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선택삭제
글제목 작성일
북마크하기 너의 손에 닿았을 뿐 (공감8 댓글0 먼댓글0)
<너의 손에 닿았을 뿐>
2025-03-19
북마크하기 선명한 세계사 2 (공감4 댓글0 먼댓글0)
<선명한 세계사 2>
2025-03-18
너의 손에 닿았을 뿐
은탄 지음 / 델피노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 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혹시나 앞으로 홧김에 한 말로 일어날 결과에 자책하지 말라는 거예요.

그건 당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단순 우연히 일어난 일이니까.

만약 당신에게 초능력이 있다면, 어떤 것이었으면 좋겠는가? 나는 꽤 자주 순간 이동을 하는 초능력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두 아이를 데려다주고, 회사로 향하는 아침마다 아직 출근을 하지도 않았음에도 온몸에 힘이 빠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순식간에 회사 내 자리로 이동하는 능력을 가졌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밑도 끝도 없이 초능력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 책의 주인공인 서은우가 초능력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은우는 마인드 컨트롤러다. 자신의 생각대로 타인의 마음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자 말이다. 과연 그 능력은 정말일까?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서지영은 삼산에서만 살았다. 떠나고 싶지만 떠날 수 없었던 유일한 이유는 할아버지 때문이었다. 마을의 유지로 꽤 넉넉한 집안이었던 지영의 집은 할아버지가 선거에서 세 번 낙선을 함으로 졸지에 형편이 어려워졌다. 급기야 치매까지 발병한 할아버지를 누군가는 챙겨야 했다. 집안에서 유일하게 할아버지의 기억에 남은 것은 아들도, 며느리도 아니고 손녀 지영이었다. 그래서 지영은 할아버지를 케어하는 일을 도맡게 된다. 집안 형편이 기울어서 대학은 꿈에도 못 꾸고, 동네에서 그나마 급여가 괜찮다는 과자공장에 취업한 지영은 할아버지 병수발은 물론 월급까지 고스란히 할아버지의 병원비로 보태는 현실이 죽도록 싫었다. 할아버지만 돌아가시면 이 지긋지긋한 삼산을 뜨겠다는 마음만 가지고 있을 뿐이다. 몇 년 전 갑작스러운 사고로 해리성 기억상실을 앓게 된 지영은 한 번씩 기억이 사라지는 경험을 한다. 그래도 달인 프로그램에 출연할 정도로 빠른 손놀림 덕분에 계속 일을 하고 있다. 같은 회사에 다니는 동갑내기 친구 재욱은 서울에서 대학을 나왔지만 다시 삼산으로 내려온다. 지영은 재욱을 친구 정도로 생각하지만, 재욱은 아니었다. 자꾸 지영에게 마음을 쓴다. 하지만 재욱과 엮이면 삼산에 눌러앉아야 하기에 지영은 재욱을 밀어낸다. 우연히 재욱과 이야기를 하다가, 오래전 몇 달 엄마와 함께 내려온 서은우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기자를 하다가 신문사를 나와서 사람 저널이라는 신문사를 차렸다는 이야기와 함께 지영은 은우에 대한 기억을 떠올린다. 꼭 지영을 서울로 데려가겠다는 어린 시절 약속도 말이다.

갑작스럽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동안 기다리던 일이었는데, 이제 삼산을 떠날 수 있게 되었는데 지영은 뭔가 혼란스럽다. 장례식 중 모르는 사람이 온다. 알고 보니 그가 은우였다. 하지만 은우는 지영을 기억하지 못한다. 재욱을 통해 이야기를 전해 들은 것일까? 은우는 지영에게 명함을 건넨다. 서울에 올 생각 있으면 연락을 하란다. 그렇게 지영은 서울로 향한다. 그리고 은우의 회사로 출근을 한다. 처음에는 커피 내리는 일만 시키던 은우는 마치 비서처럼 지영을 이곳저곳에 데리고 다닌다. 조금씩 은우와 가까워진 지영에게 은우는 자신이 마인드컨트롤이라는 초능력자라는 이야기를 한다. 처음에는 황당했던 은우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정말 은우가 악수를 하는 사람들은 이상하게 은우의 말대로 움직이고 행동한다. 이 남자 정말 초능력자인 건가? 지영은 은우를 믿어보고자 한다. 왠지 묘한 매력을 풍기는 이 남자의 말이 진짜 같이 느껴진다. 그리고 같이 퇴근을 하던 어느 날, 지영은 은우의 초능력에 사로잡힌다. 거침없이 그의 집까지 들어가는 지영. 이 모든 게 은우의 초능력 때문이라 믿었는데, 은우는 지영에게 그날 절대 초능력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영의 마음이 은우에게 향했던 것일까?

소설의 중반부를 지나면서 이들의 정체가 밝혀진다. 그때부터 독자들은 헷갈리기 시작한다. 은우는 정말 초능력자일까, 아님 조현병 환자인 걸까? 지영만큼 혼란스러운 감정이 마구 들이친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반전.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마지막 페이지까지 책을 놓을 수 없는 강렬한 이야기를 읽다 보니 나 또한 은우의 초능력에 걸린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같은 상처를 가진 두 사람의 이야기 속에서, 상처받은 치유자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같은 상처를 가지고 있기에, 상대를 위로할 수도, 상대에게 더 공감할 수도 있는 게 아닐까? 그리고 그렇기에 상대를 치유할 수도 있다. 어떤 감정의 울타리를 지났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