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파친코 1 - 개정판 파친코 1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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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심은 그저 이념이야. 자본주의나 공산주의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이념에 빠진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잊게 돼.

그리고 높은 자리에 있는 지도자들은 그 이념에 지나치게 심취한 사람을 이용하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인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 배우가 출연해서 더욱 유명해진 웹드라마 파친코. 평소 TV와 같은 매체를 자주 접하지 않기에 웹드라마를 본 적은 없지만, 여기저기 입소문으로 워낙 유명한 소설이었기에 궁금했다. 보통 제목이나 표지 등은 작품과 긴밀히 연결되는데, 1권을 말미까지 파친코에 대한 내용은 1도 안 나온다. 도대체 왜 제목이 파친코인 걸까?

이 작품의 주인공은 김선자다. 노년의 선자를 윤여정 배우가 연기했다고 한다. 소설과 드라마의 차이가 있다고 하는데, 어떤 차이인지는 잘 모르겠다.(웹드라마를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산 영도에서 하숙을 하는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 중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김훈. 그는 소아마비로 걸음이 불편하고, 구순구개열을 가지고 태어났다. 하지만 누구보다 생활력이 강하고 자상한 훈이와 부모는 장애 때문에 결혼을 꿈꾸지도 못한다. 워낙 생활이 어렵던 터라, 입 하나 덜고자 하는 마음으로 양진의 아버지는 훈이에게 딸을 시집보낸다. 장애가 있을 뿐, 훈이는 양진을 참 많이 아꼈다. 둘 사이에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태어났지만, 죽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딸이 선자다. 훈은 선자를 무척 아끼고 사랑했다. 그러던 훈이 폐결핵으로 앓다 세상을 떠난다. 시부모를 여의고, 남편과 아이들 마저 앞세운 선자는 물려받은 하숙을 하며 딸 선자를 키운다. 그나마 텃밭에 키운 채소와 하숙하는 남자들이 주는 생선으로 겨우겨우 살림을 꾸려나가던 어느 날, 한 손님이 찾아온다. 과거 하숙집에 머물렀던 백요셉의 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젊은 목사 백이삭. 형 요셉이 있는 오사카로 떠나기 위해 잠시 머물기로 했지만, 그는 결핵을 심하게 앓고 있었다. 자신의 남편을 결핵으로 잃었던 터라, 양진은 이삭을 지극정성으로 간호한다.

한편, 장에 갔다가 일본 학생들에게 성추행을 당하게 되는 선자를 돕는 고한수. 그는 제주 태생으로 일본 오사카와 영도를 오가며 중개인을 하는 사람이었다. 한수와 조금씩 가까워지는 선자. 한수는 일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늘 선자에게 좋은 선물을 해준다. 외국에서 수입해온 시계까지도... 그렇게 선자는 한수의 아내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한수가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 준다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에게 몸을 허락한다. 하지만, 한수는 일본에 세 딸과 아내가 있는 몸이었다. 충격을 받은 선자. 이미 뱃속에는 아이가 생긴 상태다. 결국 한수의 첩이 되기를 포기하고, 한수를 떠나는 선자. 미혼모의 삶은 지금도 쉽지 않은데, 1930년 대는 더 할 것이다. 선자와 양진의 도움으로 목숨을 살린 이삭은 그런 선자를 자신의 아내로 맞기로 한다. 둘은 요셉이 있는 오사카로 떠나게 된다. 요셉과 아내 경희가 살고 있는 곳에 머물며 선자는 아들 노아를 낳는다. 하지만 요셉이 버는 돈으로 살림을 꾸려나가는 것은 힘에 부치다. 완고하고 가부장적인 남자인 요셉은 아내가 바깥일을 하는 것에 크게 반대한다. 하지만 노아를 공부시키기 위한 핑계로 둘은 김치와 장아찌를 만들어서 판다. 어느 날, 선자에게 김치 전부를 납품할 좋은 기회가 생기게 되는데...

