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진짜 하나님을 만났을까? - 부모와의 애착으로 바라본 하나님
김미선 지음 / 두란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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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위 말하는 모태신앙이다. 주말에 교회 가는 게 밥 먹는 것만큼 자연스러웠고, 교회 안에서 생활은 참 편안할 정도로 익숙했다. 어린 시절 다녔던 교회의 목사님은 작은할아버지였다. 근데 그분은 참 무서웠다. 잘 기억나지 않지만, 예배시간 막 걷기 시작한 내가 삑삑 신발을 신고 몇 걸음 걸었을 때 강대상에서 할아버지는 설교 도중 큰소리로 야단을 치셨다고 한다. 놀란 나는 엄마한테 안겨 숨소리도 못 내고 울다 잠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사실 이렇게 오래 교회에서 자라온(?) 나임에도 내게 하나님은 참 무서운 분이셨다. 내가 뭔가 잘못을 하면 바로 인정사정 볼 것 없이 혼내고 벌을 줄 것 같은 이미지가 상당히 강했다. 덕분에 곁길로 나가진 않았지만, 내 모든 생각과 행동을 늘 검사받는 듯한 삶을 상당히 오래 살았던 것 같다. 같이 교회를 다니는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친구들이 만난 하나님은 따뜻하고 인정 많은 하나님인 경우가 많았다. 왜 나만 이렇게 무서운 하나님인 걸까?

책 속에 등장한 5명의 인물 중에서 나홀로가 그린 그림 속 하나님이 내가 생각하는 하나님의 이미지가 상당히 일치했다. 나 역시 그런 무섭고 벌주는 하나님의 이미지가 자리 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책 속의 인물들의 성장과정과 하나님에 대한 이미지, 신앙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내 모습 또한 좀 더 명확하게 보였다. 내 부모님은 사실 스킨십이 없으시긴 했지만, 무서운 분은 아니셨다. 오히려 내 안에 하나님에 대한 이미지는 부모님 보다 작은할아버지에 대한 이미지가 겹쳐진 것 같다. 나홀로 처럼 누군가 관계를 맺는 것에 서툴다 보니, 일 위주의 관계를 맺는 경향이 강하고 스스로 인정받기 위해 더 워커홀릭이 되기도 했던 것 같다. 또한 고지식하고 내 주장이 강한 터라 관계를 맺는 건 더 힘들었던 것 같다. 마치 나홀로의 모습이 내 모습을 그대로 적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회피형은 성취가 곧 존재감이기 때문에 일하지 않으면 불안하다...

일상의 쉼에도 죄책감을 느끼는 회피형은 삶이 일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러다 보니 일하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기쁨보다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만 있을 뿐이다.

