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속의 여인
로라 립먼 지음, 박유진 옮김, 안수정 북디자이너 / arte(아르테)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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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둘을 키우는 워킹맘으로 살다가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몇 개월의 공백 후 재취업을 했다. 쉽지 않았다. 가장 큰 제약은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야근도 쉽지 않고, 이른 출근도 쉽지 않다는 것. 그렇기에 원하는 일자리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2024년을 사는 지금도 사회생활은 쉽지 않다. 과거에 비해 여러 가지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내용들이 많아졌음에도 여전히 여기저기 눈치를 본다. 하물며 1960년대라면 어떨까?

20대 초반 로스쿨 2년생인 밀턴 슈워츠와 결혼을 한 매들린 슈워츠(매디)는 밀턴과의 사이에 세스라는 아들을 두고 있다. 꽤 부유한 생활을 하는 매디는 저녁식사에 초대되었던 동창이자, 자신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던 윌리스 라이트를 다시 마주하게 된다. 당시는 그리 눈에 띄는 남자가 아니었던 윌리는 그 사이 유명한 방송인이자 앵커가 되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매디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안정적인 가정을 떠나 독립을 선언하고 밀턴을 떠난다. 자신을 따라올 거라는 생각과 달리 아들 세스는 남편 곁에 남기로 한다. 아들을 통해 남편으로부터 어느 정도 재정적인 도움을 받을 줄 알았던 매디는 계획과 어긋난 상황에 결국 결혼반지를 팔아야 할 지경이 된다. 하지만 글을 쓰고 싶었던 자신의 꿈을 되찾기 위해 독립한 것이기에 그녀는 볼티모어 신문사로 향한다.

책의 시작부에는 호수 속의 여인이라 불리는 클레오 셔우드라는 여인이 매디에게 협박 아닌 협박이 담겨있다. 근데 그녀의 이야기는 뭔가 좀 이상하다.

살아 있을 적에 나는 클레오 셔우드였어요.

죽어서는 호수 속의 여인, 추운 겨우내 분수대에 잠겨 있다가

변덕스럽고 종잡을 수 없는 계절인 봄에서 여름으로 접어들 무렵에

물에서 꺼내진 흉물이 되었죠.

매디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자꾸 뭔가 걸리는 단어들이 발목을 잡았다. 유대인, 흑인, 여성... 아무렇지 않게 등장하는 이 단어들은 자꾸 걸림돌이 된다. 여성이기에, 유색인종이기에 이 단어가 등장할 때마다 마치 덫처럼 더 이상의 진전이 될 수 없게 꽁꽁 얽어매는 기분이 든다. 바로 매디가 그랬고, 호수 속의 여인이 그랬다. 11세 소녀의 실종 이야기를 들은 후, 매디는 뭔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녀는 글을 쓰고 싶다는 과거의 꿈을 이루어 기자가 된다. 하지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특히 30대 후반의 이혼녀인 그녀에게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매디는 이뤄내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가 사용한 방법은 안쓰럽고 안타깝다. 누군가는 매디를 비난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는 살기 위한, 사건을 파헤치기 위한 방법이 그것밖에 없었기에 그녀의 선택을 마냥 비난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 매디와 같은 시기를 살았던 레슨인 케미스트리의 여성 화학자 엘리자베스 조트가 책을 읽는 내내 겹쳐 보였다. 능력 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엄마라는 이유로, 또 그 밖의 다른 이유로 그들은 자신의 능력을 있는 그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게 당연하다는 듯이 말이다. 사실 가족들조차 그런 그녀의 선택을 비난하는데, 남은 말해 뭐 할까 싶기도 하다.

호수 속 여인과 매디의 관계가 무척 궁금했다. 과연 매디가 파헤치는 사건과 그녀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사건을 풀어가는 내용을 한 편에 두고, 1960년대 시대상을 반대편에 두고 읽다 보니 여러 생각에 가닿게 되었다. 그저 스릴러나 추리소설은 아니라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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