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만나는 아즈텍 신화 - 국내 최초 나우아틀어 원전 기반 아즈텍 제국의 신화와 전설 드디어 시리즈 9
카밀라 타운센드 지음, 진정성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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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즈텍 문명하면 가장 먼저 이미지가 인신공양이다. 물론 동물을 잡아 제사를 지내는 문화는 어느 한 나라의 전유물이 아니다. 하지만 동물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성경 안에도 자신의 자식을 잡아 제물로 바치는 문화를 가진 민족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지금의 눈으로 볼 때 야만족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 과연 아즈텍 문명의 진짜 이야기가 무엇일 지 궁금했다.


우선 이 책에 등장하는 아즈텍의 범위를 기억하고 가야 할 것 같다. 이 책에서 거론하는 아즈텍은 멕시코 중부에 거주하면서 16세기 초 유럽인과 조우하기 전까지 약 200년에 걸쳐(14~16세기)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았던, 나우아틀어를 쓰는 모든 종족을 가르킨다. 책에는 아즈텍과 메쉬카라는 용어가 중복되어 등장하는데, 학자들이 유독 아즈텍을 사용하는 이유는 메쉬카에서 파생된 멕시코라는 이름의 현존하는 멕시코인들과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서 이다.


 아즈텍 문명에 대한 기초 지식이 없어서(있는 지식조차 부정적인) 책을 읽으며 아즈텍 문명에 대한 기본을 잡을 수 있었는데, 아즈텍 문명이 지금도 연구가 힘든 이유는 이들이 사용하는 나우아틀어를 해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유럽의 영향을 받은 후 알파벳이 전해지면서 알파벳을 배운 메쉬카들이 남긴 자료들이 있긴 하지만, 그 이전에 기록된 나우아틀어를 해석하는 것이 쉽지 않기에 여전히 그 전의 기록들을 해석하기 위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의 제목이 아무래도 신화이기 때문에, 아즈텍 문명에서의 신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다. 아즈텍 문명에는 중요한 3 신이 있었는데, 테스카틀리포카와 틀랄록, 케찰코아틀이 그들이다. 흥미로운 것이 신을 부르는 이름이 굉장히 다양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 신들은 서로 각자의 영역으로 지키는 것이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상호보완적인 개념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도 꽤 놀라웠다.


 테스카틀리포카는 전쟁, 죽음, 마법, 갈등, 밤 등을 관장했던 혼란의 신이자 주요 신이다. 각자의 직업에 따라 다양한 기쁨을 선사하는 신이지만, 언제든 쉽게 뺏아 갈수도 있는 신이라고 보았는데 그렇기에 테스카틀리포카는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신으로 불렸다고 한다.


  물을 관장하는 신이었던 틀랄록은 가뭄을 막거나 갈대를 관장하는 신과 동일시 되기도 했는데, 그에게는 배우자(또는 여자형제) 찰치우틀리쿠에가 있었다는 설도 있다. 


 케찰코아틀은 열정과 창의력을 관장하는 신이었는데 뛰어난 예술성과 장인 정신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신화에서는 케찰코아틀이 인간을 창조했다고 전해진다. 물론 창조는 때때로 파괴를 동반하기 마련이기에 케찰코아틀은 창조자인 동시에 파괴자(죽음)의 힘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사실 처음부터 궁금했던 인신공양에 대한 부분을 읽으며 좀 의아했던 것 중 하나가 물론 그런 신전이나 그림 등이 남아있긴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과장된 부분도 없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이들이 인신공양을 크게 부각시킨 이유 중 하나가 주변 국으로 부터 아즈텍을 지키기 위해서였단다. 이렇게 무지막지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적으로 부터 자신들을 지킬 수 있는 방편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게 한편으로 곡해되어 현재도 그런 문화로 남겨져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아즈텍 문화는 알면 알수록 흥미롭다. 아즈텍 족에게 군사 개념이 따로 없이 소년이 자라면서 전쟁이 참가하도록 했다는 것과 틀로토아니라는 중요한 인물이 있긴 했지만, 백성들을 압제하고 독재하는 지도자는 아니었다는 점도 놀랍다.


  낯선 아즈텍 문화의 신화에 관한 구체적인 자료와 내용을 통해 아즈텍에 대해 한결 가까이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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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안장의 유령
아야사카 미츠키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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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린 시절, 여름 축제에서의 사고를 막은 일로 가미시로 사라는 초능력 미소녀로 알려진다. 한 방송에 출연한 사라.  하지만 진행자는 그녀의 능력이 아닌, 우연의 산물이라는 말과 성추행 하는 말로 그녀를 욕보인다. 그 순간 정전이 되고, 천장에 달린 조명이 진행자의 머리 위로 떨어진다. 


