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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스무 살이 된 딸에게 들려주는 그림책 이야기 - 그림책 속에서 서로 연결되는 마법 같은 순간
조숙경 지음 / 예미 / 2025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상은 더 빨리 뛰고, 더 높이 오르고, 더 많이 가지라고 우리를 재촉해.
하지만 천천히 가야만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들이 있어.
그 속에서 자신만의 여유를 찾아가는 법을 배우면서, 세상이 뭐라 해도, 너의 방식으로,
너만의 속도로 네 인생을 살아갔으면 좋겠어.
어렸을 때 보다 더 많은 동화책과 그림책을 보는 시기를 지나고 있다. 큰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시작해서 여전히 나는 그림책과 동화책을 자주 접한다. 매달 어린이집에서 함께 읽은 4권의 그림책을 가지고 오는 둘째와 함께, 같은 어린이집을 졸업하면서 생긴 큰 아이의 그림책, 그리고 책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걸 아는 지인들이 주는 책까지... 덕분에 집 여기저기 책이 잔뜩 쌓여있다. 이 많은 책 중에도 유독 좋아하고 마음이 가는 책들이 있는데, 큰 아이에게도 그런 책이 있다. 도서관에서 대출을 해서 읽다가 너무 좋아서 갈 때마다 대출하는 아이를 위해 결국 책을 샀다. 내용을 다 외우고 있으면서도 뭐가 그리 좋은지 읽고 또 읽어서 50번 넘게 읽은 책이다. 때론 그림책을 소개해 주는 책(이 책에도 참 많은 그림책이 나오다.)을 읽다가 마음에 들어서 구입한 책, 그림을 그리는 동생이 추천해 준 책까지... 그럼에도 또 새로운 그림책이 나오거나,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나오면 나도 모르게 관심이 가고 읽고 있다. 시작은 아이들 때문이었지만, 어느 순간 나도 가슴이 답답하거나 뭔가 막막할 때면 그림책을 찾게 되는 것 같다. 짧지만 명료한 교훈이 담겨있고, 잔잔한 위로와 공감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스무 살이 된 딸아이를 생각하며 동화 작가 조숙경은 이 책을 썼다.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딸을 향한 사랑의 마음이 책 안에 가득 담겨있다. 꼬마 시절부터 아이와 함께 읽었던 책뿐 아니라, 앞으로의 삶의 여정에서 나처럼 무언가가 그립고 힘들 때 펴보면 좋겠다 싶은 책들도 엄마의 마음을 담아 실려있다. 소개하는 책의 그림이 아닌, 저자가 직접 쓴 그림책 속 그림이 같이 어우러져있다. 글도 좋지만, 그림책 속 그림이 궁금해지기도 했는데 다행히 마지막 장에 해당 삽화가 담겨있는 그림책의 제목이 나온다.
50대 중반의 엄마는 암을 앓았다. 그래서일까? 책 속에는 훗날 세상에 홀로 남겨질 딸에게 주는 엄마의 마지막 조언 같은 글들이 섞여있다. 그래서 그런지 좀 먹먹한 기분도 들었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건지, 도대체 이 길이 맞는 길인가 싶을 때가 있어.
그럴 때 엄마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야.
"남들이 정해 준 옳고 바른 길보다는 네 마음이 향하는 길로 가렴."
책에 담겨있는 또 다른 그림책들 중 유일하게 읽은 책은 고함쟁이 엄마다. 이 책 역시 다른 책을 통해 추천받아서 샀는데, 책장 제일 잘 보이는 곳에 꽂아두었음에도 워낙 책이 작은 터라 아이를 향해 큰 소리로 혼을 낸 후에 발견할 때가 종종 있다. 저자도 나와 같은 경험을 했구나! 싶어 동질감을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도 했다. 큰 글자로 된 고함쟁이 엄마가 있는지 찾아봐야겠다.
책을 읽으며 사랑하는 딸을 생각하며 책을 쓴 엄마를 둔 딸이 부러웠다. 한편으로는 딸뿐 아니라 비슷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세상의 모든 자녀들을 향한 엄마의 마음이라고 생각해도 좋겠다. 늘 꽃길만 걸었으면 싶지만, 세상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때론 인생에도 내비게이션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내비게이션은 아니지만, 엄마의 마음을 담은 책을 길잡이 삼아 가는 것도 좋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