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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보는 그림 - 매일 흔들리는 마음을 다독이는 명화의 힘
이원율 지음 / 빅피시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언제 내 나이 마흔이 되었나 싶을 정도로 시간이 빠르다. 오히려 막 마흔이 되었을 때 보다, 마흔을 지나면서 마흔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다. 10대, 20대 시절에는 마흔이 정말 나이 많은 아저씨 아줌마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마흔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나는 매일매일 고군분투하며 살고 있다. 여전히 매일 아침 늦잠을 자는 아이들에게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고, 출퇴근길 숨도 못 쉴 정도로 지하철 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사람들이나 코앞에서 자리를 놓치는 상황에 울컥한다. 도대체 어느 정도 살아야 이 모든 것을 초월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매일같이 든다. 한편으로 마흔은 뭔가를 이루었을 것 같은 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 손에는 아직도 뭔가 잡히지 않지만 말이다.
책 안에는 열여덟 편의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이 소개된다. 각 장마다 마흔에 다가선, 혹은 마흔을 지나고 있는 동료들에게 저자가 주는 가슴 따듯한 사연들이 담겨있다. 여기서 사연은 각 작품들을 그린 화가들의 사연이다. 매년 한 권 이상의 미술서적을 읽다 보니 조금은 익숙해진 이름들도 있지만, 여전히 낯선 이름들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와닿았던 화가와 그의 사연은 바실리 칸딘스키였다. 우선 그의 이름 자체가 내겐 너무 낯설었다. 저자는 그의 이야기를 이렇게 설명한다. 모든 것을 갖추었던 시간을 내려와 다시 새로운 것을 향해 도전한 사람이라고 말이다. 사실 그는 법률 강의를 하는 교수이자 법학자로 탄탄한 길을 걷던 사람이었다. 엘리트 법률가였던 그가 우연히 클로드 모네의 작품을 마주한 후로 그의 인생은 변화했다. 그를 변화시킨 그림은 바로 건초 더미라는 작품이었는데, 대체 무엇을 그린 것인지 한눈에 알아보지 못했던 그가 그림에 매료되어 영혼 깊은 곳에서 뜨겁게 울컥하는 기분을 느꼈다는 말로 당시를 회상한다. 그리고 그는 그렇게 30대에 그림을 그리기로 마음을 먹는다. 안정된 삶을 버리고, 어찌 보면 무모하다고 할 수 있는 길을 향해 들어섰을 때 그는 어땠을까? 아니 분명 주변에서 그의 선택을 인정하고 칭찬하는 사람보다는 비난하고 탓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을 것이다. 앞서 소개된 마티스의 영향으로 그 역시 도드라진 색채를 표현하는 데 관심을 쏟는다. 그와 함께 한 청기사파 안에서도 급진적인 그림을 그리는 그에 대한 배타적인 분위기가 커졌고, (다른 이유 때문이기도 했지만) 결국 청기사파는 와해되고 만다. 여러 화가들을 보면, 당대에는 인정받지 못하거나 비난받는 경우도 많았던 것 같은데 그런 면에서 칸딘스키도 비슷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깬 화풍은 인정을 받게 된다. 그의 이야기가 내가 더 큰 울림으로 더해진 까닭은 그와 반대되는 내 성향 때문이다. 나는 머리로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시도도 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생각은 많지만, 실행력이 부족하다. 실패에 대한 불안감이 만들어 낸 현상이긴 하지만, 모든 것이 시뮬레이션대로 되는 것은 아니기에 손해를 본 적도 많았던 것 같다. 과연 나였다면 모든 것이 보장된 자리에서 내려와 새롭게 마음이 이끄는 길을 향해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내겐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무계획적으로, 때론 재보지 않고 실행하는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내가 일상에서 하는 선택들은 카딘 스키처럼 삶 전체를 바꿔놓는 선택들은 아니니 때론 마음이 내키는 대로 행동을 하는 연습도 종종 해봐야겠다.
누구나 오늘은 처음 사는 날이다. 같은 날을 두 번 사는 사람은 없다. 그것은 영화 속에서 나 가능한 영역이니 말이다. 당연히 그렇기에 오늘도 실패할 수 있다. 문제는 실패가 두려워 실행하지도 못하는 생을 살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책을 통해 여러 화가들은 자신의 삶을 내보인다. 그들의 삶에 어떤 부분이 내게 울림으로 다가올지는 책을 읽어야 알 수 있고, 그림을 봐야 알 수 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오늘의 삶을 열어보자. 오히려 예상치 못한 기쁨을 맛볼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