1910년대부터 1962년까지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1권에는 일제강점기의 이야기와 함께 패망한 일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일본으로 건너가 사는 한인들의 팍팍한 삶이 녹아있는 소설 속 이야기에서 두 아들 노아와 모자수(모세의 일본 이름)를 키우는 선자. 그런 선자 주변을 배회하는 한수. 신사참배에 대한 거부로 옥에 갇혀 목숨을 잃게 되는 유목사와 죽기 직전에 집으로 돌아온 이삭. 한수의 부하이자 요셉의 아내인 경희를 짝사랑하는 조선 청년 김창호. 원자폭탄 폭격으로 큰 화상을 입고 돌아온 요셉과 어느덧 성장한 노아와 모자수의 이야기가 펼쳐져 있다. 공부도 잘하고, 모든 것에 월등하지만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 노아와 그런 형을 보며 불량학생(?)의 길을 걷는 모자수 형제의 대비가 또 다른 아픔을 상기시킨다.

태어났을 때부터 늘 그렇게 꾸준히 살아왔던 양진과 선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억척스럽게 살아간다. 조선이든, 일본이든, 영도건, 오사카 건 간에 말이다. 아직 파친코라는 제목의 의미를 발견하지 못한 1권. 2권에서는 구체적으로 이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될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애국심은 그저 이념이야. 자본주의나 공산주의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이념에 빠진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잊게 돼.

그리고 높은 자리에 있는 지도자들은 그 이념에 지나치게 심취한 사람을 이용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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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무드 - 유대인 지혜의 원천
탈무드교육 연구회 엮음, 김정자 옮김 / 베이직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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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슬픔에 너 자신을 넘겨주지 말고 일부러 너 자신을 괴롭히지 말라.

마음의 기쁨은 곧 사람의 생명이며 즐거움은 곧 인간의 장수이다.

긴장을 풀고 마음을 달래라. 그리고 근심을 네게서 멀리 던져 버려라.

어린 시절부터 종종 마주했던 탈무드. 이솝우화 같기도 한 이야기책 느낌이에다, 그동안 만난 탈무드의 경우 대략 2~300페이지 분량의 한 권으로 되어 있어서 단행본 1권 정도일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제대로 된 탈무드를 접하게 되었는데, 탈무드가 1권이 아니라 63권에 이르는 방대한 책으로 사본 무게만 약 75kg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탈무드는 단순한 우화집이 아니라 유대인들의 율법서이자 법전 판례집으로 지금도 계속 업데이트(?) 되고 있다는 사실에 정말 놀랐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우리가 접했던 탈무드는 유대인의 율법과 법전 부분을 빼고, 실제 우리 생활에 적용 가능한 지혜의 말이나 예시가 담겨있는 형태로 제작되어서 소개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는 인간의 도리, 삶의 지혜, 결혼과 가정생활, 교육과 도덕, 돈과 사회정의로 나누어 탈무드의 내용을 담고 있다. 탈무드는 유대인의 책이기에, 책 속에는 성경의 내용들이 상당수 등장한다. 그뿐만 아니라 랍비들이 나누었던 이야기들도 담겨있다. 상당히 많이 등장하는 랍비의 이름들도 있는데 읽다 보면 익숙해질 정도다. 물론 현재까지 적용되는 내용을 위주로 책을 구성했겠지만, 더러 우리 정서와 다르거나 두 개의 의견을 다 옳다 여겨지는 듯한 글도 있어서 좀 헷갈리기도 하다. 바로 이런 면(모범 정답이 없는, 혹은 정답이 하나가 아닌) 때문에 탈무드를 읽고 토론하는 문화가 형성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또한 해보았다.

탈무드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이유는(물론 실제 탈무드에 대해 알고 보니 편저자의 능력이라고 봐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우화와 같은 형태로 구성되어 있기에 내용을 이해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문화가 다른 우리나라에서도 탈무드는 계속 사랑을 받는 것 같다. 특히 신기했던 것은 부부간의 관계나 고부간의 관계 등의 문제들에 대한 조언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유대인들이 가난한 것을 가장 고통스러워한다는 것(그래서 유대인은 부자가 많은 것일까?)과 부모보다 스승에 대한 대우를 더 강조하고 있다는 것 또한 신기했다. 오랜 삶의 연륜이 주는 지혜뿐 아니라 실생활에 접목 가능한 내용들도 더러 있었다. 걔 중에는 어떤 면에서 보기에는 기회주의자 같은 생각이 드는 면모도 있긴 했는데 그는 해석하기 나름일지도 모르겠다.

