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 호스피스 의사가 아버지를 떠나보내며 깨달은 삶의 의미
레이첼 클라크 지음, 박미경 옮김 / 메이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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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 감은 곧 살아감과 같다.

여기선 아름답고 달콤 씁쓸하며 부서지기 쉬운 게 인생이라는

삶의 본질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얼마 전 가슴을 졸였던 기억이 있다. 아버지가 갑자기 어지럼증도 심하고 식은땀에 3주 동안 몸무게가 5킬로가량 빠지셨다. 지인과 통화 중에 뇌출혈 증상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즈음에 주변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분들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아버지 가까운 분 역시 뇌출혈로 뇌사상태로 일주일 정도 계시다가 결국은 돌아가신 참인지라 급하게 응급실에 가서 MRI와 CT를 찍었는데 다행히 아무 이상은 없었다.(결국은 코로나 백신 2차 이상 증상이었다.)

그 며칠 간의 일을 겪으며 정말 많은 생각이 지나갔다. 언제나 건강하게 내 곁에 계실 것 같은 아버지의 부재를 잠깐이나마 생각하다 보니 정말 못 했던 것만 생각이 났다. 둘째가 태어난 후, 전보다 더 부모님(특히 아빠)의 손길을 많이 받으며 살고 있다. 갑자기 아이가 아프거나, 뭔가 일이 생기면 늘 찾게 되는 5분 대기조인 아버지.

사실 이번 일을 겪으며, 언젠가는 맞이할 수밖에 없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타인의 글을 통해서나마 간접경험하고 나 역시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의사인 아버지를 둔, 호스피스 의사 레이첼 클라크의 글이다. 죽음에 관한 글, 호스피스 의료진의 글을 여러 권 봤지만 이 책은 아마 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의사인 아버지, 간호사인 어머니의 직업을 곁에서 지켜봤던 레이첼은 기자와 의사의 삶을 두고 고민을 했었다. 그런 그녀 기자를 포기하고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 것에는 죽을 뻔한 여러 건의 큰 사고가 있었다. 그녀가 선택해야 할 상황에서 아버지는 그녀에게 의사로 살기를 강요하지 않았다. 그저 레이첼이 옳은 선택을 하도록, 그녀가 질문을 해 올 때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해 줬을 뿐이다. 다소 늦은 나이에 의학도가 된 레이첼은 문제가 생기거나,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아버지에게 조언을 구한다. 그때마다 아버지는 지혜로운 대답을 건넸다. 평생을 의사로 살아왔던,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의사였기에 건넬 수 있던 조언이었다.

책의 전반부에는 레이첼이 의사가 되기로 마음을 먹게 된 이야기, 의사가 되고 겪었던 이야기가 담겨있다. 사실 나 역시 병원을 극도로 무서워하는 병원 공포증을 가진 사람이다. 병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환자가 실려온 응급실,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CPR을 받는 장면이다. 다분히 드라마나 영화의 영향 때문인지, CPR에 대한 환상이 있었는데, 드라마틱한 소생은 5명 중 1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책의 후반부에는 아버지 이야기와 함께 자신이 호스피스 의사로 살면서 만났던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개인적으로 호스피스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다. 사실 환자의 입장에서 호스피스로 이동한다는 것은 죽음을 코앞에 두고 있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호스피스에서 일하며 자신이 만나고 보았던 많은 이야기들을 통해, 그리고 자신 또한 사랑하는 아버지의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그동안 의료진으로 봐왔던 죽음과 가족의 죽음은 다르다. 많은 사람들의 마지막을 위해 일했지만 말이다. 아버지의 죽음을 이야기하기 위해 책을 썼지만, 그 안에는 아버지를 비롯해서 그녀가 만났던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 더 많다. 정말 찰나의 차이로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사는 끔찍한 사고의 현장에서부터 사랑하는 가족을 남겨두고 떠나야 하는 할아버지, 아내를 두고 떠나는 남편, 아직은 죽음을 논하기에 너무 이른 19살 청년에 이르기까지 책 속에는 다양한 모습의 삶과 죽음에 대한 기록이 담겨있다.

책을 읽으며 의사라는 직업과 환자를 대하는 태도, 죽음에 대한 이야기 등 참 와닿는 부분들이 많았다. 가슴 아픈 사연과 이야기가 가득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이해가 되는 삶의 이야기가 가득한 책을 통해 저자의 말대로 죽음이라는 또 다른 삶을, 살아감을 준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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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나를 응원합니다 - 넘어질 때마다 곱씹는 용기의 말
리사 콩던 지음, 이지민 옮김 / 콤마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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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일상생활을 좀 먹기 시작한 지 2년이 넘었다. 친구는 물론 가족끼리도 왕래를 못하게 되면서 코로나 블루를 겪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나 역시 아이와 함께 하루의 대부분을 집 안에서 지내다 보니 답답함과 함께 우울한 기분을 느낄 때가 많다. 다행히 누군가와 이야기하기 어려울 때 기분전환이 될 수 있는 책을 만났다. 용기를 주는 글과 드로잉을 통해 또 다른 위로와 흥미를 일으켜주는 리사 콩던의 『내일의 나를 응원합니다』를 통해 색다른 기분을 맛볼 수 있었다.

