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보는 남자 안전가옥 오리지널 28
조경아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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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만나는 조경아 작가의 책이다. 특이한 점이라면 내가 만난 세 편의 작품의 주인공의 이름이 모두 테오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혹시나 했다. 3인칭 관찰자 시점과 복수 전자의 주인공 테오는 동일 인물이었다. 이번에도 테오였기에 혹시나 했는데, 이름만 같고 성은 달랐다. 전 작의 인물은 강테오였고, 이번 작품의 주인공은 반테오였으니 말이다. 이번에도 테오는 특이한 성향을 가진 인물로 묘사된다.

연석동에 연달아 사건이 일어난다. 공통점이라면 사망한 사람들이 다들 지병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과 가족이 없이 홀로 지내는 독거인이나 무연고자였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자신의 집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는 것. 사건을 조사하던 형제 남제영은 이들이 사망하기 전 한 남자가 이들의 집을 다녀갔다는 사실을 제보받는다. 그리고 바로 그를 검거한다. 그의 이름은 반테오. 테오를 추궁하기 시작하는 제영은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테오가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결국 증거 불충분으로 테오가 풀려난다. 그리고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어려서부터 타인과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길 좋아했던 테오는 왕따를 당하고 학폭을 당한다. 다행이라면 테오보다 어린 여동생 반고희가 성격도 싸움도 한가락 하는 인물이었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오빠 테오를 괴롭힌 아이를 찾아가 함께 운동하는 선후배들과 함께 제대로 응징한 후, 누구도 테오를 괴롭히지 않는다. 한 사건을 계기로 테오는 학교를 그만둔다. 검정고시로 학력을 인정받는다. 그리고 집안 차고에 들어앉아 자신만의 세계를 가꾸어나간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은 힘들어하지만, 타인에게 도움이 줄 수 있는 일까지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테오는 자신이 딸 수 있는 자격증을 취득한다. 그중 하나가 공인중개사였다.

부모님을 가게 일로 바빠서 집에 잘 들어오지 않으셨다. 동생 고희 역시 독립을 했기에 집은 테오만의 아늑한 보금자리였다. 그러던 어느 날, 독립을 선언했던 고희가 다시 집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테오의 아지트인 차고에 자신의 짐을 하나 둘 옮기기 시작했다. 테오는 불편했다. 그래서 고희를 위한 집을 찾기 시작한다. 문제는, 집을 찾아 둘러보다가 자신의 재능을 발견했다는 데 있다. 집에 발을 들인 순간, 집에 모든 것이 3D로 다가왔다. 살고 있는 사람의 생활패턴이나 직업, 나이, 성격 등이 집을 보는 순간 떠올랐다. 고희를 내보내기 위해 부동산을 찾던 중 과거 안면이 있던 임서라를 다시 만나게 되는 테오. 테오의 부모님과 서라의 부모님이 가까이 지냈기에 서라와도 어울렸던 기억이 있는데, 마지막으로 본 것은 서라의 부모님 장례식이었으니 10년이 넘었다. 그 사이 서라는 많이 변해있었다. 그리고 부동산을 경영하는 정화산업개발의 대표가 되어 있었다.

고희의 집을 알아보는 것과 별개로, 테오는 부동산 관련 상담도 하고 있었다.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 편에서 구제하는 일에 자신의 지식을 동원해서 도움을 줬다. 부동산 사기에 가담한 공인중개사를 찾아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동네의 공인중개사들 사이에서 테오는 블랙리스트에 오른다. 전에 집을 보여줬던 부동산을 찾아 집을 보러 간 날. 엄청난 악취가 진동을 했다. 처음 맡아보는 악취였다. 아무리 문을 두드리고 연락을 해도 연락이 닿지 않자 테오는 집 문을 열고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시신을 발견한다. 이상한 우연은 테오가 보고 다니는 집마다 얼마 후, 집 주인이 사망한 채 발견된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테오는 범인이 아니었다. 누군가 테오를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 과연 배후에서 테오를 범인으로 몰아가는 그의 정체는 누구일까?

