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의 꿈 - 제왕학의 진수, 맹자가 전하는 리더의 품격
신정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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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한문 시간에 단골로 등장하는 본문 중에는 맹자와 논어가 있었다. 듣기는 참 많이 들었지만, 중요 몇 단락의 내용이나 사자성어 몇 개 정도가 내가 아는 지식의 전부였다. 좋은 기회에 맹자를 만날 수 있었는데, 입체적으로 볼 수 있었던 시간이어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저자 신정근 교수의 책은 처음 만났는데, 이미 전작들이 상당했고 이 책은 내 인생의 사서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책이다. (이거 또 역주행 각이다.)

사실 맹자 하면 떠오르는 한 단어가 있다. 성선설! 인간을 선한 존재로 보는 성선설의 대표주자가 바로 맹자다. 하지만 그 외에는 맹자에 대해 딱히 지식이 없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오히려 공자의 논어는 전문을 비롯하여 발췌문도 접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는데 말이다. 맹자는 상권 7편, 하권 7편 총 14편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저자는 맹자 속에서 11개의 표제어를 뽑았고 총 7장에 걸쳐 소개하고 있다. 각 장은 제후 양혜왕, 등문공, 제자였던 공손추, 만장 그리고 이루와 고자 처럼 대화와 질문을 했던 인물들이 이름이 붙여져 있다. 마지막 7장(진심)은 처음에 등장한 진기심을 두 자로 줄인 말이 제목으로 붙었다. 각 장에 표제어와 함께 사자성어가 등장하는데, 익숙한 한자성어들도 상당수 있다. 사실 그 뜻만 알고 있는 경우도 종종 있었는데 예를 들자면 오십 보 백보 같은 말이었다. 둘 다 거기서 거기라는 뜻으로 알고 있는데, 이 말은 실제로 전쟁터에서 도망친 병사들을 가지고 설명했던 성어였다. 지금과 같은 뜻은 있지만 실제 어원적 이야기는 조금 다른 맛이 있었다.

공자와 달리 맹자는 많은 나라를 유랑했지만, 실제로 정치에 관여하지는 못했다. 책을 통해 만난 맹자의 사상은 상당히 이상적이었다. 인의(仁義)의 정치를 주장했던 맹자의 가르침을 따랐다면 그 어느 곳보다 살기 좋은 나라가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컸다. 2016년 한 고위 관료가 국민을 개 돼지 취급한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었다. 맹자가 그 발언을 들었다면 어땠을까?

맹자는 지금으로부터 2,300여 년 전에 쓴 책임에도 현대 정치에 적용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오히려 현대 사회에 적용하기에 어려울 정도로 이상적이다. 첫 장에 등장하는 양혜왕 상하를 보자면 부국강병을 주장하는 혜왕에게 국민을 위한 정치를 이야기하면서 맹자는 이해가 쉽도록 스토리 형태로 설명을 한다. 그러나 이해가 쉬움에도 적용하지 않았던 것은 국민을 생각하는 맹자와, 부국강병만을 주장하는 혜왕의 견해의 차이였기 때문이었다. 자신만의 가치와 기준을 세워두고 그에 맞춰 재단하려고 하니 결국은 적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우리의 정치로 돌아와서 살펴봐도 혜왕이나 다른 제후들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로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하지만, 뒤로 자기 배만 불리는 모리배 정치인들을 숱하게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맹자가 꿈꾸는 나라는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리더라면, 위정자라면 꼭 가까이 두고 적용해야 할 품격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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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있는 계절
이부키 유키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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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마당 있는 집에 살았기에 개를 계속 키웠다. 여러 마리의 개를 키웠는데,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개는 뽀삐와 다롱이라는 이름의 마지막으로 키웠던 개였다. 특히 뽀삐는 큰아버지 댁에서 키우던 개였는데, 아파트였어서 우리 집으로 보냈던 털이 하얀 강아지였다. 우리 집에 오고 얼마 안 돼서 뽀삐가 사라졌다. 동네를 다 찾아다녀도 못 찾았는데,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우연히 뽀삐를 같은 골목 윗집에서 발견했다. 그렇게 뽀삐는 내 생일에 다시 우리 집으로 오게 되었다. 다롱이는 태어난 지 2달이 채 안 된 강아지였는데, 감기에 걸려서 얼마 못 살 거 같다는 말을 듣고 우리 집에 왔다. 다행히 건강하게 큰 다롱이는 뽀삐와 둘이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소중한 가족이었다. 재건축으로 집을 다시 짓게 되어서 시골 할아버지 댁에 보내게 된 날. 두 아이를 안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아무것도 모르고 봉고 뒷좌석에 타고 가는 뽀삐와 다롱이를 그 이후 만날 수 없었다. 다롱이는 얼마 후, 교통사고로 죽었고 뽀삐는 할아버지가 다른 집에 주셨다고 한다.

