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 프로듀서 퇴사하겠습니다
오조 지음 / 팩토리나인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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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히어로가 드러나는 세상이다. 이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하나의 능력이 아닌 다수의 능력을 가진 히어로들도 등장한다. 그러다 보니 이능력이 없는 보통의 사람은 취업조차 쉽지 않다. 회사에서조차 신입사원을 뽑을 때 이능력을 먼저 보기 때문이다. 샤이닝 컴퍼니의 조영 대리는  10년째 샤이닝 컴퍼니에서 일하는 1세대 프로듀서로 과거에는 스타 프로듀서로 날렸던 인물이다.  최연소로 미국의 국제 히어로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조영은 최고의 스타 히어로 메이커로 두각을 드러낸 조영은 소낙을 성공시키며 최고의 프로듀서가 된다. 하지만 도전정신으로 그의 모든 것을 포장했던 소낙이 범죄자로 낙인찍히며 바닥으로 떨어졌을 때, 조영 역시 같은 신세로 지하 3층으로 내려간다. 사실 조영은 무능력자다. 12살까지 이능력이 발현되지 않거나, 이능력을 가지고 태어나지 못한 사람을 부르는 말이 바로 무능력자인데, 문제는 언제부턴가 이능력이 당연한 시대가 되고 나니 조영과 같은 사람들은 보편적이라는 말조차 어울리지 않는 시대가 되고 만다. 


 히어로 프로듀서들은 이능력을 가진 히어로를 최고의 상품으로 포장하고 스타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하나의 스타 히어로를 만들기 위해 이곳저곳에서 고군분투하고, 포장하는 이들이 없다면 히어로는 절대 스타가 될 수 없다. 그런 역할을 10년이나 했던 조영이지만, 한 번의 나락 이후에 재개가 쉽지 않다. 그나마 그의 곁에 남아있는 후배 송화는 조영의 능력을 높이사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송화의 인정도 이제 조영을 일으킬 힘이 없다. 10년 다닌 회사를 그만둘 때가 된 것 같다. 그렇게 조영은 히어로 프로덕션 샤이닝 컴퍼니에 사표를 제출한다. 퇴사까지 남은 기간이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과거 조영을 인정했던 성실장이  한 사람을 보낸다. 회사에서 작정하고 밀기로 한 히어로란다. 퇴사하기 전까지 그를 잘 만들어보라는 성실장의 말에 기가 찬 조영. 써리원이라는 이름도 뭔가 좀 내키지 않는다. 과거 31명을 구한 히어로라서 써리원이라고 예명을 지었다고 하지만 말이다. 써리원이라고 하지만, 조영은 그를 서이원이라고 부른다. 그렇게 히어로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원래 히어로는 실제로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돕거나 구출해 내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이 세계에서는 스타십을 위해 아예 각본을 짜고 그를 뒷받침하는 각종 팀까지 줄줄이 연결한다. 써리원 프로젝트의 막이 오르고, 과연 써리원은 스타 히어로가 될 수 있을까? 그리고 조영은 퇴사를 할 수 있을까?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조영의 역할에 나 역시 수긍이 간다. 회사에서의 히어로라면 누구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아무래도 돈을 벌어오는 사업 팀이나 영업팀, 마케팅팀이 아닐까 싶다. 그에 비해 그들의 뒷수습을 하고, 그들을 돕는 역할은 총무, 인사노무, 회계, 경영지원의 몫이다. 나 역시 그런 역할을 20년 가까이 해오고 있다 보니 가끔은 연봉 차이에서 드러나는 현타를 몸소 체험 중이다. 책을 읽으며 한 배우의 수상소감이 떠올랐다. 스태프들이 차려놓은 밥상에 자신은 숟가락 하나 얹을 뿐이라는 그 소감 말이다. 눈에 띄는 스타에 뒤에는 그를 뒷받침하는 무수한 사람들이 있다. 아니 우리 한사람 한 사람의 인생에도 그런 조연들이 참 많다는 사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는 게 참 인색하다는 사실을 괜스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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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내 인생에 말을 걸었다 - 세상의 지혜를 탐구하는 수학적 통찰 서가명강 시리즈 40
최영기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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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꾸준히 읽어오는 서가 명강의 40번째 주제는 바로 수학이다. 수학을 싫어하지 않았는데, 유일하게 싫어하는 파트라면 도형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 산수 시간에 도형의 넓이를 구하는 문제가 너무 어려웠다. 틀리고 또 틀려서 아예 외워버리기도 했는데, 문제는 그러다 보니 응용이 안된다는 점이다. 그 이후 도형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다. 도형과 관련된 문제만 보면 머리가 하얘진다.(얼마 전 큰 아이가 학교에서 단원평가를 보는데, 도형 문제를 쓱쓱 풀어가는 걸 보고 놀랐다. 나는 도형만 봐도 울렁증이 도졌다.) 수학에서 필요한 것은 사칙연산과 구구단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가 바로 나였다. 굳이 근의 공식, 피타고라스의 정리, n 차 방정식 등을 배우는 이유가 무엇일까?에 대해 이해할 수 없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수학과는 영원히 안녕일 거라는 예상을 깨고, 1학년 때 전필로 경영 수학을 배웠다. 경영과 미적분이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 지금도 이해가 안 된다. 이름만 경영이 붙었을 뿐 실제 내용은 수Ⅰ의 연장선상이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여전히 나는 숫자로 밥을 벌어먹고 살고 있고, 그 생활을 한 지 20년이 가까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수학의 영역이 단순히 숫자나 사칙연산뿐 아니라 크기와 길이, 너비 등이 포함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고 나니 사칙연산만 필요한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잡설이 길었지만, 이 책은 수학자가 쓴 수학에 관한 책이지만 수학보다 인문학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학과 인문학은 괴리감이 크다 생각했는데, 저자의 글을 읽으며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많았다. 서가 명강의 40번째 책, 한두 권을 빼고는 다 읽었는데 감히 내가 읽은 38권의 책 중 한 권을 꼽자면 나는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정말 제목 그대로 수학의 이론과 삶의 공통점을 이렇게나 절묘하게 찾을 수 있다는 사실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저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닌, 노학자의 오랜 연구의 인생의 깊이가 이 책에 가득 담겨있다는 내 표현이 많이 부족할 따름이다. 