 가미시로 사라의 능력을 알게 된 부모조차 그녀를 피하는 와중에, 소꿉친구인 야마모토 히나타만 그녀를 떠나지 않고 지켜주며 함께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기자마 전기의 후계자인 기지마 렌으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집안의 별장이자 불가사의한 사고가 벌어지는 일에 대해 알아봐달라는 이유였다. 사라는 히나타와 같이 가는 조건 아니면 응하지 않겠다는 말로 둘은 같이 피안장으로 향한다.


 사실 사라 말고도 여러 능력을 가진 인물들이 함께 자리에 모인다. 염동력자인 사라와 자동서기 능력자(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손이 멋대로 움직여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능력)인 하야카오 아키라, 예지 능력자인 우에다 시게키, 정신 감응 능력자(남의 생각을 읽어낼 수 있는 텔레파스)인 우에하라 도시코, 일렉트로키네시스(전기를 다루는 능력자)인 6살 아이 고즈카 나기, 사이코메틀러(물체에 남은 누군가의 잔류 사념을 읽어내는 능력자)인 하타노 미즈키 그리고 대학원생이자 행동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는 엔도 유토가 합류한다. 


이들을 불러 모은 기지마 렌과 그의 사촌 형인 미즈야 가즈히사까지 모이자 이들은 피안장으로 향한다. 






 사실 피안장을 만든 렌의 증조할아버지가 피안장 안의 호수에서 사망한 것을 시작으로 증조할아버지의 첩 역시 할아버지가 사망 6개월 후 목을 매어 자살을 한다. 의아한 점이라면 할아버지의 첩은 다리가 불편해 늘 휠체어에 앉아서 생활을 했는데, 그 높은 곳까지 올라가서 목을 매었다는 점이다. 그뿐 아니라 렌의 양부모라 할 수 있는 이모와 이모부 역시 피안장 근처에서 사망했는데, 한 명은 몸에 불을 지르고 사망했고 한 명은 피안장 근처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사망한 채 발견된다. 이 둘 역시 사이가 좋았는데 왜 그런 죽음을 택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가족들 말고도 여럿의 사망사고가 있었던 피안장은  그 이후 10년여를 방치되었고, 피안장을 철거하기 전 도대체 이들의 죽음의 진실을 밝히고자 렌은 능력자들을 불러 모은 것이다.


 피안장에 들어설 때부터 뭔가 모를 음습한 기운이 돈다. 저택을 소개하면서 이곳에서 일어난 죽음의 이야기까지 드러나니 음습함은 배로 커진다. 갑자기 화장실을 가고 싶다는 나기가 사라지고 그들이 모여 있던 거실에 이상한 그림자가 보인다. 7명인데, 그림자는 8개라니....!


 그러 던 중, 사라에게 노골적으로 접근하던 예지능력자 우에다 시게키가 끔찍한 모습으로 사망한 채 발견되는데...


 워낙 노골적으로 기분 나쁜 행동을 취했던 시게키 이기에 사라의 능력이 발동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의 사망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누군가의 능력이 깃들어 있었다. 과연 시게키를 살해한 범인은 누구일까? 정말 피안장은 살인을 부르는 곳이었을까? 


 음습한 폐가 피안장은 그만으로도 충분히 밀실 살인이 일어날 법한 분위기였는데, 거기에 다양한 능력을 가진 초능력자들이 모이니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사건이 일어났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 이를수록 밝혀지는 진실은 전혀 예상치 못한 내용들이니 기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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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의 숲 -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는 70가지 성장의 씨앗 10대를 위한 생각의 숲 시리즈
김종원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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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만나는 숲 시리즈의 주제는 청소년을 위한 삶의 깊이를 찾아가는 질문의 숲이다. 저자의 글과 그를 통해 삶의 여러 경험과 조언을 통해 앞으로 경험하거나, 실제 고민이 되는 문제들을 하나하나 이해할 수 있고, 함께 곁들여진 질문을 통해 진짜 내 삶의 중요한 것들을 직접 고민하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책 안에는 6개의 숲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숲 안에는 각 주제별로 삶에서 한 번 이상은 마주하는 실제적인 삶의 질문들이 등장한다. 삶의 태도, 고민, 인간관계, 매일의 삶, 안목, 마음 등 다양한 주제 안에 들어가다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질문들이 등장한다. 솔직히 어른인 나조차 고민하게 되는 여러 질문들이 담겨있어서 청소년뿐 아니라 누구라도 도움이 될 것 같다. 




