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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의 흔들림 - 영혼을 담은 붓글씨로 마음을 전달하는 필경사
미우라 시온 지음, 임희선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2월
평점 :

*출판사로 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꽤 흥미롭고 따뜻하고 피식 웃음을 짓게 만드는 힐링 소설을 만났다. 이 책의 주인공은 필경사와 호텔리어다. 그러고 보니 필경사라는 직업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다. 대통령 명의 임명장(5급 이상)을 붓글씨로 쓰는 직업을 가진 공무원이었는데, 72년 동안 총 4명 밖에 안될 정도로 희귀한 직종이어서 기억에 남는다. 물론 이 책에 주인공인 도다 가오루는 미카즈키 호텔에서 열리는 피로연이나 파티 등의 초대장을 작성해 주는 필경사 중 한 명이다. 여러 서예가들이 보내온 샘플을 보고 고객이 원하는 필체를 고르면, 호텔 측은 해당 필경사와 연락을 해 초대장을 작성한다. 규모가 큰 호텔의 경우 전속 필경사가 있지만, 객실이 24개밖에 안되는 미카즈키 호텔의 경우 여러 필경사 중 고객이 선택할 때마다 해당 필경사에게 붓글씨를 요청한다. 호텔리어인 쓰즈키 지카는 얼마 전 미카즈키 호텔의 고객이었던 미나세씨의 송별회의 쓸 붓글씨를 요청하기 위해 필경사의 연락처를 찾다가 도다 가오루의 이메일 주소 외에는 다른 자료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다. 퇴직한 전임자에게 연락을 했더니, 원래 필경사인 도다 야스하루씨가 나이가 많아 필경사를 그만두게 되면서, 아들인 도다 가오루에게 필경사 자리를 물려줬다고 한다. 당연히 야스하루씨 자제이니 주소나 연락처 등은 등록한다고 하면서 누락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사이 야스하루씨는 세상을 떠나게 되었는데, 혹시나 오해가 생길까 봐 지카는 직접 가오루를 찾아간다. 그렇게 지카와 가오루는 이상한 인연의 끈을 이어가기 시작한다.
사실 야스하루의 양아들인 가오루는 도다 서예 교실을 이어서 운영한다. 초등학생들에게 서예를 가르치는데, 그 방법이 특이했다. 그저 교본에 나온 글씨를 따라 쓰는 게 아니라, 자신이 직접 느낀 대로 글자를 쓰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가령 바람 풍이라는 한자를 쓸 때도, 여름의 바람 혹은 비바람 등 자신이 느낀 바람을 글자에 담아서 쓰게 했기에 쓰는 사람에 따라 그 느낌이 다 달랐던 것이다. 가오루의 지도법에 흥미를 느낀 지카. 그렇게 그에게 첫 번째 의뢰를 하러 간 날, 서예 교실 학생이었던 하루토가 조만간 이사를 가는 친구 쓰치야에게 이별의 편지를 써달라는 의뢰를 듣게 된다. 그 자리에 같이 있다가 졸지에 편지의 글귀를 생각해서 불러달라는 의뢰를 받게 된다. 그렇게 이상한 우연으로 지카는 가오루를 만날 때마다 글귀를 불러줘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실제로 몇 번 만나지 않은 사이라서 낯을 가리는 지카에 비해, 가오루는 첫날부터 지카를 어렵지 않게 대한다. 소고기를 얻어먹고 헤어지자는 편지를 대신 쓰기도 하고, 야쿠자 두목의 은퇴식을 준비하기도 한다. 각 사건마다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둘은 꽤 잘 어울리는 케미를 통해 꼭 듀오처럼 맡겨진 일을 잘 해결한다. 글씨에 마음을 담을 줄 아는 필경사와 그런 필경사의 모습을 통해 또 다른 감동을 느끼는 호텔리어. 둘 다 사람을 대하는 직업을 가진 터라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진심이 전해지며 또 다른 울림을 마주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