책을 읽으며 내 어린 시절이 소환되었던 것은, 단연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개 고시로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버려진 개였던 시로가 우연히 하치로 고교 미술부실에 들어온다. 주인도 없고, 보건소로 보내는 것(키울 사람이 안 나타나면 안락사를 시킨다고 한다.)을 반대하는 학생들은 교장선생님과 단판을 짓고 학교 미술실에서 개를 키우기로 한다. 미술부 하야세 고시로의 자리에 앉아 있었기에 미술부 학생들은 개에게 고시로라고 불렀는데 개가 반응하자 결국 개의 이름은 고시로가 된다.(사실 개의 원래 이름은 시로였다. 비슷한 이름이어서 반응했는데, 우연치곤 신기하다.) 책 속에는 일왕의 연호에 따라 졸업생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3년 텀으로 연호와 함께 이야기가 펴쳐지는데, 첫 이야기의 주인공인 하야세 고시로와 유카의 이야기다. 빵집 마감 세일 때 들르는 미술부 하야세에게 조금씩 마음이 가는 유카. 사실 유카 뿐 아니라 하야세도 유카에게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하야세는 그림에 재능이 있지만 집안 형편이 썩 좋지도 않고, 도쿄의 일류대에 입학을 하게 된 유카에게 고백하지 못한다. 재수를 하면 도쿄의 대학에 진학할 수 있지만, 여러 가지 형편 상 포기하고 교육대학에 입학하기로 한다. 소설의 대부분이 고시로를 키우는 고도로 모(고시로를 돌보는 모임) 멤버들과 그들이 기록하는 일지를 통해 전해진다.

여러 편의 이야기가 등장하고, 각 장의 말미에는 고시로가 생각하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첫 정이 무섭다고, 이름의 소유자인 하야세와 유카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여러 번 등장하고, 마지막 편에서는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 그 둘의 이야기가 다시 등장하니 마지막까지 흥미로웠다. 사람도 추억을 먹고 살 듯, 개 고시로 역시 자신에게 따뜻했던 사람의 체취를 기억하고 추억한다. 각 연호에 맞는 당시 유행하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일본 문화는 모르기에 접점이나 공감되는 게 없었지만, 만약 우리 식의 소설이라면 한참 유행했던 "응답하라" 시리즈와 같이 옛 기억이 몽글몽글 떠오르는 추억의 작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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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구름 미스티 - 마음에 먹구름이 낀 날 제제의 그림책
딜런 드레이어 지음, 로지 부처 그림, 서남희 옮김 / 제제의숲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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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를 출산하고 육아휴직 중이다. 큰 아이만 키울 때는 몰랐는데, 정말 짜증이 많이 늘었다. 하루도 조용히 지나가는 날이 없다. 소리 지르고, 야단치고, 화내고... 매일 아침 다짐에 다짐을 하지만 큰 아이 앞에서는 도로 아미타불이다. 그래서 이 동화 속 미스티의 이야기에 마음이 갔던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엄마에게 야단을 맞은 날은 나 또한 기분이 안 좋았던 것 같다. 물론 엄마 기분도 좋지 않았겠지만...

책을 좋아하는 아이인지라, 같이 공감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아니나 다를까, 이제 한글 공부를 시작하고, 조금씩 한글을 읽게 된 아이는 "마음에 먹구름이 낀 날"이라는 제목을 읽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나 역시 책을 읽기 전 인지라 아이의 생각이 궁금했다. "먹구름"이 끼면 하늘이 어떨까?라는 말을 걸어봤다. 아이는 먹구름을 좋아하지 않는다. 비 오는 날 장화를 신고 첨벙첨벙 걷는 것은 좋지만, 비가 오면 씽씽이를 탈 수도, 놀이터에 갈 수도 없기 때문이다.