학창 시절 열심히 공부한 것에 비해, 수능 성적이 좋지않서 원하는 학교에 들어가지 못했다. 고3 1년을 너무 힘들게 보냈던 터라, 재수는 생각도 못 했다. 대학조차 하향지원을 한터라, 합격은 했지만 지금까지도 핸디캡으로 자리가 보고 있다. 책 안에는 "왜 학생 때 공부하는 게 최선일까?"라는 질문이 제일 처음 등장한다. 저자의 조언은 이렇다. 

핵심은, 학생 때 최선을 다해 공부하지 않아서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지 못한다면, 

나중에 세상에 나오게 됐을 때 사는 내내 나를 증명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죠.

바로 이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거예요.

 진짜 찐 조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부로 느끼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성적이 전부는 아니고 대학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회사에 입사하게 될 때 제일 먼저 검증하는 객관적인 방법 중 하나가 대학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물론 저자가 말하는 것이 100% 정답은 아니지만, 내가 어렸을 때도 이런 책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적어도 고민에 대한 답을 마주할 수 있고, 그 답을 통해 나만의 정답을 고민하고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중에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도 청소년기에 참 많이 했던 고민 중 하나다. 이번에도 저자가 주는 답을 한번 만나보자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낼 수 없다면, 지금 하는 일을 좋아하면 됩니다.

방법은 어렵지 않아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상을 바라보는 내 시각을 바꾸면 됩니다.

 길지 않은 질문과 조언을 통해 앞으로의 삶을 좀 더 단단하고 깊이 있게 마주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청소년이라면 꼭 한번 읽으면서 자신의 삶의 방향성을 잡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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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 읽을 수 없음
세유아 지음 / 팩토리나인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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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인의 속 생각을 듣고 볼 수 있다면 어떨까? 과연 이게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까?


타인의 마음속 생각을 듣는 능력을 가진 초능력자 김서유. 하지만 그녀는 이 능력이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된다고 느낀 적이 많지 않다. 오히려 실제 말과 마음속 생각이 다른 주변 사람들을 보며 실망하고 가까이 다가갈 수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나마 겉과 속이 같은 친구 혜이 에게만은 마음을 터놓을 수 있다. 가족들도 혜이의 능력을 보고 가까이 지내지 않지만, 친구 혜이만은 그런 서유를 이해해 준다. 강력계 1팀 형사로 근무 중인 우혜이 경위와 가까이 지내다 보니, 범인의 생각을 통해 범인을 잡는데 여러 번 도움을 준 서유 . 덕분에 강력계 1팀 형사들 사이에서 서유는 촉의 여신으로 유명해진다. 


 얼마 전부터 일어나는 이상한 살인사건 때문에 혜이가 속한 강력계는 비상이 걸린다. 자살 사건같이 보이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한 둘이 아니다. 사망 당시 피해자들이 입고 있던 옷부터 시작해서, 쉬운 자살 방법이 아닌 어려운 방법을 택한 시신들 앞에서 왜지 모를 찝찝함을 느끼는 형사들.


 한편, 서유의 회사에 외국 출신 웹디자이너 백진이 입사한다.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는 모두를 집중시킬만하다. 카페에 커피를 사러 갔다가 부딪쳐서 진의 옷을 다 버린 서유는 진을 데리고 회사 근처 RP 패션의 매장으로 향한다. 서유의 회사와 함께 와 일을 하면서 친해지게 된 매장 대표 이제하와 최여준의 도움을 받아서 진의 옷을 챙겨주고 서유는 급하게 회사로 향한다. 근데, 방금 마주했던 진이 오늘 입사하는 웹디자이너라니! 근데 이상하게, 진의 생각은 전혀 읽을 수 없다. 


 신제품 사진을 찍기로 한 날, 여자 모델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리고 전해진 여자 모델의 자살 소식. 갑작스러운 여자 모델의 부재로 대타가 된 서유는 옷을 갈아입다가 이상한 목소리를 듣게 된다. 마치 서유가 타인의 생각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듯한 누군가의 목소리에 놀란 서유는 밖으로 나오지만, 그의 존재는 볼 수 없었다. 


