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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시절 - 파리가 스물다섯 헤밍웨이에게 던진 질문들 ㅣ arte(아르테) 에쎄 시리즈 5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정지현 옮김, 김욱동 감수 / arte(아르테) / 2025년 2월
평점 :

*출판사로 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대 문호이자 문학사의 큰 획을 그은 인물인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에세이를 만나본 적 있는가? 아마 헤밍웨이와 에세이는 낯선 느낌이 드는 게, 그동안 만나본 헤밍웨이의 작품은 소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우선 헤밍웨이의 젊은 시절의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라는 사실이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꾸준히 읽고 있는 에쎄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이라는 사실도 그중 한 이유였겠지만 말이다.
제목처럼 헤밍웨이에게도 인생이 서툴고, 경험이 서툰 시절이 있었다. 헤밍웨이의 그의 아내 해들리 리처드슨은 파리에서 지낸 6년의 이야기가 책 안에 담겨있다. 얼마 전 헤밍웨이의 삶의 여정을 따라 기행문 형식으로 쓴 책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헤밍웨이를 오랜만에 다시 만난 기분이 들었다. 참고로 이 책 안에 등장한 아내 해들리 리처드슨은 헤밍웨이의 첫 번째 아내이다.(헤밍웨이는 해들리를 포함하여 총 4번의 결혼을 했다.) 20대의 젊은 두 부부는 파리에서 생활하면서 유명한 작가들과 많은 교류를 한다. 물론 대놓고 실명을 거론하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책 안에도 그의 글만큼 좋지 않은 인물들도 있음을 대놓고 표현한다. 20대의 헤밍웨이는 돈보다 꿈이 더 큰 사람이었다. 가진 것은 없어도 둘은 참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예술적 기질이 풍부한 사람이라서 그런 걸까? 헤밍웨이가 늘 글만 쓰고 살았을 것 같지만(선입견이다.), 그는 참 여기저기에 푹 빠져서 사는 사람이었다. 낚시를 비롯해서 경마와 자전거에도 빠져 살았으니 말이다. 6개월간 모은 돈으로 아내와 함께 경마장에 간 그는 그 돈을 몽땅 잃는다. 그 정도면 포기할 만한데, 꾸준히 경마를 할 돈을 모으는 걸 보면 참 둘이 천생연분이다. 물론 돈을 따기도 한다. 그렇게 딴 돈은 어떻게 할까? 본인과 아내가 1/4씩 갖고, 남은 돈은 다음 경마를 위해 모은단다. 그다음을 빠진 것은 자전거. 즉, 경륜이다. 이렇게 무언가에 빠져서 지내면 글을 언제 쓸까? 바로 이 글을 통해 우리는 중독(?) 자 헤밍웨이 부부를 만날 수 있는 걸 보면, 그는 그래도 본업을 꾸준히 한 것 같다.
헤밍웨이와 해들리를 보면 자신들의 생활에 대해 불평불만하기 보다 그저 있는 안에서 행복을 찾았던 것 같다. 헌책방을 찾아 헐값에 영어책을 구입하기도 하고(여기서도 프랑스인들의 높은 콧대를 마주할 수 있다.), 돈이 생기면 좋은 식당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기도 한다. 여러 문인들과 교류하면서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가기도 한다. 모든 것이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행복했던 시절. 행복 빼고는 모든 게 부족하고 서툴렀지만 그럼에도 그 시기는 헤밍웨이의 주옥같은 작품들의 토대를 마련해 준 시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