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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신학 - 결혼의 큰 비밀, 언약으로 세워지는 부부 상호작용에 대하여
권율 지음 / 샘솟는기쁨 / 2025년 2월
평점 :

*출판사로 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결혼 한지 만 8년이 되었다. 짧은 연애 후 결혼을 해서인지, 신혼여행에서도 내가 늘 했던 말은 우리는 결혼을 했는데도 안 친하다는 말이었다. 물론 그때에 비해 친해(?) 지긴 했지만 연애부터 결혼 1년 차까지 다툼 한 번 없었던 우리 부부는 아이의 탄생과 함께 싸움터로 향했다. 물론 싸우는 대부분의 문제가 아이 때문이긴 했지만, 요즘은 그 외에 것들도 자주 부딪친다. 내 주된 불만은 워킹맘으로 아이의 등 하원부터 집안 살림 전반을 혼자 하는 게 힘에 부치다는 것인데 그에 대해 남편은 늘 어쩔 수 없다는 말로 대꾸를 한다. 참다 참다 그냥 고생이 많다, 고맙다 그 한마디를 하면 되는데 그게 그렇게 힘드냐고 물었는데, 남편은 "다 맞는 말인데, 미안한데 어떻게 말하냐"라고 했다. 아직도 이 대답을 고수하는 남편이 갈수록 밉다. 진짜 우리 부부는 권태긴가? 싶을 정도로 고민이 많은 요즘이다.
사실 남편은 교회를 다니긴 했지만 생 초심자였고, 시부모님 모두 불신자 가정이었다. 그에 비해 나는 몇 대에 걸쳐 신앙생활을 해온 모태신앙 가정에서 태어났다. 남편을 꽤 오래 케어해주셨던 시댁 분들이 모두 독실한 크리스천이었고, 그분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에 결국 오래지 않아 결혼을 했다. 많은 신앙인들이 그렇듯 나 역시 기도의 응답을 받고 남편과의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근데 출산과 함께 서로의 콩깍지가 벗겨져셔였을까? 별것 아닌 문제로 서로 큰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출산 전까지 공주 대접을 하며 일일이 챙기던 남편의 자상함이 어느 순간 사라졌다. 그래서 자꾸 서운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티격태격하는 상황이 계속될수록 말의 수위가 올라갔다. 욕은 아니지만 언제부턴가 남편을 향한 막말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왜 그런 것일까? 우리 부부에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고민이 되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우선 당황스러웠다. 남편과 나와의 관계 속의 문제와 하나님과의 관계는 전혀 다르다고 생각했던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책 안에는 성경 여러 곳에 걸쳐 익숙한 말씀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 말씀의 상대방(이웃, 원수, 작은 자 등)이 남편이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한편으론 나 역시 '하나님보다 더 사랑하는 존재는 없어야 한다. 그건 우상이다.'라는 프레임에 갇혀 막상 그렇게 하지도 못하면서 남편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의지를 드리지 않았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극단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남편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하나님을 사랑할 수 없다는 표현이 말이다. 근데, 책을 읽으며 고개가 끄덕여졌다. 바로 옆에 있는 남편에게도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넬 수 없는 마음을 가진 내가,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는 사실 말이다.
또한 책 안에서 저자는 사랑의 유효기간과 사랑의 변화에 대해 부정하지 않는다. 남자의 생물학적 관점과 여자의 생물학적 관점에서 사랑은 변할 수밖에 없다. 그렇담 사랑이 줄어든 부부의 관계는 다 정리되어야 하는 것일까? 사랑이 적어진 관계는 바로 부부라는 언약, 즉 약속으로 계속 신뢰하고 이어져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말이 전우애(?)라는 표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책 안에는 부부의 관계에 대한 실제적인 예와 설명들이 담겨있다. 부부가 하나가 되지 못할 때(남자가 부모를 완벽하게 떠나지 못할 때) 벌어지는 문제들과 신앙이 좋으면 부부간의 관계가 무조건 좋을까?에 대한 답변, 이혼가정의 이야기, 이혼 사유와 재혼, 요즘 내가 고민하는 권태기의 극복과 부부관계 등에 대한 실제적인 조언들이 각 챕터별로 담겨있다. 전작인 연애 신학을 읽지는 않았지만,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고 한편으로는 많이 배우는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이 책의 도입부의 저자의 아내가 쓴 추천사가 있었는데, 그래서 더 믿음직스러웠던 것 같다. 솔직히 저자의 물음처럼 남편에게 나는 어떤 아내인지를 묻는 게 두렵기도 하다. 아마 좋은 소리가 안 나올 거 같아서다. 이 책을 여러 번 읽으면서 내면에 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에 남편에게도 일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