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읽다, 마음을 읽다 - 뇌과학과 정신의학으로 치유하는 고장 난 마음의 문제들 서가명강 시리즈 21
권준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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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를 낳고 괜찮을 줄 알았는데 쌓이고 쌓인 산후우울증이 결국 터졌다. 감정 조절도 안되고, 수시로 화를 내고 짜증을 냈다. 조울증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화를 참지 못했고, 한번 터진 눈물을 멈추질 않았다. 결국 이러다 내가 뭔가 저지를 것 같은 불안함에 처음으로 병원을 찾게 되었다. 사실 나 역시 우울증이나 정신질환에 대한 생각이 매우 보수적이다. 신경정신과는 정말 "비정상"적인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아직 마음 한 편에 있었다. 그런 내가 막상 병원을 찾았을 때, 상당히 놀랐다. 생각보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과 왠지 우울증이나 조현병 등의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은 티가 날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청소년부터 청년, 주부나 중년 남성, 할머니와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병원을 찾았다.

아마 그래서 이 책이 그 어느 때보다 더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뇌와 마음. 마음이 아픈 것을 뇌가 알아차리고 이상 반응들로 다시 돌려준다는 것. 그 이상반응을 보고 깨닫는 게 중요하는 것 말이다. 가령 삶의 의욕(식욕, 성욕 등)이 없어지고, 위축되는 것뿐 아니라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나 오감에 이상한 반응들이 생긴다면 마음이 고장 났다는 표시라고 한다. 책 속에는 우리 뇌에 관한 여러 종류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가령 뇌 발달과 지능에 대한 이야기, 정신질환과 유전의 관계라든가 조현병, 우울증에 관한 이야기,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뇌에 대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조현병에 관한 이야기였다. 저자는 현재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있다. 강의를 하는 교수이기 전에 신경정신과 의사다. 사실 과거 정신분열증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병을 인식 재고를 위해 조현병이라는 이름으로 바꾸었다고 하지만, 조현병에 대한 또 다른 이미지가 강해졌다. 특히 우리는 뉴스 속 사건사고에서 조현병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조현병이 있으면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높다고 믿지만, 실제 우리 사회 속 범죄율을 보면 조현병 환자보다는 일반인들에 의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물론, 치료받지 않은 조현병 환자들에 의해 벌어지는 강력범죄율은 일반인 보다 높긴 하다. 그뿐만 아니라 조현병은 치료가 안되는 병이라는 인식과 달리 약과 운동, 뇌자극술 등으로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며,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우울증이나 강박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마음의 병 때문이기도 하지만, 뇌와 관련될 수도 있다니 놀라웠다.

미지의 영역이었던 뇌과학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 과거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조금씩 해결할 수 있는 영역으로 옮겨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 발전은 병의 치료로 이전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뇌만큼이나 책에서 다루는 영역이 참 크다는 생각이 들어서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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