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정성문 지음 / 예미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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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흠칫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 생각하고 책을 봤는데, "있다" 였기 때문이고, 사회과학 분야의 책일 거라는 생각과 달리 장편소설이었다는 것에서 또 한 번 놀랐다. 작가의 이름이 왠지 모르게 낯이 익었는데, 작년 꽤 선명한 이미지를 남긴 단편소설의 작가였기 때문이다.

시작은 이 책의 주인공인 김한섭이 대통령이 되었다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시작과 끝이 이어져 있는 기분이다. 한섭씨로 불리는 그는 전직 2선 국회의원이자 사회부 장관 출신이다. 친구들과 함께 산에 올랐다가 야당의 대통령 후보를 마주하는 한섭은 인사도 마치기 전에 자리를 뜨는 그에게 아쉬움을 느낀다. 자신을 못 알아봐 준 것에 대한 아쉬움도 그중에 일부 있긴 했지만, 그걸로 마무리하기에는 뭔가 허전함을 느낀다. 한섭은 사실 공치사를 하거나, 생색을 내는 정치인과 선이 좀 다르긴 했다. 대학시절 군부가 세상을 장악했던 시기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운동권 학생이었고, 노동자들의 고통을 목도하며 착한 사용자가 되고자 하는 마음을 먹었지만 결국은 고시를 통해 공무원이 되었다. 물론 자리 지키기에만 급급한 사람이 아니라, 실제로 움직일 줄 아는 사람이었기에 그를 따르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었다. 특히 그는 사회부 장관으로 노인복지에 관한 정책을 끌어내어서 꽤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국가의 재정으로만이 아닌, 기업들의 도움을 끌어내기도 했고 결국 그 일로 복지정책을 완성해 내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었다. 야당 후보인 이동현은 공약으로 노인연금을 폐지를 시작으로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 노인들에게 주던 핸드폰 보조금 폐지 등을 내세운다. 결국 그가 대통령이 되자, 사회는 노인에 대한 모든 복지정책을 폐지하기 시작한다. 졸지에 노인들은 생계를 걱정할 지경이 되고 만다. 결국 노인 범죄와 자살률이 치솟기 시작한다. 젊은이들은 노인들을 혐오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노인들이 식당에 들어서면 선불로 계산을 받는 식당들이 생겨난다. 무임승차 폐지뿐 아니라 노인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도록 막기까지 하는 상황이 연거푸 계속되자, 한섭을 필두로 노인들이 광장에 모여서 집회를 하기 시작한다. 과연 한섭과 노인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을까?

사우나를 즐기는 장관, 국민들과 소탈하게 곰국 한 그릇 먹으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정치인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지라 김한섭의 모습은 색다름을 넘어 호감과 실제 이런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에까지 미쳤다. 사실 책 속 이야기는 과장되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의학이 발전해서 기대수명은 점차 늘고 있다. 결국 소설 속 이야기는 언젠가 우리 사회의 모습이 될지도 모르겠다. 100세를 넘게 사는 시대에서 노인들의 자리는 과연 어디일까? 다행히 책 속 노인들의 모습은 태극기 부대를 연상시키지는 않았다. 아마 한섭이 정도를 지키며 이들을 대변했기 때문일 테지만, 충분히 생각해 볼 만한 여지가 있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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