이 책에는 회피형, 집착형, 혼란형, 안정형, 획득된 안정형의 5가지 형태의 성향이 등장한다. 각 성향마다 어린 시절의 기억과 경험들이 합쳐져서 서술된다. 회피형의 경우 주 양육자의 강압적이고 지속적 비난과 통제에 자주 노출된 경우, 집착형은 양육자로부터 버려지거나, 간섭 등으로 죄책감을 심하게 느꼈을 경우 나타난다. 혼란형은 양육자로부터 신체. 정서. 성적 학대를 당하거나 큰 트라우마를 겪은 경우다. 안정형은 양육자가 아이의 신호에 민감하고 일관되게 반응하여 안전의 정서가 쌓인 경우 나타나며, 양육자의 편애 등으로 상처를 입었으나 후에 다른 사람과의 신뢰관계를 회복한 경우 획득된 안정형의 형태로 나타난다. 어린 시절의 첫 기억이 행복한 사람은 성인이 되어도 긍정적인데 비해, 첫 기억이 부정적인 사람은 어둡고 부정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내 내면의 잘못된 하나님의 이미지를 바로잡는 것 못지않게, 내 아이에게도 나와 같은 부정적인 하나님의 이미지가 각인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유와 내 상태를 점검하는 책답게, 등장인물들은 소설식으로 그려졌지만 나 또한 집단상담의 일원이 된 듯 내 이야기를 쓰는 페이지가 따로 마련되어 있어서 실제로 적용할 수 있다. 직접적인 상담을 받지는 못하지만, 위의 유형 중에서 비슷한 유형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 그 부분을 통해 자신의 내면의 상처와 부정적인 하나님의 이미지, 신앙생활까지 전반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문제와 원인과 치유의 방법까지 알 수 있었기에 여러 가지 내적 문제로 고민 중인 신앙인이라면 꼭 읽어보면 좋겠다. 물론 저자의 말처럼, 원인을 아는 것에서 그치면 안 될 것이다. 원인을 넘어 그런 원인을 수정해가도록 노력하는 것은 본인에게 달려있기도 하니 말이다. 책을 통해 내 모습을 다시 한번 발견할 수 있었고, 나 또한 원인을 알았으니 내면의 상처를 좀 더 보듬고 신앙생활의 변화를 위해 한걸음 더 나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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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지나가다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33
조해진 지음 / 민음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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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비가 참 많이 오는 한 해인 것 같다. 여름 하면 태풍, 장마, 소나기 등의 단어와 떼려야 뗄 수 없겠지만 유난히 비로 인한 피해가 많았던 올해는 몇 년 전 폭염의 때와 같이 꽤 오래 진한 기억에 남는 여름이 될 것 같다. 한참 비를 만나고 있던 여름에 만난 책이어서 그런지, 유독 여름과 더 잘 어울리고, 이 날씨 마큼이나 기억에 남는 소설이었던 것 같다.

이 책에는 두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졸지에 신용불량자가 된 수호. 결혼을 약속한 약혼자의 고민을 덜어주려다 오히려 믿음을 잃고 헤어진 민.

수호는 신용불량인 자신의 명의로 무엇을 할 수 없었기에 길에서 주운 신분증 박선우로 살고 있다. 다행이라면 선우는 대학생이고, 외국에 나가 있다는 것? 물론 그 또한 범죄이기에 선우의 삶에 피해가 가지 않는 한도 내에서 삶을 살기로 한다. 선우의 이름으로 이력서를 내고, 선우의 이름으로 급여를 받을 통장을 개설하는 정도에서 말이다. 진짜 선우가 아니었기에, 수호는 누구와도 친해질 수 없다. 또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수도 없다. 그저 일과가 끝나면 아버지의 가구점에 들러 한숨 돌리고 생활하는 정도에 만족할 수밖에...

민은 나름 큰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후배인 종우와 사내연애를 했고, 그렇게 둘은 결혼을 약속한다. 근데 종우가 하는 일에 뭔가 문제가 생긴다. 기계부품 제조사 C사의 조작된 회계감사보고서로 인해 구조조정과 해고, 파업까지 이르른 것이다. 물론 파업 과정에서 상당수 부상자가 나오기도 했다. 종우는 이 일에 죄책감을 느끼게 되고, 종우는 이 사태에 대한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하고자 한다. 민은 그런 종우가 걱정이 되어 종우가 가장 믿는 선배에게 이야기를 하게 되지만, 선배는 그런 종우의 편이 아니라 이 모든 사태를 회사에 보고하기에 이른다. 결혼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민은 그래도 종우가 돌아올 것이라 생각하지만 종우는 C사 옥상에서 목숨을 던진 해고 노동자의 사건을 본 후 종우는 무단결근을 시작하고, 그렇게 결혼식도 종우와의 관계도 끝이 난다.

종우와의 일 이후 민 또한 회사에 사표를 낸다. 그렇게 회사를 나온 여름의 끝에서 민은 수호의 가구점을 발견하게 되고, 그곳은 그 이후 민에게 위로의 장소가 된다.