많은 수학자와 물리학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공식이 무엇일까? 바로 오일러 공식이라고 한다. 사실 공식 자체는 낯설었는데, 오일러 공식은 0과 1, 원주율 파이 π, 자연 상수와 허수로 이루어진 공식이다. 우리가 아는 모든 수들이 이 공식 안에 존재한다. 문제는 이 모든 숫자의 결과가 0이라는 사실이다. 저자는 오일러의 공식을 우리의 인생에 대입해서 설명한다. 태어날 때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태어나서 세상에서 많은 것을 얻고 누리며 삶을 채워가지만, 결국은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채로 세상을 떠나는 우리의 삶을 말이다.

우리는 상상의 수 i처럼 꿈을 키우고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그러나 우리의 삶이 언젠가 한계에 다다를 때, 우리는 다시없는 곳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사라짐이 우리가 경험한 모든 것들의 가치를 상쇄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사라짐의 과정에서도 우리는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그러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면, 

우리는 삶을 더욱 깊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또 기억에 남는 내용은 솔로몬 애쉬의 실험이었다. 오리와 토끼로 보이는 시각적 착시를 활용한 그림과 함께 누구나 알 수 있는 선분을 그은 그림이 등장한다. 당연히 누가 봐도 답이 확연한 선분을 두고, 피실험자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여러 번에 걸쳐 피실험자에게 틀린 답변을 주저 없이 말하는 사람들을 마주하게 한다. 근데, 신기한 것이 피실험자 중 절반 이상이 틀린 답변에 여러 번 노출되자 그들과 동조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 이유는 혼자 반대자가 되기 싫었거나, 다수가 옳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솔로몬 애쉬의 실험을 통해 저자는 버트런트 러셀의 말을 인용해 우리에게 조언을 건넨다.


이상한 의견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현재 받아들여지는 모든 의견은 한때 이상했습니다.


