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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께 기도를 배우다 - 다시 새롭게 드리는 주기도문
김건우 지음 / 샘솟는기쁨 / 2024년 7월
평점 :
주기도문에 비추어 우리의 기도를 살펴보지 않는다면
이기적인 기도, 아주 폭이 좁은 기도의 단계에 머무를 위험이 큽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의 기도가 깊어지고 넓어지지 못하면,
생각과 마음도 커지고 넓어질 수 없다는 것입니다.
p.48
모태신앙이었던 나는, 유치원에 다니던 시절부터 사도신경과 주기도문을 외웠다. 열성적인 사모였던 작은할머니 덕분에 십계명을 비롯하여 성경의 각 말씀들을 반강제(?) 적으로 외우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사도신경과 주기도문의 진면목을 마주하게 된 것이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그 구절 하나하나가 가지고 있는 의미들을 텍스트가 아닌 실제로 만나고 나니, 아무 의미 없이 주문 외우듯 매 예배시간과 마지막 시간에 읊어대던 말씀의 가치를 새롭게 마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니 또 까먹었다. 과거와 그리 다르지 않은 내 모습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을 접했을 때 마음은 반반이었다. 다시 말씀으로 새롭게 되기를 기대하는 마음 반, 시간이 지나면 또 똑같아질 텐데 하는 마음 반. 예수님이 가르쳐 주신 기도로 알려진 주기도문. 과연 그 안에 어떤 깊이가 담겨있을까?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면서 한동안은 아이와 같이 유치부 예배를 드렸고 아이들이 조금 크고 혼자 예배실을 찾을 수 있을 정도가 되어 비로소 내 예배를 드릴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과거 어른들이 결혼하고서는 처녀 때 믿음으로 버틴다는 말이 피부에 와닿았다. 핑계가 될 수 있겠지만, 예배도, 기도도, 봉사도 어느 하나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는 오후 예배를 드리는 것보다, 집에 가서 쉬고 집안일하는 게 더 편해진 내 모습을 보며 위기감을 느낄 때가 참 많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랬다. 주기도문 안에는 당장 내 삶에 필요한 것을 구하는 기도도 있지만, 공동체를 위한, 타인을 위한 기도도 담겨있다. 예수님은 우리의 기도의 지경이 작다는 것을 아셨기에 몸소 주기도문을 통해 기도의 본을 보이셨다.
주기도문의 처음 시작은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하게 하시며..."(책에서는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이다. 하나님은 창조주시고, 모든 것을 하실 수 있는 유능한 분이신데 왜 굳이 당신의 이름을 높이 시기를 원하셨는가?라는 물음에 대해 저자는 현 세대를 통해 그 의미를 깊이 깨닫게 해준다. 우리나라에서도 기독교는 "개독교"라고 불리는 경우가 있다. 크리스천들이 제대로 된 삶을 살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그 욕은 하나님께로 간다. 세상 속에서 하나님이 높임을 받으려면 우리들의 삶이 그리스도인다워야 한다는 사실. 나는 오늘도 하나님의 이름이 거룩하게 불리는 삶을 살고 있는가? 주기도문을 할 때마다 생각해 볼 대목이다.
저자는 주기도문의 각 부분을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다. 모든 부분이 가슴에 와닿고, 동기부여가 되었지만 앞으로 책을 읽을 독자들을 위해 한 부분만 더 이야기하자면,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책에서는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의 부분이다. 내 삶의 주인은 누구인가?에 대해 우리는 생각도 하지 않고 당연히 "하나님"이라고 대답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하나님의 뜻을 구하고 알기보다 하나님의 뜻을 내 뜻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 대목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단어는 단연 "항복"이었다. 하지만 항복은 절대 쉽지 않다. 말씀을 듣고 은혜를 받지만, 마치 가시떨기에 떨어진 씨앗처럼 세상에서 살다 보면 언제 그런 말씀을 들었는가 싶을 정도로 다 잃고 일주일은 보낼 때가 많다. 말씀을 듣고 제대로 살아야겠다 싶지만, 당장 내가 손해 보는 상황에 처하면 말씀을 접어두고 때론 모르쇠로 일관할 때도 많다. 우리의 자아는 복종 시켜야 할 정도로 세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과연 나는 하나님의 뜻을 제대로 알 수 있을까? 저자는 우리에게 항복이 필요하다고 언급한다. 그뿐만 아니라 점점 작아지는 하나님이 아니라, 점점 커지는 하나님을 우리의 삶을 통해 경험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사실 각 구절구절이 너무 와닿았고, 무서웠다. 아는 만큼 내가 삶으로 살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도 컸다. 청년부 시절 목사님이 하셨던 설교의 대목이 오랜만에 기억났다. 부담감은 곧 사명이다. 사명을 가진 사람은 부담감이 있다.
그동안 너무 쉬운, 내가 편한 삶에 익숙해져서 다시금 말씀 앞에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것이 절로 부담으로 다가온다. 편하게 살 수 있지만, 그건 크리스천의 삶이 아니라는 것. 내 삶으로 내가 크리스천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 그래서 기독교인의 삶은 절대 쉽지 않은 것 같다.
책을 읽는 중, 유년부에서 주기도문에 대한 설교를 들었다. 정말 신기한 타이밍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주기도문을 만들면서, 주기도문 안에 담긴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보았다. 그리고 이 책 안에 주기도문을 넣어두었다. 잊히기 전에 자주 들여다보며 도전을 받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