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미술관 - 우리가 이제껏 만나보지 못했던 '읽는 그림'에 대하여
이창용 지음 / 웨일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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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미술관에서 도슨트의 설명을 직접 들어본 적은 없지만, 매체를 통해 미술관과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래서 도슨트가 필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티브이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한 번씩 보던 프로에 출연한 이창용 도슨트의 해설을 들은 후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좋은 기회에 책으로 만날 수 있었다.

미술관과 명화에 대한 책이나 도슨트가 쓴 책을 여러 권 읽었는데, 각자의 색이 있는 것 같다. 한 미술관을 중심으로 쓴 책도, 화가와 그의 작품을 중심으로 쓴 책도, 나라를 중심으로 한 나라 안에 있는 미술관 중 유명 작품들을 중심으로 쓴 책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야기 미술관은 어떨까? 이 책은 주제를 중심으로 그 주제와 연관되는 화가의 작품들을 풀어냈는데, 사전 지식이라 할 수 있는 작가의 삶의 이야기를 통해 작품과 작가의 연결고리를 통해 작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래서인지 흥미롭고, 어디서도 보지 못한 신선하고 색다른 이야기였다. 뻔한 카테고리의 뻔한 설명이 아닌, 작가의 삶을 작품에 녹여내어 그 눈으로 작품을 마주하니 더 감정이입이 된다고 할까?

예를 들자면, 베르트 모리조의 "요람"이라는 작품을 그는 이렇게 해석했다. 베르트 모리조에게는 그녀보다 더 미술적 재능이 뛰어났던 에드마가 있었다. 서른 살까지도 그림에 푹 빠져 지냈던 에드마의 모습에 아버지는 부하였던 아돌프 퐁티옹과 결혼을 단행한다. 결국 결혼과 동시에 에드마는 화가로의 삶을 접게 된다. 그런 에드마가 조카 블랑쉬를 낳게 된다. 친정에 다니러 온 에드마와 블랑쉬의 모습을 그림으로 남긴 베르트. 잠든 아이를 지켜보는 엄마 에드마의 표정은 어떨까? 저자의 해설을 듣고 다시 본 그림 속 에드마는 뭔가 사색에 잠겨있는 것 같았다. 그 시기를 나 역시 보냈던지라, 에드마의 표정에서 여러 가지 감정이 느껴졌다. 아이가 사랑스럽긴 하지만, 육아의 피곤함이 얼굴 안에 가득 느껴진다. 거기에다, 너무 좋아했지만 결국 결혼과 함께 접어야 했던 미술에 대한 갈급함까지 느껴지는 것은 그의 해설을 읽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 밖에도 가난 때문에 할머니와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던 밀레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기다림이라는 작품, 사랑하는 조카를 위해 축복의 마음으로 꽃 피는 아몬드 나무를 그린 고흐, 그림으로 부당한 전쟁의 참상을 알렸던 피카소의 게르니카 등 책 속에는 다양한 작가들의 삶과 그들의 삶이 작품으로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마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그동안은 화가와 작품을 별개로 놓고 보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야기 미술관을 읽으며 저자가 소개해 주지 않은 다른 작품들의 담긴 의미를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저자가 가장 마음에 와닿는 작품으로 꼽는 기다림처럼 나 역시 그런 작품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 또한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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