책 속에는 꼬마 구름들이 여럿 등장한다. 그중 오늘의 주인공은 미스티다. 맑은 하늘이 좋은 클레어는 야구선수다. 클레어는 야구를 좋아하는데, 비가 오면 야구를 못하게 돼서 너무 속상하다. 그런 클레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늘 높은 곳에 있는 꼬마 구름 미스티는 아침부터 기분이 몹시 안 좋다. 한참 좋아하는 열기구 꿈을 꾸고 있는데, 비행기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단잠을 깨웠기 때문이다. 짜증이 난 미스티는 친구들과 놀고 싶었는데, 오늘따라 친구들은 하나같이 바쁘기만 하다. 절친 위스피는 숙제 때문에 놀 시간이 없다고 하고, 스커드는 동생 님비를 돌봐야 한단다. 짜증이 쌓이고 쌓인 미스티는 결국 화를 내고, 그 순간 우르릉 쾅 벼락이 떨어진다. 미스티의 눈물에 폭우도 쏟아진다. 결국 클레어는 야구 경기를 중단하고 집으로 향한다. 야구를 할 수 없는 클레어 역시 미스티만큼이나 짜증이 나고, 구름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미스티의 기분을 알아차린 엄마가 미스티에게 말을 거는데...

 

 

 

우울하고 짜증 나는 기분을 구름에 빗대어 표현했다. 미스티의 기분은 결국 다른 누군가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짜증도 전염성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느낀 기분을 억누를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 기분이 누군가에게 안 좋은 결과가 된다면 생각해 볼 일이다. 다행이라면 그런 미스티의 마음을 알아줄 엄마가 있다는 사실이다. 아이와 책을 읽으며 기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물론 그러고 나서도, 늦게까지 안 자고 노는 아이에게 또 화를 냈지만...;;

마음에 먹구름이 낀 날 무엇을 하면 좋을까? 그런 내 마음의 먹구름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마지막 장에는 구름과 여러 가지 기상현상에 대해 정리되어 있기에 감정과 지식 두 마리 토끼를 다잡을 수 있었다. 어려운 말이지만, 쉽게 표현되어 있어서 설명해 주기 좋았다. 예쁜 그림체와 많지 않은 글 밥 덕분에 흥미롭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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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클로스 이야기 어린이작가정신 클래식 10
라이먼 프랭크 바움 지음, 이경혜 옮김, 찰스 산토레 그림 / 어린이작가정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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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12월이 되면 떠오르는 인물인 산타클로스. 사실 어린 시절 부모님 덕분에 일찍 산타의 환상(?)에서 벗어난 터라 산타를 기다리며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아본 기억이 없다. 덕분에 울보로 컸던 것 같기도 하다. (어차피 산타 선물이 없으니 굳이 울면 안 되는 게 아니기에... ㅎ) 그럼에도 산타 이야기는 늘 궁금하다. 성인이 되고 난 후 산타클로스가 실존 인물인가 아닌가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니콜라스 성인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수였다.

부모가 되고 난 후, 아이에게 산타에 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내심 고민이 되었다. 아직은 꼬마인지라 어느 정도 나이가 될 때까지는 산타의 꿈을 지켜주고 싶기도 하지만, 진정한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알려주고 싶기도 하다. (크리스마스가 선물 받는 날이 아니라는 사실 말이다.)

그런 차에 만나게 된 산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산타클로스 이야기는 신비롭지만, 어느 면에서는 타당한(어느 면에서는 있을 법한)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타클로스라는 이름의 뜻뿐 아니라, 왜 크리스마스이브에 아이들에게 선물이 주어지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같이 들을 수 있으니 말이다.

 

 

 

 

신비한 버지 숲에 버려진 인간의 아이. 온 세상 숲에 사는 모든 존재의 우두머리인 아크와 여왕인 줄라인, 나무의 님프인 니실을 비롯한 다른 님프들이 모인 가운데 버려진 아이의 이야기를 꺼내는 아크. 그 순간 니실은 아기가 너무 궁금해서 님프들은 숲의 한가운데에서만 지내야 한다는 규칙을 깨고 아이를 보러 간다. 그리고 아이와 사랑에 빠진 니실은 아크에게 아이를 자기가 돌보겠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니실은 아이에게 작은 아이라는 뜻의 클로스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여왕은 니실의 작은 아이라는 뜻으로 니클로스가 좋겠다는 의견을 건넨다. 그렇게 숲의 림프와 릴들 그리고 니실의 사랑으로 클로스는 무럭무럭 자라서 성년이 된다. 어느 날, 아크는 클로스에게 인간 세상을 보여주기로 마음을 먹고 클로스를 데리고 인간 세상으로 간다. 그곳에서 클로스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게 되고, 아이들의 미소에 깊은 감명을 받은 클로스는 숲과 니실을 떠나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일을 찾기로 마음을 먹는데...

