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가 되고 있는 작품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를 읽었다. 한국 밖으로 나가 살아본 적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한국을 떠난 주인공들이 외국에서 겪는 각종 인종차별의 모습들이 안타까웠다. 왜 이 책을 읽기 전에 파친코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이 책의 저자인 고은지가 드라마 파친코의 작가진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기대가 커서였을까? 중반부까지는 혼란스러웠다. 한 집안사람들에 대해 이해하고 나니, 또 다른 인물들이 등장한다. 생각보다 많은 인물들이 줄지어 등장한다. 그들 사이에 연결고리를 찾아내는데도 정리가 필요했다. 덕분에 초반에 몰입하기가 좀 힘들었다. 한국의 시대상이 책 곳곳에 등장한다. 대놓고 사건의 이름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아픈 숫자들이 등장하기에 숫자만 봐도 당시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가령 1980년(광주민주화운동), 1995년(삼풍백화점 붕괴), 2014년(세월호 참사)처럼 말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 요한과 단둘이 살던 인숙은 성호를 만난다. 변변치 않은 형편의 성호는 인숙을 만나기 위해 간 곳에서 우연히 인숙의 아버지 요한을 만나고 대화를 나눈다. 첫인상부터 썩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던 성호였지만, 인숙과 결혼하고 싶다는 말을 요한에게 할 정도로 인숙을 사랑했다. 물론, 인숙 역시 그랬다. 결국 둘은 결혼을 허락받는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요한의 행방불명과 죽음. 요한의 죽음은 정말 당혹스러웠다. 군사정권과 독재를 넘어서자 또 다른 군사정권이 등장한다. 단지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로 요한은 잡혀가고, 고문을 당하고 다행히 풀려난다. 하지만 풀려나자마자 뛰었다는 이유로 총에 맞아 죽는다. 요한을 총으로 쏜 교도관들은 자신의 죄를 무마하기 위해 요한이 공산주의자로 보였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껴 맞춰 그의 죽음을 은폐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성호와 결혼을 한 첫날밤. 성호는 다음 날 미국으로 떠난다고 통보를 한다. 그리고 그와 첫날밤을 치른 후 성호는 막 결혼한 신부 인숙과 어머니 후란을 두고 떠난다. 졸지에 시어머니와 같이 살게 된 인숙은 임신을 하게 되고, 만삭에도 닭을 잡으며 겨우겨우 생계를 유지한다. 아들을 출산한 인숙은 5주 된 헨리와 시어머니 후란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다. 여전히 시어머니는 시어머니 짓을 한다. 왜 그러는 걸까? 도대체 왜!!! 어떻게든 아들과 며느리 사이를 이간질 시키고, 며느리 가슴을 후벼파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하지만 남편 성호는 그런 시어머니를 제지하기 보다 그냥 방관한다. 그 모든 말은 온전히 인숙이 감당해 내야 한다. 인숙과 성호에 대를 이어 헨리와 아내 제니 그리고 하루까지 이어지는 이들의 이야기는 한국사 곳곳의 이야기들과 닿는다.
미국에서 만난 로버트는 바로 인숙과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로버트를 통해 일제강점기와 강제징용, 제주 4.3사건과 6.25전쟁 등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리고 성호로부터 방치된 인숙이 유일하게 쉼이 되는 인물이 바로 로버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