 다행이라면 2년 전 사망했던 오빠가 살아있다는 점이다. 데이비드에게 문자를 보내자 답이 바로 왔다. 문자를 보고 조시는 가슴이 뛴다. 사랑하는 오빠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꿈만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롭이 너무 그립다. 낯선 지금의 상황이 이해 가지 않을 뿐이다.

두 차원의 조시가 번갈아가면서 등장하는데, 서로의 존재를 어렴풋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브로클린의 조시는 맨해튼의 조시의 것을 자신이 빼앗은 것 같아 죄책감을 가지고 산다. 사랑하는 오빠 데이비드의 죽음에 죄책감도 가지고 있다. 자신이 하와이에서 결혼하지 않았다면 오빠가 하와이에 오지 않았을 것이고 죽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한편, 맨해튼의 조시는 낯선 피터와의 만남에 다가가는 것이 힘들다. 사랑하는 남편 롭은 다른 여성과 연애 중인 것도 그녀에게는 고통이다. 다행이라면 둘 다 자신의 원래 자리를 그리워한다는 사실이다. 과연 이 둘이 다시 제자리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모든 게 뒤죽박죽된 것 같지만, 생각지 못한 반전도 기다리고 있다. 같은 사람이 다른 평행 우주 속에서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내용 자체가 신선했다. 나라면 어떨까? 너무 완벽한 삶에 매료되어서 그저 그 자리를 지키고 싶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브로클린의 조시는 너무 순진하고 착한 것 같아서 괜히 좀 아쉽기도 했다.


자신의 집은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직업은 그녀의 직업이 아니었다.

자신의 남편은 그녀의 남편이 아니었다.

자신의 죽은 오빠는 살아있었다.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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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의 대각선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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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자신만의 특별한 관점을 뽐내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은 체스가 주제다. 여러 권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을 만났지만, 이번 작품은 기존의 작품들과 결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만들어낸 새로운 세상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아닌, 현재의 우리의 삶 혹은 과거의 역사의 접점 속에서 이루어지는 사선들이 책 안에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책에는 두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니콜 오코너와 모니카 매킨타이어라는 두 소녀다. 두 소녀 다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아빠의 목장에 간 니콜은 양들의 운명을 듣게 된다. 이미 양들의 운명은 얼마 후 죽게 되는 걸로 결정되어 있었고, 주인 또한 정해져 있었다. 양들을 탈출(?) 시키고 싶었던 니콜은 어린 시절같이 지내던 목동 걔를 유인해 낭떠러지로 향하게 한다. 개를 쫓아간 양들 역시 개처럼 모두가 죽고 만다. 니콜의 아버지는 니콜의 생각을 바꿔주고자 체스를 알려주는데, 니콜은 체스에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빠른 속도로 체스를 습득하게 된다.

한편, 많은 무리 속에 있는 걸 힘들어하는 모니카 매킨타이어는 이름처럼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 타인과 함께 있을 때는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는 모니카. 반의 대표를 뽑는 자리에서, 자신의 뛰어난 두뇌를 자랑하던 모니카는 대표에서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자신보다 능력이 없음에도 대표가 된 친구의 머리를 자르는 것으로 복수를 한다. 이 일로 학교에 호출된 엄마는 니콜을 데리고 병원으로 향한다. 모니카의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 시작한 체스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모니카. 그렇게 주니어 대회를 석권하고 세계대회로 향한다. 천재적인 체스 실력을 가진 그녀들은 결국 세계대회에서 격돌하게 된다. 체스를 잘 둔다는 공통점 외에 그녀들은 생각부터 가치관, 성격까지 다른 부분이 더 많았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는 걸 힘들어하는 모니카는 대회의 결승전에서 니콜을 만난다. 이미 그녀들의 실력에 주위 사람들은 그녀들을 둘러싼다. 극도의 답답함을 느끼는 와중에 게임까지 원하는 대로 되지 않고 급기야 니콜에게 지고 마는 모니카는 게임을 마치자마자 일어나 니콜의 목을 조르기 시작한다.