선우로 살게 된 수호는 쇼핑센터에 원서를 넣고 합격하게 된다. 묵묵히 자기 일만 하는 수호를 좋게 본 담당자는 옥상놀이공원 직원으로 수호를 추천하게 된다. 수호는 시급이 1,150원 많기에 그 일을 지원한다. 옥상놀이공원 책임자 연주와 그렇게 수호는 놀이공원을 지킨다. 열심히 사는 연주. 그런 연주를 보며 수호 또한 여러 생각에 빠진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어느 날, 수호는 지갑을 놓고 왔다는 연주의 전화를 받고 지갑을 들고 연주가 있는 식당으로 향한다. 연주에 지갑에는 현금이 없다. 그 순간 수호는 연주에 지갑에 들어있는 카드를 가지고 돈을 출금한다. 생각 없이 100만 원을 인출한 수호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두 인물의 겹쳐질 듯 겹쳐지지 않는 삶을 통해 왠지 모를 아쉬움이 느껴졌다. 자신의 선택이 아니기도, 어쩌면 좋은 선택을 했다고 여겨진 상황 속에 내팽개친 그들의 삶은 비만큼이나 찝찝하고 꿀꿀하기만 하다. 어디서부터 풀어가야 좋을지 나조차 모르겠는 민과 수호를 보면서 뜨겁고 찝찝한 이 시기가 속히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나도 모르게 생겼다. 계절은 돌고 돌지만 민과 수호의 삶에 가득한 여름은 과연 지나갈까? 여름이 지났을 때 그 둘은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날씨처럼 왠지 모를 감정에 한참 빠져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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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재미있는 수학이라니 -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매혹적인 숫자 이야기
리여우화 지음, 김지혜 옮김, 강미경 감수 / 미디어숲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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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과형 인간이다. 시보다는 산문이 좋고, 그 옛날부터 응용문제와 담쌓고 살았던 사람 중 하나다. 그럼에도 수학 관련 에세이류는 몇 권을 읽었다. 읽을 때마다 놀랍기도 하고, 수학에 대한 이미지가 좀 바뀌긴 했지만 그럼에도 수학은 나에게 재미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학문이다. 근데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상당히 놀라웠다. 이토록 재미있는 수학이라니...! 수학과 재미가 공존할 수 있다는 제목이 사실 놀라웠다. 또 수학 마니아, 수학 오타쿠가 쓴 책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며 책 첫 장을 열었다.

프롤로그부터 저자는 정말 특별했다. 요즘 현대인들은 다양한 취미생활을 많이 하고 있고, 대부분 취미생활에는 시간뿐 아니라 준비나 실행 과정에서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물론 분야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자는 문제와 펜 하나만 있으면 매력적인 취미를 가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play를 수학에 대입하고 싶다는 이야기까지 하는 걸 보면 저자는 정말 수학 오타쿠가 맞는 것도 같다. 특히 나와는 정말 친해질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 또한 들었다. 응용문제를 사랑한다는 저자이기에 말이다. 취미로 수학을 푸는 사람! 내심 이 사람이 생각하는 수학은 어떨지 궁금하기도 했다.

이 책에는 5장에 걸친 수학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놀라운 것은 수학하면 떠오르는 각종 공식이나 머리 아픈 도형들의 나열만이 아닌 그 안에서 우리 삶에 작용 가능한 실제적인 이야기나 수학과 함께 연결된 흥미를 끄는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것이다. 이는 각 제목만 읽어도 궁금증을 일으키기 충분했다. 가령 수학의 보석 캐기나 싸우지 않고 케이크 나눠먹기, 기네스북에 오른 가장 큰 수, 공평해 보이는 가위바위보 게임, 무한소가 일으킨 위기, 이야기가 끝이 없는 피타고라스 정리처럼 제목만 읽어도 내심 궁금해지는 이야기가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학창 시절 분명히 배웠던 수학 이야기임에도 생각이 나지 않아 어리둥절했던 내용도 있고, 덕분에 이해해가 좀 난해했던 부분도 있었다. 물론 당장 이해를 해야 하거나, 정확히 풀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들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가볍게 넘겨도 무방할 듯싶다. 수학적 이야기만 풀어놓는 것이 아니라, 수학이 이야기의 매개체가 되기 때문에 읽다 보면 이것도 수학에 속하는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게 되기도 한다.

우리가 수학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를 넘어 수학은 상당히 방대하고 그렇기에 우리의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친다. 책을 읽다 보니 수학을 play 한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사뭇 이해되었다. 여전히 수학은 어렵지만, 수학적 사고와 수학적 생각은 우리의 삶의 깊이를 더하는 데 나름의 유용한 도구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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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타자기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황희 지음 / 들녘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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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문장 속으로 뛰어들어 현실의 문을 닫았다.

