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그대로의 자연 - 우리에게는 왜 야생이 필요한가
엔리크 살라 지음, 양병찬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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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지구상의 생명체가 기적이라면, 생명체가 하는 일은 더욱 경이로운 기적이다.

어린 시절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늘 들었던 생각이 있다. 사자와 같은 맹수에게 잡혀먹는 초식동물들을 보면서 초식동물은 착한 동물, 육식동물은 나쁜 동물이라는 이분법적인 생각으로 생태계를 규정했고, 저렇게 촬영만 하지 말고, 잡혀먹는 동물들을 좀 구해줄 것이지....! 지켜보기만 하는 나쁜 사람들이구나! 하는 생각 말이다. 거기에 하나 더 얹어 알을 깨고 나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병아리 등의 모습을 보고 좀 도와주면 금방 나올 텐데... 하는 생각도 했다.

물론 내가 생각했던 대로 실제 행동을 했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주어졌을까?

자연 그대로의 자연이라는 이 책의 제목은 참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앞에서 말한 대로 자연 스스로의 룰을 가지고 흘러가는 생태계에 인간의 욕심과 판단으로 끼어들었을 때 일어나는 사고(?)들은 자연을 지나치게 훼손하고 결국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생태계는 자신만의 룰이 있다. 피식자와 포식자의 관계도 그중 하나다. 인간이 손대지 않은 자연은 피식자와 포식자의 수가 차등을 두며 어느 정도의 균형을 이룬다. 하지만 인간이 손을 대기 시작하는 순간 자연의 균형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책 속의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바이오스피어 2라는 프로젝트가 등장하는데 바로 자급자족적 인간 식민지를 건설하기 위한 테스트 용으로 만들어진 인공 생태계였다. 하지만 생각보다 이 프로젝트는 빠르게 문제가 생겼다. 생각보다 짧은 시간 안에 생태계가 무너지면서 25종의 작은 척추동물 중 6종만 살아남는다. 대기뿐 아니라 동물도 멸종한 것이다. 두 번의 임무를 통해 그들이 깨달은 교훈은 자연을 인간의 힘으로 꾸려간다는 것은 욕심이라는 사실이다.

인간은 많은 것을 알고 있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그럴까? 적어도 우리가 지구에서 생존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은 우리가 아닌 다른 종이 이뤄낸 성과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그에 대해 보답보다는 그들을 파괴하고 괴롭게 한다.

어쩌면 뻔한 이야기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상주 탐험가이자 환경보호 운동가 그리고 인간의 눈으로 본 저자의 글에는 바로 그런 자연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마주할 수 있었다. 흥미로운 이야기 중 하나가 자연의 비대칭적 경계에 대한 부분이었다. 한쪽은 성숙한 생태계가, 반대쪽은 비성숙한 생태계가 이루어져 있는데 이들은 서로 영향을 받으며 착취와 억압을 당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자면 사슴과 같은 산림동물들은 숲에 은신하면서 풀을 뜯어 먹기 위해 초원으로 이동한다. 문제는 초원의 식물이 자라기 전에 산림동물들의 먹이가 된다는 데 있다. 성숙한 숲이라면 산림동물이 먹는 풀과 그들이 배설한 배설물이 비료가 되어 산림동물들이 먹은 것 이상의 에너지를 뿜어낼 수 있지만, 초원은 그렇지 못하다.

다양한 생태계의 모습과 사진들, 최소한의 간섭으로 자연을 지켜내려는 사람들의 노력들이 어우러져 이 책을 이루어내었다. 인간의 생각과 달리 자연계는 스스로 정화하며 살아가는 법을 체득하고 있다. 기후 위기와 여러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는 요즘. 이 책은 그런 우리의 생각에 환기를 해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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