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과학 공부 - 볼 것 많은 요즘 어른을 위해 핵심 요약한 과학 이야기
배대웅 지음 / 웨일북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몇 년 전 과학자가 쓴 책을 읽었는데, 그 시작은 과학과 인문학의 접점에 관한 이야기였다. 한참 연예인들도 부캐 바람이 불었고, 직장인도 투잡을 넘어 N잡러시대여서 그런지 멀티적인 요소가 가미된 책도 인기가 많은 것 같다. 이 책 역시 과학을 중심으로 각 학문과의 접점을 찾아 연결하면서 과학의 색다른 맛을 마주할 수 있다. 사실 과학은 어렵다는 것에 대해 저자는 거부하지 않는다. 오히려 저자는 쉬운 과학은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과학 자체가 난해한 학문인데, 어떻게 쉽게 그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겠는가? 이 말에 한편으로 두려움을 느낄 수 있겠지만, 한 편으로는 억지로 쉬운 척하지 않고 실제적인 과학 이야기를 솔직하게 접할 수 있겠구나 하는 양가의 감정이 들었다.

책 속에는 의학, 정치, 경제, 철학과 과학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과학이 본격적으로 급속적인 발전을 거듭하면서 과학만큼 사회적인 모습도 변화된다. 그리고 저자는 바로 그 과학의 발전이 만들어 낸 타분야와의 콜라보를 통해 또 다른 의미의 성장을 이야기한다. 그 시작은 의학이다. 그중 해부학이 그 시작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장 인기 없는 과는 단연 외과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의학 드라마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흉부외과 등이 등장하는 외과를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외과의 천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보면 씁쓸하기만 하다. 과거의 외과의는 이발소와 동격으로 사용되었다. 의사는 생리학을 공부한 내과의와 기술을 가지고 있는 외과의로 나뉘었는데, 후자보다 전자가 훨씬 인정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현대의 외과가 급속도로 발전하게 된 계기는 바로 해부학과 마취제의 발명 때문이다. 그중 마취제 발명은 인간다운 삶을 위한 가장 대단한 발견인데, 출산 시 사용하는 무통마취제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시각이 존재했었다고 한다. 바로 여성에게 주어진 출산의 고통이 종교적 형벌 때문이라는 의식 때문이었다. 그 모든 비판을 단숨에 잠재운 일이 벌어졌는데, 바로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출산 시 무통분만으로 왕자를 낳았기 때문이다.

정치의 이야기에서는 원자력에 관한 이야기를 마주할 수 있다. 현재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중 가장 작은 양으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핵이다. 핵분열에 대한 이야기에서 아인슈타인을 만날 줄이야...! 독일보다 먼저 핵을 개발하기 위해 미국을 설득하기 위해 아인슈타인은 편지에 서명을 한다. 그리고 역시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동기부여가 필요한데, 핵 개발의 가장 큰 동기부여는 군이었다. 특히 이 장의 제목에는 그리스 로마신화의 불을 인간에게 전해준 프로메테우스가 등장하는데, 마지막 장을 넘기며 정말 제목을 잘 붙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은 인간에게 참 많은 능력을 주었다. 그리고 그 불은 신의 것이었다. 핵 또한 인간의 생활에 큰 역할을 감당하고 있지만, 잘못 관리하게 되면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그 밖에도 경제와 철학에 이르기까지 과학의 발전은 또 다른 학문의 발전을 꾀하였으며, 반대로 타 학문의 발전은 과학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 면에서 과학을 빼놓고 우리의 삶을 논의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과학도 역사 속에서 이루어진 것인지라, 당장의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봤던 발전이 오히려 인류를 고통 속에 빠뜨리기도 하고 반대의 경우가 되기도 하는 걸 보면, 과학 또한 어떤 면에서는 인문학의 범주와 결을 같이하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