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던 로마서 365 매일 복음 묵상 3권이 출간되었다. 이로써 1년 동안 꾸준히 로마서를 묵상할 수 있는 묵상집이 완성되었다. 3권은 9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총 4개월간 로마서 12장 1절부터 16장 27절까지가 담겨있다. 신약 성경 중 유난히 읽기가 어려운 성경을 꼽자면 나는 로마서를 꼽을 것이다. 마치 구약의 레위기~신명기까지가 규례와 법도가 빼곡히 등장해 소위 노잼인 성경이라고 한다면, 로마서는 각종 교리와 용어들로 진이 빠진다. 읽어도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노잼이기도 하다. 그래서 처음 로마서 365 시리즈를 접했을 때, 드디어! 로마서를 이해할 수 있겠구나 하는 감동과 함께 이 묵상집을 읽어도 이해가 안 되면 어쩌지? 하는 고민이 같이 들었던 것 같다. 다행히, 매일 묵상해야 할 구절은 1~2절 정도였고 말씀과 저자의 삶 혹은 여러 믿음의 선배들이나 목회에서의 경험 등이 매일의 묵상 속에 녹아있어서 어려움 없이 읽어나갈 수 있었다. 문제는, 이해하고 나니 이 또한 부담이 되었다. 머리로만 아는 신앙이 아니라, 실제적인 삶으로 살아야 진정한 신앙이라는 것을 알기에 저자를 통해 풀어지는 로마서의 뜻이 삶으로 표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꾸준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오래전 청년부 담당 목사님이셨던(지금은 우리 교회의 담임목사님인) 목사님의 한 마디 때문이었다.
사명은 곧 부담이고, 부담은 곧 사명이다.
사명은 결코 쉽지 않다. 매 순간 사명은 부담이다. 하지만 그 부담이 바로 사명이다. 내 사명이기에 부담스러운 것이다. 그래서 적어도 꾸준히 읽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책을 사무실 내 자리에 두었다.(결국 주 5일 묵상에 그치는 상황이다.) 이 책을 매일 아침 출근해서 읽고 기도하고 묵상하는 것이 쉽지만 또 어렵다. 매일 아침마다 나를 옭아매는 여러 가지 상황들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꼭 오늘 아침 읽어야겠다는 부담이 든다. 두 페이지 밖에 안되는 분량 속의 말씀과 묵상과 실천의 목표들이 담겨있다. 이 두 페이지에 담긴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부단히 힘이 든다. 정말 쉽지 않다. 아침에 읽은 내용을 순간순간 떠올리는 것이 가장 어렵다. 그래도 꾸준히 해보고자 한다.
12월 말씀 중에는 유난히 누군가에게 문안한다는 말씀이 여럿 눈에 띈다. 하... 도대체 이 구절을 통해 무엇을 깨닫고 묵상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마치 마태복음의 낳고 낳고를 보고 무엇을 깨달아야 할까?를 고민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 안에 또 은혜가 있었다. 인정받지 못하는 가문과 출신을 가진 인물들이 여럿 등장한다. 핍박하고, 고통스럽게 하는 인물들을 형제로 받아들이고 함께 동역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의 연장선상일까?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게 박해하고 고통을 주는 사람들 속에 복음이 들어가자 그들의 삶이 변화되어 동역자가 된다. 마치 바울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바울 자신이 그랬기에, 이들에 대한 마음이 더 컸던 것일까?
누구나 저 사람하고는 같이 일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을 껴안고, 그들과 함께 하는 삶 자체가 신앙이다. 나하고 잘 맞고, 내게 선을 베푸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예수를 믿지 않아도 잘할 수 있다. 하지만, 나를 괴롭히고 내가 올무가 되는 그들과 동역하는 것은 뼈를 깎아내는 고통이 뒤따른다. 그럼에도 그들을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진정한 크리스천의 모습이다. 바로 이런 게 부담이다. 바로 이런 게 곧 사명이다.
로마서의 마지막을 향해 달리고 있다. 이제 15일이 지나면 2024년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2025년이 밝아온다. 1월 1일이 되면 나는 다시 1권을 손에 잡을 것이다. 꾸준히 묵묵히 말씀과 동행하는 삶을 살고 싶다. 시작은 매일 꾸준히 말씀을 묵상하고 이해하고 곱씹어서 삶의 순간순간 말씀을 펼치는 것이다. 복음의 가치가 말씀을 통해 내 삶에 깊이 뿌리내리는 한 해가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