책에 어느 페이지를 펴도, 깊은 삶의 조언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수학적 통찰과 노학자가 그동안 삶을 통해 마주한 인생의 통찰이 녹아있다. 덕분에 진한 위로와 따스한 조언을 마주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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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곽선생뎐 1~2 세트 - 전2권 싱긋나이트노블
곽경훈 지음 / 싱긋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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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특이한 제목이었다. 선생에 앞에 붙는 곽곽이 설마 이름은 아니겠지라는 생각으로 책을 읽었다. 호 정도라 생각했는데, 곽곽이 이름이다. 제목만큼이나 그의 활약상은 범상치 않다. 가상의 나라라고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누군가가, 어떤 나라가, 어떤 곳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쥬, 와, 카락이라는 나라는 우리와 우리의 주변에 있는 나라들을 충분히 떠올릴 수 있다. 왕이 살고 있는 그곳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흑도. 그곳에 부임한 절도사 배장호는 주민들로부터 필요 이상의 공납을 걷는다. 나라에 내는 것을 제외하고 자신의 챙길 몫으로 3배를 더 걷는다. 가혹한 수탈을 견디다 못한 주민들은 흑산으로 들어가 도둑이 된다. 어차피 이렇게 죽나 저렇게 죽나 죽는 것은 매한가지니 말이다. 그런 그곳에 검은 옷을 입은 무리들이 등장한다. 이 고립된 섬까지 과연 누가 왔을까? 바로 이름만으로도 벌벌 떨게 만든다는 암행총관 곽곽이었다. 부패한 관리는 물론, 그와 연결된 인물들을 모조리 처벌한다. 그뿐만 아니라 도적이 된 사람들이 돌아온다면 용서하겠다는 말과 함께 그동안 빼앗겼던 것들을 다시금 돌려준다. 당연히 4배나 징수했던 공납도 원상 복귀 시킨다. 유일하게 목숨을 내놔야 했던 인물은 도둑의 두목이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일까? 두목 조근은 살아남아 곽곽과 함께 섬을 떠난다. 그의 부하가 돼서 말이다. 암행총관이 나타나면 관리들은 벌벌 떨고, 백성들을 행복해한다. 곽곽선생은 어떤 뇌물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뛰어난 실력으로 그의 손에 잡히는 사람은 족족 죽음을 맞이한다. 과거 곽곽의 아버지 곽현이 왕을 구했다는 명목으로 암행총관을 제수 받고, 그 직은 아들에게 세습이 되었다. 무소불위의 면책특권과 함께 그를 처벌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왕뿐이니, 어느 누가 그에게 대들 수 있을까? 


 과거 쥬는 흑색당이 정권을 잡고 과두정을 펼쳤지만, 현재의 왕을 옹립하면서 흑색당을 내쫓고 백색당이 정권을 잡게 되었다. 백색당의 유력한 사람들은 모두 열교를 믿었다. 열교의 교리와 교훈을 받들어 자신들의 정권을 공고히 했다. 그런 백색당에게 내수교를 믿는 암행총관은 눈엣가시였다. 그런 곽곽에 의해 백색당의 거두인 최관호의 치부가 드러난다. 그동안 여인을 납치해 와에 파는 인신매매업을 총괄했던 사람이 바로 최관호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한편, 와가 쥬를 쳐들어온다. 오합지졸에 장부에만 올라와 있는 군적은 쓸모가 없었다. 5,000명 중 실제 군인은 50명도 되지 않는다. 군을 이끈다는 장군조차 갑옷이 잠기지 않을 정도로 훈련을 해본 적이 없다. 당연히 와는 쥬를 손쉽게 무너뜨릴 수 있었다. 자신들의 잘못은 생각지 않고, 오히려 와의 장군이 내수교신자라는 사실에 죄 없는 쥬의 내수교인들을 살해당한다. 의병들의 주장에 이경 선생조차 그들의 말을 묵살할 수 없었고, 그 밤 큰 살생이 일어난다. 의병이 모집되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칼 한번 잡아보지 않았기에,와의 병사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곽곽이 평현 곽씨의 사병들을 데리고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들은 이미 저세상 사람들이 되었을 것이다. 곽곽선생과 함께 또 한 인물이 등장한다. 후야라는 이름의 인물로 뛰어난 검술 실력을 가지고 있다. 사실 후야는 쥬의 평현 곽씨 집안의 사람으로 후야의 아버지는 흑색당의 유명한 인물이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반역자로 몰린다. 그렇게 후야는 홀로 쥬를 떠나 와로 향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실패한 인물들은 자신의 선택이 실패인 것을 알면서도 체면 때문에 그 선택을 밀고 나간다. 때론 옳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가 속한 당파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들의 의견을 따라가는 개와 같다. 그들에게는 자신의 생각이나 의지조차 없다. 그런 세상을 향해 곽곽은 옳은 것을 펼쳐낸다. 왕이 사냥개라고 하지만, 곽곽은 자신의 역할을 철저하게 해낸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그저 법대로 처결하지는 않는다.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지켜낼 줄 아는 사람이다. 


