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표지를 보는 순간 "대박"이라는 말 밖에는 떠오르는 단어가 없었다. 유튜브를 즐기지 않는 편인지라, 유명한 사람들도 잘 모르는데 충주시 홍보맨은 나도 알고 있다. 이 책을 읽기 몇 달 전, 정말 우연히 홍보맨에 대한 기사를 접했고 촌스러운 색채의 충주시 마크와 함께 등장하는 영상을 보고 다시 돌려보고 또 돌려봤다. (책을 보면 저자는 그것을 의도했다고 하니 의도대로 나는 먹혀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피식피식 웃으며 다음 편을 찾아보게 되었다. 그날 잠깐 동안 몇 편의 충주시 유튜브를 보게 되었다. 나 역시 헷갈리는 충주와 청주시... (얼마 전 본 펭수 콜라보에서 바로 그 장면이 등장한다.) 그는 어쩌다 홍보의 신이 되었을까?
그가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동기부터 당혹스럽다. 자의가 아닌 타의. 그것도 직권으로 누르는 타의였다. 공무원 임용이 되고 몇 년 후, 드디어 충주 시청에 입성하게 된 그는 홍보담당 부서로 발령을 받는다. 뭐라도 의견을 내야 할 것 같아서 쓴 한 줄. 유튜브에 꽂힌 시장은 그에게 바로 충주시 유튜브를 만들라고 한다. 하는 일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그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일은 솔직히 너무 하기 싫은 일이라서 2~3주를 뭉개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다이렉트로 온 시장의 연락에 결국 공무원 김선태는 유튜브를 만든다. 우선 자치단체들의 유튜브를 분석한다. 상당히 많은 돈을 들여서 만든 영상임에도 조회 수가 한자리인 경우도 상당했단다. 왜일까? 바로 고객의 니즈보다는 상사의 니즈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똑같은 우를 범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지극히 그들과 반대의 길을 걷기로 한다. 그리고 그의 예상보다 큰 성공을 거둔다. 충주시민이 20만이라고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며 검색해 본 결과 현재 충주시 유튜브의 구독자는 64만 명이 넘는다.
우선 충주시의 유튜브지만, 그는 충주시를 넘어 우리나라 국민 전체를 타깃으로 유튜브 영상을 제작했다. 시정에 대한 정보 위주가 아닌 재미에 더 방점을 둔다. 물론 장황하고 길지 않은, 짧지만 임팩트 있는 영상을 만들기로 한다. 하지만 영상을 찍어본 적도, 편집을 해본 적도 없는 그인지라 모든 게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좌절하기 보다, 우선 주어진 상황을 최대한 활용해서 영상을 제작한다. 자신의 핸드폰과 동료의 셀카봉, 이미 종료된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위해서 컴퓨터 버전을 바꾸기까지 한다. 이쯤 되면 그가 영상을 제작하는 데 들었던 예산이 얼마일까 궁금할 텐데, 나 역시 놀랐다. 연 61만 원으로 64만의 구독자를 끌어냈으니 말이다. 현재 이렇게 뜬 그임에도 예산은 그대로란다. 이유인즉,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유튜브만큼이나 유쾌함이 그대로 담겨있는 책인지라, 진짜 피식피식 웃으며 책을 읽었다.(음성인식되는 듯한 기분은 왜일까?)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정확한 핵심을 꿰뚫었기 때문이다. 그의 목적은 충주의 시정을 알리는 것이 아닌, 충주라는 도시를 먼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었다. 물론 그 안에 재미를 담는 것은 기본이다. 때론 디스로 보일 정도로 솔직하게 단점을 영상으로 담기도 했다. 가령 축제 장소가 비좁다는 것을 대놓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공무원 사회의 내부고발로 보이는 영상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가 만든 영상은 그저 디스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를 통해 본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확실히 각인시키는 효과를 거두었다. 충주시 유튜브의 매력(?)이라면 B급 영상과 재미 그리고 솔직함이 아닐까 싶다. 솔직함 역시 억지웃음이 아닌 상황 그 자체를 커버하지 않고 민낯 그대로 내보이는 것이었는데, 바로 그 점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 또한 홍보맨의 마케팅 비법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보기에는 그저 피식 웃고 지나가겠지만, 그는 영상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혼자 생각을 하고 기획을 하고 촬영과 편집을 했을까 싶다. 남들과 같은 길을 갔다면 한결 편할 수는 있었겠지만 지금의 충주시 유튜브의 성공을 이루어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홍보맨 덕분에 파격적인 홍보마케팅의 비법을 발견할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