사건을 풀어가며 테오는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또 다른 재능도 발견한다. 바로 추리 능력이다. 집을 보는 순간 집에서 사는 사람의 모든 것이 영상으로 보이는 이상한 능력을 가진 테오. 그리고 그 능력을 토대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간다. 사실 테오는 예민한 사람이긴 했지만, 문제가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타인과 함께 어울리며 살아가는 것이 낯설었을 뿐... 그런 테오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또 다른 감동을 맛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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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교 시네마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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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의 단편소설집을 만났다. 18편의 단편소설이 담겨있는데, 작품의 길이는 다 다르다. 2~3쪽 분량의 초단편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길어도 3~40 페이지를 넘지 않는다. 육교 시네마는 그중 제일 마지막에 있는 작품이다. 신기한 것은, 작가 후기에 모든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가 짧게나마 기록되어 있다는 것이다. 읽으면서 흠칫했던 작품이 있는데 아마릴리스라는 제목의 작품이었다. 스승의 1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제자가 스승의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등장하는 이야기였는데, 마치 저주의 말 같기도 하고, 마치 해리 포터의 이름을 부를 수 없는 자 볼드모트 혹은 귀신의 물음에 대답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떠오르는 게 도대체 아마릴리스가 무슨 뜻인가 싶었다. 스승의 죽음이 바로 이 아마릴리스와 연관이 된 듯한 뤼앙스를 가득 담아서 끝나는 작품을 읽은 후, 뭔지 궁금해 검색을 해보기도 했다. 근데 웬 꽃 이름이 등장?! 근데, 작가 후기를 읽고 진짜 이건 뭐 이 책 최고의 반전?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세상에나....! 궁금하면 작가 후기를 꼭 읽어보자.

또 기억에 남는 작품은 보리의 바다에 뜬 우리라는 작품이었는데, 가나메와 가나에라는 쌍둥이 남매가 등장한다. 과거 수도원이었던 이곳은, 특정한 부유층들 사이에 입소문이 난 학교가 되었다. 소수의 사람들만 받는 이곳은 중, 고등학교 6년제 학교다. 새로운 신입생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가나메와 가나에는 설렌다. 드디어 패밀리!를 결성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타말라라는 이름의 여학생이었다. 적은 인원 덕분에 가끔 교장실에서 티타임을 갖기도 하는데, 그 자리에서 쌍둥이는 그녀를 마주하게 되었다. 반가움에 다가가지만, 타말라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교장으로부터 들은 바 타말라는 접촉 공포증이 있다고 한다. 미술실에서 큰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타말라에게 관심이 생긴 쌍둥이. 특히 패밀리의 일원이기에 더 가까이하고 싶어진다. 근데, 학교에 이상한 소문이 퍼진다. 티타임 때 타말라만 다른 색의 잔에 차를 마신다는 것이다. 확인해 보니 정말이었다. 타말라 앞에만 보라색 잔이 놓여있었던 것이다. 교장이 타말라에게 독을 탄다, 타말라의 부모가 타말라를 죽이기 위해 교장에게 사주했다는 소문이 퍼지고 패밀리의 귀에까지 들어간다. 결국 타말라를 지키기 위해 가나에는 타말라와 탈출을 시도하는데... 예상치 못한 결말에 다다라서 이번에도 놀랐다. 진실과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 그리고 예상치 못한 행동에 이르기까지 정말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니 말이다. 이 작품은 보리의 바다에 뜬 우리라는 작품의 스핀 오프라고 한다. 짧은 단편 소설을 읽고 나니 전 작이 궁금해진다. 이렇게 또 역주행을 해야 하나보다.

작품의 제목 자체가 반전스러운 작품도 있었다. 어디까지나 내 착각이었지만... 풍경이라는 작품이었는데, 여기서 풍경은 경치가 아니라 처마 끝에 달린 작은 종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미용실에서 들은 이야기라고 하면서 시작하는데, 과거 알던 미용사가 갑자기 사라졌단다. 수십 년 후에 비슷한 솜씨를 가진 미용사를 만나자, 혹시 그 사람인가 싶어서 물어본다. 그렇게 이야기는 시작된다. 미용사 K 씨는 자신의 어린 시절 겪었던 할아버지 댁에서의 기묘한 경험을 털어놓는다. 바로 풍경에 관한 이야기다. 처음에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소름 끼친다. 아무도 없는 아파트 복도 불이 갑자기 켜지는 것, 누구도 없는데 갑자기 현관 등이 켜지는 것.(물론 바람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도 무서운데, 바람조차 없는 날 갑자기 풍경소리가 들린다면....?

