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역사 - 우리가 몰랐던 제도 밖의 이야기
세라 놋 지음, 이진옥 옮김 / 나무옆의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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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그림을 보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몇 년 전 내 모습 같았기 때문이다. 편하게 몸을 누일 여유조차 없는 엄마는 아이의 침대 한 편에 몸을 기대고 피곤함에 절어 죽은 듯이 쓰러져있다. 나는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엄마가 이런 경험을 했다고 말이다.

나 역시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늦은 나이에 결혼을 했기에, 아이를 무척 기다렸다. 기다리던 아이가 생기고, 생각보다 늦게(이에도 히스토리가 있다.) 산부인과를 갔던 터라 첫 검진 날 아이의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드라마를 통해 본 임신은 솔직히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헛구역질, 그리고 소리 몇 번 지르면 아이가 태어나니 말이다. 하지만 직접 몸으로 겪은 임신과 출산은 결코 아름답지도, 행복하지도 않다. 오죽하면 어느 누구도 내게 입덧이 이렇게 끔찍하고 오래 하는 건지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고(친정 엄마를 포함해서) 펑펑 울었으니 말이다.(큰 아이는 5개월, 작은 아이는 6개월까지 잠자는 시간을 빼곤 하루 종일 울렁울렁 뱃멀미 하는 기분으로 살았다. 바로 입덧이다.) 보통 5개월이면 태동이 느껴진다는데 20주가 넘어도 잠잠함에 매일매일 걱정 속에서 살기도 했고, 조금만 움직임이 덜해도 걱정이 돼서 병원을 가봐야 하나를 고민하기도 했다. 분만 시, 힘주는 법을 몰라 얼굴로 힘을 주는 바람에 흑인에 가까운 얼굴(핏줄이 다 터져서)로 조리원 생활을 하기도 했다.

인류가 시작된 이래로 여성은 임신과 출산을 수천 년간 겪어왔지만, 여성의 몸과 엄마의 삶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백여 년도 되지 않았다. 지금이야 월경 일보다 늦어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임신테스터기를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임신을 확인하는 방법이 보편적이 되었지만 임신테스터기가 보급된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과거에는 임신을 어떻게 확인했을까? 놀랍게도 소변으로 확인하는 방법이 사용되었는데 소변을 끓이거나, 소변 색을 통해 임신 여부를 확인했다고 한다. 지금이야 어플도 잘 나와있고, 여기저기 임신과 출산 예정일 등에 관한 정보가 많지만, 과거에는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궁금했는데 책 속 이야기를 통해 보자면 생리주기를 파악하는 것조차 몰랐던 시대인지라 잘 먹지 않던 음식이 먹히거나, 음식 냄새로 괴롭고, 유방의 색이 붉어지거나, 배가 나오는 등의 상황을 통해 임신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지금도 역시 임신의 증상으로 통용되는 내용이긴 하다.)

이 책은 피임법이 등장하면서, 여성의 삶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에 대한 내용도 등장한다. 그저 수동적이고, 번식을 위한 섹스, 월경을 더러운 것으로 치부했던 과거, 출산 과정에 고통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던 과거의 모습을 보며 그 시간 동안 수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많은 아이를 출산하고 키우며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서 마음이 자꾸 쓰였다. 사실 임신과 출산이 큰일이긴 하지만, 육아에 비해서는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 아이가 몸 밖으로 나오면서 또 다른 삶을 살아야 하는 엄마들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 과거에 비해 출생률이 극단적으로 낮아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엄마의 삶이 편안해 지거나 녹록해지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이 책의 저자 역시 둘째를 출산하며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이를 낳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고, 때론 원치 않는 유산을 겪기도 했고, 걱정과 조바심으로 임신기간을 보내고 몸을 찢는 듯한 고통을 겪으며 출산을 하지만 출산 이후 아이를 돌보는 것은 앞의 이야기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힘겹다. 잠을 자지 못하고 수유를 하고, 끼니를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수고는 엄마의 일이다. 갑자기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비상이 걸린다. 저자가 실제로 겪어낸 일을 글로 풀었기에, 공감 가는 대목이 상당했다. 자신의 이야기와 과거부터 이어진 엄마의 삶이 각 주제를 채우고 있기에 엄마들의 삶의 역사를 책 한 권으로 만날 수 있었다.

나면서부터 엄마인 사람은 없다.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엄마가 있을 뿐이다. 엄마의 삶은 생각보다 팍팍하다. 포기해야 할 것들이 많아진다. 그러면서도 엄마들은 늘 자녀에게 미안해한다. 이 책에는 바로 그런 엄마가 되기 전부터 엄마가 되고 나서의 모든 삶이 녹아있다. 과거에 비해 많은 것이 편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임신과 출산의 고통은 여성이 오롯이 몸으로 겪어야 하고, 엄마의 삶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바로 그 객관적인 삶을 엄마라는 이름의 책을 통해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고, 실제 내 삶과 비교하며 공감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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