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잊어도 좋겠다 - 나태주 인생 이야기
나태주 지음 / &(앤드)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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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시인하면 떠오르는 세 글자 이름 "나태주." 결혼 전 지금 재직하는 회사 대표님이 풀꽃이라는 시를 읽으며 내게 건넨 말 때문에 유독 더 기억이 나는, 짧디짧지만 깊은 의미가 담긴 시를 쓴 그가 낸 산문집이다. 수필집이라 해도 좋고, 에세이라 해도 좋다. 저자는 책의 머리에 이 책을 쓰다가 덮다를 여러 번 했다고 한다. 시인이어서 그랬을까? 자신의 모습을 책 속에 고스란히 드러내는 작업이 참 힘들었다고 한다.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특히 글 쓰는 것이 직업이라면 더 그렇지 않을까 싶다. 나 같은 일반인도 내가 쓴 글을 읽을 때면 낯부끄러움을 느낄 때가 상당하니 말이다. 책 표지에 담긴 목화 열매가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책을 읽으며 끄덕여진다. 80년대 태어난 내가 살아보지 못했던 시기의 이야기가 책 가득 담겨있다. 목화 열매를 먹었다는 사실도 신기했다. 간식거리가 없던 옛날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잘 덮지도 않는 목화솜 이불을 만드는 그 목화 말이다.

저자는 1945년 생이다. 1945년 하면 떠오르는 8.15 해방과 같은 해다. 그렇기에 저자의 삶은 우리나라 격동기를 몸소 경험했다. 하지만 책 속에는 전쟁에 대한 이야기, 힘겹고 고통스러웠던 이야기를 찾기 힘들다. 저자는 그 이유를 외할머니 때문이라고 한다. 가난하고 힘든 그때도 유일한 바람막이가 되어주신 외할머니에 대한 감사가 책에 가득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38살에 홀로되신 할머니. 그 나이에 이미 4살 된 외손자가 있었던 할머니.(놀랍다. 하하... 나는 그 나이 보다 더 먹어서 둘째를 낳았는데...;;;) 그 할머니가 저자에게 선물한 유년 시절의 기억들 때문에 저자는 시인으로 살 수 있었다고 한다. 그 기억을 벗 삼아 시를 쓸 수 있었다고... 중간중간 저자의 시가 등장한다. 옛 기억을 친구 삼아 쓴 시 들같다. 그래서 그런지 시만 읽었을 때 보다 더 이해가 간다.

책 속에 가득한 옛 추억의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기분이 든다. 따뜻하고 정감 가는 가족 드라마 한편. 어렵지 않았고, 저자가 쓴 글을 따라 상상할 수 있었다. 앞에 나왔던 인물이 뒤에 또 나와서 그런지 정말 드라마 보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70이 넘은 나이에 옛날 기억뿐 아니라 당시 인물들과 살았던 곳까지 또렷하게 풀어내는 걸 보면 신기하고 놀랍다.

나는 시가 참 어렵고, 시집은 잘 사지도, 읽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풀꽃이라는 시를 읽으며 들었던 기억과 생각들이 이 책을 만나며 좀 더 구체화된 것 같다. 역시 그의 인생도, 그의 인생에 함께해 준 사람들도 참 따뜻하고 좋았다. 시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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