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찾아올 그날을 위하여
이토 히데노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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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마당 있는 집에 살면서 뽀삐와 다롱이라는 이름의 개 두 마리를 키웠다. 집을 재건축하게 되면서, 더 이상 키울 수 없었던 터라 시골에 사는 할아버지 댁으로 보냈는데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다. 명절 때마다 다롱이와 뽀삐를 만나러 간다는 반가움에 시골을 향했고, 몇 개월 만에 만나는 뽀삐와 다롱이는 여전히 우리 가족을 반갑게 맞아줬다. 물론 집에서 키울 때마다 많이 커진 몸에 놀라기도 했지만, 뽀삐는 여전히 애교가 많았고 다롱이는 여전히 똑똑했다. 그리고 다음 해 할아버지 댁에 갔을 때 더 이상 뽀삐와 다롱이를 만날 수 없었다. 다롱이는 집 앞 찻길을 건너다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났고, 뽀삐는 다른 집에 줬다고 했다. 이미 한 번의 이별을 겪었던 터라, 식음을 전폐할 정도의 충격은 아니었지만 지금도 오래전 아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거나 뽀삐와 다롱이를 닮은 개들을 만나면 한 번씩 아이들이 생각난다.

펫 로스(Pet Lose)라는 용어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바로 반려동물들의 사망으로 인해 가족들이 겪는 상실감을 나타내는 용어라 할 수 있다. 잠깐의 우울감 뿐 아니라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힘들 정도로 이별의 아픔을 심하게 겪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적지 않다고 한다. 사실 반려동물들의 경우 평균 10~20년 정도를 살기 때문에, 사람에 비해 수명이 짧다 보니 자연스레 반려동물들을 먼저 떠나보내는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도 인식 자체가 반려동물과의 이별로 인한 상처 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반려동물의 모습이 다르듯, 펫 로스를 겪는 주인들의 모습과 반응도 다르다. 생각보다 잘 털고 일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꽤 오래 우울감에 빠져 정신과 치료나 약물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사실 책을 읽으며 얼마 전, 한 기사를 접한 적이 있었다. 반려동물의 사망 후 처리에 관한 기사였는데, 사망한 반려동물을 땅에 묻는 것은 법에 위배된다는 사실이었다. 그럼 반려동물의 사후 처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거나 태워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주인의 입장에서 전혀 납득할 수 없다. 어떻게 가족과 같이 십수 년을 함께 지낸 동물의 마지막을 그렇게 처리할 수 있을까? 물론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달라져서 과거에 비해 반려동물 장례식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고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라고 한다. 조금은 다른 이야기겠지만, 가족과의 이별에도 시간이 소요되듯이 반려동물과의 이별 역시 시간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책 안에는 여러 사람들의 펫 로스의 경험들이 담겨있다. 일본 저자의 책이기에 일본 연예인을 비롯하여 다양한 펫 로스를 경험한 사람들의 경험담들이 담겨 있는데, 어떤 면에서는 간접 경험을 통해 조금이나마 마음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 중 하나는, 동물들 역시 주인의 감정을 안다는 사실이다. "아픈"에 너무 집중하여 남아있는 소중한 시간을 서로 고통스러운 경험으로 채우지 말라는 부분이 특히 와닿았다. 동물들 역시 주인들의 감정과 표정, 상황에 영향을 받기에 주인이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억지로라도 약을 먹이는 데 모든 신경을 집중했을 때 동물들은 자신에게 큰 문제가 있어 주인을 힘들게 만드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한다. 치료가 힘든 상황이라면, 고통을 줄여주고 서로를 편안하게 해 줄 정도의 약물이면 충분하다. 치료에 힘을 쏟을 시간에 오히려 남은 시간을 어떻게 서로 보듬아 주고 보낼지에 더 관심을 갖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그리고 "아픈 아이"라는 생각에 집중하다 보면 펫 로스 기간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평범한 일상을 보내도록 노력해 보자. 책 안에는 펫 로스를 극복하는 방법들도 소개를 하고 있다. 때론 또 상처받기 싫어서 다시는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그만큼 동물에 대한 애정이 컸다는 방증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펫 로스에 관한 책이지만, 상당 부분 가족들과의 관계도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었던 것 같다. 이별은 누구든 아프고 힘겹다. 떠나보내고 후회하지 말고, 지금 이 시간을 소중히 여기자. 언젠가 찾아올 그날을 미리 생각해 보고, 준비해 보자. 그리고 지금 펫 로스로 힘겹다면, 내 동물이 그동안 내게 주었던 기쁨의 시간들을 떠올려보자. 조금이나마 펫 로스의 고통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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