책 속에는 위로의 글과 함께 일러스트 드로잉이 담겨있는데, 책을 읽다 보니 꽤 오래전 한 지인이 내게 한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생각하고, 계획을 세우지 말고 무턱대고 저질러보라고... 나는 무슨 일을 시작하기 전에 머릿속에서 정말 많은 시뮬레이션을 거치고 난 후 성공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만 일을 시작한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의 일들은 머릿속 상상을 거치면서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를 키우면서 그런 성향은 더 심화된 것 같다. 정말 안정적이고, 완벽한 대안만을 찾다 보니 선택지가 몇 개 안 남거나 하나뿐인 경우뿐이기도 하다. 문제는 내가 지웠던 대안들이 어떤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는지는 실제로 실행해 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데 있다.

 

  딱 내게 맞는 해답이자 위로라고 할까?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나 역시 습관적으로 실행을 선택하기 보다는 안될 구실을 찾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포기를 선택하게 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많기도 했다. 길지 않은 글이지만 마음을 향해 돌직구 아닌 돌직구를 던지기 충분한 내용이었다. 사실 이 글 하나만이 아니라 책 속에서는 지속적으로 내게 용기를 북돋아주는 글들이 많았다. 쉬는 것을 죄스러워하는 내게 저자는 쉬는 건 꼭 필요한 일이라고 충고를 해주기도 하고, 실수하는 내 모습도 인정하고 도약하라고 응원하기도 한다.

누구나 완벽한 사람은 없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사실 누구나 아는 이야기지만, 내 이야기로 끌어오는 데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글과 드로잉이 함께 있으니 미술관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다. 덕분에 고민만 하고 포기하기보다는 실수하더라도 한발 더 나아가야겠다는 값진 교훈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모든 것이 멈춘 요즘, 마음만은 멈추지 말자. 마음과의 거리 두기는 필요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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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부녀자 고민상담소
김재희 지음 / 북오션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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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희 작가의 신작 소설. 경성 탐정 이상 시리즈의 이상과 구보를 이은 또 다른 경성 탐정이 등장한다. 이번에는 무려 삼총사다. 22살이라는 에 띤 나이에 신여성 트리오는 공유 하우스에서 함께 지내는 사이다. 미국에서 심리상담학 석사학위를 가지고, 곧! 박사가 될 예정이라는 김라나(라라 박사), 일본 유학파 출신으로 과거 탐정사무소에서 일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취준생 김찬희(찬희 탐정), 그리고 이화여전에 다니는 박선영(선영 총무)이 바로 경성 부녀자 고민 상담소의 삼총사다.

부모님께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차마 꺼내지 못하는 찬희는 돈이 궁하던 차에 공유 하우스에 들어오게 된다. 우연히 만난 라라와 선영과 함께 상담소를 오픈하고, 수임료로 생활을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이상하게 그들에게 들어오는 상담은 오픈하기 쉽지 않은 "성(姓)"에 대한 상담이다. 사실 상담소의 원래 이름에는 "성"이 붙어있었으나 내담자가 부담을 가질 거라는 생각에 경성 부녀자 고민 상담소라는 이름으로 오픈하였다.

첫 번째 내담자는 김연주라는 여성으로, 딸인 박동선이 나체로 거리를 활보하고 다닌다는 고민을 가지고 상담소를 찾아온다. 곧 결혼을 앞둔 딸이 밤만 되면 노출증이 도지다니... 보통 일이 아니다. 딸과 상담을 진행하고자 했지만 김연주는 난색을 표한다. 그러던 차에, 김연주에게 동선이 밖을 나가니 지켜봐 달라는 연락을 받게 되고 위험에 빠진 동선을 구하려 달려가는 그들이 발견한 인물은 의외에 인물이었는데...

