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 저자의 베스트셀러인 넛지를 읽어보진 못했지만, 핵심 내용은 여러 매체와 서평을 통해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작은 개입 하나로 타인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행위를 바로 넛지라고 부른다. 그 사실을 보고 놀랐고, 조금은 무서웠다. 타인의 개입이 내 행동을 타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끈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번에 나온 신작에서 그들은 어떤 이야기를 전할까 궁금했다.
사실 책 안에 들어있는 내용은 딱히 특별하지 않았다. 경제학을 배운 사람이라면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을 기억할 것이다. 극도로 목이 마른 상태에서의 생수 한 잔이 주는 감동은 어느 것과도 비교될 수 없을 것이다. 근데, 한 잔을 마신 후 두 번째 잔을 마실 때의 감동은 첫 잔 보다 덜하다. 비단 생수뿐 아니라, 모든 음식이나 경험도 마찬가지다. 책 안에는 마카로니 치즈로 한 실험이 등장한다. 한 팀은 매일 마카로니 치즈를 먹는다. 다른 한 팀은 일주일에 한번 마카로니 치즈를 먹는다. 과연 두 그룹 중 누가 마ㅏ로니 치즈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을까? 결과는 두 번째 팀이다. 처음 마카로니 치즈를 먹을 때는 맛있고 만족스러웠지만, 매일 같이 마카로니 치즈를 먹으니 만족도가 점점 내려갔다. 당연히 마카로니 치즈는 맛이 있지만, 처음 먹었을 때만큼의 만족도가 높지 않았다. 반면, 일주일에 한 번 마카로니 치즈를 먹었던 그룹은 매주 먹어도 마카로니 치즈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오히려 적당한 결핍이 만족도를 높였다는 것이다. 이는 결핍으로 해석해도 좋지만, 자극이라는 측면으로도 같은 효과를 줄 수 있다.
원하는 것을 쉽게 얻을 수 있을 때의 행복과 여러 번의 노력 끝에 얻었을 때의 행복은 다르다. 부족함 없이 늘 공급되는 사람이 더 행복할 것 같지만, 결과는 앞에서와 다르지 않다. 오히려 텀을 두었을 때 사람의 행복도는 더 올라갔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학습이나 경험도 마찬가지다. 학습은 습관화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은 배울 때 늘 새롭게 느끼고 그것이 자극이 되어 좋은 기억을 가지게 한다고 한다. 비단 학습뿐 아니라 이는 인간관계나 우리의 경험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사실.
결혼한 지 만 8년이 되었다. 티브이에 나오는 모 연예인 커플은 결혼한 지 30년이 넘었음에도 늘 설레고 보고 있어도 행복하다는 말을 듣고 솔직히 부럽기보다는 놀라웠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책에는 그 비법이 등장한다. 배우자를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내가 익숙한 모습이 아닌, 타인과 대화를 나누거나 다른 위치에서 배우자를 바라보는 것이다. 별것 아니게 느껴지는 이 행동이 신선한 자극이 되어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새로움과 낯섬을 느낄 수 있다고 하니 한번 활용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반대로 습관화를 부정적으로 이용한 예도 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바로 나치 치하에서 반유대주의와 관련된 내용이 바로 그것이었는데, 선호 위장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실제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 않고 사회의 방식을 묵인하는 것인데, 이는 다수로 하여금 사회의 방식에 동조하는 것 같이 보이는 효과를 발생시켰다. 나치가 하는 행위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옳다고 믿지 않지만, 공식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지 않는 다수의 독일인들의 행동은 나치의 행동이 정당하다는 인식으로 보이게 된다. 결국 그런 방식은 나치 정권을 유지하는 효과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나치즘뿐 아니라 독재 정권도 같은 의미로 설명할 수 있겠다.
습관화와 탈 습관화는 넛지만큼 우리의 삶에 꽤 짙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를 알고 활용하는 기업 혹은 집단들은 넛지처럼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도 있다. 이를 마케팅에 어떻게 접목시키느냐에 따라 타인의 만족을 이끌어 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