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아더 와이프 스토리콜렉터 123
마이클 로보텀 지음, 최필원 옮김 / 북로드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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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빚 좋은 개살구라고 표현해야 할까? 겉으로 보기에는 대단한 집안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니 아픈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물론 어느 누구도 속 깊은 사연을 들어보면 힘들지 않은 집이 없다 하지만 말이다. 심리학과 교수인 조 올로클린(조지프)은 15년 전 발병한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 매일매일 운동과 약물로 굳어져가는 몸을 좀 늦추기 위해 노력 중인 그는 16개월 전 아내를 수술 합병증으로 먼저 보냈다. 대학교 2학년인 큰 딸 찰리는 옥스퍼드에서 행동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고, 작은 딸 에마는 12살로 노스 브리지 하우스라는 사립학교를 다니고 있다. 평범하기 그지없던 날, 한 통의 전화는 조지프의 삶을 꽤 오래 흔들어놓는다. 패딩턴 세인트 메리스 병원에서 온 한 통의 전화 말이다. 아버지인 윌리엄 올로클린이 머리에 중상을 입고 수술을 받았는데 현재 혼수상태에 놓여있다고 한다. 찰리는 멀리 있기에 당장 에마를 맡길 곳이 없었다. 이웃에게 급하게 에마를 맡기고 병원으로 향한다. 문제는 병원이 런던에 있다는 사실이다. 아버지는 런던에 살고 있지 않은데 말이다. 수련의로부터 어머니가 병실을 지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조지프는 급하게 병원으로 향한다. 


머리에 붕대를 감고 누워있는 아버지 곁에 한 여성이 있다. 40대 중반 정도로 밖에 안 보이는 그녀는 올리비아 블랙모어라는 이름의 여성으로 아버지의 (또 다른) 아내라고 했다. 조지프는 당황스러웠다. 어머니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아버지가 중혼의 불륜을 저질렀다니...! 사실 아버지는 의학계 거물로 외과 의학과 공중보건 분야의 권위자이자 관련 분야에서 여러 업적을 남길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거기다 팔순에 접어든 아버지가 자신보다 30살은 어린 여자와 꽤 오랜 기간을 부부로 지냈다는 사실이 도저히 수긍이 가지 않았다. 결국 중환자실에서 올리비아와 입씨름을 벌이다 둘 다 쫓겨나게 되는데, 잘 보니 올리비아의 치마에 피가 가득 묻어있었다. 결국 출동한 경찰에 연행되는 올리비아.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큰 누나 루시와 작은누나 퍼트리샤 그리고 남수단에 있는 막냇동생 레베카에게는 메시지를 남긴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전화를 해 아버지가 부상을 당했다는 사실을 전한다. 아버지가 계단에서 넘어졌다고 하지만, 상처의 붕대를 교체할 때 보니 오래된 멍 자국이 보였다. 계단에서 굴러도 두개골이 으스러질 정도의 부상은 아닐 텐데, 조지프는 모든 것이 이상하기만 하다.



 풀려난 올리비아를 만나러 간 조지프는 올리비아가 설명하는 아버지가 낯설기만 하다. 아버지라 하지만, 자녀들과 한 번도 공놀이나 게임, 수다와 인생 조언 등 평범한 아버지가 자녀들과 보내는 시간을 한 번도 보내본 적 없는 아버지. 아버지와의 대화는 늘 자녀들을 향한 비난과 꾸지람으로 시작해서 그렇게 끝이 났다. 피에 대한 공포로 결국 집안 대대로 이어져오는 의사를 접고 심리학자가 된 아들을 늘 못마땅해했던 아버지가 올리비아의 말과 사진 속에서는 너무 다른 모습을 띄고 있었다. 결국 어머니에게 올리비아의 존재를 이야기하는데, 어머니는 아버지와 올리비아의 관계를 이미 알고 있었다. 어머니조차 알고 있는 이 관계는 도대체 무엇일까?


 아버지의 사건을 조사하는 경찰들은 왠지 모르게 조지프 가족에게 협조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올리비아의 편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아버지의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하는 조지프. 우선 가장 의심스러운 올리비아의 주변을 확인하다가 그녀가 주니어 테니스 선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의 친구의 아버지인 코치와 결혼을 했었고, 사고로 남편은 즉사하고 자신은 다리에 큰 부상을 입었는데, 아버지가 그녀를 고쳐주었다는 이야기는 그녀가 진술한 것과 맞아 보였다. 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상황 속에서 그동안 모르고 있던 아버지의 모습을 하나 둘 발견하게 되는 조지프는 모든 것이 혼란스럽기만 한데...


