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권의 대작 시리즈(삼국지, 수호지, 초한지) 중 유일하게 읽은 책은 수호지다. 초한지가 뭘까 싶었는데, 항우와 유방의 두 주인공의 이름을 들으니 초나라의 항우, 한나라의 유방이 떠올랐다. 초한지로 읽지는 않았지만, 이희재 만화가가 그린 사마천의 사기를 본 적이 있는데, 그 안에 담긴 만화 속 이야기와 초한지가 일부 겹쳐서 아주 낯설지는 않았다. 이 책은 그중에서 청소년을 위한 책으로, 10권(혹은 4~5권)의 책을 한 권으로 압축해두었다. 방대한 원전을 접하기 부담스럽다면 이 책을 통해 초한지의 내용을 파악하고, 원전을 읽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선 책 안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정리와 삽화가 첫 장에 등장한다. 생각보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많으니, 한번 훑고 지나가는 것도 좋겠다. 중간중간 읽는 중 다시 앞으로 와서 그 인물들을 확인해 볼 수도 있으니 여러모로 활용도가 좋다. 초한지의 역사적 배경과 함께 당시의 지도도 시작 전에 나오기에 조금 더 입체적을 책을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책에 "청소년"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 중 하나가 각 내용의 말미에 사자성어나 무기 등의 모습이 등장한다는 것 아닐까 싶다. 이렇게 보면 자연스레 사자성어도 익숙해지고, 그 안에 담긴 뜻도 자연스럽게 이해되니 수호지와 사자성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겠다 싶고, 당시 싸움에 사용한 문기 사진도 함께 담겨있으니 좀 더 흥미롭게 책을 읽어나갈 수 있다.
초한지에 담긴 시대는 진나라 시황의 탄생부터 유방이 항우를 이기고 진나라에 이어 다시 한번 통일 제국을 이룬 후, 한신이 일으킨 반역을 해결하고 죽을 때까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사람은 극단적인 상황에 몰리면 실제 본 모습이 드러나기 마련인데, 그런 면에서 초한지는 등장인물들이 속내를 정확히 마주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목숨의 위협을 느끼는 전쟁 중인 상황에서 각 인물들의 모습을 더 적나라하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이사라는 책사는 뛰어난 능력을 지닌 한비가 오자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결국 여러 모함을 통해 한비를 죽게 만든다. 이사의 입장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술수였을 수 있지만, 진나라와 한비의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인재가 이렇게 스러져가게 된 것이다. 이런 내용들은 책 안에 참 많이 등장한다. 사람을 적재적소에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전쟁의 승패가 갈리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능력이 있었던 항우에 비해, 유방은 참 가진 것이 없는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단 한 번의 승리로 유방은 항우를 누르고 통일 왕국의 황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타인의 능력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리더십이 유방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의 인간관계에도 적용할 수 있다. 초한지 속에 나오는 여러 인물들의 행동과 지혜를 통해 배우게 되는 부분을 실제로 적용해 보는 것도 좋겠다. 시대가 다르고, 상황이 다름에도 인간관계의 문제들은 비슷한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유방이 보여준 리더십은 현재의 우리의 리더십과도 닮아있지 않은가 싶다. 카리스마 넘치고 위협적인 리더보다는 포용하고 인정해 주는 리더에게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보면 오랜 옛날이나 현재나 세상사는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