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쇼펜하우어 열풍이 불고 있다. 이 책은 괴테의 문장들이 담겨있지만, 니체와 쇼펜하우어도 등장한다. "인간이 되다는 건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라는 제목에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는데, 한편으로 내가 받아들인 그 의미가 맞을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책의 제목을 내가 느낀 식으로 다시 붙여보자면, 삶을 산다는 건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라고 붙이고 싶었다. 문제는 힘든 일입니다로 끝나면 안 된다는 데 있다.
삶이란 것 자체가 원래 고통이라고 쇼펜하우어는 누누이 외친다. 하지만 이 책은 쇼펜하우어가 아닌 괴테의 책인 이유가 다음에 있다. "그럼에도 삶이 지속된다면 희망은 있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 속에 마지막 남아있던 것이 희망이었듯, 괴테 역시 삶에는 희망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또 오늘 하루를 버텨야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무척 피곤하기 때문이다. 출근 준비와 두 아이의 등교, 등원 준비를 동시에 한다. 시간이 부족하기에, 내 입에 들어갈 무언가를 넣을 시간을 과감히 뺀다. 차례차례 아이들을 보내고, 만원 지하철에 몸을 싣고 나면 온몸이 땀 범벅이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출근을 한다. 늘 문을 열고, 불을 켜는 일은 내 몫이다. 오늘의 할 일을 정리하고 오전을 정신없이 보내고 나면 점심시간이 되고, 쫓기듯 오후 업무를 하고 다시 지하철에 몸을 구겨 넣고 둘째의 어린이집으로 향한다. 둘째를 픽업하고, 학원을 마치고 오는 큰 아이까지 데리고 오면 야근이 시작된다. 먹이고, 씻기고, 치우고, 내일 보낼 것들을 챙기고, 큰 아이 숙제를 봐주고 나면 밤이다. 가끔은 내가 선택한 삶에 답답함을 느낀다. 뭐 하나만 튀어나가도 삶 전체가 뒤틀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다 보니 더 강박적으로 스케줄에 맞춘다. 아이들의 다른 반응(목욕하기 싫다거나, 반찬 투정을 하는 등)에 나도 모르게 격한 반응이 오는 것도 그래서인 것 같다.
종교와 의학이 존재하는 이유는 "고통"의 문제 때문이라고 한다. 고통의 문제가 사라지는 순간, 제일 먼저 사라질 것은 종교와 의학이라는 말이 이해가 된다. 그렇다면 고통은 필요악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