 가족이란 무엇일까? 가장 가까운 사이이면서도 가장 많은 상처를 주고받는 사이가 가족 아닐까? 아버지의 사건을 통해 자신에게 남아있던 아버지와의 과거를 곱씹는 조지프의 모습과 함께 자신의 자녀들에게도 아버지로의 역할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모든 것이 드러나지만, 여전히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깨어지지 않는다. 어쩌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보냈던 긴 애증의 시간들이 결국은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게 만든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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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서양철학사
강성률 지음, 반석 그림 / 평단(평단문화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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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연거푸 서양철학사를 만나게 되었다. 전 작이 성인을 위한 서양철학사의 개론이었다면, 이번에 읽게 된 책은 청소년을 위한 서양철학사다. 둘 다 독자의 차이가 있지만, 청소년을 위한이라는 말이 붙어있지만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이 읽어도 유용하고 흥미롭다. 우선 주 독자층을 "청소년"으로 잡았기 때문에, 이 책에 등장하는 단어들은 이해가 쉽다. 그뿐만 아니라 단어 설명이 책 안에 같이 담겨있기에 별도의 다른 책이 필요 없고, 다양한 배경지식이 같이 설명되기 때문에 한층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사실 철학 하면 어렵다는 이미지가 짙다. 성인들 입장에서 과거에 철학을 하면 밥벌이가 힘들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철학은 실생활과 동떨어진 학문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물론 과거에 철학자들은 여유 있는 연구를 할 만한 재정적 뒷받침이 없는 경우 별도의 직업을 가졌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형체가 없는 지식을 연구하는 데는 그에 대한 애로점이 많았을 것 같다. 그럼에도 고대부터 중세와 근세와 현대에 이르기까지 철학은 꾸준히 발전해 왔고, 지금도 발전 중이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뿐 아니라 철학의 시작점으로 보는 탈레스와 고대 철학자들이 차례차례 등장한다. 흥미로운 것은 그들의 이야기가 중간중간 가미되어 있어서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가령 악처로 유명한 소크라테스의 아내 크산티페와의 이야기를 통해 크산티페는 소크라테스에게는 악처였지만, 그녀 덕분에 소크라테스가 철학에 더욱 몰두할 수 있었다는 아이러니한 점이 등장하기도 하고, 자살을 택하지 않는 많은 철학자들과 달리 스토아 학자 제논과 클레안테스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죽음에 대한 내용 중에는 얼마 전 만났던 세네카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제자였던 네로에 의해 독살당함)도 등장한다. 그 밖에도 몸이 약해 늘 침대에 누워있던 데카르트는 침대에서 사색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면서 철학에 몰두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런 배경지식과 흥미로운 철학자들의 이야기들이 곁들여지니 한결 재미있게 서양철학사를 마주할 수 있었다. 전체적인 서양철학사의 연표를 그리는 데도 유용하지만, 각 철학 사상의 앞뒤의 사상과 어떤 관계 속에서 등장했는지를 이해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비슷한 사상보다는 앞에 등장한 철학자의 사상의 반론을 제기하는 식으로 철학사가 발전했다는 사실은 미술사에서도 만났었는데, 대부분의 발전은 그런가 보다 싶기도 하다. 


 책의 시작에 저자가 전한 철학에 대한 내용을 읽으며 좀 더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과거에 비해 우리는 많은 발전을 거듭한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과연 우리가 과거의 소크라테스나 스피노자 보다 과연 지혜롭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지식은 늘었다 볼 수 있지만, 삶을 바라보는 지혜 또한 늘었다고 볼 수 있을까? 사람이 사는 것은 다 비슷하고, 생각하는 것도 비슷하지만 지혜롭다는 것은 다른 문제인 것 같다. 바로 거기서부터 철학은 발전했고 여전히 발전하고 있다. 중간중간 피식 웃음이 나는 삽화 덕분에 환기가 된 것 같고, 서양철학사의 중요한 뼈대를 어렵지 않게 완성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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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사랑이 없다면, 그 무엇이 의미 있으랴 - 에리히 프롬편 세계철학전집 4
에리히 프롬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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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래서 프롬은 '존재의 방식' 이야말로 진정한 자유에 이르는 길이며, 

사랑도 바로 그 자리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유를 통해 삶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존재를 통해 삶을 살아내고,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

그런 그의 사상은 오늘날까지 '우리가 무엇을 가졌는가? 가 아니라 '

어떤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남기고 있다. 