 

 

 

책을 읽다 보면 그동안 우리가 가지고 있던 산타클로스에 대한 궁금증이 슬며시 해결된다. 산타클로스라는 이름의 뜻이 무엇인가? 왜 산타클로스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선물을 나눠주는가? 그 선물은 어디서 다 구한 것일까? 산타클로스는 왜 순록을 타고 다닐까? 왜 굴뚝으로 들어와서 양말에 선물을 넣어두는 것일까? 등 그동안 산타클로스에 대한 궁금증이 책 한 권을 읽는 순간 해소된다. 물론 이 역시 상상 속 이야기일 테지만, 아이와 함께 읽으며 궁금했던 사실들이 해결되는 듯한 기분에 속이 시원하기도 했다.

멋진 삽화와 체계적이고 자세한(대신 글 밥이 상당히 많다.) 이야기 속에서 크리스마스와 산타클로스의 만남을 경험할 수 있다. 아이들의 행복을 자신의 행복이라 여겼던 한 인물의 모습 속에서, 부유한 아이와 가난한 아이의 장난감을 보고 고민에 빠진 산타클로스의 모습 속에서 여러 가지를 느끼게 될 것이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이 책을 읽어보고, 선물해 보는 것도 색다른 맛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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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로 읽는 세계사 - 25가지 과일 속에 감춰진 비밀스런 역사
윤덕노 지음 / 타인의사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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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와 역사를 좋아하다 보니, 역사를 바꾼 다양한 종류들(약, 식물, 신소재, 전염병 등)에 관한 책을 흥미롭게 읽었다. 사실 어느 주제를 중심으로 읽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이번에 만난 과일로 읽는 세계사는 어느 책에도 비기지 않을 정도로 흥미롭고, 다채롭고, 재미있었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나는 과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과일을 좋아하는 부모님 덕분에 늘 집에는 다양한 종류의 과일들이 박스째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허를 찌르는 다양한 역사 속의 과일뿐 아니라 우리나라 역사에도 등장하는 과일에 대한 이야기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몰랐기 때문이다. 그동안 알고 있었던 과일에 대한 편견 아닌 편견들 또한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기도 하다. 아마 과일하면 떠오르는 게 계절이나 기후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열대과일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기억에 남는다. 가령 조선 전기(15세기 세종)에 이미 코코넛이나 수박 등을 접했다는 이야기나 제주도의 특산물인 귤이 백제시대부터 등장했다는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우리나라에서 김 씨 다음으로 많은 성인 이(李) 씨의 이가 오얏이라는 것은 알았는데, 오얏이 자두를 뜻하는 말이라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상식이었다.

그 밖에도 파인애플이 워낙 고가(약 1,100만 원가량)여서 파티나 연회에 데코레이션으로 쓰였는데, 그것도 대여로 사용되었다는 사실이 믿어지는가? 뿐만 아니라 블루베리가 인디언의 양식이었다는 사실과 코코넛의 코코가 포르투갈어로 귀신 대가리, 뼈다귀만 남은 해골 같은 머리라는 뜻이었다니... 물론 이름에 얽힌 이유들을 알고 보니 어느 정도의 편견이 있긴 했지만 놀라웠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조선 전기 우리나라에서는 코코넛을 술잔으로 하사했다는 기록도 있었다.

그중에서 단연 놀라웠던 과일은 망고였다. 망고와 부처가 연관이 있다니... 무슨 이야기일지 무척 궁금했는데, 이에는 보리수나무가 연결되어 있다. 보리수나무는 사실 특정 나무가 아니라 깨달음을 얻는 나무라는 뜻을 가졌다고 한다. 그렇기에 우리가 아는 뽕 나무과의 특정 나무가 아니라 사실은 망고나무를 본 적이 없는 타 문화권에서 해석을 하면서 다른 의미를 부여했던 것 같다. 사실 망고나무는 우리이 가로수처럼 익숙한 나무 중 하나라고 한다. 망고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긴 하지만, 인도를 비롯한 서남아시아 쪽에서는 망고에 대한 설화나 교훈이 많다고 하니 정말 실로 충격적이었다.

책 속에 등장하는 과일들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이렇게 많은 과일들이 세계사 곳곳에서 등장했다니... 그 옛날에 태어났다면 구경도 하지 못했던 다양한 과일들을 후대에 태어나서 쉽게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저자의 이야기처럼 쌀이나 밀처럼 주식이 아니기에 우리 삶에 큰 영향력이 없을지도 모르겠으나 과일을 통해 삶이 더 윤택해지고 풍성해질 수 있기에 의미와 가치를 높일 수 있겠다는 생각 또한 해봤다. 덕분에 흥미로운 세계사 여행을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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