 책을 읽는 내내 곽곽선생과 같은 사람이 우리 사회에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지만, 적어도 곽곽선생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단어다. 무소불위의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 능력을 꼭 써야 할 곳에 쓸 줄 알았던 인물인지라, 그가 벌이는 살육의 현장이 그저 끔찍하게만 느껴지지 않았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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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서점 2 - 긴 밤이 될 겁니다
소서림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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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 인한 애달픔과 이별 그리고 재회가 여러 주인공들을 통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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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서점 2 - 긴 밤이 될 겁니다
소서림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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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환상 서점이라는 제목을 본 적은 있는데, 두 번째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이 정도면 늘 역주행을 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후속작을 먼저 읽는 경우가 다반사다.) 다행히 이어지는 내용이 아닌 건지, 2권만 읽어도 이해가 어렵지는 않았다. 처음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자신에게 상처를 준 친구에게 복수를 꿈꾸는 도깨비는 그의 가장 소중한 사람을 빼앗기로 마음을 먹는다. 사실 과연 그게 친구의 잘못인가 싶기도 하다. 마치 도깨비의 모습 속에서 우리의 모습을 마주하게 되기도 한다. 내 가장 친한 친구가 다른 친구랑 가까이 지냈을 때의 그 느낌. 친구를 다시 되찾고 싶은 도깨비는 그렇게 친구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그래서일까? 책 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을 저마다 누군가를 빼앗기거나 잃는다. 서점 주인 서주가 그랬고, 마마와 천연두를 불러온다는 각시 손님이 그랬다. 그들의 아픈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환상 서점. 프롤로그 때문인지, 자꾸 그들의 이별에 마음이 가닿는다. 그래서 더 애틋한 작품이었다.



생을 계속 살아가는 서점의 주인 서주. 그에게는 오랜 정인 연서가 있다. 지금은 서점 안에서 연서와 함께 있지만, 연서는 사람이고 서주는 신이다. 시간이 지나면 연서는 늙어갈 것이고 세상을 떠날 것이다. 그런 서주가 유일하게 지켰던 것은 연서가 다시 태어나도 서주에 대한 기억을 잊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잠시도 떨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은 신인 서주에게도 있나 보다. 연서의 마지막을 지켜본다는 아픔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서주의 서점에 온 각시님.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달라는 말에 서주는 각시 손님이 이야기했던 것을 적었던 책을 펼쳐 연서에게 들려준다. 마마가 창궐하여 온 마을이 초토화되었던 그때. 목숨을 걸고 마을 사람들을 지킨 한 의원이 있었다. 각시 손님을 두려워하지 않는 의원이 괘씸했던 각시 손님은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왜 다들 포기하는 환자들을 지키는 것인지 그의 의중이 궁금했던 각시 손님. 자신의 손으로 그가 천연두에 걸리게 만들었던 각시 손님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지켰던 목숨에 대해 돼 갚고 싶다는 그의 의중을 마주하게 된다. 그렇게 각시 손님은 의원 곁에 머문다. 그렇게 의원은 전염병으로부터 마을 사람들을 지켜간다. 계절이 바뀌고 봄을 앞둔 어느 날, 길을 나서는 각시 손님을 잡고 마는 의원. 둘 사이에는 어느 순간 마음을 나누는 감정들이 생겨났다. 마을에 새로 온 관리는 의원의 뛰어난 의술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를 왕에게 보내 상을 받고 싶었지만, 그는 환자를 돌보는 것에만 신경을 쓴다. 결국 의원을 굴복시키고 싶었던 관리는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하게 되는데...


이제는 천연두가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한 병이 아니라는 사실에 각시 손님은 자신의 소멸을 서주에게 알린다. 그리고 과거의 연인인 의원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가 알고 싶었다. 차마 자신의 입으로 꺼낼 수 없는 말을 연서가 대신 꺼내준다. 의원은 환생을 했고, 지금 살아 있다는 사실. 너무 기뻤지만, 이제 자신은 소멸되어야 하는 상황인지라 그를 만나도 떠나야 하는 사실이 괴로운 각시 손님. 


사랑이라는 감정은 좋기도 하지만, 참 아프기도 하다. 나보다 타인을 더 생각하는 마음이 괴로움을 더 심화시키기도 한다. 불사의 신을 사랑하는 연서. 사랑하는 이와 평생을 함께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연인은 서로를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모습만 다르지,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들 그들만의 감정 속에서 쉽지 않은 선택과 생각을 하곤 한다. 


도깨비의 이야기와 각시 손님의 이야기, 그리고 서주와 연서의 이야기가 각자의 색으로 등장하는데, 어느 하나 애달프지 않은 이야기가 없다. 각시 손님은 환생한 의원을 만났을까? 궁금했던 이야기가 책 속에 펼쳐진다. 혹 서주와 연서의 이야기가 1권에 나오는지 궁금하다. 역주행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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