모든 작품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렇게 끝내기 아쉬운 작품들도 있었다. 조금 더 길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작품들이 여럿이었으니 말이다. 이렇게 아쉬운 작품들은 보리의...처럼 장편으로도 등장하지 않을까? 작은 바람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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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슈의 발소리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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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와무라 이치의 호러 소설을 벌써 여러 권 접했다. 옮긴이의 말처럼 나 역시 호러나 공포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타고난 새가슴 겁쟁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영상이 아닌 소설은 읽는 편인데, 상상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읽는다면 그나마 덜 공포스럽기 때문이다.(얼마 전에 공포소설을 읽고 서평은 12시 가까이 되어서 쓰게 되었는데, 불이 다 꺼진 집에서 혼자 쓰려니까 진짜 무서워서 죽는 줄 알았다....ㅠㅠ)

5편의 단편소설이 담겨 있는 이 책의 마지막 작품이 바로 표제작인 젠슈의 발소리다. 가장 길고 히가 자매가 등장하기 때문에 역시나 흥미로웠던 작품이었다. 사와무라 이치의 작품에는 단순한 공포만 담겨있지 않다. 읽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지거나, 반대로 안타까운 기분도 든다. 사회의 민낯을 공포와 호러를 통해 전해준다고 해야 할까?

첫 번째 등장한 거울에는 주인공 다하라 히데키가 결혼식에 초대받아 가게 된다. 3개월 후면 아내가 출산을 앞두고 있기에 하루하루가 기대된다. 결혼식장에서 대형 거울을 보게 되는데, 피투성이가 된 남자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다. 후임과 함께 결혼식장에 자리를 잡고 앉는 신부의 이름을 보고 신기해한다. 바로 자신의 아내와 성이 같았기 때문이다. 다하라 치사라는 이름을 보고 귀여운 이름이네... 하고 생각하던 중 입장하는 신랑과 신부를 보고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신랑은 배우처럼 잘생긴데 비해, 신부는 뚱뚱하고 못생긴 게 평균보다도 못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그런 모습을 알고 있는지, 신부는 망가지면서까지 하객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신부가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의었다는 이야기를 듣던 중,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던 신부의 친구의 기묘한 행동뿐 아니라 자신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신부의 말에 히데키는 당혹스러워지는데...

외모에 대한 편견과 눈에 보이는 대로 다른 사람을 재단하는 모습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잘생기고 예쁜 사람한테 눈이 가기 마련이니 말이다. 한편, 뚱뚱한 사람을 보면 막말을 서슴없이 하는 경향도 많다. 자기관리를 못했다는 말을 비롯해서 이상한 눈으로 상대를 쳐다보기 때문이다. 신부인 치사를 보고 하객들이 터뜨리는 말들은 정말 가관이다. 거기에 치사가 스스로 망가지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막말을 하던 히데키는 신부가 자신에게 아버지라고 부르자 당황스러워한다. 자신의 딸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는 듯이 말이다.

마지막에 나온 젠슈의 발소리에도 생각할 여지가 많았다. 젠슈는 요괴의 이름인데, 가슈소쿠세이라고도 불린다.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요괴의 출현으로 사상자가 계속 생기고 있다. 히가 자매 중 동생인 마코토는 얼마 전, 오컬트 가지인 노자키와 결혼을 했다. 결혼식 날, 갑작스럽게 10년 동안 연락이 끊겼던 고토코가 참석한다. 축의금을 전달하고 급하게 가려는 언니를 잡다가 마코토가 넘어져서 부상을 입게 된다. 자신 때문에 다친 동생을 대신해 고토코는 사건을 조사하게 되고, 요괴와 관련된 모로타 저택에 갔다가 다리 아래가 없는 형 와타루와 동생 도오루를 만나게 된다. 모로타 저택에 있는 그림은 과거 구로하타 가네쓰구라는 스님이 그린 그림인데, 그림을 본 순간 고토코와 노자키는 요괴가 그려져있다고 느낀다. 기묘한 것은 꼭 동생인 도오루가 자리를 비운 날만 요괴가 출연했다는 것이다. 꾀를 낸 이들은 도오루가 급하게 출장을 가는 상황을 만들고, 동생이 사라지자마자 형인 와타루는 기어서 집을 나서는데...

젠슈의 발소리에는 가족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가족은 서로 걱정을 하는 존재기도 하지만, 서로를 질투하고 때론 서로의 말과 행동에 마음을 다치기도 한다. 요괴 젠슈와 가슈소쿠세이가 도움을 받는 존재들 또한 그들과 비슷한 감정을 지닌 존재들의 도움을 받는다.

"젠슈는 아마 형제나 자매일 거예요. 형제에게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고,

그와 동시에 갇혀 있음으로써 뒤틀린 울분이 쌓여있는.......

한마디로 말해 와타루 씨와 젠슈는 우연히 파장이 맞았어요.