 오래전에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라는 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사실 읽고 싶지 않았는데, 선물로 받았던 책인지라 아무 기대 없이 책을 펼쳤다가 꽤 흥미롭게 읽었다. 당시는 20대 초반에 어린 나이인지라, 사랑에 대해 한참 관심이 많았기도 했고 궁금하기도 했던지라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그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연애와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다시 만나는 에리히 프롬의 저서들은 과연 어떻게 다가왔을까?






 물론 책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 내게 다가온 것은 삶을 바라보는 시각과 그에서 파생된 사랑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떤지에 따라 삶과 사랑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한편으로 요즘 뉴스에서 자주 나오는 데이트 폭력과 그로 인한 상해와 사망사건들이 프롬이 말하는 집착과 소유의 문제로부터 오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랑을 소유하고자 하면, 거기서부터 사랑의 자유가 사라지고 상대에 대한 강압과 억압만 남게 된다. 그 유명한 소유나 존재냐의 이야기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이는 사랑뿐만 아니라 삶의 여러 영역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내 것이라는 생각이 생기기 시작하면 거기서부터 왜곡된 시각이 생긴다. 삶도, 지식도, 사랑도, 가족도 내가 소유하느냐 존재하느냐에 따라 결국 파생되는 생각의 고리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과거에 비해 아이들에 대한 간섭이 많아지는 것 역시 내가 아이들의 존재를 인정하기 보다 아이들의 부모로 그들을 소유하고자 하는대서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이 책 덕분에 내 모든 시각을 점검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소유는 관계를 묶고, 존재는 관계를 연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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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있는 여행자를 위한 내 손안의 독일사 - 단숨에 읽는 독일 역사 100장면 교양 있는 여행자를 위한 내 손안의 역사
세키 신코 지음, 류지현 옮김 / 현익출판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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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독일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자동차, 나치와 히틀러, 맥주와 소시지, 마르틴 루터와 종교개혁이다. 사실 독일의 역사가 참 긴데, 비교적 최근의 부정적인 나치가 독일의 이미지를 좌우한다는 것은 참 씁쓸한 일이기도 하다. 한국사도 아닌 타국의 역사인데, 그동안은 세계사의 큰 틀 안에서 독일사만 구분해서 배운 적이 없다 보니 독일사의 내용을 중간중간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기에 더 정리가 안되는 느낌이었는데, 덕분의 한결 정리가 된 느낌이다. 독일사 속의 100장면은 어떤 장면일까? 한 장면 당 한두 페이 정도의 분량인지라 어렵지 않게, 정말 제목 그대로 여행하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었다. 


 원래는 로마라는 나라 안에 있었던 독일과 프랑스,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영국 등 지중해 주변지역 모두가 속해 있었다. 로마가 워낙 광활한 영토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여러 제국이 세워지고 무너지면서 서유럽 중앙부에는 프랑크 왕국이 세워진다. 프랑크 왕국은 현재의 프랑스, 이탈리아 중부와 독일 지역을 통치하고 있었는데 그 또한 3개로 분열되면서 한 나라였던 이탈리아와 프랑스. 독일이 나누어졌단다. 그렇게 분열된 독일에서부터 이 책은 시작된다. 우리나라 역시 고조선과 4국(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고려와 발해, 조선 등의 왕조가 달라진 것처럼 독일 역시 프랑크 왕국부터 시작하여 신성로마제국, 독일 연방과 독일제국, 바이마르 공화국과 나치, 연방 공화국과 현재의 민주공화국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왕조와 공화국이 계속 바뀐다. 그 역사 속에서 이 책은 각 왕조와 공화국의 형태를 기준으로 독일사를 수록하고 있다. 


독일의 국기와 국가에 관한 내용이 번외 편으로 들어있는데, 독일 국가의 3색의 뜻이 담겨있다, 검은색(근면), 빨간색(정열), 황금색(명예)를 나타내고, 배색은 나폴레옹군과 싸운 독일 군인들의 망토와 견장 색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1990년 통일 이후 전역에서 삼색기가 사용되고 있다. 국가의 멜로디는 나치 독일 덕분에 2차 세계대전 후에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가 사용되다가 현재는 독일인의 노래가 국가로 부활되었다고 한다.



 흥미로웠던 내용 중에는 유독 감자요리가 많은 독일의 감자요리가 국민 요리가 된 이유가 30년 전쟁 후 폐허가 된 나라에서 구황작물로 잘 자랐던 것이 감자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철의 제상 비스마르크는 사회주의에 대해 강하게 탄압을 했음에도 서민들에게는 어느 정도 열린 마음을 가지고 복지정책들을 펴 나갔다고 한다. 그가 진심으로 국민을 생각했을지는 모르겠지만, 단편적으로 당근과 채찍 덕분에 국가를 꾸려가는 데 반대가 덜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뿐만 아니라 1차 세계대전의 패배로 인한 배상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지폐를 마구 찍어냈던 독일은 결국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경제가 마비된다. 어찌 보면 그런 상황이 나치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던 것 같다. 