책 말미에는 탈무드 속 명언이 각 주제별로 담겨있었다. 역시 명언들이라서 그런지 하나같이 와닿고 또 기억해야 할 내용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고기는 언제나 입으로 낚인다. 사람도 역시 입으로 걸린다.

남을 헐뜯는 것은 세 사람을 죽이는 것이다. 자기 자신과 상대방 그리고 그것을 듣고 있는 사람이다.


슬픔에 너 자신을 넘겨주지 말고 일부러 너 자신을 괴롭히지 말라.

마음의 기쁨은 곧 사람의 생명이며 즐거움은 곧 인간의 장수이다.

긴장을 풀고 마음을 달래라. 그리고 근심을 네게서 멀리 던져 버려라.

물고기는 언제나 입으로 낚인다. 사람도 역시 입으로 걸린다.

남을 헐뜯는 것은 세 사람을 죽이는 것이다. 자기 자신과 상대방 그리고 그것을 듣고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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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배 페스카마
정성문 지음 / 예미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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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편의 단편소설이 담긴 소설집의 마지막 작품이 표제작인 욕망의 배 페스카마다. 페스카마라는 이름이 낯설었는데, 이 작품을 실제 있었던 사건(페스카마 15호)을 바탕으로 쓰인 소설이라고 한다. 그러고 나서 실제 사건을 찾아보니, 작품 속 이야기와 상당 부분 닮아있었다. 책 속 인권단체 한누리의 최만복 간사로부터 사건을 의뢰받고 범인이었던 조선족들을 변호한 인물이 김형섭으로 그려졌는데, 실제 변호인은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아주 유명한 인물이었다. 덕분에 책 속 이야기처럼 주범으로 몰렸던 1명을 제외하고는 사형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해졌다고 한다.

각 작품은 각기 자신만의 목소리를 담고 있는데, 읽는 내내 연작소설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등장인물도, 상황도 다르지만 앞 전의 작품 속에서 등장한 인물들과 뭔가 비슷한 연결고리가 이어지는 듯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가령 백수가 된 아버지와 취준생 아들이 등장하는 이야기에서 아버지는 과거 은행에 종사했던 인물이었는데, 자금중개회사 등의 전전하게 된다. 뒤 작품에도 비슷한 직업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그래서인지 이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중 기억에 남는 작품은 퉁차이라는 작품과 백소령의 여름이라는 작품이었는데, 퉁차이는 과거 내가 신혼여행 갔을 때 느꼈던 내용과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였고 백소령의 여름에는 주인공이 자전거로 전국 종주를 하는데, 우연찮게 사춘기 세 아들과 엄마가 자전거 종주를 하는 에세이를 비슷한 시기에 읽었던 터라 더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퉁차이라고 불리는 이동찬은 신혼여행지 가이드다. 나 역시 멀지 않은 곳으로 신혼여행을 갔는데, 패키지가 아니었지만 허니문 특전으로 몇몇 유명 여행지를 관광시켜 주거나 첫날과 마지막 날 픽업과 샌딩 서비스를 받았었다. 덕분에 첫날 마지막 팀이 나오기까지 공항에서 몇 시간을 기다렸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몇몇 관광을 하는데, 우리를 담당했던 가이드(부장)가 좋은 곳 몇몇을 소개하며 약간의 압박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면서 신혼여행 와서도 이런 걸 안 보고 가면 어떻게 하냐는 식의 이야기까지 했던 기억이 있다. 우리는 이미 오기 전에 다른 관광을 예약했던 터라, 나중에 상황을 안 가이드가 민망해하긴 했지만, 같은 호텔에 묵어서 친구가 된 부부는 가이드가 권한 핑크 돌고래를 보는 관광에서 돌고래를 보지 못하면 책임지라는 이야기까지 하면서 그 관광을 갔던 기억이 있다. 그나마 우리는 책 속에 나온 것처럼 패키지여행이 아니었던지라 피해(?)를 상대적으로 덜 보긴 했지만 책을 읽으며 생각해 보니 굳이 픽업 서비스 때문에 공항에서 몇 시간을 기다릴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처음에는 허니문 온 신혼부부들을 소개하고 리베이트를 받았던 퉁차이가 나중에는 그런 노하우를 바탕으로 호객행위를 피하고 자유여행하는 법에 대한 정보를 유료로 제공하는 걸 보고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긴 했다.

