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혼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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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었어" 하고 내가 너에게 말했을 때, "

나도" 하고 네가 나에게 대답해 주기까지 단 1초도 걸리지 않았던 그 순간을,

나는 행복이라고 기억해.

P.36

청혼이라는 제목과 SF라는 장르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청혼은 어떤 장르에 어울릴까? 아마도 로맨스물이 아닐까? 물론 SF가 그리는 세상에도 감정의 교류는 있을 테고, 그 안에서 사랑과 미움 등 다양한 감정들이 드러날 텐데... 왜였을까?

요즘은 국제결혼이 낯선 이야기가 아니긴 하지만, 여전히 자라온 환경과 배경, 문화와 언어가 다른 사람들 간의 관계는 쉽지 않은 것 같다. 같은 문화에서 자라난 우리 부부도 서로 다르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타 문화권의 사람과의 결혼은 얼마나 힘들까 싶다. 근데 이 책에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지구인과 외계인이라 불리는 우주인의 사랑이 담겨있다.

현재 둘은 떨어져 있다. 주인공이 있는 곳에서 지구까지 가려면 170시간이 소요되고, 다시 복귀하는데 180시간이 소요된다. 물론 그동안 기술의 진보로 앞으로는 130시간가량으로 줄어든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둘의 사이에는 이렇게 긴 시차가 존재한다. 이동에만 350시간이 소요되는데... 둘이 같이 있는 시간은 고작 40시간이라니... 그나마 400시간의 휴가를 받아서 가능한 것이었다. 시차보다 힘든 것은 그 시간을 들여 우주선을 타고 가는데 겪는 어마어마한 멀미(?)다. 물론 그 모든 것보다 더 힘든 것은 서로를 향한 그리움일 테지만 말이다. 연인에게 쓰는 편지 속에는, 주인공이 우주에서 겪는 전쟁의 이야기가 상당한 페이지를 차지한다. 각종 사유서를 써 내야 했는데, 그나마 여러 번 쓰다 보니 익숙해지긴 했지만 무엇을 이유로 사유서를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뿐 아니라 반란군 사령관으로 지목되어 출두 명령으로 감찰 장교를 만나고, 훗날 함선의 장군의 오른팔로 지목되었다는 이야기 등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모습은 일반적인 연인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물론 전쟁의 이야기를 나누는 연인은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반지를 마치고, 청혼을 기다리는 주인공 앞에 실제적인 문제들이 등장한다. 우선 연인이 자신의 청혼을 받아들여줄 것인가의 문제다. 지구의 중력에 길들여진 연인이 과연 무중력 상태의 우주로 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문화가 다른 우리의 상황에서도 지극히 현실적으로 비친다.

길지 않은 소설임에도, 중간중간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전쟁과 과학의 발전 이야기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어서였다고 핑계를 대고 싶다. 그럼에도 책 안에 깔린 연인에 대한 깊은 순애보는 어떤 문화에 있던 지 감출 수 없는 감정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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