문을 닫으면서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조용한 세상'이 아닌가 생각했다.

빙그레 웃음이 나왔다.

제목이 무슨 뜻인지 내심 궁금했다. 기린과 타자기라...? 기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목이 긴 동물이었기에 더더욱 기린과 타자기는 매치가 안 되었다. 물론 생각보다 많은 분량을 읽기 전에 제목의 뜻을 알 수 있었다.

기린아(麒麟兒)라는 단어가 있다.  슬기와 재주가 남달리 총명한 젊은이를 일컫는 말인 이 단어는 엄마인 서영이 단편소설 공모전에서 당선되었을 당시 친구이자 서영에게 타자기를 선물한 우탁이 서영을 부르던 애칭이었다.

첫 장면부터 뭔가 특별하다. 사고가 난 듯한 장면 속으로 갑자기 한 여자가 들어온다. 그녀는 어린이와 여성, 노인을 먼저 구하고 그 남자를 구한다. 남자는 돈이 될 것 같아서 사고 장면을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있었지만, 여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휴대폰을 던져버리고 남자를 구한다.

보청기의 힘을 빌려서라도 듣고

남들에게 정상으로 보이기 위해 애쓰는,

그런 삶으로부터의 탈출.

로그아웃하면 그 모든 노력을 내려놓을 수 있다.

일종의 포기였지만 묘하게도 포기하는 순간 오히려 불안감으로부터 해방된다.

밖에서 보기에는 남부러울 것 없는 멋진 가정이 있다. 대형교회 목사인 할아버지, 모 대학에서 심리학을 가르쳤던 할머니, 목사이자 시의원인 아버지. 조용조용한 엄마와 쌍둥이 남매.

하지만 실제로 이 가정을 들여다보면 정상적인 것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망가져있다. 시험을 앞두고 새벽 기도를 갔다가 목사의 아들에게 성폭행을 당해 결국 결혼을 하게 된 엄마는 결혼 첫날부터 시집 식구들에게 폭행을 당한다. 그리고 쌍둥이 남매를 출산하지만, 딸은 청각장애를 앓는 장애를 가졌다. 할머니는 자신의 맘에 들지 않으면 지하 와인창고에 며느리 서영과 손녀 지하, 손자 지민을 가둔다. 그리고 CCTV를 통해 일거수일투족을 살펴본다.

서영은 이런 끔찍한 집안에서 탈출할 수 없다. 그 이유는 서영의 친정 때문이었다. 가난한 친정식구들은 서영에게 빌붙어 부자 시댁을 도움을 받고자 한다. 서영이 가정폭력을 이야기했지만, 서영의 친정식구들은 그 정도로 죽지 않는다면서 서영의 이혼을 막을 뿐이다. 그런 삶 속에서 결국 지하는 가출을 한다. 

책 속에는 두 공간이 등장한다. 실제인 공간과 지하의 백일몽 속 공간 말이다. 처음 드러나는 이야기 속에서 지하는 공간이동을 하는 초능력자 같았다. 그런 능력을 사람을 구하는 곳에도 사용했지만, 은행을 털거나, 음식을 무단 취식하는 용도로 사용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두 공간을 넘나들며 그녀는 자신의 능력과 생각 그리고 꿈을 키워나간다. 사실 어떤 게 실제 이야긴가 상당한 시간 헷갈리기도 했다. 하지만 책 속 이야기를 따라 나가다 보니 마지막 부분에 도달했다.