요즘은 '싱크로 한다'라고 하지만요."

이번에도 역시나 기묘하고 무섭지만, 그 안에 담긴 여러 인간사의 균열들과 문제점들을 작품을 통해 드러낸 사와무라 이치.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찾아올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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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을 탄 소크라테스 - 최정상급 철학자들이 참가한 투르 드 프랑스
기욤 마르탱 지음, 류재화 옮김 / 나무옆의자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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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사이클의 만남이라... 전혀 교집합이 없어 보이는 두 분야가 한 권의 책으로 합쳐진 데는 저자의 이력이 큰 몫을 했다. 기용 마르탱. 그는 현직 사이클 선수이자 철학 석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철학자다. 그랬기에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두 분야를 이 한 권으로 엮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덕분에 신선했다. 프랑스에서 열리는 투르 드 프랑스 사이클 경기 대회에 각국을 대표하는 철학자들이 참여한다. 이들은 모두 사이클 선수다. 참고로 투르 드 프랑스를 검색해 보니, 매년 7월 프랑스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고 권위의 일주 사이클 대회라고 한다. 저자는 올해 이 대회에서 10위의 성적을 거뒀다고 하니 사이클계에서도 유명인 사인 것 같다.

그리스 대표 선수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다. 노익장을 과시하는 소크라테스와 중간 지대인 플라톤 그리고 젊은 피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들이 가진 강점(철학적)을 바탕으로 경기에 임한다. 독일 대표 선수는 니체와 칸트, 하이데거가 참여한다. 특이한 점이라면 과학자 아인슈타인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독일팀의 매니저로 말이다. 그 밖에도 익숙한 이름의 철학자들이 선수로 대기 중이다. 자신들의 강점을 바탕으로 사이클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 위해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책을 읽는 내내 헷갈렸다. 물론 철학자들도 실존 인물이고, 이 책의 저자 역시 실존 인물이다. 단, 시대가 다른 이들이 한날한시 한 경기를 위해 모였다는 사실이 허구적인 요소긴 하지만 말이다. 여기서 내가 헷갈렸던 것은 이게 철학자들 사이의 가상의 이야기인지, 저자의 실제 이야기 인지이다. 저자의 이야기 같은 사이클 이야기가 나오다가 하나 둘 철학자들이 등장하며 사이클을 타며 자신들이 주장했던 철학의 이야기가 섞여 들어간다. 사이클과 철학의 접점을 찾아서 이야기를 서술한 것 자체만 해도 이미 놀라운데, 개별적인 특징들이 서로 어우러져서 하나의 분야같이 보이도록 이루어지도록 노력한 것만 해도 박수를 받을만하다. 아쉬운 점이라면... 그러기에 내가 사이클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사실 책 속에는 정말 숨 가쁘게 이루어지는 경기 이야기가 담겨있다. 특히 2장부터는 실제 경기 중계와 같은 이야기가 등장한다. 어느 순간 이게 철학인지 사이클인지... 완전 물아일체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봐야 할까?

주제는 신선했지만, 내용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철학만 해도 쉽지 않은 분야인데 사이클 경기 속에서 풀어낸 철학 이야기라서 내겐 신선한 만큼 낯설고 좀 어렵기도 했던 것 같다. 아마 사이클을 비롯한 경기에 대한 이해도가 조금 올라왔다면 훨씬 흥미롭게 읽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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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BEER천가 - 본격 맥주 교양 원샷툰 한빛비즈 교양툰 27
몰트다운 지음, 블리자두 그림 / 한빛비즈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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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제대로 지린다. 이런 딱 맞는 라임을 참 좋아한다. 그 유명한 용비어천가에서 비어가 BEER(맥주)가 되다니! 제목이 이 정도인데 내용은 또 얼마나 들이댈까? 역시나 기대 이상의 B급 감성이 물씬~각종 애드리브와 패러디가 홍수를 이루는데, 상당수가 이해되는 걸 보면 쩝... 아하! 알고 웃으면 대폭소고, 가끔 이게 뭘까? 싶지만 모르고 봐도 평타 이상이다. 맥주 애호가들이 본다면 아마 배꼽을 잡고 뒤집어 질지도 모르겠다. (나는 애호가 수준은 아닌지라...)

