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 - 나로 살아갈 용기를 주는 울프의 편지들
버지니아 울프 지음, 박신현 옮김 / 북다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름은 익숙하지만, 알고 있는 것은 극히 적은 인물 중 하나가 버지니아 울프가 아닐까 싶다. 그러고 보니 내가 직접적으로 그녀의 작품을 만난 기억은 없는 것 같다. 교과서에 수록되었던 박인환 시인의 목마와 숙녀에서 그녀의 이름을 들었을 뿐이니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그녀가 시인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소설가;;; 그러고 나서 보니 그녀의 책 자기만의 방이 내 책꽂이 한 편에 꽂혀있다는 사실. 아! 이번에도 늦었다. 역시 내 책이 되니 읽기가 느려진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이 책은 버지니아 울프와의 첫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챙이 큰 모자를 쓰고 있는 그녀의 입에 물고 있는 담배가 눈에 들어온다. 방송에서는 담배 피우는 장면이 유해 장면이라고 모자이크 처리되는데, 책 안에는 그렇지 않은가 보다. 막상 책을 읽고 보니 그녀를 가장 잘 나타내는 장면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페미니스트라는 이름을 붙이고 싶진 않지만, 그녀에 대한 수식어 중 하나가 페미니스트라고 한다. 글쎄... 그녀가 페미니스트일까? 그 수식어는 여성이 여성인 그녀에게 붙였다기보다는, 남성이 그녀에게 붙인 게 아닐까 사는 생각을 해봤다. 내가 보기에 그녀는 지극히 당연한 것을 이야기했을 뿐인데, 그럼 이렇게 말하는 나 역시 페미니스트일까?

책 안에는 그녀가 주고받은 편지 96통이 담겨있다. 남편이나 언니뿐 아니라 정치인이나 작가, 비평가 등에게 쓴 편지도 등장한다. 1부는 자유라는 주제 안에서 결혼 전과 결혼 초반에 그녀가 쓴 편지들이 등장한다. 그녀의 편지 제목 중에는 "살림과 글쓰기 사이의 경계가 어디인 지 모르겠어요? 나 "여성들은 향상돼왔고 여전히 향상될 수 있습니다"등이 들어있다. 지금이야 이런 그녀의 편지 제목들이 꽤나 익숙한 시대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편지들이 쓰인 18~19세기 초반의 여성인권의 측면에서 보자면 놀랍거나, 유별나게 보는 시각들이 많았겠다 싶다. 그런 면에서는 그녀는 훗날 남편이 되는 레너드에게 남긴 편지만 봐도 얼마나 자신감에 차 있고, 결혼에 대해 열린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2부인 상상력과 3부인 평화는 시기가 겹치긴 한다. 2부는 결혼 이후의 편지들인데, 여전히 남성에 비해 여성의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답답함이 느껴지는 편지들이 상당하다. 물론 결혼생활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실제로 작품을 출간한 때의 편지들이라서 작품에 관련된 편지들도 상당수 담겨있다. 작품의 표지나 내용, 몇 부를 판매했는지 등 실제 자신의 작품에 대한 내용도 만날 수 있다. 3부의 제목은 평화지만, 사실 이 시기는 반어적인 느낌이 든다. 바로 제1차 세계대전, 스페인 내전 등 전쟁 당시의 쓰인 편지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 평화를 찾을 수밖에 없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편지 속에는 전쟁의 이야기들이 드문드문 등장한다. 가까운 사람이 전쟁에 나가게 되어서 괴로움 마음이 토로되어 있는 편지도 있다.

과거에 비해 여권이 신장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과연 지금 우리의 시대에 버지니아 울프가 살았다면 현실에 만족하고 살았을까? 글쎄... 그녀 특유의 자유로움과 얽매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던 성향이 여전히 새로움과 발전을 추구하며 고군분투하는 삶으로 나타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