여러 가지 사건이 얽힌 가운데, 큰 사건이 소설을 아우른다. 마치 경성 탐정 이상에서 류 다마치 자작이라는 존재가 등장하듯, 경성 부녀자 고민 상담소에도 이자와 레이 박사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레이 박사는 김라라와 상당한 연관이 있다. 스승이자 은인이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존재인 그는 과연 어떤 인물일까? 또한 공유 하우스의 주인인 이재연의 아들 송영운 또한 뭔가 의미심장하다. 일제강점기 경성이라는 상황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녀들의 이야기가 옛날이야기 같지 않고 공감이 가는 것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우리 사회의 문제들이 쌓여있어서일까? 경성 부녀자 고민 상담소 역시 후속작이 기대된다. 꼭 만나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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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흑역사 - 왜 금융은 우리의 경제와 삶을 망치는 악당이 되었나
니컬러스 섁슨 지음, 김진원 옮김 / 부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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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근래 만나는 책 중 "흑역사"가 담겨있는 책이 자주 눈에 띈다. 사실 흑역사 하면 굴욕적인 과거의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얼마 전 읽었던 책 또한 과학자들의 실수담과 명성에 흠집이 갔던 행동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그렇담 부의 흑역사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꽤 두꺼운 책 속에는 근 100년여의 역사 속에서의 돈 이야기가 담겨있다. 사실 돈이라고 적고 금융이라고 읽을만한 이야기가 주된 포커스 인 이유는, 머리말에서 설명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지하자원이 많은 나라들은 부유할 것 같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반대인 경우를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풍부한 산유국인 앙골라와 영국에 대한 이야기로 책의 서문을 열어서 그런지, 궁금증이 커져만 갔다. 자원이 많은 앙골라와 자원이 없는 영국의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상당히 실제적인 이야기지만, 그동안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부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누군가의 것을 빼앗아야 하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토록 집요하고, 이토록 많은 연결고리가 있었을 줄이야...! 물론 현대는 한 나라의 사건이 다른 나라에 큰 영향을 끼칠 정도로 체인화되어 있긴 하지만, 2007년 미국 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 경제에 불러일으킨 사태는 상상 초월이었다. 바로 7장에서는 그 금융위기에 대한 이야기가 좀 더 다각적이고 구체적으로 등장한다.

책을 읽을수록 가진 자들은 더 갖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부를 더 소유하기 위해 담합하고, 감사를 해야 할 집단조차 부를 가진 상대의 편에 서서 악당 노릇을 하고 있는 걸 보면 혀를 찰 수밖에 없다. 역시 과유불급이라는 사자성어가 계속 떠오르는 것은 기분 탓은 아닐 것이다.

처음에는 긍정적인 발전을 위해 시작했을 것이겠지만, 절세라는 이름하에 자기 배를 불리기 바쁘고 오히려 국가를 망치는 모습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쉽지 않은 이야기지만 흥미롭게 표현하고 있기에 마냥 어렵게 읽히지는 않았다. 한번 읽어보면 세계 금융과 금융의 역사를 읽어나가는 눈과 비판적 시각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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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 개정판 잭 매커보이 시리즈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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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음 담당이다. 죽음이 내 생업의 기반이다. 내 직업적인 명성의 기반도 죽음이다.

첫 문장부터 상당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얼마 전 읽었던 책처럼 이 책의 주인공도 설마 사신(죽음의 신)인가?ㅎㅎ 이 문구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인 53장에도 등장한다. 참 아이러니한 것이 책의 시작과 끝의 이 문장의 의미가 이렇게 다르게 다가올 줄이야...! 이 문장은 참 마술 같은 문장이다.

로키 마운틴 뉴스의 기자인 잭 매커보이는 죽음에 관한 기사를 쓴다. 죽음을 둘러싼 진실에 대한 기사로 꽤 명성을 얻었다. 쌍둥이 형제이자 형인 션 매커보이는 CAPs(대인범죄부) 팀장이자 경찰관인데 "테레사 로프턴" 살인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역시 죽음(?) 담당 기자답게 션에게 조사 내용을 요청했으나 션은 거절을 했다. 테레사 로프턴은 덴버 대학생이자 놀이방 아르바이트생이었는데, 몸이 두 동강 난 시체로 발견되었다. 끔찍한 살인사건이었기에 션은 이 사건에 상당히 매달렸고, 잡히지 않는 범인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리고 잭에게 한 통의 부고가 전해진다. 이번 죽음의 주인공은 안타깝게도 쌍둥이 형인 션 매커보이였다. 형은 로키산맥 이스티스 국립공원 베어호수 주차장에서 스스로 총을 문 채 자살을 했다. 그리고 그가 남긴 유서는 자신이 타고 있는 차 유리에 남긴 한 줄 "공간을 넘고, 시간을 넘어"가 전부였다. 션이 자살한 곳은 20년 전 누나 새라가 죽은 곳 근처였다. 사실 새라의 죽음이 20년이나 지났지만 잭에게는 그 일에 대한 죄책감이 있고 그 이후 그는 부모님과 상당히 서먹한 관계가 된다. 쌍둥이 형 또한 세상을 떠났으니 이제 남겨진 사람은 잭밖에 없다.

잭은 션의 죽음이 의심스러웠다. 타고난 기자의 촉각이 이 사건은 절대 자살이 아니라고 이야기해 준다. 그렇게 잭은 션의 죽음을 파헤치기 시작하고, 요 근래 자살한 경찰관들의 죽음이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에드거 앨런 포의 시 말이다. 그렇게 잭은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책의 제목 시인은 무엇을 뜻할까? 우리가 아는 그 시인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어쩌면 반전을 이야기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책 속 제목 시인은 FBI가 연쇄살인마를 일컫는 은어니 말이다.

사실 폰트도 작고 상당한 벽돌 책이기에 시작이 어렵지, 읽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빨려 들어간다. 그리고 작은 폰트와 벽돌 책의 두께를 감내해 낸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반전! 소름 끼치게 촘촘한 스토리는 범죄 추리소설계에서 빠질 수 없는 마이클 코넬리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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