백소령의 여름에는 전직 여행기자가 등장한다. 우연히 자전거 국토종주를 취재하기 위해 합류했던 여행 이후로 자전거의 참 맛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코로나와 여러 가지로 회사가 문을 닫게 되면서 졸지에 실업자가 된 주인공은 아는 선배의 출판사에서 전래동화 중 한 권인 선녀와 나무꾼을 쓰기로 한다. 직업병 때문인지, 선녀와 나무꾼의 유래를 알아보던 그는 지리산으로 자전거 취재를 떠나기로 하고 길을 나서는데... 국토종주에 관한 이야기가 처음에 등장하는데, 자전거 라이더의 복장에 관한 이야기와 이화령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나서 실제 에세이를 읽다 보니 이야기가 겹쳐지면서 더 흥미로웠다. 마치 두 이야기가 연결된 듯한 기분이었다.

그 밖에도 표제작 역시 묵직한 여운을 담아냈다. 그중 가장 악랄하게 조선족 선원들을 괴롭혔던 갑판장 김선두는 큰 빚을 지고 있었기에 이번 항해의 어획량에 목숨을 걸고 있었다. 처음부터 조선족 선원들이 한국인 선원들을 향해 칼을 겨눈 건 아니었다. 계속되는 폭력과 인권모독, 수면 등의 기본적 욕구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던 데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겁을 줬기 때문에 결국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런 면에서 김선두가 차라리 처음부터 자신의 상황을 오픈하고 서로 도우며 항해를 해나갔다면 이런 끔찍한 결말이 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에 가슴이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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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쯤 자전거 여행 - 도전 앞에 망설이는 당신에게
송미령 지음 / 앤에이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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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아이들 등원 길마다 시에서 대여하는 자전거가 가는 곳마다 잔뜩 놓여있어서, 때론 길 막을 할 때도 상당한데, 오후가 되면 그 많던 자전거가 다 어디 갔나 싶을 정도로 한산해진 걸 볼 수 있다. 한번쯤 자전거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세발자전거를 끝으로 나와 자전거의 인연을 끊어졌다. 이 책을 읽기 전 읽었던 소설에서 전직 여행기자가 서울서 부산까지 국토 자전거 종주를 하는 장면이 나와서 그런지, 이 책에 등장한 실제적인 이야기가 더 흥미롭게 다가왔던 것 같다. 이런 우연도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저자는 삼 형제를 키우는 중년의 엄마다. 다니던 직장을 퇴사한 후, 삼 형제와 국토종주를 계획했다고 한다. 아빠와 자전거 종주를 하는 경우는 본 적이 있는데, 엄마와 아들들의 자전거 종주라니... 놀라운 것은 공원에 나가서 자전거를 타고 취미 정도로 라이딩을 했던 엄마와, 자기 소유의 자전거가 전혀 없는 아들들의 자전거 종주라는 것이다. 대단한 것은 엄마의 실행력과 아이들이 함께 하겠다고 했다는 사실이다. 계획을 남편에게 이야기하여 남편을 설득한 후, 네 모자는 인천부터 부산까지의 국토종주를 시작으로 자전거 종주의 세계에 발을 들인다.

목표와 계획은 세우지만, 미성년 자녀들과 함께 하는 여행인지라 무리하지 않는다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세우고 그들은 그렇게 여행을 시작한다. 물론 아이들을 설득하면서 자전거를 타게 되면, 남은 시간은 무한정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과 원하는 아이템을 사주겠다는 당근이 어느 정도 먹혀들었겠지만 그럼에도 600km가 넘는 거리를 자전거만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것도 11일간의 여정이었고, 낯선 길이었으며, 한 여름이었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격려하며 그들은 결국 국토종주에 성공한다. 한 번의 경험은 다음의 여행을 부축인다. 결국 남편까지 함께 하는 가족들의 자전거 종주로 이어지기도 한다.

