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보는 토마 피케티의 자본과 이데올로기 한빛비즈 교양툰 30
클레르 알레.벤자민 아담 지음, 정수민 옮김, 이정우 감수 / 한빛비즈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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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제목의 책이다. 평소였으면 거들떠도 안 봤을 텐데 책 제목에 붙어있는 5글자 때문에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알다시피 다분히 "만화로 보는"이다. 사실 토마 피케티 그리고 자본과 이데올로기는 전혀 몰랐던 책이다. 그나마 토마 피케티라는 이름은 은근슬쩍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딱 거기까지였다. 그나마 만화니 조금은 이해가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다. 근데... 만화임에도 내용이 쉽지 않다. 저자 역시 어떤 의도였을지는 모르겠지만 쥘을 중심으로 위아래로 총 8대에 거친 가족 이야기 속에 돈과 이데올로기를 녹아 넣었다. 그저 지식만 설명했다면 초장에 책을 덮었을 테지만, 그들의 이야기 속의 유럽과 미국 등의 시대상이 담겨있어서 그나마 포기하지 않고 읽어나갈 수 있었다.

제목처럼 책 속에는 가진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가진 자는 더 가지기 위해 빼앗는 과정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첫 장부터 놀랐던 것은 노예를 포기하는 대신, 그로 인해 배상금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쥘 역시 가진 자 중에 한 사람이었는데, 쥘은 그의 친구인 에르네스트와 새로운 세금정책인 누진세에 대해 상당한 반감을 가지는 장면이 등장한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상위 10%가 부의 8~90%를 가지고 있었다. 이런 부의 불평등을 타개하기 위해 프랑스 정부는 혁명과 함께 조세제도를 개혁한다. 바로 누진세들 도입하여 부의 재분배를 이룩하고자 한 것이다. 그렇다면 쥘은 어떻게 막대한 돈을 가질 수 있었을까? 바로 부의 시작은 그의 고조할아버지인 피에르로 부터 시작된다. 귀족의 일원이자 많은 땅과 방앗간 화덕 등을 소유하고 있었던 피에르는 기요 드 살론 가문의 사람이다.

혁명은 부를 재분배할 것처럼 보였지만 그리 다르지 않았다. 혁명 이후 20세기 초까지 모든 세금은 누진세가 아닌 엄격한 비례세 안에서 이루어졌고, 그로 인해 피에르는 부를 계속 축적할 수 있었다. 만약 쥘의 후손들 역시 쥘 처럼 가진 자의 누림만을 생각하고 살아갔다면 이 책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그의 후손들 중에는 자신이 가진 부가 누군가의 피와 땀을 착취한 결과라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가지는 인물들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쥘의 아들인 앙투안이었다. 특히 이 책의 52~53페이지에는 강대국들이 만들어낸 식민지들을 통해 부가 어떻게 가진 자들에게 이동하는 자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나있다. 돈이 돈을 벌어들인다는 사실을 세계 식민지화를 통해 마주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식민지는 자신들의 삶을 위해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삶을 살았다. 그들이 가난했던 것은 그들이 게으르거나 교육 수준이 미천해서였을까? 그들의 등에는 본국인들이 올라타 있었다. 아이티의 국민들은 프랑스와 영국의 노예 소유주들에게 막대한 금액의 배상금을 지불했다. 자신들의 독립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과연 그들이 노예생활을 하는 것 자체가 정당했을까?

안타까운 것은 지금도 이 체제는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진 자는 더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해 착취하고 억압한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토마 피케티처럼 자본과 이데올로기가 한 쪽에 치우쳐있는 것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쥘의 가족 이야기를 통해 벌어지는 불평등의 역사뿐 아니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안 또한 책 속에 담겨있다. 문제 제시와 해결책까지 담겨있다니... 꼭 한번 읽어보자. 아마 세상을 보는 눈이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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