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상당히 강하다고 느껴졌다. 한국어 제목 아래 영어 제목"Why are you Letting Yourself fade away?"은 한국어 만큼은 아닌데, 유난히 강렬하다 느낀 이유는 "죽음"이라는 단어와 "방치"라는 단어가 제목에 담겨있어서 인 것 같다. 아마 저자가 제목을 강하게 지은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책 전체의 내용 중 제목이 가장 세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제목과 외국 신문 느낌의 표지를 넘기고 나서 차례에서 흠칫 놀랐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증후군들이 있었나? 싶었기 때문이다. 총 43개의 증후군들이 등장한다. 여러 차례 언론에 등장해서 익숙한 증후군도 상당수 있긴 하다. 가령 번아웃 증후군이나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후군, 일반화의 오류처럼 말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낯선 증후군도 많다. 드 클레랑보 증후군, 보이지 않는 고릴라, 팅커벨 증후군처럼 말이다. 많은 증후군 만큼 놀라운 것은 이름만큼 내용이 낯설지 않아서다. '어! 이거 내 이야기인데...'싶은 것도 상당수 있다. 특히 초반에 여러 개는 고개가 끄덕일 정도로 내 이야기 같았다.
요즘 내가 가장 고민인 것은 다분히 인간관계 문제다. 작년 말에 지금 다니는 회사로 이직을 했는데, 생각보다 모든 직원들과 어려움 없이 잘 지내서 다행이었다. 근데 시간이 지나자 아니나 다를까 마음을 힘들게 하는 직원이 생겼다. 같이 밥을 먹을 기회가 자주 있었는데, 식사 시간 때마다 직원들 욕을 많이 하는 분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들었는데, 문제는 그 말이 색안경이 되어서 실제로 그 직원들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그 직원의 이미지가 형성되었다는 점이다. 같이 일을 해본 적도 없고, 사석에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음에도 말이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직원들을 대할 때 뭔가 벽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결국 내게 직원들 욕을 한 그분과의 식사 자리를 기피하게 되었다. 나중에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분의 성향을 알게 되었다. 다른 직원들 역시 그분 때문에 힘든 경험들을 가지고 있었지만 내색을 하지 않았던 거였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게 있었는데, 그분이 그 증후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밖에도 파랑새증후군, 피터팬 증후군, 모글리 증후군, 미러링 효과처럼 제목만 봐도 내용이 어느 정도 알만한 것들도 있고, 무드셀라 증후군, 리셋 증후군처럼 읽어보면 이해가 가는 내용도 있다. 각 장이 길어야 3페이지 정도 분량이기에 길지 않다. 이 책은 단어나 증후군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고, 저자가 자신의 삶으로 경험했거나 느꼈던 부분을 각 장에 녹여낸 에세이와 자기 계발의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책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읽으면서 더 공감이 많이 되고, 내 삶 또한 각 장 속에서 떠올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제야 책의 내용과 제목의 연결고리를 깨닫게 된 것 같다. 내 삶의 순간순간을 고통스럽게 넘길 필요가 없다는 것. 여러 가지 상황 속에 스스로를 가두지 말고, 자유로워지는 것은 어떨까? 그렇게 삶을 가두기에 내 삶은 그 이상의 가치가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