시간이 흐른 후, 그녀들은 재 대결을 하게 된다. 이번에는 모니카가 승리를 하지만, 이번에는 먼저 번 보다 더한 끔찍한 상황이 그녀들을 기다리고 있다. 과연 그녀들은 어떤 일을 겪게 될까?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번 작품에는 특이하게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니콜과 모니카를 감싸고 있다. 소련 붕괴와 냉전체제, 9.11테러,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서로 척을 지고 있는 세계사의 문제들이 마치 니콜과 모니카의 관계를 의미하듯 등장한다. 물론 그녀들의 세 번째 만남은 극단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의 상황 속에서 펼쳐지니 말이다. 이념과 생각과 가치관의 차이가 빚어내는 대결들이 세계사 속 사건의 양쪽 진영의 이야기로 옮아가니 더 피부에 와닿았던 것 같다. 과연 집단과 개인에서 누가 옳고 그를까? 아니 이 둘은 과연 정답이 있는 것일까? 읽는 내내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재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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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의 대각선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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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자신만의 특별한 관점을 뽐내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은 체스가 주제다. 여러 권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을 만났지만, 이번 작품은 기존의 작품들과 결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만들어낸 새로운 세상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아닌, 현재의 우리의 삶 혹은 과거의 역사의 접점 속에서 이루어지는 사선들이 책 안에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책에는 두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니콜 오코너와 모니카 매킨타이어라는 두 소녀다. 두 소녀 다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아빠의 목장에 간 니콜은 양들의 운명을 듣게 된다. 이미 양들의 운명은 얼마 후 죽게 되는 걸로 결정되어 있었고, 주인 또한 정해져 있었다. 양들을 탈출(?) 시키고 싶었던 니콜은 어린 시절같이 지내던 목동 걔를 유인해 낭떠러지로 향하게 한다. 개를 쫓아간 양들 역시 개처럼 모두가 죽고 만다. 니콜의 아버지는 니콜의 생각을 바꿔주고자 체스를 알려주는데, 니콜은 체스에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빠른 속도로 체스를 습득하게 된다.

한편, 많은 무리 속에 있는 걸 힘들어하는 모니카 매킨타이어는 이름처럼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 타인과 함께 있을 때는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는 모니카. 반의 대표를 뽑는 자리에서, 자신의 뛰어난 두뇌를 자랑하던 모니카는 대표에서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자신보다 능력이 없음에도 대표가 된 친구의 머리를 자르는 것으로 복수를 한다. 이 일로 학교에 호출된 엄마는 니콜을 데리고 병원으로 향한다. 모니카의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 시작한 체스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모니카. 그렇게 주니어 대회를 석권하고 세계대회로 향한다. 천재적인 체스 실력을 가진 그녀들은 결국 세계대회에서 격돌하게 된다. 체스를 잘 둔다는 공통점 외에 그녀들은 생각부터 가치관, 성격까지 다른 부분이 더 많았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는 걸 힘들어하는 모니카는 대회의 결승전에서 니콜을 만난다. 이미 그녀들의 실력에 주위 사람들은 그녀들을 둘러싼다. 극도의 답답함을 느끼는 와중에 게임까지 원하는 대로 되지 않고 급기야 니콜에게 지고 마는 모니카는 게임을 마치자마자 일어나 니콜의 목을 조르기 시작한다.

시간이 흐른 후, 그녀들은 재 대결을 하게 된다. 이번에는 모니카가 승리를 하지만, 이번에는 먼저 번 보다 더한 끔찍한 상황이 그녀들을 기다리고 있다. 과연 그녀들은 어떤 일을 겪게 될까?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번 작품에는 특이하게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들이 니콜과 모니카를 감싸고 있다. 소련 붕괴와 냉전체제, 9.11테러,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서로 척을 지고 있는 세계사의 문제들이 마치 니콜과 모니카의 관계를 의미하듯 등장한다. 물론 그녀들의 세 번째 만남은 극단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의 상황 속에서 펼쳐지니 말이다. 이념과 생각과 가치관의 차이가 빚어내는 대결들이 세계사 속 사건의 양쪽 진영의 이야기로 옮아가니 더 피부에 와닿았던 것 같다. 과연 집단과 개인에서 누가 옳고 그를까? 아니 이 둘은 과연 정답이 있는 것일까? 읽는 내내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재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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