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행복하게, 그러나 - 어떤 공주 이야기
연여름 외 지음 / 고블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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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우리는 각종 공주들을 보고 자란다. 공주가 주인공인 동화의 마지막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난다. 백설공주도, 신데렐라도, 라푼젤도, 잠자는 숲속의 공주도 상대를 만나 결혼을 하며 마무리된다. 그렇기에 결혼은 행복의 시작이고, 결혼만 하면 누구나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게 된다. 물론 그런 사람도 있지만, 우리는 안다. 그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려면 양쪽이 얼마나 큰 노력과 희생을 해야 하는지를 말이다. 그리고 평생 행복할 수만은 없다는 것도 안다. 어느 누구나 인생의 우여곡절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참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영원히 행복하게... 그러나!

책 안에는 우리가 익히 아는 많은 공주들이 등장한다. 엄지 공주, 신데렐라, 라푼젤, 백설공주, 바드돌바우어(알라딘에 나오는 공주 이름. 처음 알았다.)... 근데 "그러나"의 방점이 있듯이 이 책 속에 등장하는 공주들은 뭔가 색다르다. 동화 속을 박차고 현실로 들어온 공주기도 하고, 동화 속에 머물러 있지만 동화 같지 않은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그중 내가 소개하고 싶은 공주는 백설 공주와 엄지 공주다. 백설공주가 주인공인 작품의 제목은 미혼모 백설의 기고다. 이대 재학 중인 대학생이 임신을 한다. 상대는 주한미군이다. 총각인 줄 알았던 그는 유부남이었고, 엄마의 뱃속에 백인 혼혈인 딸만 남겨두고 자기 나라로 돌아간다. 졸지에 미혼모가 된 엄마는 아이에게 백선희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출산 때문에 학교를 그만둔 엄마는 딸과 살기 위해 과외를 하며 생활을 해나간다. 그렇게 자란 딸 선희는 엄마처럼 살기 싫었지만, 결국 엄마와 같은 삶을 산다. 차이점이라면 그녀의 뱃속 아이의 아빠가 흑인이라는 점이다. 이대 영문학과 재학 중 딸을 임신한 선희는 학교를 그만두고 딸을 낳는다. 흑인 혼혈인 아이에게는 흑설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그녀는 자신의 삶과 딸의 삶을 토대로 글을 쓴다. 한국에서 나고 자라 한국인이지만, 그녀는 이국적인 외모 탓에 외국인처럼 살아간다. 엄마와 척을 지고 사는 흑석 때문에 고민하던 선희는 대안학교인 금정 학교에 흑설을 입학시킨다. 공부에 취미가 없는 흑설이 조금씩 성적이 오르는 것을 보고 선희는 기뻐한다. 그리고 남자친구와 함께 집으로 온 흑설은 난데없는 고백을 하고, 선희는 패닉 상태에 빠지는데...

딸과 살아남기 위해 작가의 길을 택하긴 했지만, 그녀의 글은 완전히 그녀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지는 않는다. 일명 각색이 필요했다. 에세이지만 소설틱한 작품이 그녀의 책 속에 남아있다. 다시 살아난 백설공주는 과연 사과를 먹었을까? 아마 안 먹었을 것 같다. 한번 되게 체하고 나면 우리 역시 그 음식을 쳐다도 안 보지 않는가? 죽었다 살아났는데 사과를 또 먹었을까? 백설 공주라는 별명답게 유난히 많이 들어오는 사과를 처치하기 위해, 가난한 형편에 흑설에게 뭔가를 먹이고 싶은 엄마(이때만 엄마스러운 모습이 나왔다.)인지라 베이킹을 배운 선희는 사과로 애플파이를 만들었꼬, 흑설은 유난히 선희의 애플파이를 좋아한다. 그런 선희는 더 이상 사과를 먹지 않는다. 도대체 이들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책 속에는 엄지 공주 이야기가 두 작품이나 등장한다. 그중 첫 번째 등장한 엄지 공주(마야) 이야기는 색달랐다. 저자의 말에도 있듯이 엄지 공주의 엄마였던 베이퍼 부인의 수동적인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고 한다. 그래서 이 이야기의 부인은 마야를 찾기 위해 탐정을 찾는다. 바로 날개족인 스왈로우 탐정이다. 지구의 이야기가 아니라서 더 색달랐다. 날개를 꺾인 날개족과 인간이 아닌 클론. 자신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날개족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을 이용해먹는 대기업의 횡포 속에서 탐정은 마야을 찾아낼 수 있을까?

책 속에 등장하는 공주들의 이야기는 뻔한 이야기가 아니어서 더 흥미로웠다. 그리고 작가들의 상상이 가미되니 전혀 다른 공주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어떤 작품도 섣부르게 재단할 수 없었기에 각 작품만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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