지극히 FM으로 살아왔던지라, 정말 성인이 된 후 술을 맛보았다. (그것도 종교적인 이유 때문에 거의 안 먹음.) 지금까지 먹어본 술이라고 해봤자 맥주와 샴페인(샴페인도 술인가? 급검색해 봄.) 그리고 막걸리가 전부다. 소주 안 먹어봄, 위스키 안 먹어봄, 고량주 당근 안 먹어봄. 하하하;;;; 그런 내가 맥주교양툰을 읽고 있다니...!

사실 맥주의 종류는 전혀 몰랐다. 특정 제품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고, 과거에 동생이랑 한 번씩 카*드라이를 싸게 먹으려고 패트로 사 놓고 먹었다. 지금도 뭐... 싼 거 위주로 먹는다. 많이도 못 마신다. 작은 뚱캔 하나 정도? 가 정량이다.( 많이 먹어본 적 없어서 주량이 어느 정도 되는지 모름.) 그것도 요즘에는 무알코올로만 마신다.(무알코올 24캔 박스로 삼...) 그러다가 얼마 전 동생이 요즘 핫하디 핫한(책에도 나옴) 아사* 슈퍼 드라이를 두 캔 줬는데 뚜껑이 통째로 따져서 신기했고, 온도를 못 맞추니 거품이 무한 생성되어서 또 신기했고, 깔끔한데 무알코올 수준으로 취하지 않아서 또 신기했다.(역시 나는 프레시보다는 드라이 취향!)

삼천포로 빠졌지만, 이 책에는 맥주에 대한 상당한 지식이 마구 담겨있다. 맥주의 역사뿐 아니라, 맥주의 재료, 맥주의 종류, 나라별 맥주, 맥주의 맛 등 정말 맥주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있다고 봐야겠다. 시작은 독일이다. 1516년 맥주 순수령에 의해 맥주의 재료가 딱! 법으로 정해진다. 보리(몰트), 물 그리고 홉. 여기의 효모가 들어간다. 보리를 물에 담가 발아시키고 고온에서 로스팅 해서 건조한 것을 몰트라고 하는데, 이렇게 보리가 몰트화 되면 효소를 품게 된다. 원두도 로스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진다고 하는데, 보리 역시 그렇다. 어떻게 로스팅을 하느냐에 따라 색도 달라지고 풍미도 달라진다고 한다. 두 번째는 물! 이 물은 경수와 연수로 나뉘는데, 유럽의 물처럼 미네랄 함량이 높은 물은 경수로 에일 느낌의 맥주와 어울린다고 한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화강암 지반인지라 연수로 만든다. 물과 보리는 그렇다고 쳐도 낯선 이름 홉. 생긴 것도 신기한 덩굴식물인데, 맥주 특유의 향을 내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책을 읽으며 맥주의 종류가 이렇게 다양하다는 데에 한 번 놀랐고, 나라 별로 맥주의 변천사가 이렇게 장황했다는 사실에 한번 더 놀랐다. 또한 IPA가 India Pale Ale의 약자였다는 것도!!! 인도 맥주? 이게 또 인도를 식민지화했던 영국과 관련이 있다. 맥주로부터 뻗어 나온 역사 중에는 파스퇴르의 영향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미생물의 아버지이자 우유 이름(?)으로 유명한 파스퇴르가 사실은 맥주 효모를 연구했었다는 사실! 그의 저서 중에는 맥주연구라는 책이 있고, 영국 이트브레드 양조장과 함께 다양한 실험을 진행했었다고 한다. 물론 맥주 만드는 법에 대한 레시피가 아니라, 저온살균을 통해 맥주 유통, 보관, 생산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었지만 말이다.

맥주만큼이나 맥주잔도 참 다양하다. 꿀 팀으로 책에는 많고 많은 맥주잔 중 꼭 구비해두면 좋을 잔도 언급이 되어있다. 그뿐만 아니라 어떻게 먹어야 맛있는지에 대한 팁도 담겨있으니 맥덕이라면 꼭!! 필독해야 할 책인 것 같다. 특히 말미에는 저자가 직접 제작한 수제 맥주(수제라고 손으로 직접 만드는 게 아니라니...)에 대한 사진도 담겨있다. 역시 이렇게 맥주에 관한 전문적인 책을 쓸 정도의 마니아라면 당연히 손수 맥주를 만들 정도의 퀄리티는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책을 읽었다고 하루아침에 맥덕이 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편의점에 다양한 맥주를 보며 이건 봤던 거구나! 하고 나름의 아는 척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 만으로 만족한다. 또 책에 소개된 위젯이 들어있는 기네스북과 같은 이름을 쓰는 그 회사 맥주도 한번 저자가 준 꿀팁대로 마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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