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삼인방 - 지키지 못한 약속 생각학교 클클문고
정명섭 지음 / 생각학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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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편하고 어려운 시대에 우리가 하는 문학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때 교문 밖으로 뛰어나갔던 후배들을 떠올리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

p.114~115

역사가 배경으로 등장하는 소설로 유명한 정명섭 작가의 신작은 광화문 삼인방이라는 제목의 일제강점기가 배경인 소설이다. 삼인방 중 익숙한 인물은 백석. 물론 그의 이름도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라는 시를 교과서에서 봤기에 그나마 안면이 있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이 작품의 배경은 1930년대다. 셋은 조선일보 교정부에서 만나게 된다. 지금으로 보자면 직장동료라 볼 수 있다. 조선일보 방응모 사장의 도움으로 학업을 마친 백석은 사장의 부름으로 조선일보에 입사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동료인 허준을 만나게 된다. 그로부터 얼마 안 있어 신현중이 합류한다. 셋은 교정부에서 일을 하며 서로의 마음을 터놓고 지낸다. 지식인이지만, 마음 놓고 해방을 위해 말할 수 없는 현실이 고통스럽기만 하다. 특히, 신현중의 경우 경성제대에 입학한 수재였는데 한 사건 때문에 3년간 옥고를 치르면서 퇴학을 당하게 된다. 이 일로 총독부에서 일하던 신현중의 아버지도 옷을 벗는다.

책 안에는 이들의 고민이 많이 담겨있다. 그나마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펜을 잡는 일이라는 사실에 애써 서로를 다독인다. 실제로 이들이 고민하는 부분은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을 하거나, 일제에 대항해서 3.1운동처럼 직접 거리로 나가지 못하고 뒤에 숨어있는 것 같이 여겨지는 형편 때문이었다. 충분히 고민하고 괴로워할 수 있는 내용이라 생각한다. 삼인방은 광화(세상을 밝히는, 실제 조선일보 근처)과 되기로 결심을 하고 조선총독부가 무너지는 날 다시 앞에서 다시 보자는 약속을 한다. 과연 그 약속은 지켜질 수 있을까?

책을 읽다 보니 익숙한 이름들이 많이 등장한다. 안타까운 것은 이 중에 상당수가 친일파가 되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편집국장이었던 주요한을 비롯하여 노천명, 모윤숙, 최정희 등의 문인들이 수양동우회 사건으로 일제로 전향한 내용들이 담겨있다.

백석이 고향인 기자를 접고 함흥 영생 고등보통학교 영어교사로 가게 되는 대목에는 안타까운 사연이 담겨있다.(실제 이야기가 맡지만, 약간의 각색이 있음) 첫눈에 반한 박경련 이라는 여인이 친구인 신현중과 결혼을 했기 때문이다. 사실 백석이 박경련에게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신현중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박경련이 방학을 맞아 고향인 통영으로 내려갔을 때, 취재를 빌미로 같이 내려가기도 했으니 말이다. 무슨 일제시대판 잘못된 만남도 아니고... 이 일로 이들의 우정은 내리막을 걷는다.

사실 백석이 만주로 떠나고, 재북(원래 백석의 고향은 북한이다.) 한 작가였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백석이 만주로 떠난 이유가 일제가 이름조차 쓰지 못하게 했다는 사실로 미뤄 앞으로 우리의 글을 사용하기 더 힘들게 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라는 부분이 참 안타까웠다.

이 책과 비슷한 시기에 읽었던 화녕가라는 책 안에도 그런 일제강점기 모습이 담겨있었는데, 목숨의 위협을 받으면서 내 나라 내 민족을 지키기 위해 분투한다는 것이 지금으로써는 쉽게 말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데 공감한다. 머리로만 아니라 실제가 된다면 과연 나는 변절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차마 독립유공자의 후손임에도 단정 지어 말하기가 쉽지 않다.


이 불편하고 어려운 시대에 우리가 하는 문학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때 교문 밖으로 뛰어나갔던 후배들을 떠올리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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