책을 읽는 내내 엄마의 자리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저자 역시 책에서 이야기하듯, 마냥 보살핌이 필요하고 어리숙하게 보였던 아이들이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마주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때론 엄마를 도우며 여행을 해나가는 모습을 통해 아이들이 부쩍 성장했다는 것을 나 또한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각자가 가진 기질과 장. 단점을 파악하고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 또한 볼 수 있어서 읽는 나조차 뿌듯하기도 했다. 특히 남편과 함께한 여행에서 효율 때문에 그동안 아이들과 저자가 만들어놓았던 분위기와 교육이 수포로 돌아갈 뻔했지만 다행히 대화로 잘 풀어가며 여행을 마무리하는 모습을 통해 저자의 지혜로움을 엿볼 수 있었다.

편하디 편한 여행과 볼거리, 먹을거리만 좇는 여행도 좋지만 이렇게 서로 몸을 부딪치고, 땀을 흘리며 함께 하는 여행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가족 간의 거리감도 좁혀지고 한 뼘 성장한 모습을 마주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아 보였다. 기회가 된다면 나도 이런 여행을 한 번 가보고 싶다.(우선 자전거부터 배우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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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남자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 만화선 7
김난주 옮김,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 Jc 드브니 각색, PMGL 만화 / 비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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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모여서 자신이 경험 한 괴담을 나눈다. 그리고 주인공의 차례였다. 그에게 공포는 파도였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S 현의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의사의 아들로 태어난 주인공은 어려움 없이 학창실을 보낸다. 형이 있었지만 나이 차이가 많이 났기 때문에, 그는 같은 마을에 살던 K와 친하게 지냈다. K는 언어장애가 있어서 말을 잘 하지 못했던 터라 친구들로부터 숱하게 괴롭힘을 당한다. 하지만 그림에는 탁월한 실력을 자랑했다. 착했던 K가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할 때마다 나는 그를 구해주고, 그와 친구가 된다. 어느 해 9월, 대형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전해진다. 모두들 일찍 문을 걸어 잠그고 집 안에서 태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람이 조용해지자, 주인공은 밖으로 나간다. 태풍의 눈이 통과하고 있기에, 잠깐 나갔다 와도 되지만, 오래는 안된다는 말에 주인공은 K를 찾아간다. 해변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파도가 바로 앞까지 밀어닥친다. 발에 닿는 느낌이 파도가 살아있는 것 같이 느껴진 주인공은 아버지의 말이 떠올라 주인공은 K에게 빨리 나가자고 이야기한다. K의 손을 잡고 파도를 피해 나오려고 한다. 하지만 막상 도망치고 보니, 자기 혼자만 방파제 쪽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그만큼 파도가 주는 공포가 컸던 것이다. 위험하다고 소리를 질렀지만 K는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다. 혹시나 싶어 다시 해변으로 돌아온 주인공 앞에 파도가 갑자기 멈춰 선다. 그리고 파도 속에서 손을 뻗치며 웃고 있는 K를 마주한다. 그날 이후로 주인공은 며칠을 앓았고, 사라진 K의 시신은 끝내 발견되지 않는다. 주인공은 그날 이후로 집을 떠나 40년간 근처로 돌아가지 않는다. 아니 물 근처에도 갈 수 없었다. 파도 속에서 마주한 K의 얼굴이 계속 떠올랐기 때문이다. 과연 파도 속에서 마주한 K의 모습은 주인공이 만들어 낸 죄책감이었을까, 아니면 어쩌다 보인 모습이었을까?

이 이야기를 털어놓은 주인공은 수십 년 만에 다시금 그 파도가 있었던 장소를 찾는데...

친구를 지키지 못한, 그것도 장애가 있는 친구를 지키지 못한 마음을 평생 품고 사는 주인공은 비로소 자리를 빌려 자신의 과거를 토해낸다. 살아있는 파도고 친구를 삼키고, 그 친구를 삼킨 파도가 자신 앞에 멈춰 서 있는 것을 마주한 기억은 과연 진실일까? 이성적인 판단에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처럼 보이지만 말이다. K의 부모 역시 주인공에게 원망을 털어내지 않았던 것도 그가 죄책감을 가지게 된 동기가 되었을까?

일곱 번째 남자라는 제목과 내용의 개연성을 책에서는 찾을 수 없었는데, 기담회에서 일곱 번째 순서로 그가 말을 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명을 지니고 있는 파도. 그리고 그 파도에 순식간에 많은 것을 잃은 남자. 그의 이야기가 구슬펐던 것은 괴로움과 죄책감이 공포라는 이름으로 평생을 옭아매고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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