 서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자살을 가장한 살인사건. 부검 결과, 그들의 몸에는 케타민 성분이 남아있었다. 이상한 복장으로 죽음을 맞이한 이들 사이에 감춰진 비밀은 무엇일까? 사건이 드러나면서 서유를 향한 범인의 메시지가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 능력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이렇게 다른 결과를 가진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되었다. 여러 가지로 좋을 거라 생각했던 서유의 능력이 때론 타인을 향한 마음을 열 수 없게 만드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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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 바르트가 쓴 롤랑 바르트 아포리아 14
롤랑 바르트 지음, 류재화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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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처음 보낸 백열전구처럼 밝은 빛을 전혀 퇴색하지 않고, 

사랑의 작업이나 언어의 작업은 항상 새로운 그러나 같은 굴곡의 문장을 만난다.

기호의 형태는 반복되지만 기의는 결코 반복되지 않는 여태 없던 언어를 창조하면서 말이다. 

이렇게 롤랑 바르트를 만나게 되다니! 그와의 첫 만남 치곤 상당히 강렬하다. 사실 제목부터 궁금증을 자아냈다. 앞으로 봐도 뒤로 봐도 "쓴"을 매개로 앞뒤에 똑같은 이름 혹은 책 제목? 이 등장한다. 내가 느꼈던 제목에 대한 감정을 역자는 옮긴이의 말을 통해 언급해 주어서 내심 반가웠고, 기분이 좋았다. 나만 이렇게 느낀 게 아니었구나! 하는 말 말이다. 


한편, 이 제목보다 더 이 책을 잘 설명해 주는 제목이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은 롤랑 바르트가 자신에 대해서 쓴 자서전이기 때문이다. 


사춘기 시절 가장 많이 고민하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은 나는 대학에 입학하면서 비로소 했던 것 같다. 오히려 어린 시절 보다 더 기억이 안 나는 사춘기 시절을 보내며 내게 남은 감정은 "짜증"이었던 것 같다. 심하게 사춘기를 앓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답답하고 짜증 나는 감정은 강산이 여러 번 바뀐 지금도 느낌으로 남아있다. 


대학 1학년 2학기 교양으로 들었던 수업 시간에 과제 중 하나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써오는 것이었다. 하...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과제가 또렷하게 생각나는 이유는 그 어떤 과제보다 많이 생각하고, 머리카락을 뽑으며 칸을 채웠지만 그것이 정답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다. 만약 그때 이 책을 읽었다면, 적어도 색다른 방법으로 나에 대한 글을 채워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은 보통의 자서전과 많이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자서전이라 하지만, 담론 같기도 하고 에세이 같기도 하고, 연구 자료 같기도 하다. 자신과 관련이 있는 다양한 소제와 주제가 모여서 마침내 롤랑 바르트를 쓰고 읽게 된다. 쉽게 보자면 쉬울 수 있고, 어렵게 보자면 한없이 어려울 수 있다. 초반에는 롤랑 바르트의 가족과 자신이 경험했던 사진들이 나열되고, 그에 대한 간단한 서술이 곁들여진다. 오히려 그 부분은 일반적인 자서전 같은 느낌이 살짝 풍긴다. 


 물론 그 이후에 담긴 글들은 많이 색다르다. 이 책은 전공서적도 아니고, 앞 장을 이해해야 기억해야  뒷장으로 이어갈 수 있는 줄거리를 가진 책도 아니다. 오히려 나는 그냥 문장을 곱씹기 보다 소설책 읽듯이 이 책을 읽어서 그런지 꽤 재미있게 책을 읽어나갈 수 있었다. 


 롤랑 바르트라는 인물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은 그의 이름 외에는 없었기에, 책을 읽으며 마주하는 그의 글에서 '이 사람은 참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구나! 글 쓰는 것을 숨 쉬는 것처럼 습관적으로 적어온 사람이구나!'하는 느낌을 받았을 뿐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느낌은 옮긴이의 글을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꾸준히 숨을 쉬고, 밥을 먹는 습관적인 행위가, 때론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몸에 밴 행동이 롤랑 바르트에게는 글쓰기였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 글쓰기는 그에게 또 다른 위로의 시간이 된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마치 얼마 전 수술하러 병원에 입원하면서도, 전자책과 종이책을 몇 권 가방에 넣어갔던 나처럼 말이다. (물론 무료한 시간이 길어질 거라는 예상 때문이기도 했지만, 서평의 마감일자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약간의 압박으로 책을 챙겨가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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