상상의 세계가 아무리 달콤해도 현실의 내가 없다면, 상상 속의 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400페이지가 넘는 내용을 순식간에 읽어버릴 정도로 흡입력 있는 소설이었다. 실제 이야기와 상상 속  이야기가 교차하며 등장하기에 어떤 게 실제인지 헷갈리기도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아픔 속에서 지하가 독립하고 스스로 자신의 앞을 개척해가는 이야기도, 서영 또한 늦었지만 자신의 길을 다시 찾는 이야기도 좋았다. 공간을 넘나들며 벌어지는 지하의 소설 이야기도 좋았고, 완전 사이다는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의 복수를 일궈내는 이야기도 좋았다. 청각장애를 가진 지하를 향한 세상의 편견들 속에서 끝까지 지하 편을 들어준 예지 모녀와 서영의 친구 우탁 또 기억에 남는다. 6년 후 다시 그 자리에서 만나기로 한 지하와 서영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변하게 될지 궁금하지만, 책 속에는 등장하지 않기에 나 또한 내 백일몽 속에서 그녀들의 만남을 그려봐야겠다. 세상의 모든 지하들을 응원한다. 그리고 출산의 고통과 산후우울증을 겪어낸 많은 엄마들 또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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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레터
이와이 슌지 지음, 문승준 옮김 / 하빌리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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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있게 읽혔던 소설이다. 이 작품은 "러브 레터"," 4월 이야기"의 이와이 슌지 감독의 작품이자 2019년 개봉한 라스트 레터의 원작 소설이다. 소설가이자 이벤트 회사에서 일하는 오토사카 교시로. 데뷔작인 미사키로 꽤 돌풍을 일으킨 작가였지만, 그 후 20년 동안 쓴 작품이 없을 정도로 소설가의 길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있는 중이다. 그런 그가 오랜만에 갔던 중학교 동창회에서 첫사랑 도노 미사키를 재회하게 된다. 사실 그가 만난 건 미사키인 척하고 있는 동생 유리지만 말이다. 첫눈에 유리임을 알아본 교시로는, 그럼에도 유리에게 접근한다. 그녀를 통해 미사키를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리는 미사키인 척 교시로에게 편지를 보낸다. 왜냐하면 그녀의 언니 미사키는 이미 세상에 없는 사람이었기에 말이다.

편지를 통해 이 책의 주인공들은 중학교 시절의 기억 속으로 들어간다. 학생회장이자 선망의 대상이었던 도노 미사키. 3학년에 전학 오자마자 축구 솜씨로 학교를 평정한 오토사카 교시로. 그리고 교시로를 짝사랑했던 축구부 매니저이자 미사키의 여동생인 유리. 시간이 흘러 유리의 딸 소요카와 미사키의 딸 아유미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사랑 이야기는 편지를 통해 전해진다. 사실 교시로가 소설가가 되기로 다짐한 이유는 미사키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교시로는 다시 미사키를 만나 소설가로의 길에 대한 자신의 선택을 재 조정하고 싶었다.

교시로는 처음부터 미사키가 아닌 유리의 편지를 받으며 왠지 모를 불안함을 느꼈다. 왜 유리가 대신 나온 것일까 하는... 그래서 교시로는 용기를 내어 그녀의 친정 주소로 편지를 보낸다. 그리고 그 편지는 교시로의 예상과 다르게 미사키의 딸인 아유미와 유리의 딸인 소요카에게 전해진다. 그녀들은 왠지 모를 궁금함에 교시로에게 답장을 보내게 되고, 교시로는 그 편지의 주인공이 아유미와 소요카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하고 그들 사이에 있었던 장황한 이야기를 답으로 보내게 된다.

한편, 유리가 편지를 보낸 주소를 찾아간 교시로는 그곳에서 유리를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 처음부터 미사키가 아닌 유리였다는 사실을 털어놓고 만다. 당황한 유리는 그 간의 이야기를 털어놓게 된다.

후속작을 내지 못하던 교시로는 미사키와의 만남(미사키 라기보다는 남겨진 사람들과의 만남이라는 말이 더 맞겠지만...)을 통해 마지막 편지이자 자신의 후속작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 과연 그는 작품을 끝마칠 수 있을까? 그리고 아유미도, 소요카도, 유리도 자신이 마음에 품고 있던 이야기를 털어낼 수 있을까?

  소설이지만 읽는 내내 나도 모르게 화면이 상상되었던 것은 단지 기분 탓일까? 마지막 편지라는 이름답게 왠지 모를 찡함과 첫사랑의 가슴 떨림이 가득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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