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의 공포, 사라지는 한국 - 아이가 있는 미래는 무엇으로 가능한가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21
정재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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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질이 행복이나 적응 상태에 있을 때 사람은 아이를 낳는다.

불일치와 박탈 상태에 있을 때 출산을 기피한다.

p.175

14년을 다닌 직장을 그만두고, 작년 말 이직을 했다. 14년을 다니면서 연애와 결혼, 두 아이를 출산했다. 두 아이 모두 출산을 5일 남겨두었을 때까지 출근을 했다. 큰 아이를 낳고 6개월 만에 직장에 복직했다. 진통하면서도 회사에서는 전화가 왔고, 아이를 낳고 조리원에 있으면서도 노트북으로 일을 했다. 육아휴직 중에도 주말이면 아이를 데리고 회사에 나가 잔업을 처리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 볼 수 있지만, 7년 전 내가 직접 겪은 일이다. 그나마 그렇게 했기 때문에 4개월이나마 육아휴직을 (겨우) 받을 수 있었고, 복직 후 남은 8개월을 2시간 단축근무를 할 수 있었다. 어린이집 적응 시간을 3일 밖에 갖지 못한 채 떼어놓은 아이는 아침마다 울었고, 눈이 팅팅 부은 아이의 사진을 보면서 '내가 도대체 무슨 영화를 누리려고 핏덩이를 떼어놓고 출근을 하는 건가...!'하는 자괴감에 매일같이 울면서 출근을 했다. 둘째 때는 그나마 상황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핸드폰에 어린이집 번호가 뜨면 가슴이 콩닥콩닥 뛴다. 어린이집에서 걸려오는 전화의 상당수는 아이가 갑자기 아프거나 열이 날 때 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친정 부모님이 자영업을 하셨던 터라, 아이의 육아 공백을 상당수 채워주셨다. 남편은 출산휴가조차 쓸 수 없는(쓸 수는 있지만, 남편이 빠지면 그 여파가 팀원들에게 가기에 차마 쓰지 못했다.) 상황이었던 터라(출산 당일만 자리를 지켰고, 퇴원 후 조리원으로 이동할 때도 친정 부모님이 도와주셨다.), 출산 후 육아부터 지금까지 육아는 모두 내 몫이다.

책을 읽으며 이렇게 와닿는 것은 참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몸으로 직접 겪어낸 내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10개월가량의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었음에도, 4개월이 채 못되어 다시 취업을 했던 이유는 올해 3월 큰 아이의 입학 때문이었다. 돌봄교실 신청 자격 요건이 맞벌이부부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이는 입학과 동시에 늘봄 학교에서 오후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지만, 가슴 한 편에는 엄마의 퇴근시간까지 아이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이 가득하다.

내일모레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의 반 인원은 총 18명이다. 여아가 10명, 남아가 8명. 총 4개의 학급으로 1학년 전체 인원은 80명이 되지 않는다. 그나마 이 학교는 학생 수가 많은 편이라 하는데, 어안이 벙벙했다. 작년에 비해 5,000명이 줄었다고 하는데 이제서야 그 말이 피부에 와닿았다. 그래도 내 주변에는 아이를 낳고 기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왜 매스컴에서는 그런가 싶었는데 인원을 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매년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정부는 아이를 낳게 하려고 많은 세금을 투입한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왜 출산율은 반등하지 않는 것일까? 단지 돈 몇 푼에 아이를 낳는 무모한 짓(?)을 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앞에서 내 이야기를 상당히 많이 했는데, 책 속에 나오는 이야기를 실제적인 수치로 대입한 것과 다르지 않다. 아이를 키우며 행복할 때도 많지만, 매일 퇴근 후 다시 집으로 출근하는 기분을 느낄 때가 상당수다. 너무 힘들 때는 내가 왜 아이를 둘이나 낳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날 때도 있다. 아무리 세대가 달라졌다 하고, 인식이 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육아와 살림의 대부분은 엄마의 몫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경력과 아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세대 속에서 여성들은 과연 무엇을 선택할까? 아이를 낳기에는 모든 상황이 이미 답정너가 되어있다.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것도 맞지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다 아이를 낳지 않는다. 이미 우리 사회에는 아이를 낳지 않아야 될 수많은 이유가 산재해있다. 출생률은 단 한 가지 이유가 해결된다고 급등하지 않는다. 바로 이 책은 우리 사회의 0.6의 출생률의 다양한 이유를 하나하나 꼽고 있다. 20년간 4차에 걸친 출생률을 높이기 위한 대안들을 통해 변화가 이루어지긴 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저자는 그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대안을 설명한다. 단시간에 해결하기에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병폐들이 너무 많다. 아예 대한민국 대개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 사람의 인식이 아닌, 다변적인 변화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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