 독일사의 곳곳에 숨겨져있던 역사가 하나 둘 펼쳐지면서 전체적인 독일사의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독일사의 키포인트들과 인물들 덕분에 한결 정리가 된 듯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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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키워도 사람 되나요?
박티팔 지음 / 고래인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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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특이한 이름의 작가, 그래서 한 권의 책을 읽었음에도 그녀의 신작이 무척 반가웠다. 혹시 여기서 티팔이 진짜 필명인가 하는 분들을 위해... 팁을 살짝 주자면(나도 까먹고 있었는데, 내가 쓴 서평을 읽고 아! 하고 떠올랐다.)

티팔이란? 사회성이 부족하고 독특한 정신세계를 지닌 사람을 일컫는 'Schizotypal Personality Disorder'(정신 분열형 성격 장애)에서 따온 정신과 은어. 

전 작(정신과 박티팔 씨의 엉뚱하지만 도움이 되는 인간 관찰의 기술)이 자신의 직업적인 이야기가 가미된 일상의 이야기였다면, 이번 책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그중에서도 육아와 관련된 일상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물론 만화였고, 만화 역시 박티팔씨의 작품이었다. 아이가 셋인 그녀의 육아 이야기라길래 솔직히 기대가 되었다. 육아를 본인의 전문성(저자는 임상심리사다.)을 살려서 어떻게 표현해 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전 장에서 던진 유머 코드와 4차원 세계에 깊은 감명(?)을 받았기에 얼마나 피식할만한 유머가 많을 지도 궁금했다. 



 사실 책 안에는 대놓고 박티팔씨의 가족 이야기를 가명으로 등장시킨다. 아무래도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펼쳐지는 가족 이야기이기에 짠한 구석도 있지만, 그 짠함을 유머로 승화시킨 그녀의 능력은 정말 대단했다. 엄마도 사람인지라, 당연히 화가 나고 마지막 에필로그에 보면 공황장애까지 겪을 정도로 자신의 일에서는 풀어내지 못해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단다. 본인이 정신과 임상 심리사이면서도, 답답한 속내를 풀어내지 못했던 걸 보면 안타깝기도 했고 한편으로 워킹맘으로 산다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또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참 열심히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책 안에 담겨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내용 중 하나가 바로 위에 있는 막내 도도와의 사연이었다. 아이들이 많다 보면, 자연스럽게 엄마의 사랑을 가지고 상처를 입고 삐지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우리 집 둘째가 제일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엄마는 언니만 사랑하고...**이는 안 좋아하고...!"다. 오히려 주변에서 볼 때 너무 둘째만 편애하는 거 아니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나도 모르게 둘째한테 눈이 간다. (큰 아이에게는 너무 미안하지만, 큰 아이는 어려서부터 스스로 잘 해내는 데 비해, 둘째는 여전히 구멍이 많고 질투도 심하다.) 나 역시 책의 주인공 나보희(나뽕희)씨 처럼 따로 둘째와 이야기를 나눌 때가 있는데, 자연스럽게 이런 방법이 제일 잘 먹히긴 하다. 아이이기 때문에 이런 방법(좋아하는 간식 혹은 작은 선물)이 제일 잘 통하는 것도...ㅎㅎ


뿐만 아니라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게, 이 책의 제목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중학생 딸이 사춘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에게 거는 기대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아직 중학생은 성인(사람)이 되지 않았기에, 그 나이에 걸맞은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부모들은 아직 성인(사람)이 되지 않은 아이를 성인(사람) 취급하면서 그에 맞는 행동과 생각을 요구하기에 둘 다 서로 상처를 받는다는 사실이다. 아직 사춘기까지 시간이 있지만, 초등학교에 입학과 동시에 점점 큰 소리를 내고 짜증을 내는 큰 아이를 보면서 나도 같이 소리를 지르고 짜증을 내고 있었다. 아... 얘는 아직 사람이 아니지!! 꽤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나 자신조차 컨트롤하지 못하는데, 나 또한 아직 사람이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말이다. 그렇기에 나봉희씨의 육아일기는 내게 웃음과 공감 그리고 교훈의 세 마리 토끼를 다잡게 해주었던 책이었다. 훗날 아이가 사춘기에 도래했을 때 꼭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나도 나봉희씨처럼 아이에게 좋은 친구 같은 엄마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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