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수호지
시내암 지음, 이상인 엮음, 최정주 그림 / 평단(평단문화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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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돈이 있으면 귀신도 부린다 하더니 그 말이 틀린 말이 아니었구나!


대학교 재학 시절 수호지 10권을 읽었다. 양산박의 도둑 108명의 활약상이 꽤 흥미로웠고, 회원이 업데이트되는 것 같이 양산박으로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인물들이 하나 둘 모이는 모습들과 그 안에서 또 서열이 정해지는 모습이 꽤나 신선했다.


 20여 년이 지나 다시 마주한 수호지는 "청소년을 위한"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이미 이 시리즈를 읽어왔고, 앞의 작품들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기에 이번 책도 무척 기대가 되었다. 10권의 대작을 한 권으로 만날 수 있다니! 물론 두께가 만만치 않았지만, 10권짜리를 이렇게 축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그리 길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청소년을 위한 시리즈의 강점은 내용이 어렵지 않은 용어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과 함께 그림이 곁들여져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뿐만 아니라 수호지에 등장하는 다양한 무기들의 그림과 함께 내용에 등장하는 사자성어까지 배울 수 있기에 다양한 배경지식과 상식까지 넓혀갈 수 있다.


 우리의 의적 임꺽정이나 홍길동과는 달리 양산박에 모인 도적들은 사실 의적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어폐가 있다. 양산박 근처를 지나는 상인이나 돈이 있어 보이는 무리들의 물건들을 빼앗아 산채로 들고 온다. 또 산채 근처의 주막을 차려놓고 돈이 좀 있어 보이는 손님이 있다면 보았다가 음식이나 술에 수면제를 탄 후 물건을 빼앗거나 죽이기도 한다. 양산박을 찾는 인물들은 갖가지 사연을 지니고 있는데, 상당수가 누명을 쓰거나 힘 있는 사람의 눈밖에 나서 쫓기는 신세가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그들과 지인이 되어 양산박에 들어오기도 한다. 물론 처음에는 속이 좁은 왕륜이 양산박의 우두머리였는데 그는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이 무리에 들어오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결국 그는 죽임을 당하고 양산박은 새로운 이들에 의해 다시금 꾸려진다. 


 정말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읽은 지 오래인지라 인물들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다. 다행이라면 책을 읽다 보니 떠오르는 인물들이 하나 둘 생겼다는 것이다. 송강이나 노지심 처럼 말이다. 


 우리나라처럼 수호지 역시 관리들의 부정부패로 백성들의 삶은 참 고단했던 것 같다. 양산박의 도둑들 덕분에 그 근처 지역의 관리들은 함부로 빼앗거나 백성들을 괴롭히는 게 어려웠기에 지역 사람들은 차라리 양산박의 도둑들이 났다고 하는 걸 보면 씁쓸하기도 하다. 하나 둘 모이는 도둑의 무리는 108명이나 되는데, 도적들이지만 나름 과거에 벼슬을 하거나 용맹과 어짐으로 소문이 났던 이들인지라 나름의 체계를 지키며 산채를 지켜나가는 모습이 꽤 흥미로웠다. 


 물론 이들이 정의롭거나 정도를 걷는 인물들은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행패를 부리거나 사람을 죽이는 일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걸 보면 확실히 의적은 아니라는 사실! 과거에는 그냥 흥미롭게 읽었다면, 아무래도 이들의 행동거지를 보면서 판단을 하게 된 걸 보면 언제 책을 읽느냐에 따라 깨닫게 되는 바가 다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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